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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남동생이 아이돌 팬심을 추구하는게 잘못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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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5, 2016 21:05에 작성됨.

[동생, 테이블에 있는 초콜릿, 내가 시켰다고 하고 여기 적혀 있는 꽃집으로 보내줘. 그럼 좋은 일이 있을지도?]

안녕하세요. 닛타 남동생입니다. 이름요? 궁금하지도 않은건 물어 보는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너무나도 잘난 누나를 둬 본적 있나? 난 있다.
제군들, 나는 누나가 싫다.
제군들, 나는 누나가 정말 싫다.
제군들, 나는 누나의 잔소리가 너무나도 싫다.
는 그냥 농담이지만, 나는 누나가 싫다. 아니 그야 가족의 정은 있지만, 누나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다. 누나는 나 보면 잔소리부터 한다구. 그런데 말이죠, 제가 그렇게 노력하는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누나와 비교하면 누굴 들이대도 눈에 안 차지 않을까요.
하지만 누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참, 얘는! 이런건 제때 제때 해 뒀어야지!'
'숙제는 끝냈니? 게임은 하루에 한시간이어야 한다?'
'너어, 벌써 게임만 두시간째지? 누나가 뭐랬니?'
'얘... 아직도 숙제 덜 끝냈어? 어렵니? 누나가 숙제 가르쳐 줄까?'

아아악! 날 좀 그냥 내버려둬! 내 앞가림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으아아아아아!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미오쨩에게 빠진 이유도 이 반동 아니었을까. 예전에 누나 덕에 실물을 한번 본 적 있는데, 나에게 웃어준 편안한 미소에 그대로 꽃혀 버렸다. 멋대로 품는 망상이지만, 미오쨩이라면 내가 어떤 모습이건 그대로 긍정해 줄거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듣자하니 미오쨩도 학교에서 성적 우수에 용모 단정, 만능 엔터테이너로 통한다고 하는데 미오쨩은 잔소리 안할거 같단 말야! 누나와는 달리!
...어험어험.

뭐 하여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잘난 누나가 부담스럽다, 이겁니다. 근데 역으로 말하자면, 그런 누나인만큼 나에게 신세질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는거다. 무슨 일이 있길래 누나가 나에게 부탁을 하는걸까.
물론 누나가 부담스럽지만 고작 이런 부탁도 못 들어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은건 아니다. 하고 있던 게임을 끄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귀찮긴 하지만, 별거 아닐거잖아.

 

"미, 미, 미오쨩?!"

죄송합니다, 누나 누님 미나미님. 좋은 일이라는게 이거였습니까.

누나가 준비한 묘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초콜릿을 든 채, 좋은 일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는줄 알고 꽃가게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 나야 물론 심미안 같은게 없는 흔한 겜덕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꽃은 좋은 문명이다. 꽃에 둘러 싸여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하지만 오늘은 딱히 꽃을 보러 온것도 아니고, 초콜릿이나 누나 이름으로 전해주려고 카운터를 봤다.
꽃가게에는 꽃이 있구나. 그게 내 첫 감상이었다.
단아한 외모의 소녀가 카운터에 서서 근처에서 꽃을 정리하는 소녀들과 즐거운듯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꽃들 사이에 있는데도 그 미모가 전혀 죽지 않는 소녀들이 재잘거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꽃들이 재잘거리는 광경이었다. 저정도로 예쁘면 아이돌ㅎ...어라 잠깐.?
...시부야 린이잖아! 그럼 옆에 있는 두 사람은 시마무라 우즈키랑...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나는 미오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오쨩?!'이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뉴제네 3명이 전부 한참동안이나 멀뚱멀뚱 나를 보는 어색한 정적이 지나간다.

"-아, 미나밍 동생...이었지? 오랜만이야, 오빠!"

오... 오빠...
고백하겠습니다. 저 여자 앞에서는 쑥맥인 치킨입니다.(누나는 뭐냐고? 누나가 여자냐?) 게다가 미오쨩은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라구요. 집에서 하루에도 열두번씩 미오쨩 대형 브로마이드 보고 있다구요. 덕분에 그 뒤에 가게 나올때까지 내가 뭐 했는지 하나도 기억 안납니다. 뭔가 누나 이름 대면서 초콜릿을 준거 같긴 한데. 그리고 잘 있으라고 말하고 나온거 같긴 한데.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난 진짜 바보야. 으아아. 으아아아. 이거 나름 누나가 나한테 기회를 준거였을텐데... 왜 미리 미오쨩이 있다고 말을 안 한거야?! 누나 안 그래보이는데 짓궃단 말야?? 그건 그렇고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미오쨩이랑 이야기를...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한참동안이나 자기혐오에 빠져 가게 앞을 서성였다.
모르긴 몰라도 가게 매상에 꽤 악영향을 줬을 것이다.

"저기...?"

그렇게 한참이나 추태를 보이다보니, 왠 건방져 보이는 어린놈이 나를 굉장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 자식은?

