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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P "아나스타샤와 함께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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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7 22:08에 작성됨.

~휴게실~

 

미오 “그러고 보니 내일이었지? 겨울P랑 놀러가는 거.”

아냐 “Да(네). 그래서 오늘은 일찍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키 “흐흥~ 나도 따라 가고 싶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날 백야 따라가지 말걸.”

아냐 “내일은 프로듀서랑 저만 갈 거예요♪ 프로듀서랑 단 둘이 있는 건 오랜만이니까요.” 후훗

시키 “근데 내일 어디 갈지는 정했어? 백야가 정하려나?”

아냐 “으음. 프로듀서, 약속시간이랑 장소만 말했어요.”

 

벌컥!

 

란코 "얘기는 전부 들었다! 눈의 요정이여!" 파앗!

미쿠 "겨울P랑 데이트 하러 간다는 게 사실이냥!?"

 

미오 "미쿠냥! 란란!" 헛!

시키 "오호. 벌써 소문 퍼진 거야?"

아냐 "?"

 

아냐 "Нет(아뇨). 이번 주말에 프로듀서랑 놀러가기로 한 거예요."

아냐 "프로듀서가 저만 두고 미오랑 시키랑 같이 외출했었거든요."

아냐 "그래서 이번엔 저하고만 같이 나가기로 한 거예요♪"

 

미쿠 "무르다냐아아아아아아앙!!"

아냐 "!" 깜짝

 

미쿠 "남녀가 단둘이 주말에 외출! 그게 바로 데이트다냥!"

미쿠 "프로듀서랑 아이돌이 데이트를 하는 건 둘째 치고, 그런 태도로 임하는 건 무르다냥!"

 

아냐 "그런…… 건가요? 미오. 이건 데이트인가요?"

미오 "으음. 그런 끈적한 의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남들이 보기엔 데이트겠지."

시키 "어쩌면 스캔들 나기 딱 좋은 상황일지도. 공적인 관계라고 둘러대기도 좋겠지만."

미오 "겨울P가 그런 일은 확실히 할 테니까 괜찮을…… 우와앗!"

 

아냐 "어, 어쩌죠? 저 그런 생각은……." 화아악

아냐 "그냥 놀러가는 게 아니라 데이트……. 프로듀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미오 "아냐의 얼굴이 완전 빨개졌어!"

미쿠 "이럴 줄 알았다냥. 어쩔 수 없이 미쿠가 나서겠다냥!"

란코 "이 몸에게도 맡겨라!" (저도 도와줄게요!)

 

란코 "흑백의 기사에게서는 이미 여러 번 마력을 공급받았다." (겨울P에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란코 "지금이야 말로 그 힘을 개방할 때! 순백의 연회를 준비하라, 눈의 요정이여!" (이젠 제가 도와줄 차례예요! 데이트는 걱정 마, 아냐!)

 

미쿠 "데이트 코스는 정한 거냥?"

아냐 "저, 이런 거 가본 적이 없어서……." 도리도리

미쿠 "모른다고 이끌어주기만 기다리면 안 되는 거냥! 당장 검색이다냥!"

란코 "마음 속 깃든 소망, 노스텔지아가 이끄는 곳으로!" (분위기 있는 장소로 가는 거야!)

아냐 "어, 어……. 잠시만요……." 허둥지둥

 

미오 "뭔가 일이 커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들 도와주니까 다행이네."

시키 “글쎄. 내 생각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미오 "으음. 그런가. 겨울P가 아냐 좋아하는 거, 우리 둘만 아는 거니까. 란란이랑 미쿠냥은 어디까지나 흥미 본위겠지."

시키 "아냐의 반응도 그렇고. 이건 저 둘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큰일이 될 거야. 사실 저 둘이 조력하는 시점에서 이미 큰일이지."

미오 "아, 맞다. 아냐한테 이상한 말 가르친다고 겨울P가 껄끄러워 하는 멤버구나."

시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시키 "있잖아~ 거기 두 사람~"

미쿠 "무슨 일이냥?"

