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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마무라 우즈키의 피규어

댓글: 25 / 조회: 1606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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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6 08:15에 작성됨.

!!주의!!

너무나 뻔한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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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아...... 피곤해.」

 

어두컴컴한 밤 11시, 어느 주택가.

 

그는 원룸 건물에 들어가서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대며 5층까지 들고올라간 후, 자신만이 거주 중인 원룸의 현관 앞에 서서 키를 꽂아넣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를 해제하였다. 4박 5일 간의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본 여행을 마친 그는 여행 캐리어를 방의 중앙에 가지런히 눕혀서 짐을 풀기 시작했다.

 

캐리어는 그동안 그가 입었던 의류들이 빨래더미가 되어 검은봉투에 싸여있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분홍색의 박스는 칙칙함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P 「그러니까 이게 우즈키 피규어였지?」

 

짐을 정리하던 그는 문득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아키하바라의 중고샵.

마침 오늘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그가 간단한 쇼핑을 해볼까하고 들른 곳이었다.

물론 그의 주머니 형편이 넉넉치 않았기에 방에 피규어 하나라도 들여보자라고 생각한 결과이기도 했다.

 

중고샵 내부는 매우 복잡해서 온갖 피규어 상품들로 바닥부터 선반까지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사람 한 두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통로만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 유심히 아이쇼핑을 하던 중, 그처럼 정말로 구석구석 이를 잡듯이 뒤지지 않는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선반 가장 윗쪽(천장까지 닿은 높은 곳)의 구석에 '시마무라 우즈키' 피규어가 120엔이라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을 내걸고 고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P는 발견한 것이다. 까치발로 어떻게든 선반 위에 있는 우즈키의 피규어 박스를 집어 들어 자세히보던 그는 먼지가 퀴퀴하게 쌓인 것을 보게 되었다. 또한, 피규어 박스는 투명한 창 같은 것이 없는 밀폐된 박스라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마침 자신의 수중에 돈이 200엔 밖에 없기도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한 엔화를 다 쓰자는 마음으로 그 피규어를 산 것이었다.

 

P 「사신상 같은거려나......?」

 

인터넷에서 본 중국산 피규어들처럼 얼굴이 괴상하다든가 등의 이유가 아닌 이상 18cm 정도의 피규어를 담고 있는 듯한 이 피규어박스의 겉면에 붙은 가격표가 120엔이라는 글씨를 쓸 이유가 하등 없기 때문에, 그의 의구심은 점점 커져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그는 조심스럽게 분홍색 박스의 입구를 개봉하여 안의 피규어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그 피규어의 모습에 그는 매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P 「뭐야...... 이게 120엔 밖에 안 했다고......?」

 

시마무라 우즈키 피규어를 감싸고 있던 보호 플라스틱을 벗겨내자, 애니메이션 속의 우즈키가 마치 현실에 나타난 것 마냥 생생한 느낌을 주는 피규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우즈키가 벚꽃 나무 아래에서 화려한 미소를 린에게 보여주던 그 장면을 그대로 새겨넣은, 그런 피규어.

 

P 「이... 이상해...... 이게 어째서 120엔 밖에 안 한거야?」

 

이리저리 둘러봐도 PVC 재질로 구성된 피규어에는 흠으로 보일 것도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싼 가격에 나와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의문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P 「뭐... 일단 득템한 걸로 생각하고, 스피커 위에 살짝 올려놔볼까?」

 

얼핏봐도 30만원 이상은 호가할 것 같은 피규어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 후, 그는 대충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위해 샤워실로 들어갔다.

 

P 「세잇빠이~ 카가야쿠~♪」

 

흥얼거리며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있던 그 때.

'파짓'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의 불이 꺼져버렸다.

 

P 「뭐야... 벌써 전구 갈 때가 된건가?」

 

그는 약간의 짜증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서는, 노래를 듣기위해 샤워실 한켠에 두었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서 플래쉬를 켰다.

아까까지만해도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그는 왠지모르게 어서 씻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샤워에 집중하기로 했다.

 

[쿵]

P 「......」

 

몸에 있던 거품을 물로 씻어내리던 그는, '쿵'이라는 소리에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욕실 문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 소리는.

