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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리티P 시리즈]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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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1, 2017 03:55에 작성됨.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上)>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下)>

 

 

 

두 사람은 후미카의 숙부가 운영하는 서점 앞에 서 있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며칠 전부터 휴일이 생기면 꼭 한번 뵙자고 하셔서요…….”
“아뇨,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라고 하셨고…….”

 

치히로는 자신을 향해 거듭해서 사과하는 프로듀서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다, 아이들의 가족 분들을 뵙는 것도 프로듀서 씨의 일이니까요…….”

 

치히로는 말꼬리를 흐리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가게 앞에는 ‘사기사와 서점’이라고 적힌 간판이 삐걱거리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치히로는 고개를 돌려 서점의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로 된 문에는 ‘정리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출입문의 창문 너머로 가게 내부를 살펴보던 프로듀서는 미닫이문의 손잡이를 가볍게 밀었다. 경첩이 우는 소리가 끼익, 하고 울려 퍼졌다.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치히로를 돌아보았다.

 

“……안 들어오세요?”
“저는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요.”
“더우실 텐데……이래 보여도 냉방은 썩 괜찮은 편이거든요”
“괜찮아요. 여기 그늘막에 서 있으면 오히려 시원한걸요? 그러니 얼른 다녀오세요.”
“……알겠습니다. 금방 다녀올게요.”

 

프로듀서는 서점의 문을 열었다. 문에 달려 있던 도어벨이 딸랑거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휴우…….”

 

서점의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던 치히로는 문이 닫히자 기다렸다는 듯 한숨을 토해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공원을 산책한다.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데이트였다. 단 한 가지 사실만 빼면.
그 한 가지 사실이란 두 사람이 갔던 장소가 하나같이 ‘일’과 관련된 장소라는 사실이었다. 영화는 감독의 취향을 조사하기 위해, 주말 버라이어티의 촬영이 예정된 레스토랑에서는 가게의 사전답사를 위해, 그리고 화보 촬영이 예정된 공원에서는 어느 곳에서 촬영을 진행하면 좋을지, 로케이션을 파악하기 위해서.
프로듀서 본인이 그렇다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폼으로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업무의 흐름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오늘 그와 함께 간 장소들이 어떤 장소인지는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저 사람이 데이트를 하자고 할 리가 없잖아…….”

 

그의 성격상 이렇게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겪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답답했다.
또다시 슬금슬금 아침에 꾸었던 꿈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붕붕 흔들어, 이제는 완전히 개꿈이 되어버린 그것을 다시 기억 한 켠으로 밀어냈다. 치히로는 빙글, 몸을 돌려 서점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 서점의 유리창에는 땋았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평소의 수수한 모습 대신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모습을 걸치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가슴을 짓누르는 무언가를 토해내기 위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슴 속의 그것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그 덩치를 키워만 갔다. 유리창에 비치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마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그만 인정하는 게 어때? 그 사람의 눈에 비치는 건 네가 아니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라고.

 

“……하긴, 주위 사람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니까……나도 참, 김칫국이나 마시고…….”

 

휴우, 하고 치히로가 연거푸 한숨을 내쉬던 바로 그 때, 그녀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던 한 쌍의 남녀가 그녀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치히로 아니니?”
“네? 아, 맞는데요……?”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여성에게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그녀를 향해 돌아선 치히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 앞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으며 씨익 웃었다.

 

“얘도 참, 동창회에서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잊어버렸어? 나 기억 안 나?”
“……미사키?”
“맞아! 기억하고 있었구나!”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

 

잠시 후, 후미카의 숙부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온 프로듀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치히로와 함께 서 있는 처음 보는 한 쌍의 남녀였다. 남자나 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문에 머리를 부딪힐까봐 어정쩡한 자세로 가게를 나서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키 진짜 크네!”
“엄청 크다…….”

