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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이 가장 끔찍한 질병의 이름은 바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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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5, 2017 23:05에 작성됨.

 

추천 브금 : 치하야 - 초코 푱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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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더티 주의)

 

1.

그것은 가히 고통이였다.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외도하기 위해, 의사의 하얀 의사복으로 눈을 돌린다.

중동인 특유의 짙게 그슬린 외모와는 대조적으로ㅡ 정갈한 백색의 의사복 왼가슴켠을 장식하고 있는 검은 명찰을 마음 속으로 음독하는데 집중해본다.

Abdul Alhazred.. 앱두엘? 대체적으로, 지적으로 보인다는 첫인상과는 달리,

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영어란 학문에 그리 능통하지 못했으므로(사실은, 대부분의 학문에), 이와 같이 특이한 이름의 경우 더더욱 발음하기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뜻 모를 설명들에서 잠시 마음을 벗어나,

병원 복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실개천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면서도, 점차 고조되는 크레센도.

비록 저급한 mp3 파일로 녹화되어, 싸구려 스피커를 통해 재생된 덕에 원곡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퇴색되었을지언정

이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작품번호 67이 분명하다.

보통 '운명 교향곡'이라 알려진 음악이다.

 

음악이 점차 고조되어간다.

음표가 클라이막스로 나아가듯, 내 통증 또한 점차 클라이막스로 올라간다.

이 고통은 마치 비례 법칙처럼, 의자에 앉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깊어진다.

 

벌써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구나.

이것은 불치병과도 같다.

내 마음과 육신 모든 것을 괴롭히고,

그 영혼까지도 파멸로 인도한다.

 

이 간악하고도 참혹하고, 비루한, 가장 끔찍한 질병의 이름은 바로ㅡ

 

의사 「아. 그래서.. 결론적으로 환자 분의 '치질' 상태는 아주 극성 말기입니다..

솔직히, 자연 완치는 어렵고 수술이 필요합니다.

(포인터로 가리키며) 이쪽 부분에서부터.. 이쪽 부분까지 응혈된 살을 절단해야 하는데,

위험성은 크게 없습니다. 물론 잘못되면 괄약근이 평생 늘어져서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지만요.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농담이였습니다.」

 

수술. 그 단어는 마치, 단두대에 오른 루이 앙뚜아네뜨가 처형장을 오르며 보았을

섬뜩한 단두대의 칼날 같이 느껴지는 공포스런 단어였다.

 

치하야「그, 그렇다는 말씀은 제 또ㅇ..아니 항ㅁ..(화끈)

..그 말할 수 없는 부위에 카, 칼을 댄다는 말씀이신가요?」

 

의사 「아뇨.」

 

치하야 「휴우..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가요?」

 

의사 「아뇨 그게 아니라.. 칼이랑 가위도 대야죠. 덤으로 바늘도 댈 껍니다.

자르고 나면 꿰메야 되니까요. 아! 주사도 놔야 하는데 주사기도 여럿 댈 겁니다.

보통 수술하고 나면 이틀은 조금도 못 움직인다고 봐야 합니다.

통증은 한 일주일 갈 겁니다.」

 

치하야 「(식겁) ...」

 

치하야 「제, 제발 살려주세요. 의사 선생님. (비굴)」

 

의사 「휴..그렇다면 치질약으로 노력을 해봐야 되는데..

일단 환자분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일반적인 먹는 약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약들 중에서 골라보세요.」

 

치하야 「가, 감사합니다..(휴우)」

 

그러나 안도의 한숨이 무색하게도, 책상 위에 펼쳐진 '대안'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문득 어제 자정 즈음, 고통 속에 미루어 오지 않는 잠을 달래고자 보았던 중세 유럽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중세 고문 기구 중에,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이름의 고문 기구가 떠올랐다. 많이 고통스럽다고 그랬던가?

하지만 이 약들을 사용하느니,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가는 쪽을 기꺼히 택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의사 「이건 Preparation H 연고인데, (뚜껑 개봉) 이 부분을 그..항문에 넣고 쭉 짜면 되고,

이건 Rection 연고인데, 사용 전에 이 굵은 호스를 끼우신 다음에 부위에 꽂고 짜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Ointment 연고인데, 이건 어떻게 쓰냐면 이 망치 같은 부분을 힘을 줘서 항문에 빡! 하고ㅡ」

 

치하야 「서, 선생님! (버럭)」

 

의사 「예?」

 

치하야 「..그..작은거 없나요? 저 저런 굵은 거를 제..거기다 넣었다가는..

