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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실험을 합시다 (1)

댓글: 14 / 조회: 976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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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7, 2016 03:17에 작성됨.

복용 1일차.

 

 

“마시면 얀데레가 되는 물약?”

“응~!”

카나데는 눈 앞의 자그마한 약병을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흐응, 얀데레라……분명히 귀찮은 타입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글쎄~카나데는 보고 싶지 않아?”

이어지는 시키의 말에, 카나데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이 수많은 아이들 중, 오직 너만을 바라보는 프로듀서를.”

 

“그건 흥미가 좀 생기는걸.”

“자, 그럼 여기요~. 잘 써주세용!”

그녀는 시키가 건넨 분홍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뚜껑에 스포이드가 달린 유리병의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냥 넣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랭~ 기본적으로 따뜻할수록 효과가 좋으니까 알아둬.”

“뭐, 참고는 할게.”

“그럼 시키냥은 이만~ 안뇽~”

“응. 잘 가.”

앞으로 펼쳐질 현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푼 시키는 탈의실을 나오던 중 자신이 무언가를 깜박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차, 용량을 말 안해줬네. 뭐~ 카나데라면 적당히 알아서 넣겠지~.”

책임감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그녀는 복도 저편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얼마나 넣어야……앗!”

고무 부분과 약하게 접합되어있던 것인지, 용액이 담겨 있던 스포이드의 유리 부분이 통째로 머그잔에 빠져버렸다. 급하게 건져내기는 했지만, 검지손가락 길이 정도의 스포이드에 남은 용액은 절반 정도밖에 없었다.

“처음에 얼마나 들어 있었더라……?”

뭐, 괜찮겠지.

약물의 색이 사라질 때까지 커피를 충분히 저어준 뒤, 나는 머그잔을 들고 급탕실을 나왔다. 사무실의 옆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자리에 혼자 앉아서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여전히 고생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프로듀서, 오늘도 잔업이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야미 넌 늦기전에 얼른 집으로 가라.”

하야미.

하야미 카나데의 그 하야미.

당신은 언제나 나를 성으로만 부르는구나. 이제는 나도 당신의 입으로 내 이름을 듣고 싶은데.

“안 그래도 그럴 거야. 가기 전에, 자.”

“커피? 평소엔 차만 주더니, 별일이네.”

머그잔을 받아들고,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차, 설마 눈치챘나?

“믹스커피?”

다행히, 그의 마음을 건드린 부분은 커피의 종류인 듯 했다. 약간 빨라진 심박수를 감추듯, 나는 약간 비겁한 수를 쓰기로 했다.

“으응, 아직 다른 기계는 요령을 몰라서. 혹시 괜한 짓을 했을까?”

이 말을 꺼내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마셔줄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천만에. 고맙다, 하야미.”

과연 내 생각대로, 프로듀서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고마워하며 머그잔을 곧바로 입에 가져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호의를 받아주는 건 무척이나 고맙다고 생각한다.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또다시 심장의 리듬이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거짓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역시 상대가 상대이기 때문일까?

“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프로듀서의 안색이 심상치가 않았다.

“왜 그래?”

“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이 아닌데? 말해봐.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고칠 테니까.”

혹시나 눈치챈 걸까? 아니면 약효가 벌써? 시키는 먹은 지 여섯 시간은 되어야 효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나는 약간 풀어헤친 옷자락을 과시하듯 그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간다. 이렇게 하면, 그는 물러서거나 혹은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해 준다.

“그, 다음부터는, 물을 조금만 적게 넣어줬으면 좋겠어.”

아아, 그런 거였구나.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다시 그에게서 떨어졌다.

“내일은 오늘과는 조금 다른 나날이 시작되겠지.”

“응? 글쎄……하야미 네 일정은 별 차이가 없는데?”

”뭐, 이쪽 이야기야. 그럼 난 먼저 돌아갈게. 수고했어, 프로듀서 씨.”

