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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의 한국 아이돌 생활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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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3, 2018 13:07에 작성됨.

[ 00항공 KE1702 25번 좌석  l  도쿄(NRT) → 서울(ICN)  l  25FEB17 07 : 10/07 : 30 ~ 09 : 10 ]

 

준비 끝.

살 곳은 아버지를 통해 근처에 썩 괜찮은 고등학교가 있는 서울의 작은 월셋방으로 구했다.

아버지는 한국 행을 반대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았다. 

여름에 비행기를 미리 예매하고 옮길 준비를 대충 마친 뒤, 남은 반 년 동안 보습학원을 끊고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 옆에서 같이 한국 드라마를 본 것 덕분인지, 한국어는 생각보다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이제 갈 일만 남았다.

 

 

….

“20번 게이트 탑승 시작하겠습니다-“

 

그 여린 몸으로 혼자 많은 짐을 부치느라 완전히 지친 치하야.

탑승장의 넓은 창문을 바라보고 의자에 기댄 그녀의 얼굴에 막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해가 비친다.

눈부신 햇살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는, 물끄러미 자기가 온 길을 되돌아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아무도 마중나오지 않는구나….’

 

잠시 동안 주위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버지, 어머니, 기억도 잘 안나는 담임 선생님과 같은반 아이들, 망할 그 프로덕션 사무원과 사장, 

…유우….

 

‘띠링-‘

 

‘누구지, 갑자기.’

 

‘달칵-‘

 

‘아버지’

 

‘몸 조심히 다녀와라, 치하야. 보고 싶을거다.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하….

보고 싶어하시는 양반이 얼굴조차 비추질 않았으면서….‘

 

별 생각 없이 문자를 지우고 핸드폰을 끈다.

그러고 보니, 나 오늘 생일이구나.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지금 나한텐 노래랑 유우 밖에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 치하야는, 짐을 이끌고 게이트로 향한다.

 

 

.

….

 

‘똑, 똑.’

 

‘…달칵’

 

“음? 아, 오늘 온다던 전학생이구나.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이랑여자고등학교의 교무실.

작은 난초가 몇개 놓여 있고, 모니터와 칸막이 사이로 간간히 가습기의 연기가 뿜어 나오는 교무실의 풍경은 다른 학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는 같이 안 오셨니?”

 

“예. 사정이 있어서….”

 

“못 오시는 상황이니?”

 

“예.”

 

“흐음….”

 

이랑여고 교무부장 최 씨는 인형같은 외모가 무색할 정도로 차가운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여자아이를 물끄러미 본다.

깡마른 몸에 벌써 인생 다 산 것 같은 표정…. 뭔가 복잡한 집 안 사정이 있나 보군.

더 처다 보다간 뺨이라도 맞지 않을까 생각한 최 씨는 급히 눈을 돌려 여자아이가 갖고 온 서류를 확인해 본다.

 

“이건 전에 다니던 학교…. 일본에서 온 친구구나? 여긴 완전히 한국어로 수업을 할 텐데, 괜찮겠니?”

 

“괜찮습니다.”

 

“그래, 어디보자…. 

1학년 7반이 결원이 좀 있구나. 저기로 가면 되겠다. 다음주 월요일인 13일부터 1학년 7반으로 등교하면 된단다.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키사라기 치하야.”

 

“네,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최 씨는 방금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전학생이 떠난 자리를 바라본다.

 

“나이답지 않게 분위기가 무서운 아이네요-“

 

“확실히 특이한 친구긴 하네요.”

 

“그래도 저렇게 예쁘고 똑 부러져 보이는 아이가 들어와서 좋으시겠어요, 김 선생님은…후후후.”

 

“똑 부러지는 녀석일진 두고봐야 알지요. 타지에서 온 친구니, 적응 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네요.”

 

 

….

 

근처 아이돌 양성학원에 등록하고 나오는 길.

레슨은 일주일에 3번이며, 연습실 이용은 자유라고 한다.

가능하면 매일 가서 연습 해야겠지.

난 노래를 부르러 이곳에 온거니까.

 

‘학교는…어떻게 해야하나.’

 

본래 노래에 집중하느라 학교는 뒷전 이었던 치하야였다.

겨우겨우 출석일수를 채워 간신히 유급은 면할 수 있을 정도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좋은 편이었던 그녀였지만, 선생님들은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지 않고 무서울 만큼 냉정한 그녀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치하야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학교를 열심히 다닐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학 첫 날은 나와야겠지.’

 

별 생각 없이 가방과 교복을 대충 챙긴 치하야는 씻고 나와 mp3를 켠다.

노래 리스트를 쭉 내려본다.

‘蒼い鳥’

예전 데뷔곡이다.

정말 좋은 노래이고, 본인도 맘에 들어 연습을 줄곧 하던 노래였지만 어째서인지 뜨지 못했다.

치하야에게는 아픈 추억이 있는 노래지만, 처음으로 유우에게 바칠 수 있는 노래였고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던 노래였다.