 

아무래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인지, 두 사람의 옆에 서 있던 치히로는 자신의 옆으로 프로듀서가 다가오자 곧바로 두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미사키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남동생인 켄지에요. 두 사람 모두 제 고등학교 동창이구요……그리고, 이 분은 내 직장 동료이신 P씨야. 인사드려.”
“소개받은 미사키에요, 반가워요?”
“켄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개받은 P입니다.”

 

프로듀서와 켄지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을 바라보던 미사키는 가만히 있던 치히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러댔다.

 

“뭐야, 남친 없다더니 엄청 좋은 남자 숨겨놓고 있었잖아? 어쩐지 평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갔다 했더니 이유가 다 있었어.”
“얘, 얘도 참……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무튼, 우린 자리 비켜줄 테니까 좋은 시간 보내?”

 

귀가 새빨개진 치히로가 두 팔을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미사키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얼른 가자”라며 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

 

“호호호, 좋은 시간 방해해서 미안해요? 우린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치히로! 다음에 꼭 후기 들려줘? 알겠지?”
“미사키!”

 

순식간에 귀 끝까지 빨개진 치히로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져 갔다. 프로듀서의 옆에 서서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프로듀서에게 허리를 숙였다.

 

“저, 쟤도 참 쓸데없는 소리를……죄, 죄송해요, 프로듀서 씨. 기분 상하셨다면……”
“기분이 왜 상합니까? 저로써는 영광인데요.”
“네, 네……?!”
“센카와 씨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분명 행운아일겁니다. 저 같은 사람한텐 과분한 거죠.”
“그, 그런가요…….”
“그럼요. 자신을 가지세요. 센카와 씨는 저도, 상무님도 인정하고 있는 유능한 사람이니까요. 꾸미면 얼마든지 아름다워지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말을 마치고 크게 기지개를 펴는 프로듀서의 옆에서, 치히로는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투덜거렸다.

 

“흥, 그러면 뭐해요, 꿔다 논 보릿자루 신세인걸…….”
“네? 뭐라고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리가 새어나간 것일까, 자신을 향해 자세를 낮추는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치히로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지금까지는 너무 제 욕심대로만 돌아다닌 것 같네요. 그러니 이번엔 센카와 씨의 부탁을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나요?”
“정말요? 어디든 상관없어요?”
“물론이죠.”
“……그럼, 한 군데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귀 좀 빌려 주실래요?”
“귀 말입니까?”

 

그녀가 귓속말을 하려는 것이라는 걸 눈치챈 그는 재빨리 자세를 약간 낮추어 그녀에게 귀를 기울였다.

 

“……로 가고 싶은데요…….”

 

그녀의 귓속말을 들은 프로듀서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구태여 귓속말로 할 필요가 있어요?”
“부, 부끄럽단 말이에요……이 나이 먹고 그런 곳이라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아무튼, 알겠습니다. 얼른 가죠.”

 

 

 

 


 

 

 

“……다녀왔습니다…….”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서점 앞을 떠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미카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레슨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 왔구나.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선생님께서 왔다 가셨다.”
“프로듀서 씨가요……? 하지만…….”

 

‘주문한 책이라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며칠 전에 따로 이야기를 했을 텐데……그게 아니라면 따로 와야 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후미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고 들었는데, 웬 아리따운 아가씨랑 같이 있더구나. 쉬는 날인데도 정장까지 차려입고 말이다.”
“네……?”
“아담하게 생긴 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그래서 좋은 구경 하시라고 요전번에 받은 티켓 드렸다.”
“티켓을요……?”

 

후미카는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명히 며칠 전, 상인조합의 이름으로 받은 티켓이 있었다.
그러니까……상가에서 주최하는 여름 축제의 입장권이었던가.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좀 할게요…….”
“응? 아아, 그래. 천천히 하고 오거라.”

 

숙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들고 있던 책들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뒤 가방 속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속보 있음. 하야미 카나데.