저, 정말로 죽어요. (울먹)」

 

의사 「하..그럼 이건 어떤가요? 최신형 Rection 연고인데..」

 

마치, 미켈란젤로 천지창조에서 신과 손을 맞대려는 아담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의사가 마지막으로 꺼낸 약의 뒤편으로는, 빛나는 천상의 후광이 보이는 듯 했다.

그것은 인공 눈물약만치 작은 사이즈에 전혀 아플 것 같지 않은 형태의 소형 원통형 고무 통에 담겨져 있었다.

 

의사 「사용 방법은 똑같아요. 그리고 약효도 확실해요. 일단 쓰면 고통도 지속 시간만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이게 시제품이라 조금 비싸고, 장내 활동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있고

크기도 작은 만큼 수시로 주입해야 해서 좀 번거로울지도 모르는데..

..그냥 큰거 사서 하루 딱 눈 감고 빡 쑤셔서 쭉 짜시는ㅡ」

 

치햐야 「그거, 그걸로 줘요! 도, 돈은 있는거 다 줄테니까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마치 프랑스로 개선하는 나폴레옹만치 당당하고 가벼웠다.

그래. 이 약이면 키사라기 치하야의 오랜 불치병도 이젠 끝낼 수 있을거야!

이건 계시였다. 신이든 무엇이든가가 내려준, 완쾌라는 천국으로 향하는 계시.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 앞에서 급히 바지를 내리고는,

어느새 피로 얼룩진 그 항ㅁ..을 촉촉한 물티슈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톡톡 정리했다.

그리고 대사를 앞둔 오다 노부나가의 심정으로 크게 숨을 내리쉬며 정신을 집중한 다음,

새로 산 작은 약통을 검지와 엄지에 균등한 힘을 주어 쥐어올리고,

반대손으로 투명하고 작은 뚜껑을 까서 내버린다.

침투 5초전. 4, 3, 2, 1..

 

치하야 「흐읍!」

 

마치 전격과도 같은 짜릿한 감촉이 항..거기 말초신경부터 척추를 지나 정수리를 관통했지만,

아픔은 놀라울 정도로 짧았다.

속옷과 청바지를 다시 걷어올려 집 안에 들어갈 즈음엔ㅡ 

헨리 퓨슬리의 캔버스작 '악몽' 속 여인을 목조르는 악마처럼 내 일상을 괴롭히던 고통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치하야 「유우야.. 나, 드디어 찾았어.. 내 일생의 약을!(눈물)」

 

그 운명의 날 이후로, 난 매일 같이 그 약을 사용했다.

점차 고통이 둔화됨에 따라, 내 일상은 한층 더 환희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매일이 행복하다손 할 만큼 되어갔다. 

허나 누가 알았으리오?

이 선택으로 인하여, 내가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게 될 줄을...

 

 

2.

어쩌면, 승리에 취해 목마를 그대로 성문으로 들였던 고대 트로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고통의 해방이라는 승리에 취해 너무 방심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병원에서 약을 구매한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시점에

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 약을 가지고 아침 일찍 사무소로 출근하였다는 것이다.

 

치하야 「저 왔습니다.」

 

치하야 「..(두리번) 아무도 없죠?」

 

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승리에 취하여, 방심이라는 독약을 스스로 들이켰다.

사무소 탈의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지도 않은 채로

청바지의 단추를 따고 그대로 지퍼를 내려버린 것이다.

 

사실 불가피했는지도 모른다.

그..부위가 이미 고통과 열기로 화끈 달아올라 있었으니까.

문득 지난번 발표했던 곡 'Inferno'가 떠올랐다.

'불지옥'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지금 내 똥X..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난 바지를 내리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주입약을 꺼낸 다음

가랑이를 벌리고 구멍을 그대로 허공에 노출..

ㅡ아아, 치사라기 치하야의 그나마 남은 한 줌의 인권의 존중을 위해 더 이상의 묘사는 지양하겠다.

 

하지만 선 채로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내 X꼬는 히스테릭한 고통의 연속에 의해

익숙할지언정 이물질을 받아들이기엔 수치와 부끄러움이 많았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마침, 탈의실에 놓여 있는 이인용 가죽 쇼파가 눈에 띄었다.

미키가 자주 눕는 자리였다.

미키에게는 꽤나 미안한 일이였지만,

나는 그 쇼파 위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요가의 기본 자세를 취한 다음

작은 약통을 X꼬에 꽂고 그대로 쭉 눌러짜ㅡ

 

하얀 치질약이 몇 방울인가 뚝뚝ㅡ흘러나왔다. 미키가 머리를 눕히는 방향 위로.