고개를 돌려 사무실 안을 바라보자 대답 대신 그는 손을 번쩍 들어 붕붕 흔들어 주었다.

 

 

*********

 

 

내가 위화감을 느낀 것은, 야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을 무렵이었다.

 

“……뭘 놓고 왔나?”

무언가를 두고 온 듯한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지갑, 휴대폰, 차 열쇠, 서류……다 있고, 명함도 있고, 안경, 으음……”

이상하다, 놓고 온 건 없는데.

지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끊임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에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아 맥주를 한 캔 마셔야 했다.

 

 

**********

 

 

복용 3일차.

 

 

레슨을 앞두고 탈의실에서 시키와 카나데가 함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저기저기~ 카나데, 프로듀서는 좀 어때?”

“프로듀서? 글쎄, 아직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아까도 그냥 별 반응 없이 지나갔고.”

“으응~? 그럴 리가. 그 정도나 넣었으면 지금쯤 네 얼굴을 못 보고는 못 배길 텐데~.”

“생각보다 약이 약한 것 아닐까?”

“아냐아냐~ 시키냥의 실력을 뭘로 보고! 으응, 아무튼 그렇다는 거구나. 좋은 자료가 됐어. 고마워~.”

자연스럽게 탈의실을 나가려는 시키의 뒷덜미를 카나데가 덥석, 낚아챘다.

“어디 가려고? 레슨해야지, 레슨.”

“냐하하하. 맞아맞아~”

 

 

**********

 

 

의식이 몽롱하다.

벌써 2일째. 눈만 감으면 눈 앞에 카나데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라이브 직후 단 한 번 맡아 본 그녀의 냄새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그리웠다. 억지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쪽에 그녀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 것인지, 나는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것보다도 못한 최악의 잠자리를 보내고 있었다.

몽롱한 의식 너머로 마치 메아리처럼 넘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씨?”

“……느, 네?”

나를 부르는 치히로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고개를 돌리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보인다.

“……괜찮으세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머리를 붕붕 흔들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의식이 돌아온 것 같다.

“네, 괜찮습니다. 요새 이틀간 잠을 통 못 자서.”

“요즘은 철야 안 하셨죠?”

“네. 모처럼 생긴 여유니까, 저도 최대한 즐겨야죠.”

하하하, 하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이걸로 감추어지면 다행이련만.

“바이오리듬이라도 어긋났나…….”

다행히도 먹힌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에게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게요. 안 되면 예전에 받아 둔 수면제라도 써 보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자신의 업무로 돌아가는 치히로에게 감사를 표하며, 나는 무의식중에 카나데의 스케줄을 살피고 있었다.

“……나 참, 내가 뭐 하는 짓인지.”

수첩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도통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쥐어짜 서류를 마저 진행하기 시작했다.

잡념을 지우는 데는 땀을 흘려야 하는 법이다. 오늘부터는 러닝이라도 하자.

 

 

***********

 

 

복용 5일차.

 

죽을 맛이다.

뛰어도 뛰어도, 아무리 뛰어도 머릿속에서 잡념이 사라지질 않는다.

마치 갈증처럼 하야미 카나데를 갈망하는 외침이 이제는 절규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참다못해 수면유도제를 조금씩 복용하기 시작했다. 설마 했지만, 정규 복용량 따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이었다. 3배수를 복용하고 나서야 간신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물론, 잠을 자면서 또 그 거지 발싸개 같은 꿈을 꾸었다.

죽거나, 혹은 카나데를 안거나.

지금의 내 뇌는 저 두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나데.

나의 카나데.

문득, 내일 그녀의 스케줄이 떠올랐다. 음료수의 CM촬영. 상대가 분명 유명한 남자 배우였지.

아아, 부럽다. 누구는 저렇게 쉽게 그녀를 만질 수 있는데, 나는 만질 수 조차 없……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곧바로 다른 생각이 끼어들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석류를 먹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촉촉한 붉은 입술. 아아, 갖고 싶다. 내 것으로, 나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제 정신이 아니군. 정신차려.

