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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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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8 18:40에 작성됨.


 

"하루카, 정말로 들떠 보이네."
"네, 그야 당연하잖아요! 치하야쨩 만나러 가는 건데!"
"너무 들떠서 사고나 치지 마라."
"아, 알고 있다구요!"

 
미국 뉴욕.
미키와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은지 1년 반, 그 대신의 엄청난 스케쥴 러시를 처리하고 얻은 2박 3일의 짧은 휴가라는 결실을 맛보기 위해서 아이돌 하루카는 들뜬 채로 공항으로의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출이라고 해봤자, 하루카에게는 치하야를 만나는 것 이상의 의미는 거의 없었지만.


"좋겠다- 나도 치하야씨랑 모두들 보러 가고 싶은데. 해외로 나온 뒤론 영 시간이 안나는거야."
"안그래도 모두한테 갔다올거니까! 프로듀서씨는 진짜 같이 안갈거에요?"
"걱정은 되긴 한다만 굳이 나까지 있는 것보다는 아가씨들끼리 노는 게 나을테니까. 사고치지 말고, 잘 갔다와."
"에헤헤, 감사합니다!"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차게 대답했다.
뉴욕에 온 지 1년 반, 그 시간의 흐름동안 나름 어른스럽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우리의 아이돌은, 동시에 그녀의 친구 이야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어린애로 돌변해버렸다. 지금의 경우 또한 그런 경우였다.
치하야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 하나에 엄청나게 들떠있는 그녀의 모습에 프로듀서가 하루카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변장을 한 채 두근거린다는 표정을 억지로 꾹꾹 누르고 있는 그 모습에 한숨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그럼, 다녀와라."
"다녀와, 하루카! 모두한테 안부 전하는 거 잊고 오면 안되는거야!"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밝게 인사하고 나서는 하루카를 지켜보던 프로듀서의 입에서는 한숨이 쏟아져나왔다.


"괜찮을까나. 왠지 불안한걸."
"아핫, 오랜만에 치하야씨랑 만나니까 다른 사람들 만날 시간이 없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하루카는 가장 먼저 치하야를 만나러 가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억누르고 다른 사람들부터 만나고 있었다.
분명 치하야와 만나면 떨어지기 싫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카는 다른 이들을 먼저 만나는 방안을 택했다.


「어머 하루카쨩~ 오랜만이구나. 해외에서의 아이돌 일은 잘 하고 있니?」
「...어...네, 이기는 한데 아즈사씨는 혼자 공항에서 뭐하고 계신건가요..?」
「공항? 어머, 분명 잠시 장 보러 나온 거였는데~」


'운명의 사람'을 찾아 결혼하여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길치 속성을 버리지 못한 아즈사.


「야요이~! 이오리가 보고 싶어 하더라구!」
「대단해요, 뉴욕에서 오시다니... 하루카씨, 이오리쨩이랑 미키씨랑 프로듀서씨랑 마미는 잘 지내나요?」
「응! 바쁘지만 다들 건강해. 마미도 병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이오리도 요즘은 후계자 수업을 하느라 바쁜 모양이야.」


다들 그립네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이제 새로운 꿈인 교사를 위해 공부하고있는 야요이.

 
「리츠코씨, 미키가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었어요. 미키는 리츠코씨와 프로듀서가 있어서 지금의 자신이 있는 거라며- 늘 리츠코씨한테도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후훗, 그 미키가? 그래... 미키는, 잘 지내고 있어?」
「물론이죠! 아,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이따금 불평하곤 하지만요.」
 

그 말에 전부터 정말 대책없는 아이였다며 웃어버리던, 지금은 일본내 거대 연예기획사의 상무이사가 된 리츠코.


「설마 마코토가 지금 유키호네 찻집에 있을 줄은 몰랐어.」
「응, 여기서 아르바이트 한지 얼마 안됐거든.」
「말이 아르바이트지 일이 없을 때면 와서 도와주고 있는 거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자신의 특기를 살려 찻집을 하고 있는 유키호와 배우일을 하면서 유키호를 도와주고 있는 마코토.


「오랜만이군요, 하루카.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혹시나 해서 들렀는데 정말 라멘집에 계실 줄은...」
「후훗, 오늘 먹는 라-멘은 더 각별한 맛일 것 같군요.」

 
'톱 시크릿'이라면서 갑작스레 은퇴를 하면서 사라진 타카네.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듯 하다.


