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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아이돌 왜 했나 괴롭고 자괴감들어..자살한다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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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3, 2017 20:18에 작성됨.

 

「」

 

 

1.

「에휴, 자신 팔자야..」(시무룩)

 

여기, 일본 도쿄 땅에 765 프로라 불리는 한 약소 아이돌 프로덕션 사무소에 한 아이돌 지망생이 있었으니..

먼저 이름부터 소개하자면, 그녀의 가나하 히비키로 고향은 저 푸른 바다의 오키나와이며 나이는 16살이다.

그녀의 외모를 설명하자면 일단 건강한 시골 아이다운 피부색으로써, 이에 적당한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농촌의 햇볕이 그대로 드리운듯한 탱탱한 피부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겠으니,

허나 그처럼 화사한 미모와 방년 16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목석의 애간장이라도 녹일 듯한 그림자가 드리웠고,

입가에는 수심이 가득하니 과연 무슨 이유에서인가?

 

「..미안해 어망, 오빠. 역시 자신은 아이돌 같은거 불가능한가 봐.」(울먹)

 

그녀의 앞에는 컴퓨터가 있다. 이 컴퓨터로 설명하자면, 사무소의 노처녀인 오토나시 코토리가 주로 사용하는 업무용(딴짓용) 컴퓨터로써,

그 모니터에는 지금 히비키에 관한 한 줄짜리 기사에 대한 댓글창이 보이고 있다.

그 기사로 말하자면, 우리의 가나하 히비키가 971 사무소에서 765 사무소로 이전한 것에 대한 기사로써,

기사의 댓글들을 읽어갈 때마다 히비키의 표정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4 : 무명씨 @ [sage] 

2014/12/13 (토) 19 : 55 : 15.77 ID : PB6BTc9R0 [1/5] AAS

765 www 

따라해봐

"오키나와 촌년이라 미안해요" 라고 말해 봐?

[히비키(개똥년)]

 

10 : 무명씨 @  [sage] 

2014/12/13 (토) 19 : 57 : 04.53 ID : O5xxBpuo0 [1/1] AAS

765 프로? 왜 그런데에 간거지?

하긴 어차피 쿠로이 사장님 밑에 있었어도 실패했을 똥년이지만 wwwwwwwwww

 

18 : 무명씨 @  2014/12/13 (토) 19 : 58 : 40.90 ID : / O5vGdXW0 [1/1] AAS 

센1송

조센징+오키나와가 분명 wwwwwwwwwwwwwwww

 

23 : 무명씨 @  [sage] 

2014/12/13 (토) 19 : 59 : 49.18 ID : leWUDiX / 0 [1/1] AAS

똥냄새나

 

 

사실은 쿠로이 사장의 못된 장난질에 불과한 댓글로, 실제 반응은 훨씬 더 호의적임에 틀림없으리련만

(사실은 별로 신경쓰는 사람도 없었지만. 댓글도 이게 전부였고)

애석하게도 히비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 어린 나이에 추한 어른들의 일면을 가감없이 맛보았으니,

자칭 완벽하다손 떠들지만 제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답게 여린 마음의 히비키로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우울증이 마음에 드리우는 것이였다.

 

결국 히비키는 결심했다.

 

히비키「자신, 이제는 포기하겠어!」(울컥)

 

무언가 결의에 찬 무시무시한 각오로 눈빛을 빛내며, 히비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대로 나가려는 그녀의 손이 닿기에 앞서 문이 열린다. 벌컥 열리는 문에 코를 부딛힌 히비키가 비명을 지른다.

 

히비키 「우갹! 자신 코 찌부된다죠!」

 

타카네 「앗! 괜찮으신가요?」

 

히비키를 걱정스레 살피며, 쟁반에 컵라면 3개를 올려놓은 채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은발의 시죠 타카네가 사무소로 입장한다. 

 

타카네 「히비키, 잠시ㅡ」

 

히비키 「자신 막지 마! 자신 아프더라도 상관 없어! 지금 완전히 결정했다죠!」

 

타카네 「아니 그게 아니라.. 라면 드시는게 어떨까, 싶어 불러봤습니다만..

