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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 「이오리 양은 프로듀서의 전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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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7 19:53에 작성됨.

 

https://youtu.be/3SF0ASmivD8

추천 브금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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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30'

그 바보가 기다리고 있을 병원 정문 근처에 도착하자, 멀리서 야요이가 반갑다고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세월이 흘러서 키와 외모는 성숙했어도, 야요이는 그 해맑은 미소만큼은 여전히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불가피하게도 누군가와는 서로 멀리 헤어지고, 누군가와는 아예 연락이 끊겨버렸어도

나와 야요이만큼은 아직까지 서로 제법 자주 연락하는 사이로 남아 있다. 

 

야요이 「이오리짱! 오래간만이야.」

 

이오리 「니히힛. 정말로 오래간만이네.

숙주나불 볶음집 장사는 잘 하고 있어? 체인점도 벌써 여러 개 냈다고 그러던데..」

 

야요이 「헤헷. 나름 잘 되가고 있어. 뭐 이제 시작이지만..」

그나저나 빨리 들어가자. 프로듀서씨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이오리 「..」

 

야요이 「..이오리짱.. 혹시 힘들면ㅡ」

 

이오리 「아냐. 그렇게 볼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지금까지 계속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오면서 이미 각오하고 있었는걸?」

 

이오리 「이번에는 꼭 말할 꺼니까..」

 

 

 

2.-04:00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하얗게 올라오는 새하얀 국물에 살며시 수저를 대다가,

모락모락 연기가 흘러나오는 뜨거운 국물을 입김으로 호호 불어 살짝 맛본다.

신기하다. 진짜로 이런 맛이 느껴진다는게.

 

짭조름하고도 감미진 맛이 입 안에 맴돈다. 대충 이정도면 될려나?

니히힛. 역시 나 미나세 이오리는 마음만 먹었으면 세계를 요리로 재패했을 여자라니까?

나 같은 여자가 제발로 고백해서 들어왔다니..

정말로 믿기질 않는다니까? 

 

뭐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 녀석은 나에게 꽤 해주었던 것 같다.

..내 소중한 하인이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매일같이 보살피고 아껴줬어야 됬는데..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과 찬란했던 매 시간들이였다.

정말로 하루 하루가 아름답고 빛났던 나날들이였는데..

 

..빨리 보고 싶다.

 

ㅡ띵동. 벨이 울린다. 벌써 바보 하인이 도착했나보네?

뭐 조금 반가운 마음에, 다소 빠른 발걸음으로 문을 따 볼까나?

니히힛. 이렇게나 큐트하고 키츠한 (전) 슈퍼 아이돌 이오리님이 매일매일 맞이해줬었다니,

당신은 최고의 행운아였다고? 프로듀..아니 하인?

 

문을 열자, 예전엔 언제나 그리했고 앞으로도 그리했으리라 생각했던 그 녀석이 나를 맞이한다.

제법 훈훈하게 생겼지만 얼빵하고 순진해 빠진 외모에 촌스런 테두리 안경.

제멋대로 솟구친 머리까지.

이런 얼굴인데도 765 프로 안에서 나나 유키호도 그렇고, 여럿이 이 바보를 좋아했다는게 참 믿기질 않는다.

정말이지, 넌 여전히 조금도 달라진게 없구나?

 

정말 보고 싶었어.

 

이오리 「당신, 드디어 도착했네? 당신 주제에 왜 이렇게 늦게 온거야 도대체?」

 

프로듀서 「...」

 

그런데 이 바보, 말하는 법을 까먹었나?

아니면 무언가 잘못된 것일까?

한참 동안이나, 벙어리마냥 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뭐야, 설마 '주제에'라고 해서 삐진거야? 그런건 아니지?

..설마 지, 진짜루? 

 

프로듀서 「다시 보게 되니까 정말로 좋다.」

 

프로듀서 「보고 싶었어, 이오리.」 ㅡ와락

 

이오리 「꺅! 이 바보 변태가ㅡ」

 

이, 이 바보 변태자식 지금 오자마자 뭐하는 거야?

껴안은 거야? 아무런 대비도 못했는데? 옷에서 국 냄새 나는건 아니겠지?

 

그런데 가까이에서 안기니까,

새삼 두근거리는 당신의 심장 소리가 더 잘 들려온다.

너, 이렇게나 세차게 뛰고 있었구나, 하고 오래간만에 감탄한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당신의 온기였다.