"뭐냐."

"저, 들어가야 하거든요. 비켜 주실래요?"

그 어린놈을 살펴 보다보니 손에 초콜릿이랑 기타등등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누나가 시부야 린에게 가져다 주라고 시킨것도 초콜릿이었지. 이것도 시부야 린에게 가는 초콜릿이려나.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도 아닌데 왠 초콜릿이지?

"너 그거, 시부야 린에게?"

"시마무라 우즈키에게도 주는건데요. 뭐 불만 있어요?"

허허. 이 당돌한 꼬맹이 보소.

"그런데, 왜 오늘따라 시부야 린에게 초콜릿을 주는 사람이 많은거야? 우리 누나만 해도 그렇고..."

이제야 기억났다. 시부야 린이 서있는 카운터 옆에는 이미 초콜릿이 수북했다. 거기에 생햄 메론이랑 치킨도. 모르긴 몰라도 누나같은 동료들이 준거 아닐래나.

"오늘 뉴제너레이션 결성 1주년이잖아요. 그래서 누나 친구들이 다 뉴제네한테 먹을것 선물로 주고 있던데. 뭐, 난 누나한테는 챙겨줄 생각 없어서 치킨은 없지만. 자, 얼른 비ㅋ..."

"잠-깐 기다려. 누가 네 누나라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나 친구들이 뉴제네에게 선물 = 누나 친구들은 뉴제네의 친구들 = 누나 친구들은 아이돌 = 얘 누나도 아이돌 = 치킨 좋아하는 아이돌이라면...

"네. 혼다 남동생입니다만."

"그, 그랬구나! 반갑다!"

나는 방금 전의 후회조차 잊고는 괜히 흥분해서는 꼬맹이놈의 손을 잡고 외쳤다. 물론 미오쨩의 동생은 뭐 씹은 표정이 되어서는 살짝 물러났지만.

"윽... 뭐에요, 설마 우리 누나 팬?"

"그, 그게... 응. 네 누나를 엄청 좋아하는 팬이야!"

"...그런 선머슴이 뭐가 좋다고. 다른 둘이 낫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

미오쨩의 동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눈 색이 닮았네. 미오쨩 동생 맞을지도. 나는 확신에 가득차서 미오쨩의 매력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미오쨩은, 그 친근한 매력이 좋은거야. 문무양도에 용모단정. 사교성도 좋아서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이면서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나에게도 사근사근하게 다가온다는 그 친근함! 예쁘지만 뽐내지 않는 겸손함!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원해주는 미소! 거기에 주위 사람들이 힘들때면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그 마음 씀씀이! 책임감!"

"...그래서 그건 무슨 미오죠? 혼다 미오는 아닌거 같은데."

"혼다 미오다.(엄격 진지 근엄)"

"...이야 콩깍지가 재대로 씌이셨네. 누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구요? 그냥 귀찮은 누나인걸."

"그럼 너 이자식 체인지. 내가 미오쨩의 동생이 되겠어."

"아니아니아니, 그쪽 척 봐도 우리 누나보다 나이 많아보이는데요? 동생은 무리잖아요?"

"난 미오쨩하고 가족이 되고 싶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는 미오쨩이라면 가족이 되어도 될 것 같아. 그래, 결혼을 하는거야 아아아! 미오쨩하고 결혼하고 싶다!"

"...기분 나빠."

미오쨩의 동생의 표정이 갈수록 썩어들어갔다. 읏... 애정을 토로할 대상을 잘못 고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미오쨩을 좋아하고 있다는것을 누군가에게는 말해 보고 싶었다고.

"그것보단 다른 두 사람이 좋지 않아요?"

꼬맹이가 반박을 시작했다.

"두 사람 다, 천상 아이돌이라는 느낌이잖아요? 척 보면 느껴지는,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 그리고 아이돌 답게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에 사는것 같은 그 비현실감. 그런 두 사람이 나에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게 매력인거죠! 아이돌이라면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미오쨩도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거든!"

"어차피 가슴부터 봤을거면서 그딴소리 하지 말아요! 생각해보니 빡치네, 감히 내 누나 가슴이나 쳐다봐?"

"아니거든! 가슴 본게 아니라 내가 꿈꿔왔던 친구를 그대로 구현해놓은거 같은 그 얼굴에 반한거거든!"

"아이돌이 친구에요? 아이돌은 아이돌이지!"

"아이돌하고 친구할수도 있지!"

"아 몰라요! 그렇게 친근한 대상을 원하는거면 왜 들어가지도 못하고 쭈뼛댄건데요?"

"들어 갔거든! 들어갔다가 나와서 이랬던거거든!"

"자랑이네요! 분명 들어가서 완전 굳었을거 아냐! 나중에 누나한테 이야기 듣고 실컷 비웃어 줄게요!"

"그래서 넌 누나랑 사이가 좋은거냐 나쁜거냐? 하나만 해!"

"남매관계는 대부분 이렇거든요? 착각하지 말아 줄래요? 하여간 비켜요!"