뭐든 식후경이 최고라 하더랍니다.」

 

히비키 「...」(꼬르륵)

 

히비키 「..알았다죠. 일단 먹어야겠네.」(후루룹)

 

 

2.

히비키 「헤헷. 신난다죠!」

 

971 프로의 10층짜리 신축 빌딩의 정문 앞에 선 히비키는 근래 들어 가장 즐거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그대로 하늘로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라 할 수 있겠다.

왜일까? 원수 같은 쿠로이 사장이 발 벗고 빌겠다고 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다만, 히비키는 이제 곧 여기서 자살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히비키는 상당히 기분이 업된 상태였다.

아니 날아가다 못해 승천할 지경이다. 쿠로이 사장에게는 상당히 미안하지만, 뭐 그녀가 죽으려는 이유에는 쿠로이 사장도 상당 지분을 차지하니까.

 

빌딩과 옆 빌딩 사이의 좁은 틈새를 지나자, 작은 쪽계단 하나가 나왔다.

여기는 히비키의 전용 장소로, 타카네가 없을 때엔 항상 여기서 밥을 먹었었다.

그 때를 생각하자, 히비키는 또 울컥하고 못내 우울한 회상에 잠겨버렸다.

 

히비키 「쿠로이 사장x..맨날 톱아이돌은 고독하담서 얘들 데리고 자신 왕따나 시키구,

그러면서 하인마냥 구두 닦이 잔신부름에 실수 조금만 해두 욕하구..

그런 주제에 라이벌 오디션에서 탈락하자마자 바로 내쳤다구!」 (울컥)

 

담배 꽁초들과 가래침들,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덕에 하수구 같은 쾌쾌한 냄새가 나는 좁은 층계단을 올라,

히비키는 금새 옥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역시나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보통 빌딩 안쪽에서 옥상으로 가는 문은 잠겨있기 마련이지만,

히비키는 971 당시 혼밥 베테랑으로써 이정도 상식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었다. 왠지 서글프지만.

 

마침내 히비키는 옥상에 도착했다. 마지막 층계를 오르자, 시원한 옥상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미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다.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그 여자는 히비키 또래 정도로 보였고, 다소 이국적인 외모와 단발로 자른 연녹색의 부드러운 머리결로 보아하니 혼혈 쪽인것 같았다.

피부는 유키호 정도로 하얀데다가, 마치 어디 귀족 부잣집 아가씨마냥 청순하고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히비키는 왠지 자괴감이 마구 차오르는 것 같았다. 나도 저정도로 하얀 피부였다면 그런 댓글들은 없었을텐데..

그나저나, 히비키로썬 그녀가 왠지 누구랑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그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What's up?」

 

히비키 「우갹! 뭐, 뭐야 외국인이야? 에..아, 안녕?..」

 

「Yes. I'm from Austria」

 

히비키 「..뭐야. 알아듣잖아.. 일본말 할 줄 아는거냐죠?」

 

「후훗. 예. 그렇답니다?」

 

히비키 「..근데 왠 영어?」

 

「당신도 외국인인줄 알았답니다?」

 

히비키 「아냐. 자신 여기사람이다죠! 오키나와 출신이야.」

 

「그래서, 당신은 어디 출신이신가요? 브라질? 멕시코? 아니면 주일미군 귀국자녀?」

 

히비키 (와..상당히 짜증난다죠..)

 

심지어, 그 크고 동그라니한 주제에 백치마냥 순진무구하게 반짝이는 연갈색 눈을 보자니,

역으로 꿀밤이라도 대갈빡에 처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히비키는 그래 마지막 가는 길 자신이 참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꾹 참고 말했다.

 

히비키 「됐고, 빨리 내려오라죠!(내가 올라가게)」

 

그런데 뜬금없이, 그 아이가 우는 것이 아니던가?

 

「싫습니다! (울먹)」

 

「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안 내려갈 꺼에요!

