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매거진

  3. 자유

  4. 게임

  5. 그림

  6. 미디어

  7. 이벤트

  8. 성우



프로듀서, 요즘 냄새 나.

댓글: 6 / 조회: 1189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4-10, 2016 16:46에 작성됨.

 

 

덜컥,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다녀왔어.”

“다녀왔습니다~.”

“어, 너희들이구나. 수고했다.”

고개를 들어 린, 나오, 카렌을 확인한 프로듀서는 다시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시키고 타이핑을 재개한다.

“지금 P씨 뿐이야?”

“센카와 씨는 조퇴, 나머지는 레슨 후 알아서 귀가. 너희만 돌려보내고 나면 나도 퇴근.”

“거짓말, 야근이면서.”

“맞아.”

곁에 다가온 세 명은 잠시 프로듀서의 근처에 머리를 들이밀고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프로듀서, 최근 냄새 나는 것 같아.”

“어.”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말해. 우리도 방금 느꼈고.”

“어.”

“듣고 있어?”

“어. 듣고 있어.”

타이핑하던 손을 멈추고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려 세 명을 바라보았다.

“구체적으로 말해봐. 난 요 며칠째 하루 종일 외근이라서 아는 바가 없으니까.”

셋은 말을 고르려는 듯 서로를 마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프로듀서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간의 눈빛 교환 후, 대표로 선출된 나오가 입을 열었다.

“으응, 다른 게 아니라 어제 레슨 도중에 나온 얘기거든? 그러니까.”

평소와는 달리 머뭇거리면서 나오는 프로듀서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최근 사무실, 그것도 프로듀서의 자리 근처에서 이상하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거야. 땀냄새랑은 다르게 좀…...그러니까.”

“말해봐. 괜찮으니까.”

“그, 썩은내, 가 난다고.”

“흠.”

잠시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프로듀서는 난처하다는 듯,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오른손으로 턱 주위를 쓰다듬었다. 무언가 멋쩍거나 부끄러운 일이 있을 때 그가 주로 취하는 액션이었다.

“그래, 썩은내라고.”

“미, 미안해. P씨.”

“미안하긴 뭘, 말 해준 게 고맙지. 고맙다.”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나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아, 혹시 냄새나려나.”

“손은 괜찮거든!”

“하하, 구두 안 벗은지 꽤 되긴 했으니까. 퇴근하면 나도 반성 해야겠네.”

프로듀서는 썩은내라는 단어를 곱씹듯이 중얼거리며 자신의 발을 슬쩍 바라보았다.

“사쿠마가 로케 나가 있는 동안에 이야기가 나온 게 천만다행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쿠마 마유는 사에, 미즈키와 함께 어제부터 열흘간 홋카이도에 로케이션 촬영을 나가 있는 상태였다. 원래라면 프로듀서도 따라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사정상 이번에는 연장자인 미즈키가 대신 동행한 상태였다.

“맞아. 마유가 들었으면 피바람이 불었겠지.”

“아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아니, 그 정도가 맞아. 확실하게. 내가 보증할 수 있어.”

그런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프로듀서는 린과 카렌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너희들도 지금 냄새 나?”

“응?”

“어?”

“내 주위에서 썩은내 나냐고.”

“어, 응.”

”조금……?”

다시 한번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프로듀서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뭐, 너희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알았다. 너흰 이제 돌아가. 시간 늦었다. 내일 저녁까지는 오프니까 저녁에 셋이서 놀다가 들어가던지 하고.”

“프로듀서는?”

카렌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 같아선 데려다 주고 싶지만, 보다시피 잔뜩 밀려있어서.”

그 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안뇽~! 시키냥 등장!”

“이치노세냐? 또 어디에 박혀있었어? 집에 가라니까.”

“오야? 트리무스도 여깄네! 안녕, 안녕, 안녕!”

“아, 시키 씨. 안녕?”

카렌의 인사에 화답해 두 팔을 붕붕 흔들며,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로 프로듀서를 향해 다가온 시키는 자연스럽게 의자 뒤로 돌아가 프로듀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야, 너무 달라붙지 마라, 안 씻었으니까.”

“하앗, 역시 이 냄새가 있어야 진정된다니……응?”

평소처럼 프로듀서의 체취를 만끽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고 몇 번인가 킁킁거리더니 의자의 아래쪽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헤에, 흥미로운 냄새가 나는데. 지금 안 아파? 여기라던가.”

“안 아픈데.”

“흐흥~! 거짓말 하는 냄새가 납니다요~ 킁킁.”

“진짜다.”

“그럼그럼! 자존심은 중요하지! 그렇게 한 며칠만 참아봐. 이 시키냥이 끝내주는 걸 만들어 줄 테니까!”

흐느적거리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시키의 목덜미를 프로듀서는 긴 팔을 뻗어 꾸욱, 하고 잡았다. 시키는 ‘구엑’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 손길에 몸을 맡긴다.

“안 돼. 그 핑계로 또 틀어박히려고 그러지.”