 

 

 


 

 

 

메뉴판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고개를 슬쩍 들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커다란 머그잔에 든 커피를 홀짝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서점을 나온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서점이 위치한 곳에서 역 다섯 개 정도 떨어져 있는 장소에 위치한 케이크 카페였다.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 듯, 가게의 입구에는 개점을 축하하는 화환이나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광고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가게 내부에는 케이크 전문점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마치 생크림처럼 푹신푹신한 인테리어와 함께 각양각색의 과일 모형들이 여기저기에 장식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직원들의 유니폼에도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하게 데포르메된 생크림 무늬와 과일 장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아, 저기……프로듀서 씨?”
“네?”
“죄송합니다…….”

 

대뜸 사과가 날아오자 프로듀서는 “왜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히로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덩치가 산만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달콤한 냄새로 가득찬 디저트 카페의 정 중앙 자리에 앉아 있으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뜻밖이네요.”
“네? 뭐가요?”
“케이크를 드시고 싶으셨다면 좀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해 드릴 수 있었는데요.”
“아하하……그게, 잡지에서 이 가게 광고를 보고 한 번쯤 와 보고 싶었거든요……그런데 사람이…….”

 

치히로의 말에 프로듀서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들 주위에 앉아 있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거나 남녀로 이루어진 커플뿐이었다.

 

“……확실히, 선술집 멤버랑은 안 맞는 자리네요.”
“그렇죠……? 다른 아이들한테도 부탁해볼까, 싶었는데, 괜히 제가 껴서 분위기만 망치는 건 아닌가 싶었고요…….”

 

치히로는 쑥쓰러운 듯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메뉴판을 조심스레 덮었다.

 

“메뉴 정하셨어요?”
“네…….”

 


*****

 


“주문하신 케이크 나왔습니다.”

 

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테이블 위에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올려놓았다. 여섯 종류의 케이크를 1/6크기로 깔끔하게 잘라,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붙여 나온 것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케이크를 바라보는 치히로의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프로듀서는 자신의 앞에 놓인 포크를 집어들었다.

 

“자, 얼른 드세요. 이런 건 막 나왔을 때가 제일 맛있으니까요.”
“잘 먹겠습니다!”

 

프로듀서는 그의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그나마 얌전하게 생긴 체리와 생크림으로 장식된 케이크를 약간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분명 그나마 얌전한 것일 텐데도 잇몸이 시큰거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단맛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너무 달다. 커플 일행 중에서 남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미묘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으응~맛있어!”

 

그런 그와는 대조적으로, 치히로는 입안 가득 시럽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덩어리를 집어넣고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입안이 달아지는 그 광경에 프로듀서는 포크를 슬며시 내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전에 느꼈던, 부담스러울 정도의 단맛이 강렬한 쓴맛에 적당히 씻겨 내려갔다.

 

‘잘 먹네. 다음 애니버서리 파티는 디저트 바로 해 볼까…….’

 

여섯 종류의 케이크를 하나씩 먹을 때마다 무지개처럼 표정이 바뀌는 그녀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무척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당분이 넘쳐 흐르는 식사를 마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달작지근한 만큼이나 쉽게 물리는 것이 디저트인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식사에 임하던 치히로의 분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크의 절반 정도는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그 나름대로 케이크를 먹기 위해 노력을 해 봤지만, 1/6조각의 절반 정도를 먹는 것이 한계였다.
프로듀서가 계산을 마치고, 두 사람이 카페를 나설 무렵에는 이미 땅거미가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가게 밖으로 나오는 프로듀서의 손에는 카페의 로고가 그려진 종이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치히로를 바라보았다.

 

“맛있게 드셨나요?”
“네……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다음에는 제가 가게 한 군데를 가르쳐 드릴게요. 거기도 여기 못지않게 훌륭하거든요.”
“네, 기대할게요. 그럼,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그거라면, 한 가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프로듀서는 입고 있던 재킷의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제가 좋은 걸 갖고 있거든요.”
“좋은 거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재킷의 주머니 속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어 보였다.

