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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의 생일은 아스카가 큐트가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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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8 14:20에 작성됨.

*반전있음

 


 고요한 사무실, 누군가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고독을 말하는 듯이 책상에 걸터 앉아서 어두운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보라색의 눈동자는 힘을 잃은 듯이 내려와 그녀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움직였다.

 

“8시….”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기가 서서히 드리우는 사무실에서 지퍼만 잔뜩 달려있어 무거울 것 같은 옷을 입은 그녀는 설탕 가득한 커피를 들이켰다.

 

“후우… 네가 늦는 것은, 운명이 우리를 비틀어 놓았기 때문일까….”

 

 그녀, 니노미야 아스카는 차분하지만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목소리로 어두워진 밤거리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다. 항상 차분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던 그녀도 많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미소를 띄게 되었다.
 하지만 잠깐 자리에서 빠져나와 사무실에 걸터 앉으니 거대한 허무감이 그녀를 덮쳤다.

 최근 보지 못한 프로듀서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무실에 있기는 커녕 이곳저곳 다니느라 바쁘고, 정작 담당 아이돌인 자신을 내버려두고는 다음 일을 찾기에 바빴다. 프로듀서를 통해 신세계을 찾아서 아이돌 업계로 들어오게 된 아스카에게는 프로듀서의 존재가 컸던 것이리라.

 

“네가 이 자리에 항상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나를 이해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 였는데…….”

 

 아스카는 자신이 처음 들어오게 된 날을 회상했다.
어수룩한 정장 차림에 자신의 말을 듣고서 허둥지둥 자세를 잡으며 붉어진 얼굴 그대로 그녀와 말을 맞추려 했던 그 때. 아스카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었다.
자신의 철학적 질문들, 다른 이들은 무시하던 그 말들을 프로듀서는 전부 받아들이려 했고 그 위에 자신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신뢰를 하고 있는, 아니.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그 사람이 그림자 조차 보이질 않으니,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상대가 업무에 휘둘려 얼굴조차 보기 어려워졌으니, 아스카의 속은 답답하게 되었다.

 

생일 정도는 같이 있어줬으면 했는데.

 

 그런 말은 내뱉지도 못하고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설탕을 꽤 많이 집어넣었지만, 커피는 여전히 씁쓸할 뿐이었다.
연락 하나 없는 프로듀서가 괜히 밉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렇게 어린애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아무리 성숙하다고 한들, 중학교 2학년의 소녀는 ‘외롭다’라는 감정에 이끌릴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프로듀서에게 메세지를 보내보았지만, 메세지를 읽었다는 표시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보석이라고 해줬으면서…. 아아… 나의 벗도 결국 형식에 얽매여 소중한 것은 간단히 내팽겨쳐버리는 어른이 되어버린건가….”

 

 원래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비난,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프로듀서를 책망했지만, 공허한 사무실에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스카는 걸터앉은 책상 끝에서 내려와 프로듀서가 자주 앉는 의자에 앉았다.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기에 아스카는 잠시 몸을 경직시켰다.

 

“서로 이해 한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외면 당하는 고독은… 꽤 서늘한 법이구나….”

 

 아스카는 애꿎은 스마트폰의 화면만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러다가 진이 빠져 그대로 책상에 업드렸다. 책상의 냉기가 아스카의 볼을 끌어안았다. 아스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뺨을 볼에 대고 있었다.
그때 한 쪽 문이 열리면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아…하아…. 아스카 군?”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높은 목소리톤으로 아스카를 불렀다. 정장은 여전히 단정하지 못했고,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은 바람에 전부 헝크러진 것을 알려줄 정도였다.
아스카는 몸을 일으켜 팔짱을 끼고 프로듀서를 노려보았다.

 

“아아. 프로듀서야? 오늘도 가축마냥 일했나보군. 오랜만이야.”

 

 아스카는 자신의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프로듀서는 아스카의 반응에 멍청하게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잠깐, 아스카? 화났어?”

 

“화? 화라고? 핫! 웃기는군. 화라는 것은 언짢은 일이 있거나 심기가 불편할때야 나는거지. 너랑 나는 언짢은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만나는 것은 그렇다쳐도, 연락까지 받지 않으면서.”

 

 아스카는 팔짱을 풀고 일어나면서 책상에 손을 짚었다.

 

“역시 화났잖아….”