 

프로듀서 「잠깐만, 이렇게 안고 있을께.

나 조금 무서웠거든. 오늘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차가 확하고 다가와서ㅡ

자칫 잘못했으면 그대로 치여버릴 뻔 했어.」

 

이오리 「....」

 

프로듀서 「..이렇게 안겨 있으니까 좋네.. 이오리도 좋지?」

 

이오리 「(화끈) 바, 바보야! 머리가 돌은거 아냐?

조 좋긴 뭐가 좋다고 그러는거얏! 

빨리 들어가서 씻기나 해버려!」

 

프로듀서 「하핫. 미안. 나 빨리 씻고 나올테니까 밥은 그때 먹자.」

 

칫..바보 자식. 그걸 진짜로 믿어버리네.

사실은.. 정말로 좋았는데..

더 안아주지..

 

아 진짜!

 

ㅡ와락!

 

프로듀서 「우악! 이, 이오리?」

 

이오리 「가만 있어 봐.」

 

이오리 「조금만 더 안고 싶어서 그러니까.」(///화끈)

 

 

 

2.-03:00'

화장실 안에서는 그 녀석이 샤워하며 흘러나오는 물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 동안 식탁 위에 조심스레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를 올려놓는다.

오래간만에 너와 나를 위한 밥그릇 두 개를 꺼내서는 밥통 뚜껑을 열고,

그 안에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오는 하얗게 잘 익은 쌀밥을 둥글게 짓는다.

찬거리들까지 정성스레 접시에 담아 올리자, 식탁 위에는 어느새 제법 그럴싸한 저녁 식사가 올라와 있었다.

니히힛. 나 역시 요리에 천부적인 솜씨가 있었다니까?

 

때마침 바보 녀석도 샤워를 마치고 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그 녀석의 이름을 불러보려다가도,

왠지 쑥쓰럽고 부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새침하게 쏘아붙이듯 불러본다.

 

이오리 「야! 밥 해놨으니까 빨리 먹어!」

 

프로듀서 「냄새가 좋네. 역시 요리로 세계를 재패할 여자여서 그런가? (미소)」

 

이오리 「그, 그딴 말해도 하나도 안 기쁘거든? (화끈)」

 

서로 마주보고 앉아 식사한게 얼마만일까?

녀석이 식사 전에 기도하는 모습. 수저를 들어올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떠서는 호호 부는 모습까지

하나 하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녀석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또다시 마음이 찌릿찌릿하고 뭉클해져버렸다.

이렇게나 좋고 설레는데도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핑 돌아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결국 새침하게 구는 새색시만치 고개를 휙하고 돌려버렸다.

 

프로듀서 「풋. 오늘 이오리는 정말로 새색시 같네.」

 

이오리 「워, 원래 새색시 같았거든? (버럭)」

 

프로듀서 「응응. 뭐 알고 있지만서도..후훗 (후루룹)」

 

프로듀서 「아, 맛있다!」

 

이오리 「저, 정말? (화색)」

 

프로듀서 「응. 정말 맛있어.」

 

남편과 아내가 한 식탁 아래 모여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오순도순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당신은 모를꺼야.

당신은 내가 얼마나 그걸 그리워했는지 모를꺼야.

 

 

3.-04:10'

....

의사 「..환자 분의 상태가 많이.. 죄송합니다만 가망이 없습니다.

아마, 마지막 만남이 될 겁니다. 부디 소중하게 사용하시길.」

 

사실은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인지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나조차도 제법 놀랄 정도로 평온한 감정을 느꼈다.

야요이의 오른손이 치마 위에 곱게 포개진 내 손을 제법 강하게 조여온다.

떨림이 느껴진다. 야요이는 나와 같지 못하겠구나.

 

야요이 「프, 프로듀서씨가..이오리짱..어떻게 해..(울먹)」

 

이오리 「..어쩔 수 없는 걸꺼야.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건가 봐.

항상 마음 속으로 각오했던 일이라,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더 만날 수 있으니까..」

 

 

4. -02:00'

오래간만에 서로 마주보며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쇼파에 서로 나란히 앉아 오래간만에 같이 TV를 본다.

내 어깨 위로 그이가 예전 버릇 그대로 슬며시 팔을 걸친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팔의 온기. 