미오쨩 동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살짝 밀치고 가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쪽을 돌아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아이돌 앞이라고 굳어서는 쭈뼛댔던 댁보단 제가 낫죠."

...이 자식 짜증나! 나는 그 뒷모습에 대고 저주를 마구 퍼부었다. 속으로만. 문이 열려 있으니 말로 하면 들릴테니.

한참을(속으로만) 욕을 퍼부었더니 조금 진정이 된 것 같다. 으으으. 왜 미오쨩의 동생이 저런 건방진 놈일까. 으으으. 내가 대신 미오쨩의 동생이 되고 싶다.

어느정도 진정 됐으니 집에 돌아가려고 폰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을 검색했다. 솔직히 처음 와 본 곳이라 돌아갈때도 인터넷 검색을 의지해야 한다. 세상 일 쉽지 않...
'저, 저, 저, 그게! 두 여신님...아니, 누나의 두 친구분께 서, 선물을...'
그러는 와중에, 꽃집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동안이나 말을 더듬는 미오쨩 동생의 목소리. 뭘 어떻게 건든건지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시마무라 우즈키와 미오쨩이 동생을 위로해주는 소리가 한참동안이나 들렸다. 시부야 린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

세상 잃은것 같은 표정을 한 미오쨩 동생이 꽃집을 나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이다, 문득 내가 있는걸 알았는지 이쪽을 돌아 보았다. 나는 씨익 웃어보이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위로해 줄까?"

"...시끄러워요. 내 누나 가슴이나 쳐다보는 변태한테 위로받고 싶지 않아."

"안 본다니까!"

...뭐, 아예 안보는건 또 아니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위로 받고 싶었던 미오쨩 동생은 나에게 떡꼬치를 얻어 먹으며 공원에서 나랑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그래서... 닛타 미나미의 동생이시라구요? 누나가 너무 잔소리를 많이해서 우리 누나가 좋은거고?"

"사실 좋은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그런 부분도 좋다는거 뿐이겠지만."

"그렇군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니 얘도 첫 인상보단 좋은 놈이었다. 아니면 그냥 공감대가 생겨서 좋게 봐주는 걸지도.

그렇게 날이 어느정도 떨어질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녀석이 자기 폰을 들어 보이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또 무슨 일이 있나.

"...저기, 누나가 호출하는데, 느낌이 안좋아요. 혹시 같이 가 주실수 있나요?"

"따라오지 말래도 갈건데?"

공원에서 꽃집까지는 또 길지 않은 시간. 하지만 녀석은 그 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꽤나 비장한 표정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그렇게 꽃집에 도착해서 위층으로 올라가 미오쨩이 있는 방의 문을 연 순간,

"흐에에에에에엥! 미아내여! 미아내여 우즈키 언니!"

"떽! 울면 조은 어르니 못대여! 린쨩! 떽!"

평소의 쿨함은 어디가고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시부야 린과 완전히 만취한 사람의 말투로 그런 린을 혼내고 있는 시마무라 우즈키가 있었다.

"...왔구나."

그리고 미오쨩은... 평소의 미소는 어디갔는지 우수에 찬 표정으로 창틀에 걸터 앉아 있었다. 목소리도 머리카락도 평소보다 차분해져 있는게 어딘가 다른 사람 같다. 뭣보다 평소의 미오쨩은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창틀에 걸터앉지 않는다고.

"어때, 난장판이지? 나도 알아. 물론 이런걸 보여주려고 부른건 아니고... 어라, 미나미 언니의 남동생 분도 오셨네요? 제 팬인거 같아서 이런 모습 보여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어이, 미오쨩 동생. 저건?)"

"(몰라요. 나도 처음봐.)"

"선물 받은 음식들가지고 셋이서 파티를 했는데, 아무래도 린이 받은 초콜릿 중에서 알코올이 들어간게 있었던 모양이에요. 누굴까 참. 술 마셔 본 적도 없는 세사람한테."

목소리는 그러려니 하는데, 머리카락도 내려가 있으니 진짜 다른 사람 같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기에는 내 뇌 용량이 한계였다. 미, 미오쨩이... 어딘가 어른스러워...?

"그러니까 미안, 동생. 나 슬슬 한계야. 뒤는 부탁ㅎ..."

미오쨩은 그 말을 남기고 픽, 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시마무라 우즈키의 허리를 안고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헤헤. 우즈키 언니 정말 좋아. 헤헤."

"그으래? 언니두-! 미오쨩이 정말 조아. 헤헤."

나는 미오쨩 동생과 격렬한 시선을 주고 받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오쨩 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앗, 왜 도망치는거에요! 배신자!"

시끄러. 저건 부담할 자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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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이거 보고 어째 남고일상느낌이라고 하더군요.

분명 아이돌 팬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왠 남정네 둘이 개드립치는글이...어험어험.

[이 게시물은 Exnoy님에 의해 2016-05-29 02:48:08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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