미키 미안. 하지만 나도 살아야 되잖니?

 

그런데 그 순간, 키사라기 치하야는 가슴이 철렁이는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굳이 비유하노라면, 4000미터 고공에서 자유 낙하하는 심정이 그와 같았을 것이다.

 

히비키 「자신 왔다죠! 아무도 없어?」(버럭)

 

오 마이 갓! 조잡한 탈의실 철문 아래의 틈새로 비치는 히비키의 그림자를 보노라니,

지금껏 보아온 왠만한 스릴러보다도 더욱 엄청난 긴장과 공포가 느껴졌다.

 

히비키 「어? 탈의실에 누구 있냐죠?」

 

ㅡ끼익! 마치 시간 자체가 왜곡되어 느려지듯, 찰나 1초의 흐름이 마치 수 분과 같이 느껴졌고

내 두 손은 청바지를 허리춤까지 들어올리는데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자크를 잡고 올리는데가, 문이 열리는 순간이였다.

청바지 단추를 닫는데까지의 시간은 제법 여유로워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아 가방에서 음표를 꺼낼 수 있었다.

 

히비키 「아? 치하야 있었네? 뭐하고 있었냐죠?」ㅡ털썩

 

히비키가 내 옆에 앉으며, 내가 질질 흘린 몇 방울의 치질약 방울들의 흔적들을 엉덩이로 지워버렸다.

꽤나 오감이 교차하는 장면이였지만, 나는 별다른 내색 없이 가볍게 대답했다.

 

치하야 「아, 그냥. 일찍 와서 가사 점검 좀 하고 있었어.」

 

히비키 「오오! 역시 치하야는 부지런하구나!

나도 질 수 없다죠! 아이들이랑 같이 더 열심히 힘낼꺼라죠!」

 

치하야 「후훗. 역시 가나하씨 답게 활기찬ㅡ」

 

그 순간, 나는 온 감각을 꿰뚫는 공포스러운 진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 손에 약통이 없다는 사실이였다.

가망 없는 마지막 희망으로, 최후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그것을 내 항X에 꽂은 다음 짜고 있었고,

그 다음에 가나하씨가 들어와서 그냥 자리에 앉았는데..

 

치하야 「...」

 

히비키 「응? 치하야, 무슨 일 있냐죠?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는데?」

 

치하야 「아, 나 잠깐 화장실 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손가락에 평소 쓰던 치질 로션을 듬뿍 바른 다음

그대로 구멍에 직행..관통했다. 

손톱 끝에서 결코 익숙치 않은 묘한, 딱딱한 감촉이 느껴진다.

맙소사.

 

약통이, 내..안에 꽂혀버렸다. 

 

아냐. 아냐 아직 괜찮아! 그, 그건 작다고?

조금만 힘 주면 나올 수 있어. 게다가 약효가 있어서, 지금이라면 X꼬에 힘을 줘도 전혀 아프지 않다니까?

속옷까지 내리고, 마치 자동차 시동을 걸듯 리드미컬하고 섬세하게 항X에 힘을 올려본다.

ㅡ뚝뚝. 변기물에 마치 잉크가 번지듯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버, 벌써?

아냐,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아프진 않잖아?

손가락에 다시 로션을 듬뿍 바르고, 천천히 구멍에 넣어본다. 끝에 무언가가 걸린다.

조, 조금만 더! 응아앗!

 

약통의 홈 부분에 손톱이 걸렸다. 이, 이대로 장 밖까지 끌고 나가기만 하면!

 

히비키 「우갸악!!!」

 

ㅡ날선 비명소리는 당연히 히비키의 목소리였다.

찰나의 순간, 나는 그 비명을 외면함으로써,

내 수치스러운 실수를 이대로 마무리할까, 비록 잠시뿐이였지만 고민했었다.

 

하지만, 소중한 765 프로의 동료가 저토록 처참하고 절박한 비명을 지르는데

어찌 감히 외면할 수 있을까?

그래. 항X 안에 박힌 그깟 작은 약통 따위, 나중에 빼도 되잖아?

 

나는 눈물을 머금고, 통한의 심정으로 바지만 급히 올리고는 바로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가나하씨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가나하씨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다행이구나. 또, 지난번처럼 마미 아미 애새끼들이랑 놀다가 유리병을 깨트려서 베였다던가,

혹은 한심하게 지 개새끼인 이누미에게 처 깨물려서 울부짖고 그런 일은 아니였구나.

