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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파편 같이 떨어지는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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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9, 2017 10:57에 작성됨.

작년까지만 해도 아름다웠던 당신의 모습과 함께 모든 자취가 사라졌다.

당신이 머물렀던 흔적, 내가 프로듀스한 당신의 흔적들, 한 밤에 나눴던 서로의 온기

이제 프로덕션엔 당신이 있었던 것조차 모르는 듯하다.

 

P " 벌써 눈이 오는 계절이란 게 실감나네. "

 

하루카 " 그러네요, 올해도 눈이 많이 오네요! "

 

P " 교통편이 마비되지 않을 정도로만 말이야 " 히죽

 

하루카 " 시간이 벌써 이만큼.. 먼저 가볼게요~ 너무 늦게 까진 계시지 마세요~ " 쾅

 

P " ㅈㅏ... 빨라. "

 

이젠 다들 톱스타가 되서 그런지 빨리빨리가 몸에 밴 것 같다.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남들에게 최대한 많이 보여야 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P " 이젠 나도 슬슬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려나, 사장님과의 계약도 끝나가고 담당 아이돌은 전부 정점을 찍었고. "

 

코토리 " 손자보고 여한이 없어진 할아버지처럼 얘기하시네요. " 풋

 

P " 안 그래도 서로 나이 먹어가는 처지인데, 자폭은 그만둬주세요. "

 

코토리 " 누...누가 나이를 먹었다고요! 커피 타왔는데 제가 그냥 두 잔 다.. "

 

P " 존경합니다. "

 

코토리 " 하여간 평범하게 얘길 안하신다니까.. "

 

P " 과찬이십니다. "

 

코토리 " 놀리는 거죠? "

 

P " 앗 들킨 건가 커피 들고 도망치긴 어려운데.. "

 

코토리 " 애어른이 따로 없네.. 저기, 창가만 벌써 두 시간째 바라보고 있는데 무슨 생각 하세요? " 후릅

 

P " 모든 걸 이루고난 월급쟁이의 노후대비 상상을 하고 있었죠. "

 

...

P씨는 거짓말만 하는구나.

 

코토리 "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잔업은 남은 거 할 겸 제가 마저 처리해드릴게요. "

 

P " 신이시어... " 도게자

 

코토리 " 쫌, 평범하게! 쫌! 근데 한 번 정도는 거절 먼저 해보심이.. " 눈치

 

P " 자상하신 츙츙신이시어... "

 

코토리 " 이 이상하면 때릴 겁니다. "

 

P " 감사합니다. 금요일 식사는 제가 크게 사겠습니다! "

 

코토리 " 타루키정 말고 다른 곳이요? "

 

P " 최소 사이제리야(패미레스)로 모시겠습니다. 지갑은 충분하니까요. "

 

코토리 " 아 그러고 보니, 월급 막 들어오셨죠.. 가장 강할 때신.. "

 

P " 네, 그런고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고생해주세요~ "

 

코토리 " P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

 

코토리 " (아직도 마음에 담고 계시려나.. 다음 달이면 벌써 내년인데..)

 

덜컥

보고 싶다.. 그런데 어째서 다들 모르는 거지?

 

유독 올해는 첫눈부터 눈이 폭설수준이네.. 낮은 구두 신었는데 눈에 둘러싸인 발이 너무 시리다.

아직 늦은 밤도 아닌데, 새벽마냥 깜깜하다.

 

P " 사람들도 현명하네, 이런 강추위에 칼바람에 폭설 같은 날엔 돌아다니지 않는 게 최고지.. "

 

??? " 오빠. "

 

P " 넌... "

 

??? " 잊지 않아줬구나, 다행이야. "

 

P " 내가 널 어찌 잊겠어... 미나세 이오리. 내 하나뿐인 사랑. "

 

이오리 " 프로ㄷ.. 아니 오빠, 나 너무 추워... "

 

P " 기다려 이오리, 내가 외투 벗어 줄테니까. "

 

이오리 " 언제나 자상해서 좋아. 변함없이 나에게 잘해줘서 고마워. "

 

P " 당연 난 너라면 어떤 일이든 어떤 곳이든 같이 갈 거야. 약속할게. 그러니 떠나지마. "

 

이오리 " 그러지마... 난... "

 

P "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해낼 테니까. "

 

이오리 " 어떤 거라도...? "

 

P " 약속할게. "

 

이오리 " 미나세 가문이 우릴 갈라놔도 오빠만큼은 날 위해 뭐든 이뤄주었지.. 난 믿어. "

 

이오리 " 잠깐 걸을래? "

 

P " 이렇게 다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기쁘다. "

 

이오리 " 이렇게라도 오빠와 다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나도 기뻐. "

 

...?