란코 "현자의 안목으로 지혜를 빌려주려는 건가?" (시키도 도와주려고요?)

시키 "으응~ 그런 건 아니고~"

 

시키 "그렇게 옆에서 도와주는 두 사람의 연애 경험은 어떤지 궁금해서~ 직접 데이트 해본 코스를 추천해 주는 거야?"

 

미쿠, 란코 "……."

 

미쿠 "미, 미쿠는 모두의 아이돌이니까! 그런 건 소속사를 통해 물어보라냥!"

란코 "예로부터 전해진 금단의 마도서에 적힌 대로 이행하면…… 그게, 그러니까!" (순정 만화는 많이 읽어봤지만…… 그게, 그러니까!)

 

미오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네. 하아. 있잖아, 아냐? 응?"

아냐 "프로듀서랑 데이트…… 데이트…… стыдно……" 두근두근

미오 "제일 심각한 문제가 여기 있었네. 으음……."

 

 

~사무실~

 

타닥타닥

 

겨울P “……후우.”

치히로 “왜 그렇게 한숨이세요?”

겨울P “센카와…… 씨.”

치히로 “아냐 때문인가요?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겨울P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본질적으론, 제 탓이겠죠.”

 

겨울P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못하고, 거절도 못 하는…… 찌질함.”

겨울P “몇 번이나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한심한 태도.”

겨울P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든, 쓰레기 같은 과거…….”

 

치히로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겨울P “비관적이니까요. 현실이. 나이 차이만 봐도…… 남들은 원조교제로, 볼 겁니다.”

치히로 “아냐는 학생이고 프로듀서님은 사회인이니까요. 보호자로 보일 수도 있죠.”

겨울P “제 외모 때문에, 오해를 살지도…….”

치히로 “프로듀서님은 실제로는 좋은 사람이잖아요. 그건 아냐가 제일 잘 알아요.”

겨울P “아무리 그래도, 프로듀서랑 아이돌이…….”

치히로 “아이돌이니까 프로듀서로서 함께 하는 거죠. 왜 자꾸 핑계를 찾으세요?”

겨울P “역시…… 이제 와서 이런 건, 핑계겠죠.”

치히로 “네. 근무시간에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면서 하실 말은 아니네요.” 힐끔

겨울P “그런 게 아니라, 사과의 뜻으로, 아나스타샤가 가보고 싶을 만한 곳을…….”

치히로 “그게 데이트 코스예요.”

겨울P “네…….”

치히로 “하아. 저기요, 프로듀서님. 적당히 좀 해주세요.” 한심

 

치히로 “평소엔 뭐든지 척척 알아내고, 무서울 정도로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시잖아요.”

치히로 “근데 아냐 앞에서만 이렇게 약해지시면 어떡해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를 않나.”

치히로 “이러니까 뒤에서 노예니 애완동물이니 하면서 놀리는 거라고요.”

치히로 “어렵게 생각하지 마요. 아냐는 그냥 프로듀서님이랑 놀러가고 싶은 거예요.”

치히로 “‘사과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건 아냐가 원하지 않아요.”

치히로 “프로듀서님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겨울P “…… 모를 리가요.”

치히로 “그럼 아는 대로 행동하세요. 평소처럼.”

겨울P “센카와 씨는, 아시잖습니까. 제가 어떤 놈인지.”

 

치히로 “알죠. 화려한 무대 뒤에서 사람을 패고 다니는 전직 해결사 현직 프로듀서.”

치히로 “그런데 프로듀서님이 상대한 인간들은 전부 업계의 어두운 면 그 자체 같은 인간들이었어요.”

치히로 “프로듀서님 덕분에 우리 아이돌들은 베개영업이나 야쿠자 같은 일에 휘말리지 않고 순수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치히로 “그런 경우 외에 프로듀서님이 저도 모르는 곳에서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나요?”

 

겨울P “없습니다. 그건, 맹세할 수 있습니다.”

치히로 “그럼 됐어요. 아무도 프로듀서님을 비난 안 해요. 못 해요.”