대견하다 가나하씨.

아주 그냥 대견해?

 

치하야 「어, 어떤 것 때문에 그렇게 비명을 지른거야 히비키? (부글부글)」 

 

히비키 「그, 그건..(덜덜)」

 

치하야 「그건?」

 

히비키 「그건..그, 그건..」

 

히비키 「...」

 

히비키 「까먹었다죠! 헤헷. (해맑)」

 

치하야 「야 이 시브ㅡ」

 

순간, 귓방망이와 함께 마지막 초성인 ㄹ까지 거침없이 나와버릴 뻔 했지만,

마지막 순간 키사라기 치하야로써의 이성을 간신히 되찾을 수 있었다.

큰일날 뻔 했어 치하야.

하마터면 오늘 사람 하나 잡을 뻔 했다.

 

히비키 「응? 뭐라고 했어 치하야?」

 

치하야 「응 아냐. 그냥 시간 참 빨리 지나간다고..(체념)」

 

그래도 됬어. 이제 이 개ㄴ..아니 가나하상은 내버려두고,

다시 작업을 마무리지으러ㅡ

 

히비키 「응! 정말 그렇다죠!

마침 애들도 다 올 시간이ㅡ」

 

ㅡ벌컥

 

마미, 아미 「마미 왔쩡!」「아미도 왔다궁?」

 

하루카 「어, 치하야짱이랑 히비키짱 미리 와 있었ㅡ(콰당)ㅡ 아구구구..」

 

유키호 「우앗! 괘, 괜찮아 하루카아?」

 

마코토 「데헷. 하루카는 오늘도 넘어지는구나?」

 

타카네 「아아, 실로, 평소와 같은 아름다운 일상입니다.」

 

 

치하야 「....」

 

하필 그 날은, 곧 다가올 단체 콘서트 연습이 있는 날이였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나는 사소한 개인적 복수로써 씻지 않은 손으로 하루종일 가나하씨의 머리를 다듬어주었다.

또 덧붙이자면, 그 날 모든 스케쥴이 끝나고 나서 밤 중에 다시 리트라이 할 때 쯤엔 

이미 내 구멍 속에 단단히 들어간고로, 야속하게도 약통은 빠지지 않았다.

 

Sibal.

 

3.

박힌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갔다.

사실, 몇 가지 사소한 일상의 변화를 제외하곤, 그리 큰 불편거리는 되지 아니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내보내야 될 나의 과오이자 숙제였다.

 

잠시 화제를 돌려, 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먹는 것에 대한 후천적인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후천적 두려움'의 근본적 원인은, 당연하게도 '그 불치병'이다.

굳이 데카르트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먹는다, 고로 싼다. 랄까?

먹으면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나 같은 말기 치질 환자들에게 있어, 이 싼다는 것은 가히 공포스러운 고도의 작업으로써,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게끔 되어 있는 일련의 자기학대적인 행위이다.

 

고로, 근 2주 간은 끝없는 영양제들로써의 연명이였다.

하지만, 사실 그 임시 처방으로도 이젠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러했던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나 또한 사람이였으므로,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고로 내 뱃속엔, 애통하게도 온갖 것들이 가득히 들어있다.

 

치하야 「..무거워..」

 

체중계에 살포시 발을 올려본다.

아즈사씨와 같은 그..거대하고도 불필요하기 짝에 없는 지방 덩어리, 즉 거유(큿) 도 없는

한 없이 말라 비틀어진 몸이건만, 체중계는 예상 수치에 5kg은 초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여유분의 5kg은 무엇인가?

뻔하다. 또ㅇ...'그것'이다.

간단하게, 초콜렛 무스, 내지는 '초콜렛 퐁듀'라고 해두자.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싸야 한다.

그리고 사실, 싸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아직도 내 몸 속에는, 그것이 박혀 있다. 약통이.

사실 아주 놀랍게도, 이 점이 생활 속에서 그리 불편하게 작용하지는 않지만ㅡ

여기에는 또 다른 수치스러운 이유가 있다.

 

배 속이 오래간만에 전율하고 요동치며,

묵직한 가스가 장을 타고 내려간다.

 

ㅡ삐리릴리리리~~

 

들었는가? 이것이 사람 몸 속에서 나는 방귀 소리라는게 믿겨지는가?

그렇다. 어떤 기묘하고도 불유쾌한, 괄약근과 안에 들어간 약통의 조화로 인해,

나는 그 날 이후부터 평범한 방귀 소리 대신 놀랍게도 피리 소리나는 방귀를 뀌게 되었다.