어째선지 오랜만에 만난 이오리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기쁜듯하면서도 슬픔이 담겨진 표정. 촉촉한 눈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사랑스러운 그녀는 어째선지 기쁨 말고도 다른 복잡한 감정도 있는 듯 하다.

 

이오리 " 우리 처음 사귀던 날 기억나? "

 

P " 윽.. 갑자기 분위기 타던 사이에 그런 걸.. 난 말 못해. "

 

이오리 " 나 춤 담당은 아니어서, 춤 못 췄는데. 어느 날 트레이닝 차림의 날 보고 뜬금없이 고백했잖아. "

 

이오리 " 그것도 되게 어설픈 멘트로 말이야. " 니히히

 

P " 아악! 그만해! 이 이상은 안 돼! "

 

이오리 " 덩.실.거.리.는.게.귀.여.워.서 " 샐쭉

 

P "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 절규

 

이오리 " 여전히 반응 재밌네~ 오빠도 변한 게 없구나? "

 

P " 너도 정신공격 하난 끝내준다니까. 방금 건 꽤 컸다. "

 

P " 그러는 너도 데이트 첫 날엔... "

 

이오리 " 자, 잠깐 뭘 말하려는 거야? 난 숙녀라고! 실례야! "

 

P " 팬케이크 만든다 해놓고 가져온 게 접시위엔 초록 쑥떡같이 생긴 무언가를... " 히죽

 

이오리 " 그만!그만!그만! 변태!바보! " 꺅꺅

 

P " 이렇게 만담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정말 그리웠어. "

 

이오리 " 나도. "

 

이오리의 손을 꼭 잡았다.

더 이상은 놓치지 않도록... 널 위해 뭐든...

어디든 함께, 어디든 따라갈 수 있도록...

더는 놓치지 않아. 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인연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하니까.

 

이오리 " 그러고 보니 올해 첫 눈이네, 무척 예쁘게 오고 있어. "

 

P " 정말이지 첫눈부터 성대하게 내려줘서 분위기 좋더라고. 게다가 이오리와 함께 걸어서인지 더 좋네. "

 

이오리 " 부끄러우니까.. 너무 그러진 마." 수줍

 

P " 우리 영원히 함께 있지 않을래? "

 

이오리 " ... "

 

P " 이오리? "

 

이오리 " 정말..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 "

 

P " 당연한 얘기지. 꼭 남자니까가 아니고 너와 평생 있고 싶어. "

 

이오리 " 그렇다면.. 내 마지막 모습 기억해? " 울먹

 

P " 이오리.. 왜 우는 거야? "

 

으윽 갑자기.. 왜 이리 아픈 거지

머리가..

 

( 이오리 " 오빠.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네. " )

( P " 시간 엄청 빠르지, 매 순간이 좋아서 그런가? " )

( 이오리 " 이, 이, 어깨로 오는 나쁜 손! 나쁜 손! )

( P " 악, 미안! 미안. " 웃음 )

( 이오리 " 올해 마지막 눈 오는 날까지 음흉한 짓이나 하고.. 풉, 하여간. " )

( 이오리 " 여기 앉아있어 변태 멍멍이, 따뜻한 커피 사올 테니까~ " )

( P " 여신님 사랑합니다! " )

 

끼이이이이이익

콰가가가가가각

콰아아악

 

올해 초 마지막 눈 내리던 날... 화물트럭은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좌회전 도중 넘어가버리면서 빠르게 미끄러지며

 

 

 

 

이오리가 들어간 카페를 향해 돌진했다.

 

도로를 찢어 버릴 듯 한 파편 음과 함께 거대한 화물 트럭은 자그마한 카페를 산산조각 내기엔 충분했다.

난 앞의 도로 신호가 어찌되든 신경 쓸 틈도 없이 달려갔다. 매캐한 연기와 흩날리는 쓰레기들, 부서진 카페는 지붕도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 마지막 눈을 쌓아주고 있었다.

 

멀리 있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내 사랑 이오리. 지금 내가 구해줄게.

 

이오리 " 와...줬구..나... "

 

P " 기다려, 말하지 마 지금 구해줄게. "

 

이오리 " 응... "

 

여러 파편들을 치워냈다.

 

이오리는 처참한 상처와 함께 피를 흘리고 있었다.

 

P " 기다려 이오리, 내가 외투 벗어 줄테니까. "

 

눈이 내리고 있는 추운 날이니 당연히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겉옷으로 감싸주었다.

 

P " 이제 구급차 부를 테니 괜찮아. " 여기 ㅡ 인데요 ㅡ...

ㅡ... ㅡ...