 

“화 안났어.“

 

 프로듀서는 위축된 목소리로 작게 토를 달아보았지만 아스카는 언짢음을 전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미안하대도… 요즘 바빴단 말이야.”

 

“….”

 

 프로듀서가 겨우겨우 말을 걸자 아스카는 고개를 돌려서 창밖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아스카는 시야에 프로듀서가 들어오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아이고… 맨날 멋있는 줄만 알았던 우리 신데렐라는 생각보다 외로움을 잘탄다니까-.”

 

“흥, 외롭다는 말로 낮게 평가하지 말라고. 고독이라는 것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도구니까. 많은 예술가들이 혼자만의 역경을 극복해낼 때는 항상 고독과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역사에 남을 명작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예이- 예이-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줄테니까. 지금은 내 쪽을 봐줘.”

 

 프로듀서는 아까 위축된 목소리랑은 다르게 따뜻한 목소리로 아스카에게 말을 했다. 말이 끊겨 더욱 언짢아진 아스카는 ‘사람이 말하는 데 끊는 것은 비매너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거야?’라며 다그칠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하려던 말은 입을 거쳐 나오지 못했다.

 

“쨘-! 생일 축하해! 아스카 군!”

 

“이…이건…?”

 

 프로듀서는 책상에서 미리 준비해둔 선물 상자를 꺼내 아스카에게 들이밀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히히- 생일 선물이지!”

 

“…잊지 않은 거야……?”

 

“당연하지! 그리고 연락을 못 받은 건… 오늘 정오부터 배터리가 다 달아서….”

 

 아스카는 면목없다는 듯이 웃는 프로듀서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띄었다.

 

“사회인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건 기본 상식아닌가?”

 

“아하하… 면목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14살에게 설교를 듣는다는 사실에 멋쩍어진 건지 볼을 긁적였다. 아스카는 이내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고, 말 없이 프로듀서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잊지 않아줘서.”

 

“히히….”

 
 프로듀서는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때 갑자기 프로듀서가 들어온 문이 아닌 한쪽 구석에서 문이 열렸다.

 

“야호! 아스카쨩! 봉쥬르!”

 

“킁킁. 뭔가 재밌는 냄새!”

 

“어머. 둘이 뭘하고 있었던 걸까…?“

 

“프로듀서. 10살 차이나는 동성의 어린애한테 안겨서 좋아?”

 

프레데리카와 시키, 카나데와 슈코가 나란히 들어오면서 한 마디씩 내던졌다. 아스카는 다급하게 몸을 움직여서 프로듀서를 밀어냈고, 프로듀서는 휘청거리며 겨우 몸을 잡았다.

 

“슈코. 넌 내게 좋냐고 물었지?”

 

“응. 그렇지?“

 

“당연히 좋지! 아스카라고! 얼마만에! 오랜만에 아스카란 말이야!”

 

“우리 프로듀서, 꽤 망가졌단 말이지.”

 

“어쩔 수 없잖아! 카나데! 내 신체능력의 한계량을 넘길정도로 업무가 힘들었단 말이야! 심지어 아스카가 먼저 안아줬단 말이야!”

 

아스카는 프로듀서가 이상한 발언을 하는 것을 신경쓰지 못하고 ‘뭐, 다들 봤다고…? 아니… 아니야…’라며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옆에 시키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저기 프레쨩~”

 

“응응! 시키쨩~”

 

“시키쨩이~ 엄청 재밌는 걸 촬영했어요~”

 

“와오! 재밌어보여!“

 

그러면서 어느새 비디오 카메라를 꺼낸 시키는 영상 하나를 틀었다.

 

—서로 이해 한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외면 당하는 고독은… 꽤 서늘한 법이구나….

 

방금 아스카가 혼자있으면서 한 말이었다. 아스카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 어느새…?!“

 

“냐하하~”

 

“뭐야! 아스카 군이 엄청 귀여워! 시키쨩! 그거 나한테 팔아줘!”

 

“무료~”

 

“주세요!!”

 

 프로듀서는 아스카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키가 찍은 비디오 영상에만 관심이 있었다. 슈코는 빙그레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늦는 것은… 운명이 우리를 비틀어 놓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별이 반짝이는 겨울 밤에
한 아파오는 아이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 “해피 버스 데이! 아스카 쨩!” ”

 


“전혀 기쁘지 않아!!!!!!!”

 

 

***

 

해피 버스 데이! 아스카!

자나깨나 시키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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