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매거진

  3. 자유

  4. 게임

  5. 그림

  6. 미디어

  7. 이벤트

  8. 성우



함께 알몸의 교제, 하지 않겠사와요?(いっしょに裸のつきあいしまへんか?)

댓글: 0 / 조회: 1009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1-08, 2018 23:32에 작성됨.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길어진 밤을 따라 사람들의 옷자락도 점점 길어지는 시기,
메말라 가는 잎새들 위로 짧아진 해에 땅거미가 점점 짙어진다.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던
라디오 방송 녹음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복도의 창 밖으로 저녁놀이 물드는 것을 보던 슈코는
유리에 서리는 하얀 입김이 새삼스러웠다.

'벌써 11월. 올해도 참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한 달 뒤면  또 한 해가 지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들이다. 

솔로 활동으로 화보를 찍거나 제휴 업체들의 CM을 소화하거나
립스와 카에루라 유닛의 일원으로 신곡 발표 스케줄과 각종 라이브 콘서트 계획에

관동과 관서를 넘나들며 전국을 일주하며 숨돌릴 틈 없이 바쁜 나날들의 연속
계절이 어떻게 흐르는 지 느낄 새도 없이
저만치 홀로 지나가버린 듯하다.

오늘 하루도 새벽부터 최근에 발표한 신곡 레슨으로
연말 무대 준비 리허설로 시작했었다.

프로듀서와 함께 눈코뜰새 없이 이곳 저곳을 오가게 된 지금   
첫 데뷔 때의 한가롭고 느긋하던 나날은 이제 옛말.

느긋한 아이돌 슈코는 전혀 느긋하지 못해 유감이다.
팬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가는 '일상 속의 여유'

적어도 오프 때 만큼은 프로듀서와 다과회라도 하며
함께 하고 싶지만, 인기가 많아진 만큼 오프도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너무 일밖에 모른다니까....그 사람은...'

언제 한 번 휴가를 내서 같이 '온천'이라도 갔다 오자고 은근슬쩍 졸라볼까.
하지만 '그 사람'은 분명 '(가제)시오미 슈코의 겨울 온천 순회'라는 기획안으로 답하겠지.   
공과 사의 구분이 확고한 것은 좋지만, 너무 확고한 건 그것도 그거대로 답답하단 말야.

'아아....정말.....바보같은 사람.'

"어라아? 슈코항? 기숙사로 돌아가시는 길이시와요?"

"아, 좋은 저녁 사에쨩. 드라마 촬영 방금 끝났나보네. 오늘도 수고했슈-코!"

"우후후, 슈코항도 오늘 하루 수고하셨사와요. 지방 출장으로 바쁘셔서 요즘 통 뵙지 못하였는데 잘 지내셨나요?"

"이야아. 그게 말이지 연말이 다가올수록 일거리가 점점 밀려들고 있어서...하하.."

"일이 많은 것도 다 슈코항을 향한 팬들의 마음 덕이겠지요. 후후. 슈코항 사랑받고 있으셔요."

"응응...그것 참, 기쁜일이긴 한데....지금의 슈코쨩은 뭐랄까....약간의 느긋함이 필요하단 말이지.
 아아.....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슈코는 몸도 마음도 지쳤어- "

"어머 어머, 일과 휴식을 모두 누리시려한다니.
 비차 잡고 장군 부르시려는(飛車取り王手/꿩 먹고 알 먹기) 슈코짱은 보기보다 욕심쟁이시네요."

소녀의 미소에 연지를 찍은 듯 박홍(薄紅)빛으로 물든 눈꼬리가 아름답게 피어난다.
화복(和服)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전통 미인 사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플롯이 뭐였더라....뼈대 있는 집안의 아가씨가 세상의 풍파에 맞서 성공과 사랑을 쟁취한다는 대하 사극이던가....
사에답다면 사에다운 배역이라고 슈코는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사에도....자신의 의지에 따라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었구나.'

함께 '고향을 떠나 성공을 좇아 온 라이벌'로 동고동락하며 다진 우정 속에
둘은 어느덧 '교토 대표 아이돌'로 자리매김해있었다.

작고 여린 난초와 같았던 청초한 첫인상의 그녀는 벌써 스물 두 살의 아리따운 성인 아이돌이다.

"그러고보니....망중한(忙中閑)이라는 말이 있지요. 후후.
 날이 쌀쌀해진 때일수록 컨디션 관리는 중요한 것이니, 슈코항의 말도 일리가 있사와요."

아담한 체구의 사에가 아직까지 어리게만 보여 흔히 잊곤 했지만.

" 자아 그럼..... 날도 저물었으니....슈코항? 오랜만에 함께 알몸의 교제(裸のつきあい), 하지 않겠사와요?

​".......에?"

................훌륭하게 자랐구나. 사에​

​모락 모락 피어나는 수증기엔 향긋한 달콤함.
혈색 좋게 단풍처럼 물든 피부엔 탄력있는 윤기가 돈다.

"히야아- 극락이야. 극락. 비록 기숙사 욕탕이지만 끝내 주는 걸." 

온 몸을 감싸는 기분좋은 따뜻함에 슈코는 한껏 풀어진 모습이 된다.
온천의 열기에 새하얀 두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하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에 슈코항과 함께 하는 알몸의 교제회.....이것도 풍취있어 좋사와요."

