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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까지만 걷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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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5, 2016 20:25에 작성됨.

다들 날씨가 미쳤다고 했다. 10월인데도 불구하고, 반팔을 입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날은 더웠다. 30도를 넘어가는 지역이 속출했고, 다들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며 하늘을 보며 불평했다.


「대부분의 지역에 늦더위가 찾아오겠으며-」


P 「말세야, 말세. 10월인데도 꼭 여름 같으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라디오를 껐다. 온 몸이 땀투성이였다. 10월이 맞는지도 의심이 가는 날씨. 욕이라도 한껏 하고 싶었지만, 차에 혼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더위 그리고 끈적거림과 싸우고 있었을 때, 옆에서 손수건으로 내 땀을 닦기 시작했다.


코토하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에어컨도 못 켜시고…」


사과를 하며 내 이마를 닦는 코토하. 곁눈질로 코토하를 본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코토하는 얇은 담요를 몸에 두르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P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하늘이 미친 거지. 그리고 더위보다는 네 건강이 더 중요하고」

코토하 「…그렇군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코토하. 그리고는 내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이마, 얼굴, 목. 그렇게 땀을 닦다 얼굴에 스친 코토하의 손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애를 정말로 데리고 나와도 괜찮은지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코토하 「……」


대충 땀을 다 닦자 코토하가 손을 거둔다. 힐끗 보니 코토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파란 바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트일 것 같은 바다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메구미 「프로듀서, 있잖아. 코토하가, 바다에 가고 싶데. 아무리 말려도, 꼭 가고 싶다면서…말을 안 들어」


메구미한테서 업무용 휴대폰이 아닌 개인용 휴대폰으로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메구미는 울먹이고 있었다. 어떻게 개인용 휴대폰의 번호를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자세한 사정을 물었다. 울먹거리고 있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정리를 해보면, 코토하가 갑자기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을 꺼냈고, 새로 보컬 진영을 맡게 된 미나미는 극구 반대했지만 코토하 또한 고집을 꺾지 않아, 결국 말싸움을 했다는 것이었다.

통화를 마친 나는 바로 옷을 챙겨 코토하가 입원해 있는 후타미 병원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병실로 들어가니 코토하, 메구미, 엘레나만 있을 뿐 미나미는 보이지 않았다.


코토하 「꼭 바다에 가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보는 코토하는 내가 알던 그 코토하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코토하의 약한 모습에, 나는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메구미와 엘레나 그리고 마미의 도움을 받아, 코토하를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메구미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코토하의 간절한 요청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나중에 분명 큰 사단이 나겠지만, 나중 일은 나중 일이었다.

 

코토하 「프로듀서는…」

P 「응?」

코토하 「프로듀서는, 왜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바다에 간다는 것에…」


코토하가 창밖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도 잘 몰랐다.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코토하의 말을 들었을 때 몸은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P 「…가고 싶다는데 보내줘야지. 난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 병원에 있는다고 해서 병이 뚝딱 나으면 몰라, 그런 것도 아니고」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엉뚱한 말. 그것도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의 대답을 들은 코토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얼굴은 수척했지만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다시 앞을 바라본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났지만, 나 자신도 그 이유를 몰랐다.

 

 

코토하 「꺅!」


해안도로를 30분 달려서 도착한 바닷가. 붉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꽤나 풍치 있는 바닷가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한 바닷바람이 우리를 덮쳤다. 코토하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담요를 눌렀지만,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려 춤을 추고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건강이 더욱 나빠질 것이 분명했다.


P 「……자」


마이를 벗어 코토하에게 걸쳐준다. 코토하는 순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코토하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괜스레 민망해진 나는 외면하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은 붙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담배를 다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코토하 「담배, 끊으신 거 아니었나요? 저번에 담배 때문에 미나미씨랑 크게 싸우셨잖아요」

P 「하! 내가 그런 미치광이 여자 때문에 담배를 끊어? 담배를 끊느니, 회사를 그만두고 말지!」


내가 코웃음을 치자 코토하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지만, 딱히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취하지 않았다라기 보다는,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는 게 정확할까? 옛날이었다면 내 이마에 딱밤이라도 날렸겠지.

 

코토하 「바다, 예쁘네요」


코토하의 말에 정면을 바라본다. 높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코토하 「부축, 해주실래요? 갈대밭 사이를 걸어보고 싶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양어깨를 잡는다. 그리고 갈대밭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둘이서 천천히, 그리고 말없이 걸어간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는 길. 코토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 걸음씩,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겠다는 듯이. 그것이, 그것이 왠지 너무나도 불안하게 느껴졌다.


