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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괜찮다고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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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8 21:57에 작성됨.

전편 [치하야 "괜찮아"]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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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쨩을 만날 수 있다~'


기대에 들떠 발걸음을 옮긴다. 치하야를 만나기 위해서 당연히 자신이 기억하던 그녀의 집으로 갔었지만, 집에선 인기척이 없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녀를 찾는 것 쯤은 문제되지 않는다.

 
"...근데...병원?"
 

그렇지만, 치하야가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커다란 건물과 넓은 산책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카의 눈에 들어왔다.

 

 

 

 

 

 

 

 

"...혹시 몸이라도 아픈건가?"

 
걱정스레 그렇게 중얼거리며, 병원 정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넓은 부지에 펼쳐진 잔디밭과 나무의 숲을,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하며 쉬고 있었다. 잘못 보면 공원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입은 흰색과 푸른 배색의 환자용 복장이나, 간혹 보이는 흰색 가운의 의사들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면- 이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심스레 나무들 사이를 지나자 약간은 촉촉한 공기가 느껴졌다. 주변에 물이 가까이 있는 듯 싶었다. 옅은 물 냄새가 났다. 조금 더 나무들을 지나쳐가자 우연히도, 치하야의 모습이 보였다.
푸른 머리카락. 그녀는 갈색의 외투를 걸친 채 하얀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벤치 앞에는 작은 인공 호수가 조성되어 있었다. 아까 맡았던 물 냄새는 그 것이었던 것 같다. 뒷모습이었던 탓에 잘은 볼 수 없었지만, 1년 전보다 키는 조금은 더 큰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동안 성장했기 때문인지 오히려 더 작아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반가워 하며, 하루카는 치하야의 이름을 불렀다.


"치하야쨩!"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그녀가 뒤돌아본다. 푸른 머리칼이 흔들렸다.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입에 담으려던 하루카는, 순간 옆에 있던 나무를 붙잡은 채 그 자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치하야...쨩...?'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 이름을 머릿 속으로 부르며, 커다랗게 눈을 뜬 채로 하루카는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어째서 치하야의 눈에 하얀 붕대가 감겨져 있는 것인지, 1년이 지난 아직도 치하야가 입고 있는 옷이 입원한 환자의 옷인지- 하루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불렀나요?"
 

조심스레, 확신 없이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 하루카는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서 치하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스린 채,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는 그대로 뒤로 돌아 달려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본 것을.

 

 

 

 

 

 


잠시 뒤에 돌아왔을 때, 치하야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다는 걸 확인한 하루카는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눈 앞에 치하야가 있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치하야가 있다.
그런데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멀리서 그녀를 지켜볼 뿐이었다.

무섭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두려웠다. 치하야가 자신을 향해 보낼 눈길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단지, 치하야를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했던 때와, 헤어진 뒤의 일.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아니, 그런 것도 아니다. 단순히 치하야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모습일 줄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이런 것 쯤 금방 나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던 그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거짓말이었단 거야...?'


그 말은- 그 상냥한 미소와, 괜찮다는 그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인지.
괜찮지 않으면서도, 시력이 없는 상태로 살아갈 것을 알면서도- '괜찮아’ 라고 말하던 치하야의 모습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아니, 차라리 알았다면 그게 다행일까.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좀 더, 다른-


'...만약에 몰랐다면...'


떨리는 손을 겨우 억누른다. 온 몸이 떨려왔다.


'그렇게 될 것을 몰랐다면-'


그만, 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하루카의 사고는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치하야쨩은... 날... 미워하고 있을거야...’

 

 

 

 

그게 무서웠다.
누구보다도 보고 싶던 치하야가, 누구보다도 만나고 싶었던 치하야가, 자신을 향해서 미움이라는 감정을 표출할 것이 무서웠다.

떨리는 무릎을 간신히 손으로 쥐지만, 손마저 떨리고 있다. 눈 앞에 치하야가 있어도 다가갈 수 없다.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힌 것처럼 너무나도 먼 그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하루카는 한 손을 심장으로 옮겼다.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두렵다.  다가섰을 때  그녀가 어떤 감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것인지.


'치하야쨩...’


무서워서 이름을 부를 수가 없다.
치하야가 그런 모습으로, 이런 곳에 있는 것은, 전부 자신의 탓이니까.