이대로 뛰어버릴 거라고요!」

 

아이가 난간에서 더 멀어지자, 히비키는 화들짝 놀랐다.

히비키는 몸을 날리듯이 뛰어들어 아예 떨어지려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빌딩 아래를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경찰들이 어슬렁거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아래 층에 연습생들이 가득히 모여 연습 중이였다.

만약 이대로 이 아이가 떨어져버리면 자신은 자살도 못하고 재수 없으면 살인범 누명도 쓸 판이다.

 

히비키는 마음속 깊히, 자신이 개똥을 제대로 밟았음을 직감하며 그녀를 최선을 다해 만류했다.

 

히비키 「야! 그, 그러지 말고 내려오라죠! 뭐가 힘들다고 그 나이에 죽으려고 지x이냐죠!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지 젊은 나이에!..(왠지 내가 할 말은 아닌거 같긴 한데..)」

 

「(울먹) 놔주세요! 쿠, 쿠로이 사장님은 맨날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면서 쉬는 시간도 안주시고,

다른 연습생들은 제가 귀국자녀라고 은따시켜서 밥도 매니저랑만 먹는다고요!

집이 그리워요. 오스트리아에 계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울먹울먹)」

 

제법 서글픈 이야기다. 청순한 그녀의 외모와 더하자면 시너지 효과로 십만 관중이라도 울릴법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히비키에게는 기가 차다. 아니 차다 못해 분노가 차오르는 것이 아닌가?

결국 화딱지가 폭발한 히비키가 마구 욕하듯이 소리치는 것이였다.

 

히비키「(울컥) 야! 그 정도가 뭐가 힘들다구!

자신은 고향에서도 왕따였구, 971 프로 있을 때두 친구는 타카네 1명 밖에 없었구 자신은 매니저도 없어서,

나는 아예 왕따라서 맨날 니거라고 놀림받고 괴롭힘 받아서 타카네 없으면 화장실이랑 옥상에서 혼밥했다죠!

그리고 엄마 아빠 둘 다 멀쩡히 살아계시면 됬잖아! 자신은 아망이 하늘나라로 떠났다죠!

글구 어망은 몸도 아프신데 자신은 돈도 한 푼도 못 벌어다 주고 있구..(울먹)」

 

버둥거리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한다. 대신 몇 방울엔가, 차가운 것이 떨어진다.

그녀가 동글동글하고 똘망똘망한 터키석 같은 두 눈에서 옥루와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울먹) 도, 도데체 그딴 인생을 왜 사시는 건가요...너무 슬퍼요 후에엥!」

 

히비키 「..아..음..」(..그래서 죽으려고 하는 거다죠..그나저나 와..맞는 말이긴 한데 상당히 기분 나쁘다죠.)

 

「..이 몸, 감동했습니다! 당신, 역시 블랙 피플의 강인한 아프리칸 스피릿을 그대로 물려받았군요!

저 또한 당신의 뜻에 감명하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는 시이카.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출신입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일본에 왔답니다?

이제부터 당신을 제 첫번째 '여자' 친구로 임명하겠습니다.」

 

히비키 「아니 근데 저기요. 자신 혼혈 아니라니까! 그리고 여자는 왜 강조하냐죠! 불길하다죠!」

 

시이카 「그대의 이름은?」

 

히비키 「어이 저기요. 자신 말 들은거 맞지? 그치?

...자신은 765 프로의 가나하 히비키. 전엔 여기였는데, 지금은 이직했다죠.

이제 됬지? 알았음 빨리 내려오라죠 응?」

 

시이카 「아아, 친구를 위해 굳이 이 먼 사무소까지 돌아와 목숨까지 거시는 고귀한 흑기사셨군요, 히비키.