겨울P “하지만, 그 아이들이…… 아나스타샤와 미오가 알게 되면…….”

치히로 “그건 나중 일이죠! 하나만 대답하세요. 아냐와의 데이트, 가기 싫은가요?”

겨울P “가고 싶습니다.”

치히로 “즉답. 그럼 지금은 거기에만 신경 쓰세요.”

 

달칵

 

치히로 “시키? 무슨 일이에요?”

시키 “백야한테 할 얘기 있어서 왔는데.”

겨울P “뭔 일이야?”

시키 “그게 말이지~”

 

 

~휴게실~

 

미쿠 “이걸로 완성이다냥!”

란코 “이것이 내일의 연회를 성공으로 이끌 비장의 술식!” (데이트 코스 완성이에요!)

아냐 “Спасибо(고마워요). 미쿠, 란코.”

미쿠 “맘 같아선 미쿠가 따라가고 싶지만, 내일 일이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다냥.”

란코 “무운을 빌겠다. 어둠에 삼켜져라!” (나도 돌아갈게. 힘내, 아냐!)

 

미오 “끝났구나. 뭔가 엄청난 작전회의였어.”

아냐 “Да. 그래도 이거면 프로듀서, 즐거워 해주겠죠?”

미오 “아냐랑 같이 하면 뭐든 즐거워 할 거야. 표정이 한결 같아서 티는 안 나겠지만. 그보다.”

아냐 “?”

미오 “아냐는 괜찮아? 아까 엄청 당황했잖아. 데이트라는 말에.”

아냐 “…… 그런 건 생각 못 했어요. 이게 데이트였다니.”

 

아냐 “프로듀서, 그래서 망설였던 걸까요. 프로듀서랑 아이돌은 이러면 안 되니까.”

아냐 “저, 프로듀서를 불편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내일도…… 자신이 없어요.” 시무룩

아냐 “미쿠랑 란코, 열심히 도와줬지만, 제가 프로듀서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미오 “꼭 즐겁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을까?”

아냐 “что(네)?”

 

미오 “미안함으로 인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 지금 아냐의 생각은 이런 거지?”

미오 “겨울P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 거야. 데이트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 하는 게 아니잖아.”

미오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오 “열심히 계획을 짰으니까 아냐가 리드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라는 거지.”

 

 

~자취방~

 

아냐 ‘미오는 그렇게 말했지만 역시 부담돼. 처음엔 몰랐는데 데이트라고 인식하니까…….’

아냐 ‘이런 생각하면 프로듀서에게 실례일 텐데. 두근거려서 잠도 안 와.’ 뒤척뒤척

아냐 ‘벌써 시간이 이렇게……. 자야 하는데…….’

 

 

~다음 날~

 

아냐 ‘결국 못 자고 말았어요…….’ 퀘엥

아냐 ‘피곤하지만 얼른 준비해야 돼. 프로듀서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벌떡

 

아냐 ‘씻고 옷 갈아입고 아침은 간단하게. 밖에 나갈 때는…… 왠지 뒤돌아보기 싫어져.’

아냐 ‘아무도 없이 휑하니까. 외로워. 평소에는 프로덕션에서 모두를 만나겠지만.’

아냐 ‘오늘은 아니야. 프로듀서를 만나기 전까지는 혼자. 약속시간은 남았지만, 집에 있기 싫어.’

 

달칵

 

아냐 ‘약속장소에 가도 아직 아무도 없겠지. 그 때까지는 뭘 해야 할까…… 어?’ 우뚝

아냐 “프로듀서?”

 

겨울P “……일찍, 나왔네.”

아냐 “프로듀서는 여기 왜……?”

겨울P “눈이, 일찍 떠져서. 시간도 남았고,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것보단, 함께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혹시, 불편했을까?”

아냐 “Нет(아뇨)! 좋아요. 저도, 프로듀서를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겨울P “그럼, 조금 일찍 움직이자. 차 갖고 왔어.”

아냐 “Да!”