그것도 뀔 때마다 들리는 소리인지라,

이제는 오랜 장기간의 변비 및 치질의 고통 끝에 터득한,

소리 없는 가스 배출법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왼손의 손바닥 위에는 수 개의 하얀 알약들이 놓여져 있다.

 

치하야 「'생장환 - S 에스 정'..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변비약이지..후후」

 

이 약을 한꺼번에 먹는다면,

안에 가득히 쌓이고 쌓여 이젠 거의 퇴적층을 이루는 내 그 또ㅇ..들도

마치 쓰나미처럼 쏟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 잔의 물과 함께 그 모든 약들을 다 입 속에 털어넣고 삼켜버린다.

그리고..

 

그 날 하루종일, 배앎이만 했다.

ㅡ꾸륵꾸륵, 마치 종말을 맞이하던 그 날의 소돔과 고모라처럼,

배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듯이 요란스러운 복통과 함께

마치 활화산이 분출하듯 쉴새없이 방귀만 쏟아졌다.

 

다음 날, 나는 곧바로 병원에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절망했다.

 

의사 「허허..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이게..장 내부에 똥이 너무 쌓여 있어서, 변비약 성분이 위에 부분만 녹이고

아래 부분까진 닿지 않았네요. 허허..배뇨기과 의사 인생 40년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안되겠네요. 이건 왠만하면 대장 내시경 수술로 직접 빼야겠는데요?

이건 최근에 개발된 악성 변비 치질 치료법인데, (주섬주섬) 이만한 고리관을 구멍에다가 삽입해서ㅡ」

 

치하야 「의사 선생님! 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 아픈건 절대로 싫어요!

도, 돈은 다 드릴 테니까 제발 자연 치유법으로다가 좀..(비굴)」

 

의사 「허허..힘들 것 같은데..

일단 약은 드릴 테니까, 케겔 운동이랑 병행해서 운동도 같이 하시고,

너무 힘주지 않는 선에서 배변 노력을 한 번 해봅시다.」 

 

4.

변기에 앉아, 항ㅁ..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배는 미동조차 없다. 마치 오래 전 중생대 화석처럼.

양 손의 검지를 한 벽에 붙이고, 허리는 S자로 최대한 눕혀본다. 배변에 가장 좋은 자세라던가?

 

문득, NHK 공영 방송에서 어쩌다 보았던 줄기세포에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줄기세포 하나를 채취하기 위해선 극도로 통제되고 미세한 조작이 필요하다고 그랬던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 항ㅁ 으로 충분히 줄기세포를 채취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정도로, 치질이란 극도의 미세한 힘조절이 중요한 질병이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예사에 있어 남녀의 관계처럼

내 배는 배변을 요하면서도, 화장실에만 들어오면 배반..ㅍ풉!

 

치하야 「배변이 배반..풉..크크큭ㅡ크크..ㅋ아악!!

 

순간 척추를 타고 대뇌 말초신경부까지 전해지는 강렬한 통증에

나는 급하게 그곳을 다시 오무렸다.

큰일날 뻔 했어. 휴..

 

ㅡ띠리링!

 

치하야 「..'가나'하아ㅡ씨ㅂ'씨라.. 가나하씨네. 또 어떤 해맑지만, 지극히 쓸데없는 이유로 전화한걸까?」

 

히비키 「하이사이! 치하야, 히비키다죠!」

 

치하야 「응, 가나하씨. 어떤 용무로?」

 

히비키 「아 자신, 스케쥴 관련해서 치하야네 집에 와야 할 것 같아서 그렇다죠!

가도 되지?」

 

치하야 「아..그게 'ㅡ끄응' 지금 오는건 좀 곤란한데ㅡ」

 

히비키 「(울먹) 서, 설마 자신이 오는건 싫은거야 치하야?」

 

하.. 또 시작인가?

가끔씩 보면, 히비키야말로 어쩌면 최종 보스가 아닐까 싶다.

미키? 미키야 제멋대로긴 하지만 최소한 그 나이대 이상의 성숙함을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가나하씨는 뭐랄까..

덜 배워처머그.. 아니지, 그래도 소중한 친구이고 동료니까.

그냥, 해맑다고 하자.

 

해맑다. 너무.

 

화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건만, 애써 표정관리하며

최대한 즐거운 투로 말해본다. 그래도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치하야 「아냐. 전혀 그럴리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히비키 「헤헷! 그럴줄 알고 완벽한 자신, 지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죠! (해맑)」

....

