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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프로듀서와 346 프로의 사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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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4, 2018 16:47에 작성됨.

1. 신참 프로듀서의 불순한 취업 과정

2. 신참 프로듀서의 고통스러운 무릎

3. 신참 프로듀서가 받은 가혹한 배려

 

 

새로운 직장에 자리 잡은 지 이제 3일이 되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무언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새벽 5시.

원래 출근 시각은 이보다 한참 뒤이지만, 굳이 이 시간에 나온 이유가 있다.

안개 낀 주변의 정원은 서늘하기만 했지만,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밀담에는 좋으리라.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한 여자 아이가 나왔다.

 

" 약속, 지키셨네요. "

 

그냥 보면 귀엽기 짝이 없는 단순한 미소녀, 시마무라 우즈키.

하지만 그녀가 이제부터 나에게 해주는 말은 그렇게 귀여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코히나타 미호의 프로듀서라는 그 여자.

담당 아이돌이 얻어 맞으면서도 해고 요구는커녕 경찰도 부르지 못하는 이유.

지금부터 이 아이가 그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사실 벌써부터 짐작은 간다.

기껏해야 계장 정도로 밖에 안 된 인간이 그렇게 큰 권력을 잡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 이렇게 큰 회사라면 아마 '비공식 조직'이란 것도 어련히 존재하겠지. "

 

대충 추측해본 것을 이야기하니, 역시나 우즈키 쨩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오성회(五星會)..... "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 단체의 이름.

 

" 지금 346 프로덕션의 권력을 잡고 있는 사조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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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40분.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우즈키 쨩과 헤어졌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우즈키 쨩이 내게 해준 이야기를 정리한다.

 

오성회(五星會).

346 프로덕션에 존재하는 사조직.

그 수장은 현재 아이돌 부서을 총괄하고 있으며 346 프로덕션의 회장 딸인 미시로 상무.

미시로 상무의 일본 복귀와 그녀의 측근들의 요직 차지로 346 프로덕션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코히나타 미호의 프로듀서, 후쿠시마 토모코.

그녀는 미시로 상무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고 한다.

346 프로덕션에 취직한 것도 그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평사원이라지만 소꿉친구가 그 정도 위치에 있다면 그 정도 횡포도 가능하겠지.

 

.........이게 진짜 뭐냐.

 

별 웃기지도 않은 사조직이라니.

회장 딸이라는 사람이 철도 없이 자기들끼리 수다 떨 계모임 하나 만들어놓고 회사를 뒤흔든다라.

무슨 만화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설정인건지.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되었다.

그 인간이 성격도 더러운데다가 권력까지 등에 업은 종자라니.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어?

 

" .....대, 대체 어떻게...."

 

" ........... "

 

" .......어떻게 알고 온거야? "

 

기지개를 피면서 잠시 뒤를 돌아보았더니,

눈 앞에는 잠옷에 겨울 패딩만 입고 사무실에 들어와있는 코히나타 미호가 서 있었다.

 

" .....창 밖으로, 우즈키 쨩이 사무소에 들어가는 것을 봤어요. 그 아이, 집이 도쿄인데, 이 시간에 사무소에 왔어요..."

 

" 어제 그 일로, 나와 할 이야기가 있어 왔다고 생각한거야? "

 

미호 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후쿠시마와는 여자와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제 내가 봤었던 그 일 이외에도 여러가지로 많이 당하며 왔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를 자신과 같은 꼴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준 아이다.

일부러 나에게 가혹하게 대해서 스스로 지옥에서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자신은 그 사람을 해고할 수도 없고, 경찰을 부를 수도 없었기에.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며 억지로 한 필사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이대로 눈감고 있는 것이 맞는 행동일까?

미호 쨩은 그렇게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 코히나타 씨... 제발... 당신의 담당 아이돌로서 부탁하는데, 제발 나서지 말아주세요. "

 

" ......무슨 의미야? "

 

" 제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당신은 더 이상... "

 

지금까지 큰소리 한 번 못치고 뺨까지 얻어맞았으면서, 알아서 해결한다라?

또 계속 참고만 산다는거야?

하지만 미호 쨩... 너는...

 

" 너는.....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어? "

 

" ....네? "

 

" 사실 방법은 하나 더 있었어. 그냥 처음부터 프로듀서 인성이 쓰레기이네 빨리 도망가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됐잖아. "

 

" ........ "

 

" 그럼에도 일부러 나를 갈궜다는 거..... 사실 너는... "

 

" 됐어요! 됐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요... "

 

미호 쨩은 눈에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 .... 8시 30분, 업무 시간에 다시 나올게요. 그럼... "

 

미호 쨩은 조용히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내 생각은 이렇다.