 

아냐 ‘신기해. 마치 나를 기다려준 것처럼, 마법 같이 나타났어.’

아냐 ‘나는 항상 이렇게 프로듀서에게 받기만 해……. 그럼 오늘 만큼은.’

 

아냐 “프로듀서!”

겨울P “……?” 우뚝

아냐 “저, 가고 싶은 곳 있어요.”

 

 

~고양이 카페~

 

고양이 “야옹~ 야옹~” 냥냥

 

아냐 “이거 봐요, 프로듀서! 정말로 귀여워요.” 만질만질

겨울P “응.”

아냐 “프로듀서도 кормить…… 먹이 줘보세요.”

겨울P “난 됐어. 네가 줬으니까.”

아냐 “그럼 쓰다듬어 볼래요? 여기.” 스윽-

겨울P “…… 그럼, 한 번만.” 슬쩍

 

고양이 “!” 흠칫

고양이 “샤아아!”

 

샤악!

 

아냐 “프로듀서!? 괜찮아요?” 다급

겨울P “응. 손 뺐어. 다치지 않았으니까, 걱정 마. 익숙해.”

아냐 “익숙하다니요?”

겨울P “…… 원래, 동물들이 싫어하거든. 나를.”

 

겨울P ‘아마 이 녀석들은 감으로 아는 거겠지. 내가 위험하다는 걸.’

겨울P ‘산에서 맹수를 만나도 도망쳐주는 건 고맙지만, 이럴 땐 좀 문제네.’

겨울P ‘미움 받는 건 익숙해도 지금은 아나스타샤가 있으니까…….’

 

아냐 ‘전혀 몰랐어. 그런데도 프로듀서는 나에게 맞춰주려고…….’

아냐 ‘정장에 털이 묻었는데 떼어내지 않아. 일부러? 내가 신경 쓸까봐?’

아냐 ‘프로듀서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 걸까.’ 우울

 

겨울P ‘슬퍼하고 있구나. 나 때문에. 내가 이런 놈이라…….’

아냐 ‘Нет! Нет! (안 돼! 안 돼!) 오늘은 이러면 안 돼! 내가 프로듀서를 이끌어줄 거니까!’

 

아냐 “다른 곳으로 가요, 프로듀서. 이번엔 분명 즐거울 거예요.”

겨울P “어, 응.”

 

겨울P ‘열심히 하는구나. 내가 뭐라고…….’

 

 

~영화관~

 

겨울P “영화…….”

아냐 “예매도 했어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래요.”

겨울P “광고 봤어. 근데…….”

아냐 “왜 그래요?”

겨울P “아니. 팝콘이랑 음료, 먹지 말자고. 곧 점심이니까.”

아냐 “Да. 나중에 맛있는 거 먹어요.”

 

 

 

 

 

아냐 ‘재미없었어…….’ 시무룩

아냐 ‘평소에 프로듀서가 추천해준 작품들이랑 비교하면…….’

아냐 ‘아마 프로듀서도 같은 생각이겠지. 어쩌면 처음부터 알았을지도.’

 

겨울P ‘내 이럴 줄 알았지. 요즘 일본 영화들 형편없으니까. 센스가 최악이야.’

겨울P ‘어쩐지 요란할 정도로 광고를 찍더라니. 그렇게라도 해야 흥행할 거라고 봤겠지.’

겨울P ‘일본에 온 뒤로 가장 괴로웠던 것 중 하나가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거였는데.’

겨울P ‘하필이면 이걸 아나스타샤랑 같이…….’

 

겨울P “점심, 먹으러 갈까?”

아냐 “아…….”

 

아냐 ‘그러고 보니 나, 프로듀서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몰라.’

아냐 ‘꽤 오래 함께 했는데,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실제로 아는 건 전혀 없어.’

 

겨울P “아나스타샤.”

아냐 “!”

겨울P “근처에, 정식 집에 가지 않을래?”

아냐 “…….” 끄덕

 

겨울P ‘어설퍼. 시키가 말해준 대로야. 지식이 없는 애들끼리 즉석으로 짜낸 계획이니까.’