"...아"


쓰러질 듯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일어나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나무 뒤로 몸을 감추려다 치하야가 자신을 보지 못할 거란 사실을 깨닫곤 그 자리에서 멈추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틀거리는 치하야의 모습에 숨을 죽인다. 하지만 꽤나 능숙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 걸음걸이에서 하루카는 마지막 희망마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받았다. 붕대를 감았으니 전혀 보이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능숙한 걸음이라면, 분명히 하루 이틀 그 상태로 지냈던 것이 아닐 것이다.


분명 1년 전부터- 계속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살아왔을 것이다.
정신이 나가버릴 듯한 충격에 멍하니 치하야를 바라보고 있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길에서 비켜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치하야가 살짝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숨이 멈출 뻔 했다.
푸른 머리카락이 눈에 감겨진 붕대와 대조를 이루었다. 원래 자신의 머리색같은 갈색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감긴 하얀 붕대가 이질적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하얘진, 창백해졌다고 할 수 있을 피부. 1년 전에도 꽤나 말랐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하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하루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치하야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하루카는 그 말에 대답할 뻔했다. 잠깐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치하야가 조금 발걸음을 옮긴 뒤에 이해가 갔다. 길을 비켜준 것 정도로 이해했을 것이다.

결국에 자신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심스레, 하지만 꽤나 능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치하야를 보며 하루카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 이름을 부르고, 붙잡고 싶다.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칠 듯한 그 충동을 두려움과 공포로 간신히 누른다.
치하야가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순간, 손을 뻗어 그 팔을 붙잡고 싶었다.

그 짧은 그 순간이 마치 수십년은 흘러가는 듯 느리게 느껴졌다.
놓치면 이별이라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거기 서엇-"
"헤헷, 약오르... 우왓!"
"앗!!"


그 이별이라는 긴 시간을 깨버리는 모습에 하루카는 당황했다. 어디에선가 달려온 아이와 부딪혀, 쓰러지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느린 영상으로 다가왔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뻗는다.


"치하야쨩!!"


자각도 하지 않은 채로 그 이름을 외치며, 치하야의 팔을 붙잡아 잡아당긴다. 반항 조차 없이 급작스런 힘에 끌려오는 그녀를 자신도 모르게 강하게 끌어안았다.

 
품에 안기는 치하야를 본능적으로 강하게 끌어안는다. 왓, 하고 작게 놀라는 소리가 품 안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 아이가 넘어지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붙잡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야아, 쳇, 이봐요, 좀 제대로 보고... 아..."
"하아, 하아, 겨우 잡았... 응? 무슨 일이야?"


바닥에 엎어진 채, 막 화내려던 아이는 치하야의 눈에 감긴 붕대를 보고 멈칫했다. 상대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아, 괜, 괜찮아."


아직 정신이 없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에게, 아이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선 뒤쫓아 온 아이를 내버려 두고 혼자 달려가고 말았다. 그 모든 정황을 하루카는 보면서도 보고 있지 않았다.
단지 멍하니 치하야를 끌어안고 있을 뿐.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하루카가 눈치챈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


화들짝 놀라며 치하야를 품에서 떼어놓는다. 아니, 떼어놓으려 했다. 치하야가 망연히,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내뱉은 말만 아니었다면.


"하루...카?"


치하야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하루카는 그녀를 떼어놓으려던 손을 멈췄다. 작고, 불안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치하야는 재차 묻고 있었다.

 
"내 이름... 불렀었지? 하루카? 하루카야?"
 

순간, 다시 치솟으려던 공포가 그녀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딘가 애가 타는 듯,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어서-


"하루카...가, 아닌가요...?"


조심스레 묻는 그녀에게, 대답대신- 치하야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자신보다 컸던 키인데도, 예전엔 몰랐던 작은 체구.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자신이라는 걸 깨닫도록-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다.


"치하야쨩..."


정말로 간신히, 이름을 내뱉었다.
공포로 입에 담을 수 없던 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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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0일 여행하는 동안 모텔컴 + 노트북에다 적고 있는 3부작 ^호^

12시전에 세번째꺼 완성해야겠구만..

 

흐음....

이 시리즈만 끝내고 대본식으로 완전전향을 할까...

솔직히 소설식으로 쓰는 거,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어렵고 말이죠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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