......미호 쨩은 그런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이 나타나길 원했던 것 아닐까.

자신이 아무리 횡포를 부리더라도, 그걸 견뎌내며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나타나,

마침내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랬다는 거 아닐까.

내 망상이 지나치다면 지나치겠지만, 나는 미호 쨩이 그렇게 생각했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가 미호 쨩이 꿈꾸던 왕자님이 될 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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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했던 오전 8시 30분이 되기 전에,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직장 생활 3일 차 초짜 직장인에게는 역량 부족이다.

게다가 아이돌이라는 특수한 업무의 일이니까 특히 더 그렇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지.

 

일단 주변의 직장 동료는 아웃인가.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미운 털이 처음부터 박혔으니.

그리고 애초에 후쿠시마라는 사람에게 어쩔 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우즈키 쨩.....아니, 이 아이도 아웃.

뭔가 생각이 있었다면 나에게 알려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자신이 처리할테니 관여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결국 그 이외에 다른 아이돌들의 의견을 물어봐야하나.

그렇지만 나는 이 회사에서 우즈키 쨩과 미호 쨩 이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 잡았다, 이 녀석! "

 

" 컥?! "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 꺾었다.

마치 사람을 체포하는 듯한 이 기술....

겨울이 길어지는 늦가을이고, 아직 출근시간 전이라 불이 꺼져있는 복도라 어두컴컴해서 뒤에서 나를 습격한 사람이 얼굴이 보이

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 요즘 사무소에 흉흉한 사건의 냄새가 나는가 싶었는데, 바로 네가 범인이었구나! "

 

" 자, 잠깐만요! 경부보님! 저에요, 저 코히나타 토오루라고요! "

 

" 어? "

 

경시청 소속 경부보 카타기리 사나에 씨는 내 목소리를 듣고 바로 팔 꺾기를 풀었다.

 

" 뭐, 뭐야.... 아~ 그렇지! 코히나타 군, 여기 취직했다고 그랬지? "

 

" 아아, 진짜.. 사람 얼굴 정도는 보고 체포하라고요. "

 

아무튼, 이상하리만치 저돌적이라니깐.

.......이 사람... 그래도 경찰관이니까....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 저, 저기요 경부보님... "

 

" 응? "

 

나는 어제 하루 있었던 일을 소상히 이야기했다.

코히나타 미호 쨩의 사악한 프로듀서, 그의 악행을.

그리고 대항 따위는 전혀 생각도 못하는 미호 쨩의 처지를.

카타기리 경부보는 꽤나 경청하는 듯했다.

 

" 흠흠, 그거 꽤 심각한 이야기로군. "

 

'" 그, 그러니까 이거 수사에 착수해주시면 안 될까요? "

 

" 뭐? 그거 무리야. "

 

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는데도 무리라고?

경부보 정도면 이 정도 사건 수사는 가능하지 않나?

 

" 겨, 경부보님... 이거 꽤나 심각한 일... "

 

" 아아, 나도 심각한 건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게... 나 이제 경찰관도 아니잖아? "

 

..............뭐?

경찰관이...아니라고? 어라?

경부보로 승진한지가 몇 달 전인데 뭐?

 

잠깐만, 그러고보니 이 사람 왜 자꾸 346 프로덕션 사무소에서 보이지?

그저께 봤고, 어제도 잠시 얼굴 정도는 스쳐 지나가며 본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미호 쨩에게 까이는 나를 보고 '어떻게 하면 저 아이를 화나게 할 수 있는거야?'라고 했었지?

 

" .......어째 뭔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

 

겨, 경찰을... 그만둔건가?

어째서? 전도유망하고 직장 동료와 불화도 없고 비리도 저지르지 않는 경찰이 왜 갑자기?

아, 346 프로덕션 경비원이 된건가? 돈 많이 준다고 해서 채용을......

아니, 그런데 경비원이 보통 아이돌과 사이좋게 지내나?

그렇다고 이 사람이 프로듀서 같은 것 할 사람도, 책상에 앉아서 업무 볼 사람도 아닌데...

.........그렇다면 결론은.....