누군가가.

문을 두들긴 소리였으니까.

 

P 「하하... 내가 여행 때문에 많이 피곤한건가......?」

 

그는 고개를 붕붕 젓고서는 샤워기를 끄고, 온 몸의 물기를 닦았다.

그래도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난 직후라 온 몸에 개운한 느낌이 드는 덕분에 쿵 소리에 대한건 잠시 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속옷까지 다 입은 찰나.

 

[쿵!]

 

이번에는 더욱 큰 소리로 욕실 문이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는 확신했다.

이건 잘못 들은 소리가 아니라고.

욕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쿵'소리와 함께 진동을 손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는 밖에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도둑? 아니면, 강도?

어찌되었든 상식적 범위 내에서 이 상황은 절대로 좋은 상황은 아닌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욕실에서 호신용으로 쓸만한 무기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민첩성을 믿고, 욕실 문을 확 열어제치기로 했다.

 

P 「3... 2... 1... 이얍!!」

 

그 나름대로 큰 기합소리와 함께 욕실문을 열어제끼자, 분명 켜두고 들어왔음이 분명한 원룸의 전등도 꺼져서 칠흑같은 어둠이 방 안에 내려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곧바로 자신의 왼손에 들린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이리저리 비추면서 방 안을 살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있지 않았다.

 

P 「하아... 괜히 공포영화를 생각했나......」

 

그는 원룸의 형광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갔다.

 

[딸깍딸깍]

 

P 「아까까지 멀쩡하던 형광등이 왜 고장이 났담?」

 

내일 형광등과 전구를 사서 갈아끼워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지갑이 있는 책상 앞으로 갔다.

 

P 「아직 생활비는 있구만......」

 

그 때, 그는 문득 책상 위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P 「이상하네? 뭔가... 비어있는 듯한......」

 

순간, 책상 위에 있던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P 「어... 없어......」

 

그렇다.

그가 120엔이라는 헐값에 가져온 그것.

시마무라 우즈키가 활짝 웃고있던 그 피규어가 사라진 것이다.

 

그는 방의 이곳저곳을 플래시로 비춰보았지만, 피규어는 보이지 않았다.

 

P 「지, 진정하자.」

 

어둠 속에 숨이 가빠지는 자신을 느끼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P 「인형이 움직인다던가...... 귀신이 들렸다던가...... 아냐아냐. 그런거 전부 창작물이잖아. 진정해, 진정해 P.」

? 「후후후...... 이름이 P 씨이신가요......」

 

바로 그의 다리 아랫쪽에서 난 희미한 여성의 목소리.

하지만 그는 절대로 밑을 보지 않았고, 오히려 눈을 질끈 감았다.

 

P 「하아... 하아... 하아...」

 

극한 두려움에 빠진 그는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말캉]

 

그는 자신의 다리에서 무언가 조그마한 것이 닿은 것을 느꼈다.

분명 그 자리에 얼음처럼 서있는데도, 마치 그 피규어가 자신을 만진 것처럼 느낀 것이다.

 

이대로는 그대로 귀신에게 죽는 것일까 생각하던 그는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교회는 그다지 다니지 않는 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교회에 다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디 귀신을 퇴치할 수 있기를 그는 바랐다.

 

P 「하, 하, 하늘에 계신... 우, 우리 아버지여... 뜨, 뜻이...」

? 「...우후후..... 뭐 하시나요......」

 

그러나 통하지 않는 듯 했다.

 

그 때, 문득 교회 내에서 목사님의 설교가 떠오른 P 였다.

 

'엑소시스트가 별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 귀신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귀야 물럿거라!'라고 말하면, 그게 바로 엑소시스트입니다'

 

남은 수는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음을 굳게 잡고 다리 아래쪽을 쳐다보며 큰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P 「하나님 아버지-」

 

하지만, 그는 보고 말았다.

자신이 사온 피규어가 자신의 발 밑에서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털썩]

 

 

 

 

 

.

.

.

.

.

.

 

 

 

P 「헛!」

 

벌떡 일어난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P 「내 방... 피... 피규어는?!」

 

고개를 돌려 책상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어제 그가 놓았던대로 피규어가 고이 모셔져 있었다.