겨울P ‘열심히 하려는 건 알겠지만, 아쉽게도 아나스타샤에게 누군가를 이끌만한 힘은 없어.’

겨울P ‘그래도 이게 아나스타샤가 원하는 거라면.’

 

겨울P “식사 후에, 하고 싶은 건 없어?”

아냐 “…… 쇼핑이요.”

 

 

~백화점~

 

아냐 “이거 봐요, 프로듀서. 이 브랜드!” 반짝반짝

겨울P “후타바 씨랑, 모로보시 씨가 제휴했던, 그거네.”

아냐 “홋카이도에서의 일이 떠올라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아냐 “길을 걷고 있는데, 프로듀서가 먼저 말을 걸어왔죠.”

아냐 “아이돌을 소개해주면서 이 브랜드의 광고를 보여줬어요. 안즈와 키라리의 광고.”

아냐 “좋아하는 브랜드를 광고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아이돌은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아냐 “이 광고도 우리의 추억이네요♪” 후훗

 

겨울P “선배에게, 감사하고 있어. 출장에 따라갔다가, 너를 만났으니까.”

겨울P “그 광고도, 선배가 기획한 일이었고. 이후로도, 여러 도움을 받았지.”

 

아냐 “저도 가을P에겐 Спасибо, 고마워요. 하지만 프로듀서에게 너무 일시키는 건 싫어요.”

겨울P “그건, 내가 일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아냐 “프로듀서는 이럴 땐 가을P 편만 드네요. 아냐의 걱정은 필요 없는 건가요?”

겨울P “그게 아니라, 그건, 그러니까…… 걱정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아냐 “후후. 프로듀서는 이럴 땐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 키득

겨울P “……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아냐 ‘다행이야. 이번에는 프로듀서도 불편하지 않은 것 같아.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 안심

 

아냐 “프로듀서의 모자도 여기서 샀어요. 정말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겨울P “좋아. 정말로. 이 모자 덕에, 여름을 버텼어.”

아냐 “그럼 새 모자 살까요? 그 모자는 여름용이니까, 이제 겨울용으로.”

겨울P “그럴까……. 잠깐.” 스윽-

아냐 “?”

겨울P “조용히.” 쉿

 

겨울P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고 있어. 눈치 챈 사람도 있는 것 같고.’

겨울P ‘역시 휴일에 백화점은 위험했나. 어떻게든 슬쩍 빠져나가야 할 텐데.’

겨울P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좋아하고 있는데…….’

 

아냐 ‘프로듀서? 어딜 보고 있는 거지? 사람들?’ 두리번두리번

아냐 ‘들킨 걸까. 나, 눈에 띄니까…….’

 

아냐 “프로듀서. 우리, 이만 나가요.”

 

 

~주차장~

 

터벅터벅 터벅터벅

 

겨울P “일찍, 나와 버렸네.”

아냐 “…….”

겨울P “시간이 남았어. 잠시 쉬었다 갈까?”

아냐 “…….”

겨울P “어디 또, 가고 싶은 곳은, 없어?”

아냐 “…….”

 

겨울P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보통은 아나스타샤가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겨울P ‘그만큼 상실감이 큰 거겠지. 뭐라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체…….’

 

아냐 “Извините.”

겨울P “…….” 우뚝

아냐 “미안해요. 프로듀서.”

 

아냐 “오늘은 프로듀서가 곤란해 하는데도, 억지로 만났어요.”

아냐 “그래서 저, 프로듀서를 어떻게든 즐겁게 해주고 싶었어요. 서툴지만 미쿠랑 란코에게 도움 받아 열심히 하려 했어요.”

아냐 “하지만…… 안 됐어요. 저한텐 무리였나 봐요. 프로듀서의 휴일, 망치고 말았어요.”

아냐 “미안해요…….”

 

겨울P “아니야.”

아냐 “……?”

겨울P “너 때문이, 아니라고.”