“아앙, 이번엔 진짜야. 당신을 위한 내 프★레★젠★트★”

그녀의 목덜미에서 손을 뗀 프로듀서는 흐음, 하고 콧김을 뿜으며 팔짱을 꼈다. 머릿속에서는 아마 스케줄 보드가 마치 슬라이드 애니메이션처럼 휙휙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뭐, 하루나 이틀 정돈 괜찮겠지. 레슨 빼먹지 마라. 연락도 제대로 받고.”

“네이~.”

“연락 안 받으면 내가 찾으러 갈 거니까.”

“흐흥~ 그 다리로 시키냥을 잡으시겠다? 무-리-아냐?”

“과학자 양반 하나 잡는 덴 충분하죠.”

“네~ 알았어용~!”

“옆길로 새지 말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 집 가면 인증 메일 보내고. 사진 첨부해서.”

“네엥! 그럼 트리무스도 바이바이~!”

“아, 안녕.”

항상 걸치고 다니는 흰색 가운 소매를 펄럭펄럭 흔들면서 시키는 문 너머로 사라졌다. 천천히 문이 닫히려고 하는 순간, 다시 약간 열리고 빼꼼, 하고 시키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아 참. 너희들, 냄새 좀 나더라도 그 사람 미워하지 마?”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야.”

크게 숨을 들이쉬는 린의 말에 카렌과 나오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흐흥~ 좋네요 좋네요~ 청춘이란 좋네요~?”

“그 청춘에 너도 포함된다, 이치노세.”

“아핫, 맞아 그랬지! 시키냥 깜박했어!”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빨리 집에 가.”

“알았어용~ 그럼 진짜로 안녕! 시키냥 바이바~이!”

시키가 나간 뒤, 프로듀서는 까맣게 된 하늘을 흘깃 바라본 뒤 3명을 돌아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휴, 정신 없네.”

“늘 이런 식이니까. 가자. 입구까진 배웅해줄게.”

 

 

다음 날.

 

대부분의 아이돌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저녁 시간. 이 날은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3명 또한 저녁 촬영을 마치고 바로 귀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뚜벅, 뚜벅 하는 구둣발 소리와 함께 벌컥, 하고 사무실의 문이 크게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치히로 씨 아직 퇴근 안 했네요?”

“네에. 마무리할 게 조금 남아서요. 곧 갈 거에요.”

“짜잔~ 저도 있어요!”

“네네, 안녕하세요~. 타카가키 씨는 왜 안 갔습니까?”

“프로듀서 씨의 잔업이 끝나면 마시러 갈 거라서요!”

프로듀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안 됩니다. 오늘도 일이 산더미에요. 아침부터 계속 뛰어다녀서.”

“시무룩…….”

“입으로 그런 소리 내셔도 별 수 없습니다.”

반쯤 무너지듯이 자신의 자리에 풀썩 넘어진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카에데는 빙긋 웃었다.

“그럼 술은 됐고, 술 냄새라도 맡아보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꺼내 든 소독약 세트를 보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그거랑 술이랑 냄새가 다르다니까요.”

“아무렴 어때요, 자, 이쪽으로 오세요.”

“냄새 납니다. 그냥 제가 할 테니까 거기 놔두세요.”

“이런 건 원래 남이 해줘야 하는 거에요. 어서요. 안 오면 저 집에 안 가요.”

“내일 아침 촬영이잖아요. 오후에도 레슨이고.”

“아아~ 그런데 누구 씨 때문에 집에 못 가면 얼굴이~ 컨디션이~.”

“……알았습니다.”

업무용 소파에 앉아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는 카에데와 한참 눈싸움을 하던 프로듀서는 졌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에그그.”

“거 봐요, 제대로 일어서는 것도 못 하면서.”

“면목 없습니다…….”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저는 대강 정리됐으니까 먼저 가 볼게요.”

“아, 고생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프로듀서 씨, 오늘은 꼭 집에 가셔야 해요. 안 그러면 최다 철야기록이 깨져요!”

그렇게 한 마디를 던지고, 재빨리 치히로는 문을 닫아버렸다.

“아니 그걸 왜 여기서 말하……하하하, 노력해볼게요.”

슬금슬금 소파로 다가가자, 카에데가 도끼눈을 뜨고 프로듀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가 방금 잘못 들은 게 아니죠? 최다 철야 기록?”

“맞습니다.”

”프로듀서.”

“네…….”

“제가 술 마시러 가자고 했을 때, 대답 기억해요?”

“그것이,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프로듀서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왼손으로 목덜미를 주물렀다.

”분명 어제 저녁에는 집에 손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었죠?”

“……네.”

“그저께는 집에 수도가 고장 나서 안 된다고 했었구요?”

“그, 그랬었죠.”

“그런데 최다 철야 기록? 4일째죠?”

“아뇨, 오늘도 집에 못 갈 테니 곧 5일째인가……아야야야!”

카에데의 기다란 손가락이 프로듀서의 뺨을 잡고 주욱 잡아당겼다.