 

" .....저, 저기 경부보님..... 혹시... 당신... "

 

" ...........아이돌 데뷔하셨습니까? "

 

경부보님은 똘망한 눈빛으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 응! 그걸 이제 알았어? 아이돌 카타기리 사나에! 잘 부탁해! "

 

" 끄아아아아아아아?!!!! "

 

뻐억

 

" 끄어어어어어어억?!!! "

 

너무 놀란 나머지 괴성을 질러버렸다.

그리고 시끄럽다고 경부보님에게 구두 뒷굽으로 발을 밟혔다.

 

아니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경부보 카타기리 사나에가 아이돌이라고?

이 왈가닥하면서 나이 값 못하는 사람이 아이돌?

아니, 뭐... 동갑인 나도 나이 값 못하기는 하지만...

저, 적어도 아이돌 하겠다는 소리는 안 했다고!

 

" 뭐야~ 기분 나쁘게~ 내가 아이돌 하는 것이 나빠? "

 

" 나, 나쁜 것이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 사범 때려잡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아이돌이에요! "

 

" 뭐, 여자는 꿈꾸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잖아? "

 

참 속도 편하시네.

이 사람의 프로듀서도 나름대로 고생할 것 같다.

애들도 아니고 다 큰 여자가 난리 치는 거 커버 치기도 힘들겠지.

 

어쨌든 올해 들어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다.

심지어 내가 취직한 거 보다도.

 

" 어쨌든 오성회 소속 후쿠시마 토모코라는 프로듀서가 문제라는 거지? "

 

" 아, 네."

 

오옷, 뭔가 방법이라도 생각난 건가?

 

" 남자답게, 일대일로 만나서 박살내버려~! 그럼 그 쪽이 쪽팔려서 안 나댄다고! "

 

" ...............저기... 그 사람.... 여잔데요... 애초에 이름도 여자고..... "

 

" 그, 그럴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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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호 쨩, 우즈키 쨩 이외에 유일한게 알고 있었던 아이돌인 경부보님에게 물어본 건 헛수고였다.

하아.... 그래... 타케우치.. 그 녀석에게 물어보면 뭔가 좋은 대답을 해줄지도 몰라.

대학 시절에도 여러 가지 좋은 생각을 하곤 했으니까.

 

그 친구는 성실하니까 7시 40분 현재, 사무실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찾아가서 물어봐도 될 것이다.

 

아, 저기가 타케우치가 근무하는 계장실이다.

불이 켜져있는 것을 보니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덜컥

 

" 으음? 코히나타 씨, 무슨 일이십니까? "

 

문을 열자 타케우치가 나를 보고 인사했다.

나는 아까 경부보님에게 말했던 내용을 그대로 말하려고 했다.

 

" 저기, 타케우치. 내가.. 내가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이야? "

 

" 상담... 말입니까? 그럼 이 쪽으로 오시지요. "

 

타케우치가 조그마한 의자를 나에게 권했고, 나는 그 의자에 앉으려 그의 책상에 가까이 간 순간이었다.

내가 뭔가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던 것이.

 

.....별? 이건... 별 모양의 악세사리인가?

왜 이런 것이 타케우치의 책상에 있는거지?

타케우치는 이런 거 취향이 아닐.......

 

.......그러고보니 그 사조직 이름이 '오성회(五星會)' 였지.

설마... 타케우치도?

 

" 저기... 왜 그러십니까? "

 

아니, 내가 지금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약에 하나라도 타케우치가 오성회 사람이라면 그 뒤에 있을 일이 상상이 간다.

일단 조심하자. 아무리 후배라도 상황이 뒤틀리면 나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 ........아, 조금 고민해보니까 왠지 답이 나왔어! 고마워, 타케우치! "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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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구와도 상담 같은 것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굳이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첫 만남 당시에 미호 쨩 앞에 있었던 어떤 여자아이가 있긴한데...

어차피 그 아이는 내 얼굴도 본 적 없을테니 의미가 없다.

나도 그 아이가 누군지 모르고.

 

미호 쨩 말대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좌절감이 엄청나네.

....뭐, 신입 연수는 한 달 정도만 한다니까 어떻게든 버텨나갈 수 밖에.

아.. 그렇지만 한 달이 끝나도 미호 쨩은 계속.....

 

" .....어이, 신입 "

 

........이, 이 목소리는.....

 

" 선배가 왔는데 인사 안 하고 생까는겁니까? 아앙? "

 

...그 인간이다....

슬슬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가 했더니만....

 

" 죄, 죄송합니다! 지금 깊은 생각에 잠겨있어서! "

 

" 신입 따위가 깊은 생각을 한다, 아~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생각이 깊을까? 그죠? "

 

또 트집 잡기 시작됐다.