아니지, 제 정신은 내가 차려야지.

 

그래, 생각났다.

 

 

**********

 

 

“……프로듀서, 있어?”

“아, 아아. 카나……아니, 하야미인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책상 아래쪽에서 프로듀서가 불쑥 나타났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보다도 내 관심을 끄는 것은.

“뭐야, 방금? 혹시 이름으로 부르려고 한 거야?”

“……하야미, 가까이 오지 마라.”

보기 드문 명령조로, 마치 경고를 하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짧은 순간, 나는 그의 두 눈이 음침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 마치 피에 굶주린……뱀파이어처럼. 금세 이성을 찾은 듯 평소의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로 돌아왔지만, 한 순간이나마 뇌리를 스쳐 지나간 그 모습에 나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프로……듀서.”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억누르려는 듯, 프로듀서는 고개를 붕붕 가로젓거나 손으로 뺨을 잡아당겼다 풀기를 반복했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마치 약물에 이끌리듯 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그의 어조가 명백하게 거절의 뜻을 품었다.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빨리 집에 가. 어서.”

한번, 시험해 볼까.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오히려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히익’,하고 새된 신음을 흘리면서, 그는 십자가를 가까이 한 드라큘라 백작처럼 내게서 멀어졌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지마!”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표정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그를 천천히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뒤도 확인하지 않고 물러서기에 급급한 것일까. 마침내 구석에 몰린 프로듀서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상황. 나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풀고, 미리 루즈를 칠해 둔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도발하듯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때, 나를 갖고 싶지 않아?”

“그, 그만!! 하야미, 어서 떨어져!”

마지막 경고라도 되는 것처럼, 마치 비명을 지르듯이 외치면서 그는 나를 피해 고개를 홱 돌렸다. 지근거리까지 다가가서, 나는 그의 관자놀이를 잡고, 나를 바라보도록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나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음을 깨달았다.

툭, 하고 내 어깨를 밀어내는 그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것을 느낀 것과 동시에.

“프, 프로듀서……?”

그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고뇌하는 인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떨어지라고 말 했을 텐데. 정말로 너는…….”

내 앞에는 처녀의 피를 눈앞에 둔 흡혈귀가. 드라큘라 백작이 서 있었다.

한 걸음 물러서려는 순간 손목을 잡히고, 앗, 하는 순간 자리가 뒤바뀌었다. 이제는 내가 구석에 몰리고, 그가 나를 몰아넣고 있는 모습이 된 것이다. 마치 광고에서 보던 ‘벽쾅’과 같은 모습에 가슴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기, 프로듀서? 이, 이건…….”

초조함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나도 모르게 나는 혀를 내밀어 할짝, 하고, 입술을 핥았다. 그의 눈이 번뜩이고, 번개처럼 뻗어나온 그의 왼손이 내 턱을 거칠게 감싸 쥐었다.

“그러고 보니, 카나데, 너는 키스를 정말 좋아했지. 어디, 솜씨 좀 볼까.”

“아, 안 돼……!”

조금 더, 서로의 거리를 가까이 밀착시키면서, 그의 자세가 천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다가오는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아아, 하는구나. 내 첫 번째.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뇌며 각오를 새기고 있자니 뜬금없이 푹, 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윽……!”

다시 눈을 뜨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턱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스르륵 풀리고, 나를 압박하고 있던 그의 몸이 휙 물러났다. 예상 외의 상황에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자리로 돌아간 그는 허벅지에 머리 부분이 절반쯤 박힌 볼펜을 뽑고 피가 퐁퐁 솟아오르는 상처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오지 마!!”

빈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외침에 몸이 움찔, 하고 멈추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프로듀서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경고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야미. 위험한 짓 당하기 전에 어서 돌아가라. 두 번째는 나도 못 버티니까.”

“으, 응. 저기, 미안해요.”