그 곡을 틀고, 조용히 불러본다.

 

파랑새,

혹시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더라도

저 하늘로 나는 날아올라 

미래를 믿으며 

당신을 잊지 않아 

하지만 어제로 돌아갈 수는 없어

 

 

….

 

“얘들아, 잠깐 주목!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웅성웅성-‘

 

“들어와라, 전학생.”

 

‘드르륵-‘

 

‘와, 예쁘다. 인형같아.’

 

‘연예인 일까? 아니면 연습생?’

 

‘성격 엄청 까칠할거 같애.’

 

‘빨리 친해졌으면 좋겠다-‘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니 잘 챙겨주도록 해라. 전학생,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온 키사라기 치하야,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짝짝짝-‘

 

“자, 전학생에 대한 질문은 나중에 쉬는시간에들 하고, 일단 키사라기…치하야…?”

 

“치하야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치하야…. 저기 39번 옆에가 비었으니 앞으로 저 자리를 쓰거라.”

 

“예.”

 

치하야는 가볍게 선생님께 목례를 하고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로 간다.

옆에는 붉은 기가 도는 갈색머리의, 특이하게도 머리 양쪽을 살짝 리본으로 묶은 여자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반긴다.

 

“안녕! 너 근데 진짜 이름이 치하야야? 신기하다~”

 

“어…응.”

 

“일본에서 온거 맞아? 한국어 엄청 잘하는데!”

 

“으응.”

 

“한국 이름 따로 없으면 그냥 치하라고 불러도 될까? 우리나라에선 00아~ 00야~ 라고 친구를 부르니까 그럼 자연스럽게 치하야가 되는거잖아!”

 

“엣….

 

 치하…치하야…. 쿡, 후훗, 후후훗, 아하하하!”

 

“엥, 치하야…갑자기 무섭게 왜 그래?”

 

“쿡쿡쿡…치하야…으흐흐흐흐”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안 했네. 난 천춘향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치하야!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쿡…하아, 응…후후훗.”

 

‘생각보다 웃음이 많은 친구구나….’

 

 

….

 

주황빛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 늦은 오후.

서너명 씩 짝지어 왁자지껄 하교하는 여고생들 사이에서 조금 피곤한 얼굴의 치하야가 혼자 나온다.

 

‘하아….’

 

죽은 듯이 지내고 싶어하던 치하야의 바람과는 달리,

학교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것도 빼어난 외모의 외국인 전학생을 가만 둘 생각이 없었다.

아이들은 매 쉬는 시간마다 치하야 주위를 기웃거렸고, 신비한 외국인 전학생의 소문은 금방 퍼져 다른 반 아이들까지 그녀를 보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치하야가 내뿜고 있는 싸늘한 기운을 느낀 아이들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고, 학교 선생님들 또한 그녀에게 더 이상 지나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단 한 사람, 춘향이를 빼면.

춘향이는 치하야의 눈빛과 표정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치하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그녀를 끌고 다니며 학교 소개를 해주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시달린 치하야는 종례가 끝난 뒤, 방과 후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가야한다는 춘향이의 말에 안도감을 느끼며 재빨리 교실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나선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싫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피곤한 느낌과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원의 레슨실로 향한다.

 

“키…치하야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안녕, 난 오늘부터 너의 담당 보컬 선생님이야. 치하야라고 부르면 되니?

 

“예.”

 

“우선 목풀기부터 시작하자.”

 

 

….

 

“잘하는데? 빈 말이 아니라, 현역이라고 봐도 손색 없겠는 걸.

 

…혹시 이전에 아이돌 활동을 한 적이 있니?”

 

“일본에 있었을 때, 잠시 했었습니다.”

 

“그래? 그만두고 여기로 온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그건…. 실적 부진에, 회사가 부도, 났었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그렇구나…. 뭐 자세한 건 따로 묻진 않을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애라서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3일 뒤에 오디션이 하나 있는데, 한번 나가볼래? 그닥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라서 부담도 많이 없을 거고, 실력 괜찮으니까 큰 무리는 아닐 것 같은데.”

 

“아….

 괜찮다면, 부탁 드립니다.”

 

“그럼 이름 올려놓을게. 내일 모레 학교 끝나고 바로 이 건물로 오면 된단다. 우리 학원에서 진행하는 거니까.”

 

“예. 저 혹시, 일본 노래로 오디션, 봐도 괜찮을까요?”

 

“이왕이면 한국 노래로 하는게 더 좋을 텐데, 너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던지.”

 

“아, 그렇다면, 한국 노래로 하겠습니다.”

 

“뭐, 그럼 앞으로 발음만 더 교정하면 되겠군. 곡 선정은…아까 연습하던 거 느낌 좋으니까, 그대로 가자.

…박선주의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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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올린 시점에서 2화까지는 작성되어있던 상태였지만, 계속 수정하느라 지금 올리네요.

앞으로 등장하는 아이돌들은 이런식으로 대부분 한국 아이들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바꾼 이름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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