 

 

 


 

 

 

프로듀서가 가지고 있던 티켓은 다름아닌 여름 축제에 앞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자리의 티켓이었다. 두 사람의 자리는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설치되어 있는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펑펑 터지는 불꽃이 그야말로 꽃잎처럼 밤하늘을 수놓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야, 축제라는건 이런 느낌이었네요. 재밌다, 이거.”

 

불꽃놀이 직후에 이어진 백중맞이 춤. 높다랗게 쌓아 올린 단상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광장을 벗어난 프로듀서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옆을 걷고 있는 치히로에게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다가 나온 것인지, 그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굉장히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네, 처음이거든요, 이런 곳. 한 번쯤은 와 보고 싶었어요.”
“네? 자주 와 보지 않으셨어요?”
“단순히 오기만 한 것이라면 그렇죠.”

 

그의 말에 치히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록 모든 업무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축제에 게스트로 참가한 것은 못해도 스무 번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일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와 보는 건 처음이에요. 지금까지는 늘 무대 뒤에서 구경만 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네요.”
“죄, 죄송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죄송할 것 까지야 있나요. 시간도 늦었는데 슬슬 돌아갈까요?”
“네, 그렇게 해요.”

 

 

잠시 후, 광장을 벗어난 두 사람이 노점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골목길을 거의 빠져 나왔을 무렵, 그들의 앞에 약간 독특한 노점 하나가 나타났다.

 

“게임장……인가?”
“그런 것 같네요.”

 

주차장으로나 쓰일법한 공터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그 게임장은 노점 치고는 크기가 무척이나 컸다. 공터의 입구 부분에는 비어 있는 의자가 있었고, 공터의 안쪽 벽에는 9개의 파이프가 3개씩 3줄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고정된 것이 나란히 3개가 놓여 있었다. 가장 왼쪽의 것은 1자로 된 파이프들이 붙어 있었지만, 그 옆의 파이프는 위쪽 모서리의 3개가 약간 위쪽으로 휘어 있었고, 가장 오른쪽에 설치된 파이프는 마치 나팔꽃처럼 가운데 하나를 제외한 모든 파이프들이 바깥으로 휘어져 있었다.

 

“아까웠어. 하나만 더 넣었으면 5등이었는데.”
“야, 저게 진짜 어렵다니까.”

 

흥미로운 눈빛으로 게임장을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때마침 안에서 나오던 세 명의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이건 뭐 하는 건가요?”
“야구공을 저기 파이프 안에 집어넣는 거요. 자세한 건 저기 주인장한테 물어봐요.”

 

프로듀서는 남자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검은 머리 군데군데 희끗희끗한 백발이 섞여 있는 50대 후반 정도의 남성이 이제 막 들어온 듯한 한 쌍의 커플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남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그의 모습에 내심 웃음을 터뜨렸다.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를 향해 걸어오면서도 게임장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새 놀이터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치히로는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먼저 입을 열었다.

 

“한번 해 보실래요?”
“……그래도 됩니까?”
“물론이죠. 자, 얼른 가요.”

 

‘그렇게 하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면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알 거에요’라는 말을 가슴 속으로 삼키고, 치히로는 프로듀서의 팔을 끌고 게임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먼저 온 사람들에게 설명이 끝난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주인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어서오시게.”
“이건 어떤 게임입니까?”
“간단하네. 여기 담겨 있는 공을 이용해서, 저 파이프 안으로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거지.”

 

가게 주인은 근처에 늘어서 있는 고무 양동이를 가리켰다. 양동이 안에는 야구공과 비슷하게 생긴 고무 공이 들어 있었다. 겐코볼이라고 하는 물건으로, 야구공을 쉬이 접하기 힘든 일반인들에게 야구공 대신으로 자주 쓰이는 물건이었다.