잠깐이지만 정말로 위협적인 목소리였기에,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는 것 조차 잊고 뛰쳐나오듯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하아, 하아…….”

그 뒤로도 나는 정신없이 달려서 회사 밖으로 나왔다.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등 뒤에서,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관통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억지로 움직여, 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등 뒤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제 1별관의 불 켜진 창문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여기서부터, 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

 

 

복용 8일차.

 

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아픈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너무도 날카롭다.

토요일과 일요일. 지난 2일간, 내 이성은 처절하게 싸웠다.

잡념을 지우기 위해 탈진할 정도로 하루 종일 뛰기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받아두기만 하고 먹지는 않았던 향정신성 약물까지 과량으로 투여했다.

물론 효과는 미미. 아니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 앞에서 감히 약물 따위가 끼어들 틈이 어디 있다고. 놈의 더러운 수작은 이미 모두 이겨냈다. 사투 끝에 나는 드디어 내가 되었다. 더 이상은 이성이라는 놈에게 탄압받을 필요가 없었다.

절제? 알 게 뭐냐.

프로듀서? 까짓거 그만두면 되지.

카나데만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 것도 필요 없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이성이라는 놈은 너무도 견고했다. 부서지기 직전에 마지막 발악으로 침대의 머리맡에 목줄을 걸어 나를 묶어 두었다. 간단한 비밀번호식 자물쇠고, 암호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풀 수 없었다. 내 손발이,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너무도 심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그렇게 처먹은 건 이것 때문이었나.

교활한 자식.

내가 나의 카나데를 보겠다는데 네놈이 왜 방해를 하는 거냐. 네놈이 훼방만 놓지 않았어도 지금쯤 그녀는 내 것일 텐데.

나는 시선을 돌려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다 아물어가는 그 때의 상처가 보인다.

어리석은 놈.

그렇게 몸을 맡기라고 충고했건만 그렇게 버텨서 네가 얻은 게 뭐라고.

투덜거리면서, 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아…….”

카나데.

나의 카나데.

어서 너를 만나고 싶어.

너의 모든 것을 맛보고 싶어.

이제 곧, 너를 내 것으로.

이제 곧, 너를 나의 색으로.

카나데.

 

 

 

다시 시작된 1주일.

 

탈의실과 휴게실 모두 쓰는 사람이 있었기에, 시키와 나는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에, 프로듀서가 그랬단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프로듀서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시키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대단하네~, 프로듀서도.”

“무슨 말이야?”

“그거~ 말하자면, 최면 같은 거야. 먹고 나서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을 각인시키는. 그러니까 보통 먹고 나서 길어야 2~3일, 그 정도면 ‘발병’하게 되는데……5일이나 버티고도 이성을 유지하다니……역시 험하게 살아서 멘탈이 강한 걸까.”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 팔짱을 끼고, 제멋대로 ‘과학자’가 되어버린 시키를 내버려두고 나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래서 나는 시키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부분을 듣지 못했다.

 

“으응, 더 이상 놔두면 리바운드가 위험할지도. 슬슬 해독제를 줘야 할……어라라~? 카나데?”

 

 

“…..?”

뜻밖에도 그의 자리에는 ‘휴가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서 치히로 씨가 내게 말했다.

“프로듀서 씨라면, 오늘부터 3일간 휴가에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힘들겠다고. 일요일에 연락이 왔거든요. 휴가가 워낙 밀려 있어서 사장님도 단번에 OK 해주셨고요.”

“아아, 그렇구나. 고마워, 치히로 씨.”

“카나데는 오늘 일정 없으니까, 레슨 끝나는 대로 병문안이라도 가 줄래요?”

“응, 그렇게 할게.”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스르륵.

“하하, 좋아. 드디어 풀렸군. 내가 이겼다, 이 역겨운 놈아.”

 

 

 

 

 

얀데레, 어렵습니다.

[이 게시물은 Engage님에 의해 2016-05-28 23:20:59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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