 

겨울P ‘처음부터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확실히 했어야 됐어. 내 잘못이야.’

겨울P ‘네가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는지, 나 또한 얼마나 오늘을 기대했는지 알고 있으면서.’

겨울P ‘선택하기 무서워서 너에게 부담을 씌워버렸어. 사과해야 하는 건 나야. 그렇지만.’

겨울P ‘지금은 그런 것보다…….’

 

.

.

.

 

달칵

 

치히로 “시키? 무슨 일이에요?”

시키 “백야한테 할 얘기 있어서 왔는데.”

겨울P “뭔 일이야?”

시키 “그게 말이지~ 아냐가 지금 엄청 고민하고 있어서~”

겨울P “아나스타샤가? …… 센카와 씨.”

치히로 “네네. 잠깐 쉬다올 테니 편히 얘기하세요.”

 

끼익-

 

겨울P “얘기해 봐.”

 

시키 “심각한 건 아니고 내일 일 때문이야. 데이트 코스를 짜는 중이거든.”

시키 “미쿠랑 란코가 바람을 넣었다고 할까~ 덕분에 아냐는 일시적인 쇼크 상태에…….”

시키 “그런 상황.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하러 왔어. 옆에서 보기만 해도 엄청 어설프거든.”

 

겨울P “괜한 상황이 만들어졌군. 알려줘서 고마워.”

시키 “너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이제 어쩔 거야?”

겨울P “조사하던 코스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워야겠네.”

시키 “백야가 정하는 코스가 훨씬 재밌을 것 같은데. 그냥 그걸로 가지.”

겨울P “아나스타샤의 배려를 무시하긴 싫어. 어설프더라도 그 아이를 따라갈래.”

시키 “흐응~.”

겨울P “왜 그래?”

시키 “나랑 백야는 통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시키냥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거든.”

 

시키 “남을 배려한다느니 호의를 받아들이겠다느니. 나쁜 건 아니지만 그거 때문에 내 주장을 굽히긴 싫어. 아이돌 활동도 그렇잖아?”

시키 “팬들이 보고 싶은 건 ‘내’ 모습이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굽히는 걸 원치는 않을 거야. 무엇보다 그렇게 해야 내가 즐거우니까.”

시키 “그래서 의문이 좀 드네. 그런 식의 데이트를 하면 백야는 과연 즐거울지. 그런 백야와 함께하면 아냐는 즐거울지.”

시키 “그냥 그런 생각♪ 배려라고는 없는 시키냥의 말이니까 너무 맘에 두진 마~”

 

.

.

.

 

겨울P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어. 너의 첫 번째 팬으로서, 그 모습이 보고 싶어.’

 

겨울P “아나스타샤. 네가 하고 싶은 건, 뭐야?”

겨울P “네가 좋아하는, 지금 하고 싶은 일. 그걸 하자.”

 

아냐 “제가 하고 싶은 일……. 하지만 오늘은 프로듀서를…….”

겨울P “나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너와 함께 즐겁고 싶어.”

아냐 “……!”

 

.

.

.

 

미오 “미안함으로 인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 지금 아냐의 생각은 이런 거지?”

미오 “겨울P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 거야. 데이트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 하는 게 아니잖아.”

미오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오 “열심히 계획을 짰으니까 아냐가 리드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라는 거지.”

 

.

.

.

 

아냐 ‘미오의 말. 이런 뜻이었군요. 프로듀서만이 아니라, 나만이 아니라 함께 즐거워지는 일.’

아냐 ‘내가 지금 가장 프로듀서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건 프로듀서를 아는 것. 프로듀서와 같이…….’

 

아냐 “프로듀서와 같이, 걷고 싶어요.”

 

 

~공원~

 

아냐 “прохлада……. 바람이 시원해요.”

겨울P “가을이니까. 구름 없이, 맑고, 높은 하늘이 좋아.”

아냐 “хорошо. 좋은 날이네요. 프로듀서에게 특히.”

겨울P “응. 난, 더위에 약하니까.”