 

TV에서는 옛날 생생함까!? 선데이가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아직 앳된 모습의 나도 있고, 하루카랑 마코토랑 히비키랑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

다들 해맑게 웃고 있네. 다들 못본지 꽤 됬구나.

그 미소들이 문득 그리웠다.

나도 저 때엔 저렇게 웃었었는데..

 

문득 시계를 올려다본다. 시침은 어느덧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12시가 되면 이제 영영 끝이다. 우리 사이엔 이제 2시간만이 남아 있다.

제법 신파극스러운 신데렐라 이야기 같잖아?

하지만 현실은 그런 신데렐라의 이야기보다 더 슬프고 아프다.

 

이 바보! 나도 바보 병에 물들어버린 건가?

소중한 시간을 벌써 이렇게나 써버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초조해진다.

시간이 가기 전에 더 가치있게 보내야 하는데..바보 바보 바보!

 

프로듀서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오리「으, 응?」

 

프로듀서 「빨래는 다 개고? 신도씨 생일도 가까워지는데 안부 인사는 드렸어?

아이들이랑도 다시 연락해봤고?」

 

이오리 「..아, 아니..」

 

프로듀서 「..해달라고 부탁했잖아. 예전 765프로의 친구들이랑도 연락하고 지내야지.

그래야 만약에 내가 떠나도ㅡ」

 

이오리 「그만!ㅡ(버럭)」

 

이오리 「바보 주제에!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왜! 

(울먹) 너한테 만들어주고 싶어서 요리도 맛있게 해 줬는데..

..나랑 헤어져고 싶어서 자꾸 떠난다는 말을 하고 그러는거야?(울컥)」

 

프로듀서 「..미안 이오리. 그럴려던건 아니였어 그냥..다시 이오리가 아이들이랑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

나랑 결혼하고 나서 통 연락이 없었잖아.」

 

이오리 「...」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다시 시계를 내다본다.

이제는 2시간도 채 안 남아 있었다. 

끝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담담하게 이별하고 싶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애써 닦아낸 자리 위로 새로운 눈물이 고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이오리 「(울컥) 정말..헤어지기 싫다고..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아 줘..」

 

프로듀서 「왜 그래 당황스럽게.. 그럴 일 없으니까ㅡ」

 

넒고 따뜻한 바보의 품에 안겨 또 미련하게 운다.

바보야. 이럴 시간이 없는데 왜 자꾸 눈물을 흘리는건데.

알면서도, 그이의 셔츠 위가 눈물로 가득 얼룩질 때까지,

나는 마치 엄마 뱃속에서 이제사 막 태어나 찬바람을 맞고 놀라버린 갓난아이처럼 울어버렸다.

 

프로듀서 「괜찮아. 괜찮을거니까..」

 

프로듀서 「...」

 

프로듀서 「우리, 잠깐 산책이나 할까?」

 

...

이미 해는 저물어버려서,

바깥은 짙은 남색으로 물든 밤하늘과 가로등 불빛과 달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온기까지도 기억하겠다는 듯이,

나는 프로듀서의 따뜻한 손을 꼭 붙잡았다.

 

무슨 말을 나눠야 할까?

어떤 말이 이제 곧 얼마 남지 않은 이별의 직전의 이 시간을 아름답게 빛내줄 수 있을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어떤 말로도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거겠지.

 

기껏해서 꺼낸 첫마디는

나 답지 않게 퍽 멍청하고 어린 질문이였다.

 

이오리 「우리 어디 가는거야?」

 

프로듀서 「공원.」

 

프로듀서 「내가 이오리에게 처음 고백했었던.」

 

 

5. -04:00

의사 「자..헤드셋을 착용하시고.. 뇌파 조정 완료.. 대상자 기억 내 환경 구조 재구현..완료 됬습니다!

이제 막 개발된 신기술인지라 조금 불안정하지만..이정도면 얼추 된 것 같군요.」

 

의사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접속이 될 겁니다. 

접속하시면, 환자분이 마지막 순간에 기억하는 환경 그대로가 일종의 가상 현실 상태로 재구현되어 있을 겁니다.」

 

의사 「환자분의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물그러미 옆을 바라본다.

침대 위에, 세상 모른채 잠든 아기와 같은 나의 사랑하는 바보를.

 

사고 이후 그 이가 깨어나지 못한지도 어연 십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세월은 무심하게도, 그래도 제법 단정한 편이던 그이의 얼굴에 여러가지 시간의 흉터를 새겨 놓았다.