얼마 동안 그렇게 걸었을까.


코토하 「아」


코토하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코토하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바위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앉아서 쉬기에 딱 알맞아 보이는 바위가.


코토하 「프로듀서. 손, 놔주시겠어요?」


코토하의 부탁. 하지만 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불안감이 샘솟았기 때문이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P 「어? 아, 아아. 그래…」


마지못해 손을 놓는다. 내가 손을 놓자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는 코토하. 그렇게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나를 뒤돌아 보며 입을 열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저기까지만 걷도록 해요」


어째서였을까.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저기까지 걸어가면 코토하가 내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마치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그 말에, 그런 불안감이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P 「싫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한다.


코토하 「프로듀서?」

P 「난 싫다고 했어, 코토하」


코토하가 나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날 보던 코토하는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와 나를 끌어안고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코토하 「가슴이 빠르게 뛰고 계시네요, 불안하다는 듯.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전 결코 사라지거나 하지 않아요. 저를 믿지 못하시나요? 프로듀서」

P 「코토하…」

코토하 「프로듀서 답지 못하세요. 평소의 프로듀서라면 코웃음을 치며 저보다 먼저 뛰어가서는, 바위에 앉아서 저보고 빨리 오라고 소리치셨을 텐데」


네가 건강했다면…코토하 네가 옛날처럼 건강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토하 「가요,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코토하가 걷기 시작한다. 휘청거리며 내딛는 한 걸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걸음.

나도 코토하의 곁에서 그 페이스에 맞춰 걷는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걸어가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러할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코토하의 안색이 점점 변해간다. 휘청거림도 심해진다. 내가 부축하려 하자 코토하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 영원할 것만 같던 길이 끝나고, 드디어 바위에 도착했다. 쓰러지듯 바위에 앉는 코토하를 황급히 부축한다.


코토하 「보세요, 프로, 듀서. 전, 사라, 지거나, 하지, 않아요」

P 「그래, 알겠으니까 말하지 말고 숨부터 고르도록 해」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코토하 「프로, 듀서. 절, 안아, 주실 수, 있으, 세요?」


날 올려다보는 간절한 눈빛. 거부하지 못하고 코토하를 안았다. 그 가녀린 몸이, 부서지도록.
잠시동안 숨을 고른 코토하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코토하 「…따뜻하네요. 사람의 품이라는 건, 이렇게나 따뜻한 거였군요」

P 「코토하…」

코토하 「프로듀서, 오늘 왜 제가 이곳에 오고 싶다고 한지 아세요?」


내가 고개를 젓자, 코토하가 바다를 보며 말했다.


코토하 「여기, 메구미한테 들은 곳이에요. 갈대밭이 예뻐서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러 자주 온다는…」

코토하 「사실은, 오늘이 제 생일이었어요. 그런데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을 병상 위에서 보낸다고 하니, 왠지 울적해져서…」

코토하 「그래서 와보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이 바위를 보고 생각했어요. 저기 바위까지 혼자서 걸어가 보자. 저기 바위까지 걸어가면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내가 태어난 생일에,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보자」

코토하 「그렇기 때문에 고집을 부렸던 거예요. 죄송해요, 프로듀서」


코토하가 말을 끝내고 숨을 고른다. 나는 그런 코토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라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머리만을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전 다시 스테이지에 오를 거예요. 스테이지에 올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관객분들의 콜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사이리움의 바다를 볼 거예요…」

P 「그래, 꼭 그렇게 될 거야」

코토하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P 「난 이제 네 담당이 아닌데?」

코토하 「비록 갈라졌지만…저한테 있어 프로듀서는, 오로지 당신뿐이에요」


코토하가 나를 올려다본다. 이번에는 나도 그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P 「병원으로 돌아가자, 코토하. 스테이지에 오르려면, 빨리 나아야지」

코토하 「네…」

P 「아, 그리고…」

코토하 「?」

P 「생일, 축하한다」

코토하 「아…」

코토하 「네! 감사해요, 프로듀서!」


코토하를 부축해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래, 내가 먼저 불안해 해서는 안 된다. 아이돌인 코토하가 다시 한 번 스테이지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루어주는 것이 프로듀서인 내가 해야 할 일.

코토하의 손을 굳게 잡는다.
가녀리고 차가운 작은 손.

이끌어 줄게, 코토하. 다시 한 번 네가 말한 꿈의 무대로.
널 위해, 그리고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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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6-10-06 03:49:15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7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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