아아, '한달 정도' 버티는 것도 무지 힘들 것 같은데.

 

" 3분 안에, 제가 앉는 책상에 원두 커피 한 잔 타오세요. 오늘 일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합시다. "

 

" 아, 네! "

 

일단 비위 살살 맞춰주면서 살아나가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살길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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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안에 커피를 타오라니 너무 빡세다.

인스턴트 커피는 자판기가 있으니 할 수 있지만, 원두커피를 타라니까 물부터 끓여야하는데 그 시간도 합산이다.

확 침을 뱉어 버릴까.

.................아, 진짜 할까.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으니까......

가래를 모아서.......

 

툭툭

 

" 으앗?! ... 꿀꺽! "

 

..........아, 삼켜버렸다.

 

" 아, 미안. 놀래키려고 한 것이 아닌데.. "

 

내 등을 톡톡 두들긴 사람은 다행히 이 커피의 주인은 아니었다.

검은 색 긴 머리에 교복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

여기서 본 여자 아이들 중에서는 그나마 평범하다.

.......언뜻 보기에는 일진처럼 보이기도 하다.

 

" 당신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낙하산 프로듀서지? 흐음..... "

 

초면에 반말에 '낙하산'이라고 하기냐.

주머니에 손 꽂고 짝다리로 서있기까지..

이 녀석 싸가지가....

진짜 일진 아니야, 이거?

 

이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거 보면 이 아이도 아이돌이라는 건데.

아아, 이런 아이도 아이돌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는 거구나.

 

" 코히나타 미호의 용태는 어때? "

 

" ......뭐? "

 

뜬금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지금 엄청 신경쓰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말 그대로야. 코히나타 미호의 상태는? "

 

이렇게 당돌하게 물어봐서야 오히려 이쪽에서 당황스럽다.

아마도 미호 쨩의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 묻는 말이겠지.

일단 물어보았으니 대답할 수 밖에 없다.

 

" 그.... 얼마 전에도 뺨을 맞기도 하고.. 본인도 상당히 몰려있는 것 같아. "

 

" ......그런가. 알겠어. 고마워."

 

무언가 결정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는 물러갔다.

그래, 저 아이도 움직이고 있구나.

미호 쨩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마 프로듀서를 몰아내기 위해서.

저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야할 지 물어봤어야 했나?

저 아이도 무언가 생각이 있었기에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이 아닐까.

 

아하하, 아직 고등학생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애한테 의지하다니.

28살이라는 나이가 부끄럽구나.

스스로, 스스로 무언가 길을 찾아보자.

내가 미호 쨩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 3분 지났다.

...................난 X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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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지나고 5분 만에 커피를 타왔다고 또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책 모서리란 거 은근히 아프다.

이마가 찍혀서 피 나잖아.

 

'또 한 번 한눈팔면 위에 보고를 올려서 해고시켜버린다.'라니...

대체 그 '위'가 누굴 말하는 걸까.

그렇게 오성회라는 조직의 힘이 강한거야?

 

........해고, 해고라...

.........저 후쿠시마 토모코라는 사람을 해고 시켜버린다면 이번 일은 모두 해결되겠지.

그렇지만 오성회라는 사조직을 등에 업은 후쿠시마 씨를 내 힘으로 해고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폭행했다는 거 하나로는 해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무언가.. '아이돌 프로듀서'로서 '결격 사유'가 될 만한 것.

그 정도는 되어야 오성회가 커버를 못 쳐줄 것이다.

 

아이돌 프로듀서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 아마, 아이돌과의 연애겠지?

그런데 후쿠시마 씨는 성별이 여자인데다가 우리 사무소 아이돌은 전부 다 여자니까 그건 안 되고.

좀 더 망측하고 불건전한 무언가가 있으면....

................아!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낯부끄러워지는 방법이지만 한 가지가 생각났다.

퇴근 시각이 6시였지.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내일까지 아슬아슬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그동안 만들어 놓은 친구 네트워크를 발동시켜보자.

대단치는 않은 놈들이지만 책임감은 확실한 놈들이다.

 

........아니, 지금 아예 조퇴를 하자.

후쿠시마 씨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 사람 얼굴을 보는 것도 내일이 마지막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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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회.. 알고 계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이 이름의 유래는 아주 유명한 사조직의 전신(前身) 조직의 이름입니다.

다음편이 완결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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