「히비키쨩은 혹시 타카네씨가 뭐하면서 지내는지 들은 거 있어?」
「타카네? 글쎄? 이따금 갑자기 찾아와서 '카레를 주십시오!'하다가 헤비카보고 쓰러졌다가 하고는 한다고.」
「그..그래?」
「자신도 말이지, 집에 없을 때가 많은데 있을 때만 딱딱 찾아오는 거 보면 좀 놀랍긴 한데...」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이용해서 동물매개치료센터의 대표로서 일하고 있는 히비키.

 
「아미, 마미가 없어서 외롭진 않아?」
「후후, 이 아미님은 그런 건 느끼지 않아용-! ...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응, 외로울 때도 있지만 괜찮아! 마미는 마미의 꿈을 위해 간거니까!」
「그래...응, 마미도 아미를 계속 응원해주고 있었어.」


'우리 자매는 영혼으로 이어져있습니다요!’ 라며, 리츠코가 있는 기획사에서 아이돌일을 계속 하고 있는 아미.


그들 모두를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행복한 그들의 미소를 보는 일이.


그리고 하루카는 다음 날에서야 치하야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녀가 보게 될 사실 따위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들떠 있는 채로.

 

 

 

 

 

 

 

 

 

 

 

 

 

 

 

 


「...괜찮아. 금방 나을거야.」
「그치만...아얏!」
「빨리 안가면 또 때릴거야. 톱 아이돌이 될 거라고 했잖아, 하루카?」
「...알았어, 기다려줘 치하야쨩!」


하루카의 마지막 모습을 그 기억 속에 담아놓을 수 없다는 것 외에는 치하야는 아무 것도 아쉽지 않았다.
이 눈이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치하야는 아무 것도 아쉽지 않았다.
이 어둠 속에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해도.
그녀의 목표를 이루어 냈다.

자신을 어둠 속에서 구해내 준 아이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이 어둠보다 훨씬 더 괴로운 어둠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아이의 꿈을 이루어 준 것만으로도, 그 손길에 보답한 것만으로도- 치하야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안구 파열, 인가요.」
「예. 시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치료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통원은 하셔야 될겁니다. ...담담하네요, 키사라기양?」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서도 치하야는 담담할 수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라도 자신을 향해 손을 내뻗어 주었던 그 아이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보려고 하지 않았던 괴로운 어둠에 비하면 훨씬 더 나았으니까.

 

 

 

 


 
잠에서 깨어났을 땐 아침이었다. 아침 햇살의 색채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지금은 느낄 수 없다.
단지 뺨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햇살의 기운을 촉각으로 느낄 뿐. 옆에서 시계가 울렸다. 9번. 오전 9시인가, 라고 생각하며 치하야는 몸을 반 쯤 일으켰다.


꿈을 꿨다.
1년 전의 꿈을.


꽤나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하루카와 함께 있던 때가. 그런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은 치하야는 창가가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싸고 있는 하얀 붕대가 어울리지 않았다.
시신경의 손상. 그것이 현재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치하야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몸이라 불편하긴 했지만 치하야는 그다지 후회같은 건 하지 않았다. 애초에 후회라는 것은 생각도 안 했던 결과였으니까.


"오늘은 날씨가 좋은 걸까..."
 

치하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햇살이 내리쬐고, 밖에서 어린애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봐선 꽤나 날씨가 좋은 듯 했다. 베개 옆으로 손을 뻗자 갈색 양장 표지를 지닌 책이 손에 잡힌다. 이젠 점자가 익숙해져 버렸다. 꽤 읽을만한 철학책. 이런 것이 점자로 나왔다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치하야는 침대에서 내려섰다. 이제 병원의 구조도 익숙하다. 입고 있는 입원 환자복의 감촉과 눈에 둘러진 붕대의 감촉이 간만에 한 탓인지 묘한 느낌이었지만 그에 이질감을 느낄 순 없었다. 일어나선 옆에 걸어둔 외투를 내려다 가볍게 걸친 뒤 천천히 걸어가 병실을 빠져나간다. 그 발걸음에 주저란 없었다.

 
"치하야씨, 오늘은 외출?"
"아, 네."

 
병실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목소리와 기척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치하야를 보고 간호사는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혼자 갈 수 있겠어요? 내가 동행할까?"
"아뇨, 괜찮아요. 이제 익숙하니까요."
"그래... 그럼, 조심해요."
"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몸을 돌려 치하야는 밖으로 나섰다. 햇살이 따스한 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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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킹 크림슨 앞에 무력! 결과 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만이 남는다!
......라기보단 과정까지 설정하면 제 위가 버티질 못해서<

대략적인 설정으로는 23화 끝부분처럼 치하야가 대신 다치고  하루카는 바로 외국으로 떠났다는 식이긴 한데 '~`

 

현대의학의 힘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픽션에서 현실을 심하게 들이대는 것도 살짝 미묘한 것 같기도 해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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