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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카나데 「Shape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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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7 02:57에 작성됨.

비오는 날이다. 그녀는 완전히 젖어있다. 일부러 우산을 안 가지고 온 건 아니다. 난 분명히 우산을 가지고 왔다고? 그것도 두 명 분이나. 하지만 그녀가 고집스럽게 우산을 쓰지 않았다. 정말, 이러면 괜히 우산을 가지고 왔잖아. 그녀에게 왜 우산을 쓰지 않냐고 물어보니,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온다. 

 

「후훗, 우산을 쓰면 재미없잖아?」

 

무슨 의미의 재미인지는 모른다. 립스의 일원이니까 프레데리카나 시키에게서 옮은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만 해 볼 뿐. 이대로 아이돌을 걷게 할 수는 없어,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얼마간 기다리자 저 멀리서 택시가 전조등을 키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비오는 날에는 손님도 잘 잡힐텐데, 꽤나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택시가 우리 앞에 선다. 부질없는 짓이라는건 알지만, 최대한 택시의 시트가 젖지 않도록 우산을 받친다. 와아, 카나데의 작은 탄성이 그녀의 작고 도톰한 입술에서 터져나온다.

 

「어머, 이 택시 신기하네.」

 

택시에 들어선 카나데가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고 보니 이 택시는 다른 택시들과는 다르게 미국식으로 되어있다. 기사님은 투명한 방탄 유리로 우리와 격리되어 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택시. 이런 종류의 택시가 일본에도 있는지는 몰랐는데.

 

「후훗, 뭐라도 된 것 같은걸.」

 

카나데는 실제로 뭐라도 되잖아, 나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대답을 해주고는 프로덕션으로 가자고 한다. 기사님이 몸을 젖히고 홀딱 젖은 카나데와 나를 몇 번 연신 쳐다보더니 됐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차를 움직인다. 엔진 소리가 한 번 나는가 싶더니 조용히 도로를 달린다. 여기서 프로덕션까지는 십 분 거리. 비오는 날이라 차도 막힐테니 택시비는 꽤나 나오겠지만, 아이돌을 비를 맞게 하며 움직일 수는 없으니 그나마 감지덕지해야겠지.

 

「꽤나 춥네...」

 

역시 비에 젖어버린 탓일까, 카나데가 작게 몸을 떤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나의 양복 웃옷을 벗어준다. 특별할 것 없는 천 한 장이지만, 그래도 몸을 어느 정도 뎁히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카나데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순진한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한 장으로 끝낼 셈? 정말로 춥다고?」

 

평소라면 예의 그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게 넘겼을 카나데가, 정말로 버틸 수 없는지 내가 준 웃옷을 온 몸에 두르곤 오들오들 떨며 나를 쳐다본다. 거 참, 그러니까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다가가 꼭 껴안는다. 나의 체온이 그녀의 체온이 되고, 그녀의 체온이 나의 체온이 된다. 원래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만, 지금이라면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겠지. 별다른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내가 껴안자 이제야 조금 살겠다는 듯이, 카나데가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촉촉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름다운 눈망울, 아름다운 흰 피부, 아름다이 젖은 머리칼, 아름다운 카나데, 카나데.

 

「프로듀서 씨, 시선이 음흉한데?」

 

카나데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서 조금 몸을 떼어낸다. 그러니까 애초에 우산을 썼으면 좋았잖아라고, 한 마디 한다. 그러자 마치 어미새에게서 먹이를 받아먹지 못한 아기새처럼, 카나데가 볼을 부풀리며 불만섞인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떨고 있다. 비의 냉기가 가시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하며 그녀에게 다시 내 몸을 밀착해간다. 아까보다는 따스하지 않을텐데도, 그녀는 나의 품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준다.

 

「프로듀서 씨의 몸, 따뜻하네.」

 

그래? 몸에 열이 많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나는 재미없는 대답을 해주고는 택시의 미터기를 쳐다본다. 미터기는 일만 자리를 갓 넘기고 있었다.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군이라고 중얼거리며 카나데를 쳐다본다. 아무도 없는 택시 안이고, 뭘 해도 괜찮겠지라는 주제넘은 생각이 내 뇌를 점령해간다. 실제로 우리 둘만 있지는 않음에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았음에도.