이제는 비쩍 마른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이다.

매일같이 찾아와서 봐온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안타까운 감정은 더하면 덜했지 결코 덜어지지 않는다.

바보야. 너도 그 안에서, 나랑 같이 제법 늙었구나.

 

야요이 「이오리짱..이번에는 꼭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와. 알았지?」

 

이오리 「응.」

 

그이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 꿈을 꾸기 위해,

견우를 만나기 위해 오작교를 건너려는 직녀마냥

의사가 건네는 헤드셋을 머리에 천천히 올려본다.

...

 

 

5. -00:30'

낮에는 제법 아름다운 경치의 공원이였지만,

그 이의 기억이 만들어낸 꿈 속에서는 밤중이라, 가로등 빛 말고는 딱히 보이는게 없었다.

 

이오리 「그 때엔 석양도 그렇고, 제법 아름다웠는데.」

 

프로듀서 「지금도 괜찮은걸.」

 

예전처럼, 서로 나란히 걸음을 맞추어 공원길을 걸어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의 마찰음. 귀뚜라미들의 노래소리.

그 때처럼, 작게 흐르는 냇가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나무 다리 위를 함께 건너다,

중간에 둘이서 같이 우두커니 서서 다리 난간에 기대어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짙은 남색의 밤하늘에 검게 물든 냇가 위로, 창백하리만치 새하얗고 둥그러니 아름다운 달이 출렁출렁 떠다닌다.

 

프로듀서 「이오리씨. 달이 아름답습니다.」

 

이오리 「(피식) 뭐야, 그 번지르르한 말은.」

 

프로듀서 「그때 생각나?」

 

이오리 「뭐가?」

 

프로듀서 「나, 여기서 이오리에게 고백하다가

다리 사이로 반지를 떨어트렸잖아.

그거 줍겠다고 둘이서 같이 다리 아래서 흠뻑 젖을 때까지 반지 찾고 

이오리는 또 짜증내고. (미소)」

 

이오리 「정말..그랬었지.」

 

프로듀서 「정말, 생각해보면 그 때 이후론 별로 와 본적이 없었네.」

 

이오리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로 자주 오는 건데..」

 

이오리 「...(울먹)」

 

프로듀서 「역시.. 나 사실은 차에 치여버렸던 거지?」

 

이오리 「..(끄덕 끄덕)」

 

프로듀서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

사실은, 분명히 차에 치였었는데 뭐지, 하고..」

 

이오리 「...(울먹)」

 

프로듀서 「여긴 꿈 같은 건가? 후훗.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행복하다.」

 

프로듀서 「이오리랑 다시 밥도 먹고, 이렇게 달도 보고..

정말 행복한데?」

 

이오리 「그러면 뭐해! (울컥) 다시 헤어지잖아..」

 

이오리 「..정말로, 헤어지기 싫어.. (뚝뚝)」

 

이오리 「너 없는 세상에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데?..」

 

프로듀서 「괜찮아. 자기는 분명히 잘 해낼 테니까..

분명히 언젠가는 다시 웃게 될꺼야.

이오리는 씩씩하고 당찬 여자이니까.

그러니까..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 줘. 분명히 언젠가는 다시 괜찮아질 테니까.」

 

프로듀서 「..이런 말 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프로듀서 「사랑해, 자기야.」

 

마치 빛 바랜 추억 속의 옛 사진처럼,

온 풍경이 잿빛 속에 물들어간다.

아, 이제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

 

마지막으로, 당신과 하늘 아래 함께 웃고 울을 수 있었던 그 날들에

사실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무척이나 말했어야 하는 말이였지만

그 행복했던 나날들에는 내가 차마 못나고 바보 같아서 너에게 하지 못했던 그 말을,

흐려져가는 당신 앞에서 고백하듯 말해 본다.

 

슬픔에 아려오는 목을 쥐어짜듯,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해본다.

 

이오리 「..사랑했어. 정말로 사랑해.

 

 

엔딩. -00:00

헤드셋을 벗고 아직 덜 마른 눈물을 닦아낸다.

병실 안에는 간호사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야요이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준 다음 그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프로듀서와 연결된 무거운 기계의 검은 모니터 위에는 수평의 선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이의 몸에 연결된 선들을 하나하나 떨어낸다. 

새삼 이렇게나 많이 달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그동안 힘들었겠다. 