​"아니 아니, 그런 오해 살만한 어휘 선택은 그만두래도."

"하지만 몸과 마음의 추위를 녹이는 데는 '알몸의 교제회'만한 것이 없다고 슈코항이 예전에 료칸 촬영에서..." 

"아아....그...그건....미안...미안 내가 잘못했어. 사에쨩 그러니까..."

"후후....그때 프로듀서항이 ​당황하신 모습....지금도 기억나고 있사와요."

"에....엣? 그...그랬엇나...? 아하하...."

벌써 수년 전의 일이지만 사에쨩은 '목욕'을 '알몸의 교제회'라 부르며 슈코를 놀려대고 있다.
​지금이야 각자 솔로 활동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그때 만해도 같은 유닛(하고로모코마치)으로
함께 지방 순회를 다닌 신인 유닛이던 시절이다.​

"프로듀서항....그때만해도 유닛 프로듀스는 처음이라
정말 많이 허둥대셨었지요. 그때 '료칸 홍보'일 도 그랬었죠.

 저희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셨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와중에 찾아온 꿈만 같은 기회였던지라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셨지만..."

"모든 것이 준비 되어 있다는 상부의 말만 믿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촬영 장소는 '적어도 중급 료칸'이라는 계약서 상의 묘사와는
달리 폐가와 다름 없는 '최하급 료칸'이었었지..."

어린 소녀들을 이끌고 이런 흉흉한 건물에서 일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그때 프로듀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었다.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프로듀서였지만
​당시 '실적을 내지 않으면 유닛을 해체할 수 밖에 없다'는 상부의 지시에 고뇌하는 프로듀서에게
슈코와 사에는 역정을 낼 수 없었다. 아마 이런 일은 윗선에서
작정하고 이 유닛을 버리기위해 일부러 던진 미끼 같은 것이었을테니.​

어쩌면 그곳이 프로듀서와 둘의 유닛 인생의 무덤이 되었을지도 모를 곳이었지만
슈코와 사에는 그 마지막을 시작으로 바꾸어 놓았었다.

굳어진 분위기를 바꾸고자 슈코가 무심코 던진
"자아, 여기 물도 좋으니 알몸의 교제회라도 하고 갈까!"라는 농담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엉뚱함 덕분에 움츠러든 분위기는 한결 유하게 풀려졌었다.

"시오미씨, 프로듀스 제대로 할테니 적어도 아이돌로서의 자각을 가져줘!" 라는 올곧은
프로듀서가 애써서 가져다 주신 일이니까, 마지막이라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에 전념한 결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둘의 홍보 영상은
'폐급 료칸'에 대한 세간의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은 의도치 않게 '무너져가는 전통 문화'에 대한 반향과
'새롭게 계승하고 이어야할 것을 지키자'는
커다른 흐름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이런걸까.

"결국 그때 의도치 않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유닛 '하고로모코마치'가 화려하게 부활하게 되었구나."

"......그렇네요 알몸의 교제회로 다시 태어난 유닛이랄까...우후훗,
그때 슈코항이 얼굴이 빨개진 프로듀서항에게 뭐라 약속하셨는지 기억하셔요?"

"에....? 뭐야, 이거 이야기 계속 되는거야?"

" '이 유닛이 이번 일을 성사시킨다면, 프로듀서씨에게 등밀이 서비스 해줄까나~' 라고 똑똑히 말씀하셨답니다. "

아뿔사. 최선을 다했지만, 분명 그 일로 해체될 줄 알고
작별인사 차 장난스레 한 말이었는데.....완전 잊고 있었다 !

"......농담이지? 사에쨩?"

"어머, 그때의 굳은 마음, 이제와서 모르신다 하시면...슈코항의 거짓말에 사에는 슬프답니다."

"아니 아니, 잠...잠깐...그....그거는 그러니까 그...."

"우후후....슈코항. 슈코항은 착한 아이시니까, 약속.....분명 지키실거죠?"

"아하...아하하.....그....그게........"

슈코의 새하얀 얼굴이 불그레 해지며 후끈 후끈해진것은
단지 욕탕의 열기 때문만은 아닐테지. 

깊어가는 가을밤, 부끄러운 옛 이야기가 무르익을 수록
 슈코의 두 뺨도 탐스럽게 익어간다.

내일에 후회할 말은 오늘 하지 말자는 교훈을 담은
그 날의 '알몸의 교제회' 회의록은 대외비(對外秘) 건으로
코바야카와 사에의 명의로 프로듀서에게 비밀리에 전달되었다.

이명(異名), '사랑을 전하는 소녀'라는 이름으로.

출근하여 차를 홀짝이며
'이게 뭐야?'라며 무심코 보고서를 넘기던 프로듀서는
부록으로 삽입된 '슈코 특제 혼욕권(자체 제작)'에
차를 뿜고 말았다.


아...잠깐, 혼욕권의 잉크가 번져버려...

(사용 불가)

* 이 글은 졸자가 자유판에 게시한 '함께 알몸의 교제(裸のつきあい), 하지 않겠사와요?'의 텍스트 본입니다.
* 원본은 공식 이미지 합성을 게시하였기에 부득이하게 자유판에 쓰게되었습니다.
* 원본 링크 :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16745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