아냐 “저도요. 프로듀서만큼은 아니지만, 더운 것보다 추운 것에 강해요.”

겨울P “러시아, 홋카이도. 네가 자란 곳은, 전부 추우니까. 난, 그런 곳이 좋지만.”

아냐 “프로듀서가 태어난 곳은 어땠나요?”

겨울P “내가 태어난 곳…….”

 

겨울P “어린 시절은, 잘 기억 안나. 생일도, 고향도. 거의 다.”

겨울P “그래도, 추측해 보면 고향 정도는, 알 수 있어. 아마 강원도라는 곳, 이었을 거야.”

겨울P “겨울이면,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 눈이 많이 내려서, 폭설 피해도 있지.”

 

아냐 “프로듀서가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겨울P “오이냉국.”

아냐 “저도 좋아해요. 그거 아나요? 러시아 요리에는 오이가 많이 들어간다는 거.”

겨울P “러시아 요리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신기한 우연이네.”

아냐 “아즈마시이.”

겨울P “그건…… 사투리?”

아냐 “Да. 아즈마시이. 홋카이도 사투리인데, 안정된다, 그런 뜻이에요. 미쿠는 러시아어인 줄 알았지만, 프로듀서는 아니네요.”

겨울P “그냥, 그런 느낌이었어.”

아냐 “프로듀서의 감이네요♪ 저, 프로듀서랑 있으면 안정돼요.” 후후

겨울P “나도, 너랑 있으면 안정돼.”

아냐 “우리, 역시 닮았네요.”

겨울P “그런 걸까.”

아냐 “분명 그래요. 말이 조금 어눌한 것이나,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것도.”

겨울P “나는 너처럼, 아름답지는 못 해.”

 

겨울P ‘너와 달리 나쁜 녀석이고, 너와 달리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려.’

겨울P ‘우연히 공통점이 있을 뿐 나는 너와 달라. 내가 너와 닮았다는 건, 너에게 실례야.’

 

아냐 “프로듀서가 말하는 красота. 아름다움이란 뭔가요?”

겨울P “세상을 바꾸는, 매력.”

 

겨울P “요즘은 그저, 재밌는 것, 자극적인 것. 그런 것들이 인기를 끌지만, 나는 별로야.”

겨울P “섹시 컨셉 같은 걸, 싫어하는 이유도 그래서겠지. 지금까지의 인생이, 너무 자극적이었으니까.”

겨울P “그래서, 의미를 주는 것, 생각하게 하는 것, 그런 게 좋아.”

 

겨울P ‘그리고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주는 건 상처를 이겨낸 사람의 모습.’

겨울P ‘너와 미오, 시키가 그런 아이야.’

 

아냐 “그럼 프로듀서는…… 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겨울P “내가?”

아냐 “Да. ‘프로듀서’니까요. 제가 데뷔한 날, 프로듀서가 말했잖아요. 저를 굉장한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겨울P “그래. 그랬지.”

아냐 “그 때 уверенный, 확신했어요. 프로듀서는 좋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생각했어요. 프로듀서를 더 알고 싶다고.”

 

아냐 “프로듀서. 저 지금, 정말로 즐거워요. 프로듀서를 많이 알고, 프로듀서도 저를 알아줘서.”

아냐 “이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즐거운데. 너무 어려운 일을 하려고 했나 봐요.”

아냐 “즐거운 것도, 아름다운 것도 함께 이뤄가야 하는 건데. 아이돌과 프로듀서니까.”

아냐 “Большое Спасибо! 알려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요! 프로듀서!”

 

겨울P “그럼,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아냐 “얼마든지요.”

겨울P “가고 싶은 곳이, 하나 있어.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려. 도착하면 밤이겠지만, 그래서 가고 싶어.”

 

겨울P “별이 잘 보이는 장소야. 너랑 같이, 별을 보고 싶어.”

 

아냐 “хорошо! 아, 좋아요! 가고 싶어요!” 활짝

 

겨울P ‘알아보길 잘했네. 정말이지. 이렇게 간단한 일을 뭘 그리 고민했을까. 바보 같이.’ 피식

 

아냐 “!”