 

P 「하... 하아... 꾸... 꿈이었나?」

 

밖은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었고, 그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내었다.

 

P 「어째서 그런 꿈을......」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던 찰나.

'탁'하는 소리가 책상에서 들려왔다.

 

P 「......」

 

그리고 그는 또다시 그대로 얼어버렸다.

 

? 「...P 씨... 같이... 놀아요......」

 

피규어는 그의 눈 앞에서 움직였다.

 

 

 

 

 

.

.

.

.

.

.

 

 

 

P 「정말 그 때는 죽는 줄 알았지.」

친구 「긍께, 시방 그 소리를 믿으라는거여?」

P 「그래! 저 피규어를 봐! 딱 봐도 살아있는거 같지 않아?」

친구 「아따, 니도 술 좀 됐는갑다. 이제 나도 슬슬 일나야쓰겄다.」

P 「안 믿어주는거냐.」

친구 「입장 쪼께이 바꿔봐라. 니 같으면 그런 거시기한거 믿긋냐?」

P 「그래, 그렇겠지.」

친구 「오야. 일단 내 간다이. 니는 문 밖으로 나오지말고.」

P 「그래, 잘 가.」

 

늦은 밤.

친구와 간단하게 원룸에서 술 한잔을 하던 그는 친구를 배웅하고 조용해진 방에서 지긋이 시마무라 우즈키의 피규어를 바라보았다.

 

P 「좋네요... 이 몸의 기억도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우즈키 피규어 「......」

P? 「우후후...... 걱정마세요. 이제부터 P 씨의 삶을 제가... 대신 살아드릴테니깐요.」

 

그리고 그는 피규어를 다시 상자 속으로 집어넣었다.

 

P? 「잘 가요, 나의 프.로.듀.서.씨.♡?」

 

 

피규어 「라니, 대체 무슨 연기를 하시는거에요?!」 버둥버둥

P 「아아, 미안미안. 왠지 공포영화는 이런식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

피규어? 「아무리 그래도 저를 상자로 넣으려고 하시는건 너무해요오~」

P 「이야~ 그냥 연기였다니까? 미안해, 우즈키.」 쓰담쓰담

우즈키 「히요우...... 계속 쓰다듬어주세요......」

P 「그래그래. 그나저나 이젠 적응이 됐다지만, 그 땐 깜짝 놀랐다구?」

우즈키 「죄, 죄송해요. 저는 그냥 몸이 움직여지니까 즐거워서 그만...」

P 「혹시 이전에 널 소지했었던 사람들에게도 그냥 막 다가간거야?」

우즈키 「네! 주인님께는 인사드리는게 당연한거 같아서요.」

P 「하지만 실제로 18cm 피규어가 움직이는걸 보면 좀 섬뜩하긴 하지.」

우즈키 「후에엥... 저, 전 그렇게나 무서운거에요?」 울먹울먹

P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처음 개봉할때는 PVC였던게, 지금은 말캉말캉한거에다가 먹는 것까지 진짜 사람처럼 되어있냐구.」

우즈키 「후웅... 애니메이션에서 뛰쳐나오고 싶다고 하는 저의 욕망이 구현된게 아닐까요?」

P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네가 한국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 쓰담쓰담

우즈키 「에헤헤......」

P 「어쨌든 왜 120엔에 팔리고 있었는지 알겠구만.」

우즈키 「영...차.」

P 「응? 왜 일어나니?」

우즈키 「몸체가 작아서 어깨는 무리지만, P 씨의 손가락은 주물러 드릴 수 있는걸요!」

P 「아니아니, 진짜로 괜찮아.」

우즈키 「그래도 이렇게 사람과 대화하면서 있는게, 이런건 처음이라서 되게 즐거워서 그래요. 자, P 씨 오른쪽 손 주세요.」

P 「하하, 정말로 괜찮은데 말이야.」 뭉클

우즈키 「꺄앗!」

P 「미, 미안. 실수로 가슴을 만져버렸네.」

우즈키 「히... 히이잉......」 울먹

 

그렇게 그들의 조금 특별한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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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저는 대체 뭘 쓴 걸까요?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6-07-22 06:34:15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9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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