이제부터 당신은 저의 일본에서의 4번째이자 가장 친한 절친 흑기사라 여기겠습니다!」

 

히비키 「...에휴.」(..맘대로 생각해라 걍)

 

히비키 「알았으니 빨리 내려와 (내가 떨어지게)」

 

그제서야 그녀가 조금씩 난간 안쪽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난간에 다리 하나를 걸친 순간, 그녀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시이카「꺄악!」

 

히비키 「우갹! 또 뭐냐죠!」

 

시이카 「바람에 치, 치마가..(쑥쓰)」

 

히비키 「..뒤돌아볼께. 됐지?」

 

히비키 「....」(궁시렁궁시렁)

 

히비키 「...」

 

히비키 「아 왜 아직도 안 넘어오냐죠! (쿵쾅쿵쾅)」

 

시이카 「저, 저기..무, 무서워서 그런데 소, 손 좀 건네주시겠어와요?」

 

히비키 「에휴..진짜! 자, 여기 손! 니 손 빨리 내밀라죠! (휙)」

 

시이카 「꺅!」

 

히비키 「우갹!..또 뭐냐죠!」

 

시이카 「흐, 흑기사님의 늠름하신 손을 그냥 잡자니 부끄러워서요..아직 겨, 결혼도 안 했는데..

역시 아버님께 허락 먼저 맡아야..꺅! 그것도 너, 너무 부끄러워요!」

 

히비키 「...」(그냥 밀어버릴까)

 

시이카 「어라?」

 

 

순간, 거센 돌풍에 그녀의 몸이 갸우뚱하고 뒤로 기울였다. 마치 슬로모션마냥, 그녀가 뒤로 멀어진다.

히비키는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옷깃만을 스치고 지나갔다.

 

히비키 「야! 안된다죠! 죽지 말라죠! (너 죽으면 자신은 어떻게하라구!)」

 

그 순간, 히비키는 오래간만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뒷머리를 확 앞으로 뜯어버리는 듯한 얼얼한 통증.

그 통증으로 묘사하자면, 그녀의 검은 포니테일 머리카락을 죄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그게 맞았다. 떨어지기 직전, 시이카가 앞으로 늘어진 그녀의 뒤통수 포니테일 끄뎅이를 잡고 늘어졌으니까.

 

히비키 「우갸악!! 아, 아프다죠!! 아악!!」

 

그렇게 한 3분간엔가 히비키가 고통을 맛본 끝에, 자살 소동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10층에서 연습하던 연습생들은 느닷없이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시이카의 다리를 보고 한동안 황당해하다가, 뒤늦게 옥상으로 올라왔고,

그대로 그녀를 끌어올렸다. 끌어올린 사람들이 말하길, 그녀의 주먹에는 히비키의 길다란 머리결이 한주먹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쯤 되자 멘탈이 몹시 피곤하고 괴로워진 히비키로써는, 대충 그녀가 친구이고

어쩌다보니 떨어질 뻔 했다고 둘러대고는 그대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완전히 사자마냥 풀어헤쳐지고 한뭉큼이 떨어져나간 머리를 그대로 한 채로.

 

돌아가기 전에야 히비키는 그녀가 누구랑 닮았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765 프로의 하기와라 유키호랑 제법 비슷했다.

물론 유키호에 비하자면, 꿀밤 한 2천대 때려주고 싶은 정도였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유키호와 비슷했다. 다만 머리색이 무슨 한국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한 200개정도 빨아먹은 색깔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

 

시이카 「다음에 봐요! 늠름한 흑기사님! 저, 저기..」

 

히비키 「..왜?」

 

시이카 「제 목숨을 살려주신 답례로..(수줍) 여기, 저희 집안의 손수건이랍니다?

제 마음의 징표입니다. 부, 부디 받아주시와요..」

 

히비키 「..잘쓸께. 짭유키호..아니 메로나 아가씨. (햄죠 이불로)」

 

시이카 「버, 벌써부터 그렇게나 친한 호칭을 불러주시다니..메로나 아가씨..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울림.. 마음속 깊히 간직할께요!」(감동)

 

....