 

“잘 넣으면 상품도 있다고?”
“상품이요?”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비스듬하게 세워진 커다란 송판에는 상품을 받기 위한 조건과 특등상부터 7등상까지 상품들이 적혀 있었다.

 

“어때, 한번 해 볼 텐가?”
“음…….”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치히로는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보였던 관심과 달리, 어째서인지 프로듀서는 참가를 망설이는 것처럼 턱을 문지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깝다!”

 

그 때, 두 사람보다 먼저 들어와서 게임을 하고 있던 커플 쪽에서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를 바라보던 주인은 몸을 돌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호, 꽤나 솜씨가 있군. 30개 중에서 16개. 4등일세.”
“아~! 더 넣을 수 있었는데!”

 

주인에게서 ‘4등상’이라는 상자를 건네 받은 남자는 과장되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자신들의 근처에 있는 프로듀서나 치히로가 들으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 오빠가 최고야!”
“하핫, 내가 또 고등학교 다닐 땐 야구부로 좀 날아다녔다 이 말씀이지.”

 

가게를 빠져 나오던 그들이 두 사람의 옆을 지나가던 그 순간, 상자를 들고 지나가던 남자와 프로듀서의 눈이 마주쳤다. 비록 한 순간이었지만 마주친 남자의 눈빛에서 무엇을 읽은 것인지, 남자와 눈이 마주친 프로듀서의 눈썹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아저씨.”
“응? 할 마음이 들었나?”

 

조금 전까지 고민하는 듯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프로듀서는 의욕이 넘치는 눈빛으로 주인을 바라보며 주머니 속에서 지폐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네, 저도 한 게임 할게요.”
“생각 잘 했네.”

 

주인은 씨익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준비해 둔 양동이를 프로듀서에게 내밀었다. 양동이 속에서 공 하나를 꺼내 들고, 석회가루로 하얀 빗금이 그어져 있는 장소로 걸어간 프로듀서는 한 손으로 공을 던졌다 받으며 재차 확인하듯 가게 주인을 바라보았다.

 

“리필 없이, 30개 안으로 9번씩 3단계 다 집어넣으면 일등상, 정확하게 27개로 끝내면 특상. 맞죠?”
“그럼, 물론이지. 내용물은 저기 적혀 있는 그대로일세. 그런데 거기서 던지기에는 좀 멀지 않나?”

 

주인의 말대로, 프로듀서가 서 있는 곳은 하얀 빗금보다 세 걸음 정도 더 떨어진 곳이었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는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오른팔의 소매를 걷어부치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조금 전, 그녀가 본 것이 결코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이돌들의 앞에서도, 자신의 앞에서도, 늘 어른의 얼굴만을 보여주던 그 남자가 지금은 마치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자그마한 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 안에 쑥 들어가는, 성인 주먹만한 크기의 자그마한 공.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것이 어떤 물건이길래 그로 하여금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것일까?

 

“흡!”

 

치히로가 지켜보는 앞에서 가벼운 기합과 함께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마치 보라는 듯이 매끄럽게 첫 번째 보드의 중앙에 설치된 원통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오~시작부터 가운데라니. 젊은이 도전정신이 대단하구만.”
“하하, 이 정도는 몸풀기도 안 되죠.”

 

주인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프로듀서는 아직 풀지 않은 왼팔의 소매를 마저 걷어올렸다. 걷어올린 셔츠의 소매 아래로 그가 늘 차고 다니는 하얀 암슬리브(주: 팔목부터 상박까지를 덮는 보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본 게임 갑니다!”

 

천천히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고, 공을 쥔 오른손을 뒤로 당기면서 그의 왼발이 크게 앞으로 나아갔다.

 

 

***

 

 

“……으음, 27개 정확하군. 특상 축하하네.”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가게 주인을 뒤로 한 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프로듀서의 손에는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특상’이라는 빨간 글자가 적힌 봉투가 들려 있었다. 가게에 적혀 있던 상품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 안에 든 것은 하코네에 위치한 고급 온천의 숙박권일 것이다.
골목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향했다.