이오리 " ...오빠. "

 

이오리 " 미..안해... 너무 추워.. "

 

P " 그런 말 마. 구급차 불렀으니까 병원가면 괜찮아. 나 보고 있어. 꼭 정신 차려! 제발! "

 

이오리 " ... "

 

이오리 " 듬직해.. "

 

P " 이제 알았냐고... "

 

이오리 " 있잖아.. 사랑해.. "

 

P " 알고 있어. 나도 사랑해 진심으로. "

 

이오리 " 울..지마.. "

 

P " 누가 울었다고 그러냐. 괜찮아질 텐데. "

 

이오리 " 그렇지.. 나 괜찮아지겠지..? " 울먹

 

P " 그래, 곧 데리러 올 거야 좀만 참아.. "

 

이오리 " 오빠.. 딴 여..자 만나.. "

 

P " 나 너랑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테니까, 절대 죽지 마 용서 안할 테니까! "

 

이오리 " 고집불통이야.. "

 

이오리 " 바보야. 그런 말은.. 나한테 반지 끼..워줬던 날 하라고.. " 울먹

 

P " 내가 지금보다, 그래, 더 좋고 비싼 걸로 사줄게. 멋지게 프러포즈도 할 테니까. "

 

이오리 " 알맹이만..큰 건.. 싫어.. 마음이 담긴 거면.. 족해.. "

 

P " 물론이야. "

 

구급차다.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P " 이오리 구급차가 왔어! "

 

이오리 " 눈이 하얗게 내리네..? 예쁘다.. 오..빠 사랑해. "

 

P " 그래, 우리 올해 첫 눈이 오늘날도 함께 있자. 아니,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거야.. 그러니.. 제발.. "

 

이오리 " 같이.. 미..안.. "

 

이오리 " ... "

 

구급대원1 " 환자분? 환자분! 정신차리세요! "

 

구급대원2 " 이송해! 병원으로 옮겨! "

 

병원으로 옮겨진 이오리는 끝내 숨을 거뒀다.

모든 조치가 취해진 뒤, 미나세가 전용 병원으로 갔지만 이미 이정도로 다쳤으면 어떤 병원이든 살릴 수 없다고..

미나세가의 가족들은 원망할 법도 한데 어째선지 내 탓을 하진 않고, 위로해주었다.

차라리 때려주었으면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내 마음이 더 고통스러웠다.

장례식은 성대히 이루어졌고.. 난 장례식장에서 몇 날 며칠을 먹지 않은 채 울다 쇼크로 쓰러진 뒤 일상으로 복귀했다.

 

P " ... "

 

이오리 " 이제 기억나? "

 

P " 그랬지, 이오리... 잊어버렸네. "

 

흘러들어오듯 들어오는 기억의 형태들이 이전의 기억들을 모두 살려준 기분이었다.

 

이오리 " 있잖아, 여기 말이야. 이곳 기억나? "

 

꽤 많이 걸어왔네.

내가 이 곳을 모를 리가 없다.. 나의 모든 슬픔이 담긴 장소.

 

P " 보내고 싶지 않은 널 보내야만 했던 슬픈 장소지. "

 

이오리 " 난 올해 첫 눈이 오는 날 오는 약속을 지켰어... "

 

이오리 " 날 위해 모든 해주겠다던, 그 착한 오빠.. 욕심이지만 부탁이 있어. "

 

P " 그래, 이제 와서 뭐든 못하겠어. 볼 수 없던 너를 볼 수만 있다면 하겠어. " 으쓱

 

이오리 "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 니히히

 

이오리 "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영원히 함께 있자. "

 

P " 나도 사랑해, 외롭지 않게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

 

 

 

 

나는 다시 지어진, 지금은 닫혀있는 카페 앞에 섰고. 이오리는 내 앞으로 다가와 발꿈치를 들고, 키스를 해주었다.

달콤한 시간과 함께 나는 이오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그 때와 같은 좌회전에 실패한 화물트럭이 나를 향해 덮쳐오지만, 그래.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난 이오리와 영원히 같이 있을 테니까.

 

내 몸은 트럭에 치여 멀리 날아갔다.

유리파편 같이 떨어지는 눈에 비친 이오리의 모습은 울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날 안아주며, 귓가에 대고 나에게 영원의 맹세와 사랑을 속삭여주었다.

 

ㅡ 끝

 

 

문과인데 문과감성 마저 짜낼게 없다보니 살짝 행복한 시절 연인과 나눴던 대화가 섞이네요.

간만에 쓴 해피엔딩..? 이라 많이 어색하지만 재밌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 앞부분에 뒷 내용 유추할 부분이 많아서 복잡함 없이 나름 라이트하게 작성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외투 부분이라던가 외투 같은 부분은 P의 이오리를 향한 변치 않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써서

어 중간부분이랑 뒷 부분이랑 거의 비슷하네? 라고 느끼실수도 있습니다.

 

그럼, 언젠가 또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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