 

(터벅터벅터벅)

 

(벌컥) 히비키 「..자신 왔어. 에휴..」 

 

하루카 「응? 히비키짱 목소리가 영 힘이 없네. 뭐 힘든 일 있었어?」

 

유키호 「그러게에..많이 힘들어보여, 히비키짱.」

 

마미 「그, 그것보다..풉!」

 

아미 「머, 머리가..푸헬헬! 히비킹 사자인거야?」

 

히비키 「그래 마음껏 웃으라죠. 에휴..」

 

치하야 「음? 그나저나 가나하씨, 그건 뭐야? 손수건? 꽤나 좋아보이네.」

 

히비키 「아..이거? 아무것도 아냐. 그냥..」

 

히비키 (외국에서 온 왠 미친년이 흑기사님께 바치는 제 마음의 징표라면서 줬다고는 절대 말 못한다죠..햄죠 이불에나 써야겠다.)

 

그때, 한참 라면을 먹고 또 먹어 어느덧 6그릇째를 돌파 중인 타카네가 입가에 컵라면의 땡글이 건더기를 붙인 채로ㅡ

제법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였다.

 

타카네 「히비키, 힘든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를 포함한 모두는 히비키를 아끼니까요.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맹세하죠.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시든, 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마미 「응! 마미랑 아미랑 하루카도 다 다 도와줄꺼라구!」

 

(...감동적이긴 한데,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건 자살이다죠..)

 

유키호 「응. 나두..진짜로 도와줄 테니까아..헤헷. 일단 녹차 한 번 마셔봐줄래?」

 

히비키 (..일단 차나 마시자. 오늘은 자살하기엔 날이 영 아닌가벼..) 「홀짝..좋네, 유키호.」

 

나중에, 히비키는 또 한번 971 사무소를 방문했다.

허나 당연하게도, 다시 자살 시도를 하러 계단을 따라 옥상에 올라갔을 때엔,

이미 옥상 문이 단단한 자물쇠로 완전히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굳게 잠긴 문을 바라보며, 히비키는 감정에 휩싸여 짧고 굵은 감탄사를 남겼더란다.

 

히비키 「시x!」

 

2.

텅 빈 그녀의 스케쥴보드만큼이나 깨끗하고 맑은 가을 아래, 우리의 히비키는 거리를 지금 어슬렁거리고 있다.

딱히 할만한게 없어서만은 아니다. 지금 그녀는 자살할만한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농약을 먹을까? 아냐, 그건 정말루 아프다고 봤다죠. 어망이 자신이 아프면 자기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으니까, 안아프게 죽어야 한다죠.

그렇다면 역시 어디서 떨어져 죽는게 나을라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민폐잖아. 게다가 재수없으면 누구랑 박치기해서 다치게 할지도 모르구..

 

자살하려는 주제에 히비키는 이것 저것에 다른 사람들 입장까지 재고 앉아있다. 이것은 오지랖인가, 아니면 그녀가 너무나도 착해서 그런 것일까?

 

이런저런하는 와중에, 그녀는 어느덧 어느 육교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계단들을 오르던 중에,

육교 위로 그녀의 두 눈에 왠지 익는 모습의 여자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메로나를 연상케하는 연녹색의 부드러운 단발머리에, 겨울 첫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듯한 고운 피부.

호수를 담은 듯이 반짝이는 커다란 눈에 터키석처럼 빛나는 갈색 눈동자.

 

분명 그년이였다.

 

히비키 「아 젠장!」

 

시카라고 했돈가? 그때 그 이상한 메로나 유키호! 그녀를 다시 보게 되자, 그때 옥상에서 그녀에게 뜯긴 뒷머리가 다시 땡겨오는 것 같았다.

저 이상한 정신머리의 여자랑 엮였다간 또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 히비키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주춤거렸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육교 위에서 왠 한여름날의 청춘영화 찍는마냥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히비키는 그대로 뒷걸음질로 계단을 조용히 내려가기 시작했ㅡ

 

시이카 「Gruß Gott!(오스트리아 인사) 히비키님이셨군요! 이런 데에서 만나다니, 안 그래도 찾아뵈려던 참이였는데 역시 저는 운이 좋아요!」(미소)

 

히비키 「...하아..본거냐죠..안녕. 시카」(피곤)

 

히비키는 마지못해 인사했다.