지금까지 버티느라 수고했어. 여보.

 

몸과 팔에 연결된 수많은 선들을 떼고 나자,

그 이의 표정은 한결 더 가벼워진 것 같이 보였다.

 

그 이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아본다.

마지막 남은 삶의 온기가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이제 영영 떠나가려는 그이에게, 또 한번 마지막으로 말하며 작별의 입맞춤을 나눈다.

 

이오리 「정말로, 사랑했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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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1000퍼센트 파괴 주의)

 

 

 

엔딩.2

주검은 이오리의 요청대로 화장 처리되었다.

초고열의 화염 속에서는, 수십년을 혼수 상태에서나마 생명의 끈을 악착같이 잡고 버텨온 프로듀서의 몸뚱아리조차도 단 수 초만을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프로듀서의 육신은 재가 되어 영영 멀리 사라졌다.

딱 하나.

 

그의 뇌만을 빼고는.

의사가 자신의 개인 집무실 안에서 추적 제한 전화기로 전화를 건다.

어두운 집무실 안에는 영양액이 보글보글 산소 방울들로 끓어 오르는 수조만이 루미넨 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수조 안에는 뇌가 담겨져 있다. 프로듀서의 뇌가.

 

유키호 「후후훗. Abdul Alhazred 선생님. 수고 많으셨어요. 프로듀서씨의 뇌는 확실히 보존한거죠?」

 

의사 「예. 영양액 속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아마 거의 반영구적으로 저장 가능할 겁니다. 후후후」

 

유키호 「헤헷. 감사합니다. Insmus 대학 병원에는 조만간 엄청나게..헤헷 말 안해도 아시죠?」

 

의사 「감사합니다, 유키호 사장님.」

 

유키호 「아, 그리고 그 뇌파로 접속하는 기계..언제쯤 받을 수 있나요?」

 

의사 「바로 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유키호 「후훗. 그 것만 있으면 못난 저도 이제 평생 프로듀서와 지낼 수 있는거군요.. 아아, 행복해라.

사실은요, 저 이오리 그 개같은 계집년에게 프로듀서를 뺏겨버려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몰라요오..

그래두, 프로듀서의 행복을 위해서 참아줄려고 했지만

신천지 믿고 열심히 기도한 덕에 이렇게 다시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어요. 이건 분명 하나님이 보살펴주신 덕이에요.

저 너무 기쁜거 있죠?

이제 프로듀서랑 다시 만날 꺼에요.  

기분 나쁜 이오리도.. 도쿄 앞바다에 던져버리면 되겠죠? 헤헤.

어머, 의사 선생님. 방금껀 농담이에요오..

제 프로듀서를 뺏어간 이오리에겐 그정도는 약하니까요. 헤헷」

 

유키호 「..제가 죽으면, 제 뇌도 똑같이 꺼내서

프로듀서랑 같은 수조 안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유언대로 지하 방공호 속에 저장하는 거에요. 

그리고 영원히..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평생 함께할 꺼에요.

평생 평생 평생 평생평생..」 

 

유키호 「헤헷.」

 

 

엔딩.3 

이오리가 잠시 병실 밖을 나간 후, 한참을 울던 야요이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 이어지는건, 괴상한 웃음 소리. 

 

야요이 「..바보 같은 년. 킥킥」

 

야요이 「..가상 현실 같은걸 믿다니. 저런 년 진짜 드문데..킥킥킥킥

사실은 다 거짓말이랑 뇌파 조작으로 짜고 치는 거짓말인데 킥킥」

 

의사 「참..자기도 악마 같다니까?

어떻게 그렇게 친한 친구를 무자비하게 속일 생각을 다 하고 그런거야?」

 

야요이 「웃우! 그러는 자기야말로 아내 두고서 나랑 바람이나 피구,

나랑 같이 이 사기 짓거리를 폈으니까 죽어서 지옥 갈 꺼라구요?」

 

의사 「에이..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고 자기야..

게다가 나 신천지 믿는다고? 죽으면 천국 100퍼센트 확정이니ㅡ」

 

야요이 「자기야..헤헷」

 

어느새 차갑게 식은 시신 앞에서, 음란하고 추잡한 두 남녀의 입맞춤 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메워간다.

 

 

ps. 오래간만에 짧은 신파극

오래간만입니다 여러분!

이전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지옥 같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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