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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돌을 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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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6, 2016 23:16에 작성됨.

 

1. 아이돌을 납치했다!

 

나쁜 짓의 기본은 당당함이다.

오히려 당당하지 못하다면 의심을 사는 게 당연하다.

예를 들어 멍청이 마냥 껌 앞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중학교 남학생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을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조금 더 발전한 녀석은 들어가 신중하게 과자를 고르다가 나오는 길에 껌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눈치 빠른 주인들에게는 금세 들키고 만다.

진짜배기 녀석들은 제 권리인 양 당연하게 껌을 들고 나온다.

이럴 때는 껌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않을 정도다.

당당한 사람이 잘못할 리 없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 연장선 상에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평소의 후줄근한 후드 차림으로 스튜디오 문을 앞에 선다.

문에는 '촬영 중. 관계자 외에는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으나 상관없다.

사람들이 한번에 여럿 나오는 것을 보면 휴식시간일 테고, 이런 시간에 출입하는 사람에게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허가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들어가면 목 운동을 하는 척하며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인형 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눈에 띈다.

한 구석에 토끼 옷을 입은 아이가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오늘의 타깃은 이 아이가 될 것이다.

 

똑같이 후드를 입은 아우는 녹색 이사용 상자를 구르마에 싣고 곁으로 온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미리 약물을 묻힌 손수건을 댄다.

아이는 순간 놀라는 듯 했으나 곧 움직임이 둔해졌다.

아우는 그녀를 들어 상자 안에 넣고는 잘 포장해서 구르마 채로 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가 준비해둔 봉고차에 상자를 싣고는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그저 당당하게, 대담하게 나가는 것이다.

 

성공했다.

나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곁을 지나갔지만, 우리를 의심하는 눈초리는 볼 수 없었다.

 

"형님~! 성공했어요!"

 

집앞에 차를 세우고는 아우는 신나서 말을 한다.

 

"아직 돈은 안 생겼어. 기뻐하지 마라."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다.

마무리가 엉성하다는 것은 이런 일에는 치명적이다.

 

"우리가 생각해도 참 천재적인 작전이었죠? 근데 진짜 아무도 신경을 안 쓰네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법이야."

 

그녀를 감싼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허름한 단칸방.

이웃에 아는 얼굴은 없다.

아무도 우리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형님, 근데 말이에요."

 

"뭐냐?"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움직임도 없는데... 혹시 죽은 거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기절시키고 데려왔다고는 하나 이렇게 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납치는 처음이라 약을 무작정 손수건에 부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 일단 방에다 눕혀!"

 

나는 먼저 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쓰레기와 이부자리 따위를 발로 차버려서 아이 하나 누울 자리를 만든다.

 

"형님~!"

 

"조용히 해! 멍청아! 여기다 눕혀!"

 

상자를 열자 토끼 인형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뒤척이기라도 할만 한데 움직임이 없다.

 

"애 숨 쉬냐?"

 

"잠시만요... 쉬어요! 숨 쉰다고요!"

 

둘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이를 관찰했다.

갈색머리에 젖살이 통통한 귀여운 아이였다.

아마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겠지.

아니, 사랑을 듬뿍 받아야만 한다.

 

"부모가 돈은 있을라 나요?"

 

"지 자식인데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내겠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술이나 좀 사와라. 한잔 해야겠다."

 

"좋죠, 형님!"

 

토끼 귀가 꼼지락 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이는 눈을 떴다.

 

"우...웅... 졸라 자버린 건가요... 늦잠으로 늦으면 겁나 깨질 텐데…"

 

"깻다!"

 

"깻어!"

 

당황해 버렸다.

아이는 눈을 비비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익숙치 않은 상황 임에도 겁먹는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다운 기세였다.

 

"아저씨들은 뭐 하는 짜샤인사요...?"

 

"형님 어쩌죠?"

 

"잠깐 있어봐."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이정도는 바닥 인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기이다.

 

"어이, 꼬맹이."

 

"저는 꼬맹이가 아니에요. 니나에요."

 

내 눈을 똑바로 처다보며 말하는 것이 당돌하다.

다시금 얼굴을 더 무섭게 하고는 목소리를 깐다.

 

"아저씨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나!"

 

"얼굴 졸라 웃긴 거에요!"

 

니나라는 꼬맹이는 까르륵 웃는다.

순간 맥이 풀린다.

아이가 보채기 시작한다.

 

"그 얼굴 또 해보십쇼! 짱 웃겨요!"

 

"닥치고 집 전화번호나 불러! 엄마 품에 돌아가고 싶으면 아저씨 말 잘 따라야돼!"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신다.

드디어 말귀를 알아듣나 보다.

 

"오... 형님 효과가 있네요. 진짜 나쁜 사람 같아요."

 

"바닥 짬밥이 하루 이틀이냐? 이정돈 껌이지."

 

애가 조용해졌으니 이제 집 전화번호를 알아내자.

 

"집에 전화 걸어도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요... 마마는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거에요..."

 

아이의 시무룩한 모습은 겁먹어서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쌓여온 슬픔 같았다.

그럼 엄마가 없으면 아빠가 키우나?

 

"그러면 아버지는?"

 

"니나의 파파는 해외로 멀리 멀리 처나가버린거에요.."

 

눈에 띄게 힘이 없다.

그러나 큰 눈망울에 울음기는 없었다.

아이에게는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 익숙한 일인듯했다.

 

"혀, 형님 어떡하죠?"

 

"나, 나도 몰라. 멍청아!"

 

꾸르륵. 니나의 작은 배에서 허기진 소리가 난다.

