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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내가 생각하는만큼 아이돌들은 날 좋아해주지 않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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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2, 2017 23:35에 작성됨.

P 「하...피곤하구만」

 

근래에 대형 이벤트를 의뢰한 업체와의 상담을 마무리 하고 오니 벌써 오후 10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본래 오후 2시에 사무실을 나와 늦어도 5시까지는 끝내기로 스케쥴이 잡혀있는 일이었다만.... 

그쪽도 워낙 큰 건이다보니 업체 사장까지 참여해서 감놔라 배추놔라,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예산이 부족하다,

사정 좀 봐달라는등 내가 손대기 버거운 이야기까지 밑도 끝도없이 듣다보니 이놈의 상담이 한없이 길어졌더라지.

짧은 사회생활이나마 그동안 배워왔던 화술을 최대한 동원해서 가까스로 쌍방에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나니

글쎄,이번엔 '자,그럼 일도 기분좋게 마무리 됐겠다,저녁이라도 함께 어떠십니까?'하고 이쪽으로서는 기분이 좋아지긴커녕 

납덩이라도 들어앉은것마냥 무겁게만드는 말을 꺼내는거다.

 

자 그럼,어떻게 할까?

 

'저 사무실가서 서류정리도 해야하고,아직 우리애들 스케쥴 조정 마무리도 안됐습니다.할일이 태산같아서 안되겠습니다.그럼,'

 

이건 당연히 아니지?이 회사에 입사해서 그야말로 개,소,말처럼 일하며 어느정도 신임을 얻었고,이런 굵직한 건수를 맡게 될 만큼

제법 인정을 받게되었다곤 하지만 아직 몇년 되지도 않은 짬찌부랭이 프로듀서가 이따위 시건방진 말을 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간

당장에 계약은 파토나고 +@로 난 직장을 잃은 실업자 신세가 될테지.그것도 믿을만한 친구도,친척도 뭣도 없는 이 머나먼 외지,타국에서.

 

울며겨자먹는 심정으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그...뭐냐,물고기 시체.그래 사시미회 몇점을 얻어먹고 그 몇배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어느새 이런 한밤중이 되어버렸다.빌어먹을,우리나라나 이놈의 일본이나 왜 항상 노인네들은 젊은애들만보면 그렇게

취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안달인지 모르겠구만.뭐가 '젊은 친구니까 이정도는 그냥 물이나 다름없지?허허!'냐 제기랄!

 

그쪽은 꽐라되서 내일 못나와도 '어 몸이 아파서 오늘은 못나가겠네 미안하네!'한마디면 끝나지만 이쪽은 시말서로 끝나면 다행이지!

게다가 이쪽은 아직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단 말이다!

 

...하,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평소랑은 다르게 마이너스적인 감상이 계속해서 떠오르는구만

 

P 「음....안 되지 안돼...」

 

짝짝!양손을 펴서 뺨을 두드리고 나니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오는듯하다.그래 그래,아직 몇년되지도 않는 짬찌,그것도 외국인한테

이런 큰일을 맡겨준것만해도 회사에 감사할 일이지.남은 일이야 뭐....

 

윗선에 좀 늦겠다고 아까 보고 할때는 수고했고  끝나면 그냥 집에 들어가도 된다고 말은 해줬는데...

그럼 내일 밀어닥칠 후폭풍이 두렵단 말이지....음...

 

에라,오늘도 야근하면 되지 뭐!신병휴가때는 친구들이랑 PC방에서 밤샌적도 있는 몸인데 까짓게 대수겠냐.

밤새 컴퓨터 만지는건 똑같잖아?물론 그때랑은 다르게 지금은 친구도 없고 독고다이인 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날 즐겁게 해줬던

롤,스타와는 달리 지겹고도 지겨운 엑셀과 서류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그 지겨운 일들도 우리애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하다보면 어느새 호구처럼 실실 웃음이 나온달까...

꼭 우리나라에 두고온 여동생을 보는듯한 기분이랄까.

 

'프로듀서,프로듀서씨!,P쨩!'등 온갖 아기자기한 호칭,목소리,올망졸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퇴사하고 싶을정도로 기분이 나쁘다가도 이유모를 정ㄹ...아,아니 기력이 샘솟는다.

 

좋아,야근이 대수겠냐.우리애들이 잘되라고 하는일인데 이 한몸 부서져라 일해야지.아자 아자!

 

-끼익!

 

대리기사 「손님 다 왔습니다.346프로덕션 맞으시죠?많이 취하신것 같은데 부축해드릴까요?」

 

음,넋두리가 생각보다 길어졌나보다 어느새 사무실 앞이네 그려,젠장 한창 긍정긍정한 마인드를 떠올리려던 중이었는데

그나저나 지금 내가 그렇게 불안해 보이나?

 

P 「딸꾹,아닙니다.취하긴요.그냥 기분이 좀 좋아서요.밤새서 할일이 쌓여있는데 취하면 쓰나요.헤헷...사장님,여기 계산이요.」

대리기사 「사장...?흠흠,감사합니다 손님.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할만큼만 하고 퇴근하시죠.아직 젊어도 그러다가 큰일나십니다.」

P 「감사합니다,사장님도 운전 조심하고.과로하지 마세요.우리같은 사람은 몸이 재산인데요.」

대리기사 「아 네...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손님 힘내십시오!」 

P 「네! 힘,힘내야죠!우리애들이 어떤 애들인데!하하하!」

 

머지않아 일본제일이 될 귀한 몸들이신데요!좋아,좋아!새벽은 길어!서류든 엑셀이든 내일 동트기전에 다 조져주마!

술도 깰겸 엘리베이터말고 계단으로 걸어가자!아니,뛰어가자!

 

-쿵,쿵,쿵,쿵,쿵...

 

헥헥,담배도 끊었는데 이놈의 숨은 왜이렇게 금방 차는지...하긴,그만한 층수를 한번에 뛰어왔으니 그럴만도 한가.

그래도 어느정도 술은 깨는구만...좋아,이제 들어가자.들어가서 애들 스케쥴부터 조정....

 

『프로듀서 말이지...음,그렇지.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조금 재수없긴 했어』

 

...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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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쓰다보니 분량이 길어져서 아이돌들 등장은 못 시키고 프로듀서 넋두리만 늘어놨네요.이 자식이 취해서 헛소리가 많아졌네요.

허허,내일은 제대로 갈등한번 조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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