 

「프로듀서 씨, 무슨 생각해? 몸이 더 뜨거워졌는걸?」

 

카나데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건전한 남성이라면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귀여운 아이돌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은 프로듀서의 일이니까 이 정도로 참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바로 그녀에게 못된 짓을 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프로듀서다. 나는 이 유혹을 버텨내야만 한다. 나는- 

 

「괜찮아, 여기에는 우리 둘밖에 없어.」

 

카나데의 유혹하는 목소리가 나의 고막을 약하게 울린다. 그 떨림은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너무나도 강렬한 충동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카나데를 꽉 껴안아 버린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비에 젖은 카나데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나를 약하게 감싸고 있다. 서로 포옹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멋대로 정의되지 않는 것을 정의하고는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다댄다. 조금씩 가까워져간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이내는 더 이상은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서로의 사랑이 진하게 얽혀져온다. 서로의 감정이 진하게 전해져온다. 이제 나도 비에 완전히 젖어버렸다. 이래서야 우산을 가져온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카나데는 이것을 위해 우산을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을 위해서, 다만 이 순간을 위해서.

 

「후훗, 어땠어?」

 

그저 입술을 포갰을 뿐인데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몰랐어라고,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따스한 체온을 나누는 행위는 이제 집어치워도 될 지도 모른다. 이 키스마는, 키스를 하는 것으로 남자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요망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 충동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이 유혹은 너무나도 아찔하고 선명하다.

 

「한 번 더 할까?」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녀 쪽에서 원한 일이다. 거절한다면 그녀에게 큰 폐가 되겠지.

 

「프로듀서, 이젠 거부하지 않네?」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프로듀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가 아니라, 사랑하는 하야미 카나데가 내 눈 앞에 있다.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거부할 수 없다.

 

「프로듀서, 그럼 허락한 걸로 한다?」

 

바라던 바라고 대답하지도 않고, 그녀에게 나의 입술을 다시 가져다댄다. 첫 번째의 키스가 향기로운 꽃 같았다면, 두 번째의 키스는 달달한 사탕 같다. 몇 번이고 경험해도 질리지 않을, 달달하고 '맛있는', 키스의 맛. 나는 이내 몽롱해져버린다.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더 이상, 아이돌과 프로듀서만으로는 남을 수 없다.

 

「손님, 프로덕션 앞입니다만.」

 

택시 기사의 낮은 목소리가 내 고막을 때린다. 벌써 도착했단 말인가, 나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보다 카나데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나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카나데를 보고선 머리를 긁적인다.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중얼거리자, 카나데가 뭘 그런 것을 고민하느냐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프로듀서, 나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일찍 쉬고 싶은데.」

 

어차피 이 다음 스케쥴도 없으니 상관없겠지. 나야 약간의 서류작업을 해야 하지만, 대충 전화 한 통을 남겨 오늘은 카나데를 바래다 준다고 하면 될 일이다. 카나데의 집은 차로 이십 분 거리에 있다. 미터기에 올라가는 숫자는,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주고, 기사분께 죄송하지만 다시 움직여달라고 부탁한다. 기사님은 나의 말에 이젠 뒤도 쳐다보지 않고 차를 움직여주신다. 고마운 분이다.

 

「그럼 방금 전까지 하던 일, 계속 할래?」

 

나는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그녀는 나에게 사랑스러운 하야미 카나데가 되었다. 그녀의 체온과, 키스 자국과, 몸의 형태만이 나의 감각을 꿈틀거리게 한다. 비는 어차피 올 터이다. 그렇다면, 더욱 사랑하지 않으면. 더욱 체온을 전해주지 않으면. 더욱 입맞추지 않으면, 더욱 비오는 이 날을 즐기지 않으면.

 

 


 

후기

 

『Leave and get in the taxi, then kiss in the backseat』

『Girl, you know i want your love』

『your love was handmade for somebody like me』

『Say, boy, let's not talk to much』

『Grab on my waist and put that body on me』

 

이 다섯 부분만 소설로 형상화했습니다.(+EDM느낌 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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