 

"배가 등짝을 치겠어요. 오늘은 내내 바빠서 아무것도 못 먹은 거에요."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꼬맹이."

 

"꼬맹이가 아니라 니나라니깐요!"

 

본지 얼마나 됐다고 대드는 거냐.

태도를 손 뒤집듯 하는 것은 아이들의 습성이다.

나는 항의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카레 좋아하냐?"

 

"짱 좋아해요!!"

 

"시끄러 욘석아!"

 

이러다 집주인이라도 오면 곤란하다.

작은 것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또 밀린 방값도 내야 할지도 모르고.

 

"아우. 카레만들어."

 

"그러면 술까지 살 돈은 안 되는 데요? 어쩔까요?"

 

"... 카레로."

 

술이 날아가는 구나.

아우는 바로 재료를 사러 나가버렸다.

아우가 나간 동안 니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이는 아홉 살, 엄마랑 아빠는 그 지경이고. 전화번호따위는 기억하지 못한다.

 

“일이 끝나면 프로듀서가 집까지 데려다 줬어요.”

 

당연히 집주소도 모른다.

 

"이런건 예상 못했는데..."

 

요즘 애들은 똘똘하길래 이런 것쯤은 당연히 안다 생각했는데 이상한 데서 꼬여버렸다.

 

"...그래서 너는 거기서 뭐하던 거냐?"

 

"니나는 아이돌인 거에요!"

 

아이돌?

테레비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거?

이런 꼬맹이도 그런 걸 한단 말이야?

 

"오늘도 촬영하다 깜빡 잠들었는데 눈뜨니까 여기였던 거에요."

 

"그러니까, 무대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시기말이냐?"

 

"무대 올라가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개쩔어요!"

 

요즘 사람들은 요런 계집아이가 재롱 떠는 걸 좋아하는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생각보다 대어를 낚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그 나이에 그런걸 하고 있는 거냐?"

 

"마마가 사무소에 데려다 놓은 거에요. 엄마는 바쁘니까 그동안 여기서 잘 있을 수 있지~ 하고 말했어요. 마마는 바쁘니까 니나도 잘하도록 노오오오력 해야 해요."

 

그게 9살짜리 입에서 튀어나올 소리인가?

어미라는 사람이...!

 

"부모란 작자가 그 따위...!"

 

문이 갑자기 열린다.

순간적으로 재빠르게 문쪽으로 몸을 돌린다.

아우의 얼굴이 보이자 화를 낼 방향이 그쪽을 향한다.

 

"형님~ 다녀왔어요~"

 

"깜짝 놀랬잖아 멍청이!"

 

"왜 짜증이세요? 밥 안 만듭니다?"

 

지금은 몸을 사리도록 하자.

 

"...그래, 제대로 사왔지?"

 

"달콤한 맛 카레가루로 사왔어요. 괜찮죠?"

 

카레는 매운맛인 것을...

그러나 주방 일은 아우의 몫이니 입을 다문다.

식사를 하면서 아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와~ 꼬맹아, 너 진짜 티비나오는 거냐? 대단한데?"

 

"니나, 열심히 일하는 거에요! 일하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요!"

 

"오~ 어린데 장하네."

 

식탁머리가 간만에 흥겹다.

꼬맹이도 신나서 떠든다.

막장 인생인 남정네 둘이서 밥 대신 술로 때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꼬맹아, 카레말고 뭐 좋아해? 엄마가 잘 만들어 주던 거 있어?"

 

"마마의 밥은 별로 먹어본 적 없는 거에요. 마마는 바빠서 매일 니나 혼자 처먹어요."

 

니나는 익숙한 듯 담담하게 말한다.

아우의 얼굴이 굳는다.

 

"그래도 오늘은 다 같이 먹어서 넘나 좋는 거에요!"

 

아이의 얼굴이 꽃처럼 피었다.

 

"난 달콤한 카레가 싫어."

 

나는 분위기를 바꿔보려 농을 던진다.

 

"니나는 매운건 싫어요!"

 

"꼬맹이. 진짜 어른은 매운 맛 카레를 먹는 거야. 알아두도록해."

 

"형님, 고추기름이라도 드릴까요?"

 

눈치 없는 놈...

그래도

 

"일단 가져와봐."

 

고추기름이라도 뿌리니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니나는 배부르게 먹고는 곧 잠에 들었다.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

순진한 얼굴을 보니 죄악감이 밀려온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게 얼마만일까.

너무도 많은 과거에 파묻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잘자네요."

 

아우도 아이 곁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까전에 일들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형님.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우의 목소리에서 막막함이 묻어난다.

 

"저 애 아무것도 모르니 실패 아니겠어요?"

 

저 애는 자기 이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부모에게 연락할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전무한 상황이다.

 

"기다리자."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몸이 달아오르면 그쪽에서 찾게 되어있다. 일단 그때까지 기다린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가치는 오를 것이었다.

부모에게 소중한 아이라면 말이다.

그러니 너무 과하지도, 그러나 너무 이르지도 않을 그 선에서 치고 빠져 나와야 한다.

 

"애한테 너무 정 붙이지 마라."

 

우린 유괴범이다.

인질이 불쌍하다니 그런건 꼴값을 떠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피차 서로에게 좋을 일이었다.

우리는 돈을, 아이에게는 가족을. 그냥 이정도 말이다.

 

많은 생각이 떠올라 아무래도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오늘밤은 밤이 길 거 같다.

술이 없는 게 아쉬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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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말투는 어렵슴다..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6-05-11 12:59:15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6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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