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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나오,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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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0, 2017 03:46에 작성됨.

커튼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에 얼굴을 찡그리며 한 노인이 눈을 떴다. 처음 보지만 익숙한 천장이라고 생각하며 노인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열려있는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귀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니 익숙한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강인함 속에 들어있는 상냥함. 단지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마음이 울리는 듯한 노랫소리.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니 낡은 선반 위에 빛바랜 액자가 눈에 꽂혔다. 상당히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인지 사진은 색이 바래있었다. 그 안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세명의 소녀가 있었다. 누구인 것일까. 정말로 소중하고 사랑했던 이들이었는데. 노인은 더는 기억이 나지 않는 사진 속 세명의 소녀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저 그러고 싶었다.

 

 

*

 

 

“있지 나오,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전에 봤던 애니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길래.”

 

“엑. 린까지 그걸 봤던거냐...뭐랄까 의외네.”

 

“후훗. 전에 나오가 보던게 생각나서. 그래서 나오는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아?”

 

“뭐...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 때...였던가”

 

“역시 나오는 알고 있을 줄 알았어.”

 

“하아...그래서 갑자기 그걸 왜 물어 보는거야? 린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할리도 없고.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글쎄. 정말로 그냥 궁금해져서 물어 본 거야.”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아?’ 꽤 유명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대사였다. 설마 린에게서 그 대사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에 물어본 것일까. 나오가 알고 있는 린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 지금 이 대화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나오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자 아무 말 없이 나오를 쳐다보고 있던 린이 입을 열었다.

 

“나오는...내가 죽어도 잊으면 안 돼?”

 

“...린, 너 정말 아무 일도 없는거 맞아?”

 

한순간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 일까. 스트레스 때문인가. 누군가 사고라도 당한 것 일까. 대체 린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가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오가 알고 있는 시부야 린은 강해보였지만 실은 연약한 여자 아이였다. 그렇지만 자신의 문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스스로 해결하는 아이였다.

 

어딘가 아픈 것 일까. 시한부? 불치병에 걸려 버린 것 일까. 아무 말 없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린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다. 린의 죽음.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시부야 린의 존재는 카미야 나오에게 있어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오는 새하얘진 머릿속을 억지로 움직이고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열어 말했다.

 

“린,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야?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말라버린 입술을 간신히 열어 말한 목소리에는 울음이 담겨 있었다.

 

제발. 평소처럼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말해줘.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어디선가 카렌이 녹화하고 있는거지? 린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줘. 미소만 짓지 말아줘. 이번에도 용서해 줄 테니까.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넘겨 줄 테니까. 린. 왜 아무 말도 안 하는거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볼에 따뜻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평소였다면 당황한 얼굴로 다가와 닦아 줄 텐데. 걱정하는 너에게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낼 텐데. 오늘 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린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나오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평소와 다름 없던 하루였을 텐데. 린은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낸 것일까. 나오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미안. 그래도 꼭 말하고 싶었어.”

 

“...나오, 내가 죽어도 나를 잊지 말아줘. 단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니까. 부탁할게 나오.”

 

이 말을 남긴채 린은 나오의 눈물을 닦아주고 사무실을 나갔다. 나오는 그런 린을 계속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린이 나간 뒤, 아무도 없는 쓸쓸한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울었다. 곧 사라질 것 같은 린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울고 울어, 흘러내릴 수 있는 감정이 더는 없어질 때까지 울었다.

 

 

그날 밤, 린은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

 

 

“미안해 린. 용서하지 말아줘. 나는 널 잊을 거야.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너를 잊을 거야. 너를 만나러 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절대로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안녕.”

 

카렌은 정말 대단한 아이다. 린의 무덤 앞에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를 본 나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삼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카렌은 언제나 강한 아이였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카렌은 위를 향해 일어나 다시 달려갔다. 그러나 자신은 뒤를 보고 서있을 뿐이었다.

 

린의 사고 이후, Triad Primus는 해체되었다. 카렌은 현재에 만족했던 옛날과는 달리 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라왔을 때도 계속 위를 바라 보았다. 나오는 무엇도 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은 린과 카렌. 소중한 그녀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젠 나오의 앞에 그녀들은 없었다. 나오는 뒤를 보게 되었다. 린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시부야 린이라는 존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나오는 뒤를 바라 보아 그 발자취들을 기록했다. 나오는 작가가 되었다.

 

 

*

 

 

커튼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에 얼굴을 찡그리며 한 노인이 눈을 떴다. 처음 보지만 익숙한 천장이라고 생각하며 노인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열려있는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귀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니 익숙한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강인함 속에 들어있는 상냥함. 단지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마음이 울리는 듯한 노랫소리. 소중한 두 사람과 함께 들었던 노래였다.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니 낡은 선반 위에 빛바랜 액자가 눈에 꽂혔다. 이제는 시간이 많은 시간이 지난 사진은 색이 바래있었다. 그 안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세명의 소녀가 있었다. 시부야 린, 호죠 카렌, 그리고 카미야 나오.

 

시부야 린.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어째서 너를 잊고 있었던 것일까. 있지 린, 난 아직 너를 기억하고 있어. 가끔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가끔이니까.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하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넌 아직 죽지 않았어. 이 정도면 너와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일까? 나 정말 많이 노력했어. 너를 절대로 잊고 싶지 않았어. 소중한 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랬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이의 이름이 떠오르자 막혀있던 감정이 뚫려 온 몸을 휩쓸었다. 이제는 움직이기도 힘든 손을 억지로 움직여 선반 위의 액자를 들었다. 마치 아이를 대하듯이 천천히. 소중했던 그날의 기억들을 추억하며 액자를 쓰다듬었다. 무거운 몸을 침대에 기대고 액자를 가슴 위에 올려 안았다. 시부야 린. 강해 보였지만 사실은 약했던 그 아이. 성숙해 보였지만 웃을 때는 제 또래로 보이는 미소를 보였던 그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소중한 그 아이를 생각하며 나오는 눈을 감았다.

***

저질러버렸다...미안해 린쨩(´;ω;`)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린나오입니다 이거. 린이 죽는 린나오에요^오^

 

...다음에는 반드시 해피엔딩을 쓰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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