 

“굉장하네요, 설마하니 30개 안에 전부 성공시키실 줄이야.”
“하하, 이 정도야 보통이죠. 저도 소싯적에는 야구에는 일가견이 있었거든요.”
“맞아, 그랬었죠.”

 

치히로는 뒤늦게 단합대회를 떠올렸다. 그 곳에서도 그는 이런 모습을 보이곤 했었다.

 

“그나저나 특상이라니, 잘 됐네요. 쓰고 싶은 곳이라던가, 있으세요?”
“음……아직은 없군요.”
“그럼 언제 한번 가족 분들이랑 가서 푹 쉬고 오세요. 상무님도 좋아하실거에요. 드디어 휴가를 쓰는구나, 싶으실테니.”
“가족이라……하하, 그거 괜찮겠네요.”
“왜…….”
“앗, 차 지나간다. 택시! 잠시만요!”

 

한 순간이지만 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표정을 본 그녀의 머릿속에는 “왜 그러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가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려던 순간, 도로변으로 뛰쳐나간 그의 행동에 그녀는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 타세요. 택시비는 제가 쏩니다.”
“네? 아, 아아, 네…….”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 세우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그 주제에 대한 대화를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기에, 치히로는 얌전히 그가 이끄는 대로 택시에 몸을 실었다.

 


***

 


잠시 후, 치히로의 원룸 앞에 두 사람을 세운 택시가 멈추어 섰다. 그녀의 원룸과 프로듀서의 맨션은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치히로와 함께 차에서 내린 프로듀서는 그녀의 원룸 입구까지 그녀를 배웅하기로 했다.

 

“오늘은 어울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천만에요.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생긴 휴일이라 한가했는데, 프로듀서 씨 덕분에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아, 잠시만요.”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치히로는 뒤를 돌아보았다.

“센카와 씨, 혹시 온천 좋아하십니까?”
“좋아 죽죠! 요새는 바빠서 계속 못 갔거든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 프로듀서는 다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냥, 생각 난 게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내일 다시 뵙죠.”
“네, 프로듀서 씨도 안녕히 가세요.”

 

자동으로 닫힌 유리문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인사를 한 뒤, 치히로는 몸을 돌려 계단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잠시 후,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아! 치히로! 어서 와!”
“좋은 아침이에요, 치히로 씨.”

 

휴가를 마친 2일 뒤, 복귀 보고를 위해 상무의 집무실에 들르느라 평소보다 약간 늦게 사무실에 출근한 치히로를 반긴 것은 만면에 싱글벙글 미소를 띄우고 있는 카에데와 미즈키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두 분,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후후, 궁금해? 궁금하지? 궁금해 죽겠지?”

 

치히로의 말에 히죽거리며 웃고 있던 미즈키는 “짜잔, 이것 봐라!”라며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치히로에게 자랑하듯 내밀어 보였다.

 

“자, 이게 뭘까~요~?”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봉투, 새빨간 글자로 적힌 ‘특상’이라는 글자. 그것은 그녀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어째서 저게 미즈키 씨의 손에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치히로는 태연하게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봉투를 쳐다보았다.

 

“어머나, 왠지 귀해 보이는 물건이네요. 경품으로 받은 건가……?”
“오오, 예리한걸! 맞아! P군이 줬거든. 엊그저께 상점가가 주최하는 축제에서 딴 거라면서. 한번 봐봐.”

 

미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 속에서 네 장짜리 티켓을 꺼내어 치히로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그것은 하코네의 유명한 온천의 로고가 그려진 티켓. 틀림없이 이틀 전 축제에서 프로듀서가 얻어낸 것이었다.
치히로가 그것을 보고 있는 사이, 은근슬쩍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미즈키는 손가락으로 치히로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뭐, 그건 그렇고……어땠어? ”
“어땠냐니……뭐가요?”
“뭐긴 뭐야? 데이트 얘기지! 자, 얼른 얘기해봐. 어땠어? 재밌었어? 아니면 로맨틱했어?”