아냐 “프로듀서, 두 번째네요.” 후훗

 

겨울P “?”

 

아냐 “처음엔 모자를 받았을 때, 그리고 지금. 프로듀서가 웃었어요.”

아냐 “프로듀서의 표정, 잘 모르겠지만 지금 만큼은 알아요.”

아냐 “저, 더 많이 즐거워졌어요.”

 

겨울P “아직, 더 즐거워져야 하는데.”

아냐 “프로듀서도 함께죠?”

겨울P “물론. 그러니까, 갈까?”

아냐 “가요. Звезда(별)을 보러!”

 

 

 

 

 

 

 

 

 

 

아아 이걸 이제 다 썼네요. 기획은 꽤 오래 전에 했는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제가 쓰면서도 제가 암 걸려 죽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겨울P랑 아냐가 그래요.

근데 잘 되는 순간 가장 즐겁게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도 겨울P랑 아냐입니다.

병 주고 약 주고 아주 잘 한다.

 

처음 구상에서는 그저 '아~ 당뇨 걸릴 만큼 달달한 거 쓰고 싶다~' 이랬는데 정작 써보니까 달달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크네요.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숟갈 추가한 정도?

데이트보다는 자기들끼리 답답하게 구는 걸로 내용이 꽉 차버렸습니다.

덕분에 이 글은 반응이 어떨지 예상이 안 가요;;;;

 

그래도 지금까지 써보지 못한 아냐의 심리묘사를 많이 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냥 알고 있는 수준이었던 정보들도 활용해 봤어요. 데레스테 1컷에서 나온 '아즈마시이'라는 사투리라던가.

 

드라마CD 정보도 그렇네요.

아냐 솔로곡 CD에 들어간 드라마에서는 러시아어로 정열적인 사랑 고백을 하는 미션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놓고서 부끄러워 하고, 러시아어의 뜻도 어정쩡하게 넘어갔다고 하네요.

'평소에는 순수하게 다가오지만 자각하면 긴장하는 타입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나버린 데이트 코스입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잘 하던 일도 안 되는데, 첫 데이트는 오죽할까요.

겨울P는 겨울P대로 답답하게 굴고.

 

여기서 예상외로 미오와 시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원래 이 에피소드에서 얘네 비중은 0으로 결정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다보니 '인트로엔 들어가도 되겠지' 하게 되고, 또 쓰다보니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줄 애들로 얘네가 제격이더군요.

역시 제가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저를 쓰는 건가 봅니다.

어라? 이거 왠지 러시아식 유머......

 

뭐, 어쨌든 저 커플은 이런 맛으로 보는 겁니다. 답답해 죽다가 마지막에 겨우 한 발짝 나가는 맛.

 

어디서 들었는데 사람의 관계에서 자기 주장은 일정 수치를 보존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50의 주장을 한다면 상대도 50의 주장을 함으로서 100을 이룬다는 거죠. 이 이상을 주장하면 서로 충돌하고 싸워요.

그런데 내가 30의 주장을 하고 상대가 70의 주장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20의 배려를 하고 있는 거죠.

보통 소극적이거나 남의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 겨울P와 아냐는 이보다 더해요.

서로 한 0~10 정도만 주장하는 거죠. 이러면 80 정도가 남아도는데 이게 다 어디로 가냐고요?

지켜보는 사람에게 가는 겁니다. "이것들아! 서로 그만 좀 배려해!" 이런 식의 분노 주장으로.

 

와, 진짜 미오랑 시키는 이것들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옆에서 지켜보며 사는 건지.

존경스럽습니다.

 

후기가 길어졌군요. 어쨌든 봐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거 쓰는 동안 창작이야기판에 올리는 겨울P 썰을 일부러 줄이고 있었습니다. 사계절P의 시초인 만큼 분량은 많이 차지했거든요.

그 동안 봄P가 분량을 차지했는데, 이제 다시 원상복귀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이제 인사드리겠습니다.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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