 

이 씨바려ㄴㅡ

 

치하야 「알았어.. 열께.」

 

허탈한 마음으로, 닦을 필요도 없는 x꼬를 마치 위안하여 달래듯이 물 묻힌 휴지로 닦아내리고는,

바지를 걷어 올리며,

마지막으로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변기물을 쓸씁한 표정으로 내려보며 묵념한다.

 

참으로 얄궃게도,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다시 배가 아파온다. 

 

문을 열자, 가나하씨 뿐만 아니라ㅡ

 

히비키 「자신, 왔다죠! (와락)」

 

하루카 「아마미 하루카도 왔다구?」

 

..하루카도 있었다.

표정 관리 안되네. 문득 문 옆 신발대 위에 올려진 망치에 눈이 간다.

솔직히 이정도면 망치 들고 가나하씨 머리를 두들겨 패도 괜찮지 않을까?

 

치하야 「..아, 반.. 갑네? 그나저나, 다들 어떤 이유로?」

 

하루카 「문자 못 봤어?」

 

치하야 「무슨 문자?」

 

히비키 「헤헷. 천하의 치하야도 자신만큼 완벽하진 않구나?

후후후. 오늘 스케줄이 바뀌어서, 고대하고 고대하던 모모에씨 오디션이 바로 오늘이다죠!

치하야, 분발하도록? (해맑)」

 

순간 그 가하나씨 특유의 해맑게 비웃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망치로 손이 가버렸다. 

가나하씨 오늘 두번 산거야. 알아?

그나저나 오디션이 오늘이라고?

 

아 진짜 씨ㅂ..

 

 

5.

무거운 속으로, 가벼운 마음 아래 무대에 오른다.

제법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놀랍게도 지금 내 현실이 그렇다.

속에 묵직한 X이 가득한데, 마음만은 놀랍도록 가볍다.

..사실 그냥 다 놓아버렸다. 진즉에.

 

프로듀서 「치하야, 너라면 꼭 해낼 수 있을꺼야.

지금까지 무엇이든 잘 해왔잖아?」

 

치하야 「..그런데 안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우울)」

 

히비키 「아니다죠! 치하야는.. 정말 대단하니까!

꼭 해낼 수 있을꺼다죠! 화이팅!」

 

하루카 「치하야짱, 화이팅이라구 화이팅!」

 

.. 이 해맑은 눈들을 보라. 

마치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철 없는 자식들에게로 걸어가는 부모의 심정으로

은유적이든 실질적이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정말 중요한 무대인데. 이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765 프로로써는, 훌륭한 작곡가의 한곡 한곡이 소중하다. 제발..

 

치하야 「이따가 봐.」

 

곡은 놀랍게도, 내 전용곡 중 하나인 'choco fondue' 다.

쵸코 퐁듀라.. 정말 놀랍게도, 물론 두 객체 간에 아무 관련성은 전혀 없지만손,

극도로 우연찮게도, 문득 쵸코 퐁두와 함께 '그것'이 떠올랐다.

내가 시원하게 다 쏟아붓고 싶은 그것. X.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실증적 의미로 쵸코 퐁듀란 곡은 정말 완벽한 선곡 아닐까?

 

앞에 관중석 앞자리에선 제법 깐깐해 보이는 작곡가가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모모에씨라던가? 제법 깐깐한 아이돌곡 전문 작곡가라지?

하지만 내 배만큼 깐깐하지는 않으리라.

 

반주가 흘러나오고, 내 노래도 시작된다.

 

'ねぇ…

네에…

저어…

 

今日は一年で一日の…

쿄오와이치넨데이치니치노…

오늘은 일년에 딱 한 번 있는…'

 

야속하게도, 1절도 안 끝났건만 배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하필 두꺼운 청바지는, 이제는 중세의 아이언 메이든이 되어 가스로 부풀어 오르는 내 배를 조른다.

다, 당장이라도 방, 방귀가ㅡ (화끈)

 

ㅡ피리리릴리리~

 

놀랍도록 관악기와 같은 소리와 함께,

괄약근을 지나 가스가 '일부' 배출된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서, 설마 눈치챈건 아니지?

 

'言いたい言えない

이이타이이에나이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어 

 

だからpresent for you

다카라present for you

그러니 present for you'

 

벌써 가스가 다시 차올랐다. 이렇게나 빨리? 장난해?

세삼 느끼지만, 정말로 완벽한 곡이야.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다니.

하지만 말 없이 선물해줄 수는 있겠지. 하하하!