 

그런데 왜일까? 그녀가 두 뺨을 마구 부풀리며 격하게 화내는 것이였다.

 

시이카 「우웃! 히비키님 저를 그렇게 부르시면 안돼죠! 이름이 틀렸잖아요 이름이!

시.이.카라고요. 시이카!

상대방을 부를때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존중해주세요!

당신은 제 이름의 순결을 더럽혔어요!」

 

그녀가 이렇게나 화낼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못한 히비키였다. 그래도 발을 동동 굴리며 급하게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제법 화가 나기는 한 모양이였다.

지난 전과가 있어서,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해주기에는 왠지 억울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본인의 실수였고, 

게다가 히비키는 평생 손해볼 팔자라 할만치 순박하고 착한데다가 소심한 성격이였기에,

어찌됬건 다소 마지못한 마음을 담아 사과했다.

 

히비키 「..아 음..미안하다죠. 시이카. 앞으로는 주의할께.」

 

시이카 「그런데 히비키님은 막 부르셔도 되요 그깟 이름인걸요. 헤헷」

 

히비키「어이 장난해?」 (빠직)

 

히비키「...에휴, 됐어. 뭐 잘 있어 어쨌든.」

 

시이카 「저, 잠시만요! 히비키사마!」

 

물론 히비키는 애써 들리지 않는 척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육교를 내려갔다. 허나 그녀도 순식간에 계단을 내려오더니만,

거리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마구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시이카 「히비키님! 히비키님! 절 버리지 마세요!

제겐 당신 뿐이라고요! 제 (이름의) 순결까지 가져가셨으면서 어찌 이대로 무참히 외면하시나요...히비키 흑기사님!」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이 쏟아지며, 사람들이 웅성웅성대기 시작하자, 히비키는 기겁하며 달려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

 

히비키 「우갹! 도 도대체 왜 그러냐죠!」

 

시이카 「하앗! 여, 역시 히비키님..터프하셔라.」 (와락)

 

히비키 「우갹! 껴안지 말라죠!」(기겁)

 

(아 진짜..자신 똥 제대로 밟았다죠)

 

한편, 그녀들이 아웅다웅하는 와중에, 저 앞에서 커다란 도사견을 끌고 다니는 노인이 한 명 다가오고 있었으니,

그는 도중에 화장실이 급했는지 도보 옆 소로의 가로수 나뭇가지에 개끈을 대충 묶어놓고는 근처의 상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묶인 개를 발견한 시이카는 그제서야 (억지로) 껴안고 있었던 히비키를 놓고선 해맑은 표정으로 개에게 다가갔다.

 

시이카 「어머, 보세여. 진짜 작고 귀여운 강아지에요. 제 고향에도 저런 강아지들이 많았답니다?」

 

히비키 「...저게 어딜 봐서 강아지?

그리고 저거 일본 도사견이다죠..너 오스트리아 빈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냐죠..」

 

히비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말거나, 시이카는 그 '귀여운 강아지' 앞에 무릎 꿇고선 천진난맘하게 웃었다.

 

시이카 「어머 귀여워라. 히비키님, 얘도 저희 사이가 보기 좋다고 칭찬하는 것 같지 않나요?」

 

개 「으르렁..」(위협)

 

히비키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죠..너무 가까이 가지마, 시이카」 (아..왠지 귀찮아질 것 같다죠..)

 

시이카 「아! 강아지야, 선물이 있단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야. 바로..」

 

 

시이카 「레몬!」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개는 그녀가 땅에 떨군 레몬을 햩았고,

그 순간 개는 지금까지의 견생 중에서 가장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미친듯이 흥분한 개는 날뛴 끝에 결국 나뭇가지에 헐겁게 묶여 있던 개줄을 풀어버렸으니,

시이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흉측한 송곳니들을 빛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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