 

치히로는 미즈키의 뒤에 서 있는 카에데와 눈을 마주쳤다. 쓴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합장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거짓말! 카나데랑 후미카한테 들었어! 잔뜩 꾸며서 여기저기 막 돌아다녔다고.”
“그, 그건 어떻게……?”
“이거지.”

 

미즈키는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그녀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아이돌들이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이 떠올라 있었다.

 

“자, 치히로. 이제 설명을 해 주실까?”


치히로가 콧바람을 씩씩 내뿜는 미즈키를 앞에 두고 난처해하던 그 때, 벌컥, 하고 사무실의 문이 힘차게 열리며 옆구리에 서류 뭉치를 끼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아, P군! 좋은 아침!”

 

'찬스!' 미즈키의 시선이 프로듀서에게 향한 순간, 치히로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아! 어서 오세요, 프로듀서 씨. 차 드실래요? 아니, 드세요! 지금 바로 끓여 드릴테니까!”
“차요? 그러면 커피로 하나 부탁드립니다. 설탕만 넣어서요.”
“커피요? 네!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 회의실로 가져다드리면 되죠?”
“네,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치히로는 기다렸다는 듯 잰걸음으로 준비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깐! 치히로! 어디 도망가는거야!”

“카와시마 씨.”
“으, 응?”

 

치히로를 뒤따라가려던 미즈키를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프로듀서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미팅 시작하니까 회의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미후네 씨는 레슨만 있으니까, 오늘은 낮 일정이 있는 두 분만 참가하시면 됩니다. 타카가키 씨, 부탁드릴게요.”
“네. 자, 얼른 가요. 미즈키 씨.”
“자, 잠깐만! 나는 아직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치히로, 두고보자~!”

 

카에데에게 두 팔을 잡힌 채, 사무실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가는 미즈키의 외침이 제 1별관의 복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프로듀서, 지금 시간 좀 될까?”
“P씨, 우리가 카나데랑 후미카한테서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후후, 프로듀서 씨, 마유는 다 알고 있답니다~?”

 

한편, 그 날 오후에는 프로듀서가 카나데와 후미카에게 제보를 듣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강도 높은 추궁을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에서.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끝>
 


 

 

 

안녕하세요, 참으로 오랜만에 졸작으로 인사드리는 작가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과거 아이매거진에도 한번 올라간 전적(사실 자랑거리)이 있는 '오프 더 레코드'의 리메이크입니다.

의도나 주제는 좋았지만 구성이나 전개 면에서는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생각 난 김에 싹 고쳐보자 싶어서 나름 공을 들여 봤습니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제대로 나온 건 아닌 것 같지만.....한동안 손을 놓으니까 감각이 많이 죽었다는 게 느껴지네요.
 

그나저나, 8월달에 우즈키 에피소드 이후로 참 오랜만이네요.
그간 데레스테에서 하도 이것저것 터뜨린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모바마스 쪽에서도 일이 조금 있어서 한동안 아이마스 쪽을 잠시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미친듯이 지갑을 갈아넣고 있지만요. 하지메도 그렇고 아 아라키센세 귀여워요 진짜.

마음같아서는 '아이커뮤 점검기간동안 팍팍 써놨다가 한방에 폭풍처럼 올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어떻게 한 줄씩, 한 페이지씩 밀고 나가다 보니 이렇게 완성이 되기도 하네요. 역시 시작이 반이라더니.

 

다음 이야기도 역시 리메이크가 될 것 같습니다. 직전에 올렸던 우즈키 에피소드.....참 웃기게도 더위라는 같잖은 핑계를 대면서 작품같지도 않은 작품을 올려놨어요. 각 잡고 제대로 고쳐볼 생각입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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