 

극도의 복통 아래, 나는 결국 인간이기를 포기해버렸다.

이때껏 참아온 괄약근을, 그대로 개방해버린다.

 

-삐리릴리리릴~

 

 

'choco fondue'

 

ㅡ뾰루루루릉

 

'choco fondue'

 

ㅡ삘리릴리리리

 

'choco fondue'

 

ㅡ뿌루룰루루~~뿡

 

...

 

그렇게, 내 오디션 무대는 끝이 났다.

적절한 선곡과, 적절하지 못한 방귀 소리와 함께.

 

해탈한 마음으로, 그대로 무대에서 내려온다.

마이크를 타고 내 해괴한 방귀 소리가 적나라하게 사방에 울려 퍼졌으니,

이제 떨어지는 건 당연하겠지? 하하하..

..우울하다. 미안해 얘들아..

나, 결국엔..

 

히비키 「완벽한 무대였다죠!」

 

치하야 「..고마워, 하지만 애써 포장 안해도 돼. (우울)

그리고 프로듀서, 저.. 일이 있어서 병원에 좀 갈께요. 용무는 나중에 따로 전화할 테니까ㅡ」

 

하루카 「잠깐! 치하야짱, 이제 결과 발표하려나봐! 다 나오라는데?」

 

치하야 「(침울) 됬어. 어차피 안 됬을 꺼야. 그러니까ㅡ」

 

방송 「..ㅡ 키사라기 치하야씨! 합격입니다. 어서 나오세ㅡ」

 

치하야 「응?」

 

프로듀서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빨리 올라가보렴.」

 

얼떨떨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본다.

시종일관 떨떠름해 보이던 작곡가가 이제는 관중석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작곡가 「아 좋았어요 키사라기양.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고요?

그런데, 그 반주에 들어간 피리 소리,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무슨 악기인가요?

그 소리가 참 오묘한게 마음에 들어서 다음번 녹음 때 꼭 써보고 싶은데,

혹시 아프리카 악기인가요?」

 

치하야 「..아, 감사합니다. 악기는..자, 잘 모르겠네요. (화끈)」

 

그렇게, 놀랍게도 나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세상에. 이렇게 수치스러운 행복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나는 그날 바로, 비뇨기과로 달려갔다.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는,

그날 바로 그.. 항x 수술을 예약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수술대 위.

수술대 위에 앞으로 드러누워, 가랑이를 개구리마냥 벌리고 있다.

곧 만나게 될 고통이라는 달갑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며,

공포 속에 식은 땀이 줄줄줄 흘러내린다.

 

치하야 「의, 의사선생님. 제발 안 아프게 천천히..카운트다운 필수고요. (비굴)」

 

여의사 「자, 들어갑니다. 하나, 둘ㅡ」

 

치하야 「셋 안했잖ㅡ 끼아얏!!」

 

그렇게 그 날, 병원의 수술실들 중 한 방에서

처음으로 X꼬를 개통한 나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날 내 몸 속에서는 작은 약통과 함께

가히 3kg에 육박하는 무게의 'choco fondue'가 꺼내어졌다.

 

 

엔딩.

하얀 병원복을 입고, 병원 침대의 침대 책상 위에 올려놓은 무라카미 하루키 저서, 해변의 카프카를 읽어내린다.

꽤나 기묘하고, 노골적인 전개잖아?

..물론, 이불 아래 노골적이다 못해 아예 수치스러울 정도로 가랑이를 쫙 벌린 내가 할만한 소리는 결코 아니지만.

하지만 아직 수술 자국이 여물지 않아, 이 자세가 아니면 X꼬가 금새 아파오므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두자.

 

..답답한 마음에, 책을 덮어버린다.

사실은 외롭다. 여긴 익히 면식이 있는 지인이 단 한 명도 없으니까.

군중 속의 외로움이랄까?

수많은 환자들과 방을 공유하지만, 나 혼자 섬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생각해보면, 다 내 잘못이 아닐까?

남에게 내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결국 이런 고립된 상황까지 오고 만 것이다.

혹여 멀어지는게 두렵기에, 나는 모순적이게도 남에게 문을 열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에는 누구라도 말 안했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면을 배제하고서라도

나는 765프로의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조금도, 들키지 않았다.

그거면 됬어. 아이들에게 이 일을 들켜서 서로 멀어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게 나아.

프로듀서는 비밀을 지켜줄 테니까, 일주일만 여기서 쉬면ㅡ

 

히비키 「자신, 왔다죠!」

 

765 프로 아이들 「우리들도 왔어!」「왔다」「~궁!」「후훗, 저도 왔답니다?」「나도 왔다ㅡ」

 

치하야 「씨발 깜짝이야!」

 

히비키 「에엥? 치하야 뭘 그렇게 놀라는거냐죠?

그리고 처음에 뭐라고 한거ㅡ」

 

치하야 「..아무것도 아냐. 그, 그나저나..다들 어떻게 온거야?(당황)

설마 프로듀서 이 인간이 그냥ㅡ」

 

하루카 「아니야, 치하야짱. 프로듀선, 그냥 치하야가 약간 아파서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만 말했어.」

 

치하야 「...그러면?」

 

마코토 「헤헷. 다 히비키 덕분이라구?

프로듀서가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하자마자, 히비키가 근처 병원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다 확인했어.

치하야가 아프다니까, 꼭 병문안 오고 싶다고 그랬거든」

 

히비키 「헤헷. 자신은 완벽하니까!」

 

문득, 가나하씨의 복장이 눈에 띈다.

그녀의 검은 블라우스 셔츠는 땀에 범벅이 되어 축 젖어 있었다.

근처라 해도 수십개의 병원이 있을 텐데..

분명 어렵고 힘들었을 테다. 왜 그런거야 가나하씨..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리고 미안해진다.

미안해 가나하씨. 네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나는 다른 무엇도 아닌, 더러운 치질 때문에 입원했어.

덧붙여, 가나하씨 지금 땀냄새가 심하게 나지만 그건 이런 감동적인 분위기에서는 입에 담기 좀 그렇지?

 

치하야 「..그나저나, 이제 내가 왜 입원했는지 알았겠네 그럼..

..나, 한심하지? 이렇게나 자기 관리도 못하는 그런.. 한심한 사람이니까. 

그런 주제에 까칠하고 쌀쌀맞기나 하고.. (침울)」

 

히비키 「아냐! 괜찮다죠! 왜냐면..우린 동료고 그리고..

친구잖아! 친구간에 그렇고 그런거 따윈 없다죠!

왜냐면, 친구니까!」

 

치하야 「저, 정말로? (울먹)」

 

유키호 「저, 정말이야 치하야짱! 우린 모두 친구니까.. 

나, 개인적으로 친구간에 부끄러워할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사, 사실 나는 각질이 많아!

청바지를 입으면 안이 완전 하얗게 탈색되어버릴 정도야!」

 

타카네 「후훗. 실로, 그렇군요.

저의 경우엔, 라면을 먹으면 그대로 라면이 나옵니다.

특히 너무 많이 먹으면, 국물까지 그대로 나오더군요. 실로, 훌륭한 치부이지 않습니까?」

 

마코토 「저.. 타카네, 그건 좀..

어쨌거나 나는.. 그.. 겨드랑이에 땀이랑 냄새가 좀.. 심해. (화끈)」

 

히비키 「자신도! 자신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시로 설사한다고?」

 

하루카 「그, 그건 아마 히비키짱이 개밥을 자꾸 먹으니까 그런거 아닐까?」

 

야요이 「웃우! 저도 먹는게 불규칙해서 변비 자주 걸린답니다?

..사실 먹을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어서..웃우..(우울)」

 

이오리 「..나, 사실 당뇨 초기야. 오렌지 주스 중독 때문에..」하루카 「나..나는 탈모 초기..(침울)」

 

미키 「치하야씨, 사실, 미키는 비듬이 많아! (해맑)」

 

마미, 아미 「아미랑」「마미도 변비 때문에 병원 와봤다gung?」

 

아즈사 「아라아라..치하야짱, 사실은 나두, 부끄러운 치부가 있단다?

그게..가슴이 너무 커서, 땀 여드름이랑 피지 기름이 안쪽에 가득하다니깐? 휴우우..(한숨)」

 

치하야 「저기요.. 그건 왠지 부러운데요.. 큿!」

 

히비키 「어찌됬건, 우리들 중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치하야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아방이 말해줬다고?

완벽한 친구란, 흠이 없는 친구가 아니라

흠이 있는 친구를, 서로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친구라고!」

 

하루카 「응! 우리 모두 친구니까!

서로 힘들면, 꼭 다 같이 채워주자!」

 

치하야 「얘들아.. (울먹)」

 

치하야 「..고마워 (뚝뚝)」

 

그날 나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개통했다.

항x이 아니라,

내 마음을.

 

ps. 그래도 행복한 엔딩이니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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