“그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게 이 입인가요?”

“아라흐니까 나후헤혀 아흐히하.”

“놔드릴 테니까 얌전히 신발 벗고 엎드리세요.”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에데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풀었다.

“으으, 신발 벗기 싫은데…….”

“빨리 벗어요. 제가 벗기기 전에.”

이따금씩 전기가 흐르는 듯 움찔거리면서 프로듀서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맞은편 소파 위에 엎드렸다. 카에데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건을 들고 프로듀서에게 다가갔다.

“타카가키 씨, 역시 냄새…….”

“괜찮다니까요. 아파도 좀 참으세요. 꼭 해야 하는 거니까.”

소파에 올라와 엎드린 프로듀서 위에 주저앉은 카에데는 낮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흐흐, 미즈키 씨도 궁금해 하더라구요. 어디, 등짝을 좀 볼까요!”

“아니 당신 캐릭터 바뀌……으악!”

 

조용한 사무실에, 이따금씩 프로듀서의 신음소리만 들려올 무렵. 카에데가 말문을 열었다.

“……프로듀서.”

“네.”

“저, 오늘 아침에 처음 와서 들은 얘기가 뭔지 아세요?”

“모릅니다. 저는 오늘도 외근이었으니까요.”

“당신한테서 썩은 내 난다는 소리였어요.”

“뭐……맞는 말인걸요? 어차피 어린애들이 한 말이고, 저는 신경 안 씁니다.”

“제가 신경 쓰이는걸요.”

“당신도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아이들이 말하는 게 다 그런 거잖아요?”

“……바보.”

“으악! 알면서 누른거죠?!”

“아닌데요!”

 

 

 

다음 날.

 

점심시간을 약간 지난 시각. 원래라면 오후에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평소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린과 카렌, 나오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치히로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얘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사무실 내부를 두리번거리는 세 사람을 바라보던 치히로가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듀서 씨는 지금 수면실에 있어. 철야가 좀 전에 끝난 참이라.”

“하하, 결국 퇴근 안 했구나. 그 사람.”

“응. 사실은 ‘안’이 아니라 ‘못’이지만. 최근 한창 바쁠 때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사무실 안에 걸린 스케줄 보드를 바라보았다. 하루가 지나가면 그 다음날의, 그 날이 지나가면 또 그 다음날의 일정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아하하……저희는 그러면 잠시.”

“응, 느긋하게 즐기고 오세요~.”

세 사람은 사무실을 나와 수면실로 향했다. 그 때, 수면실 문을 닫고 나오는 한 사람과 마주쳤다.

“어머, 너희들 일찍 왔네?

“카에데 씨?”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P씨는.”

“프로듀서? 안에서 주무시는데?”

카렌은 카에데의 품 안에 있는 물건을 가리켰다.

“저기, 혹시 그거 소독약 아니에요?”

“응 맞아. 조금 쓸 일이 있어서. 자, 그럼 난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프로듀서 깨우지 않도록 조심해서 보고 가렴.”

“네,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후훗.”

카에데의 뒷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다음, 세 사람은 조심스레 수면실의 문을 열었다. 주황색 백열전구가 미약하게 빛을 발하는 어두컴컴한 수면실 내부에는 성인 남자의 묵직한 숨소리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슬며시 방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점막을 찌르는 자극적인 냄새에 카렌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작게 기침을 했다. 소독약 냄새였다.

기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숨을 쉬며, 백열전구의 어렴풋한 빛에 의지해 프로듀서 전용 침대로 다가갔다. 사실 프로듀서 전용 침대라고 해 봐야 일반적인 접이식 침대를 프로듀서의 덩치에 맞게 2개 붙여 놓은 것뿐이지만. 저번 신년맞이 대청소 때 알아낸 것이지만, 다른 침대는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 새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유독 이 침대 2개만큼은 매트리스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자주 사용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훨씬 전부터 이 사람은 야근을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잘 자네…….’

눈에는 눈의 피로 회복을 돕는다는 옥돌이 들어간 안대를 쓰고, 평소에는 굳게 다문 입은 칠칠치 못하게 벌어져서 침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프로듀서의 얼굴에 정신이 팔린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카렌의 시선을 자극하는 것은 강렬한 소독약 냄새를 풍기는, 흰 수건에 덮여 있는 그의 발이었다.

‘그러고보니 P씨, 발냄새 얘기 들었을 때 좀 이상했지.’

손끝으로 톡톡, 린과 나오의 어깨를 건드리자 그녀들은 고개를 돌려 카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짓으로 하얀 수건이 덮인 프로듀서의 발을 가리켰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가면서 프로듀서의 발 쪽으로 향한 그들은 시선을 한번 마주치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발을 덮고 있는 하얀 수건을 살짝 집어 올렸다.

‘뭐야 이건?’

‘우욱…….’

소독약 냄새가 풀풀 나는 따뜻한 물에 적당히 적셔져 있는 수건. 그 아래에 감싸진 프로듀서의 발은 군데군데 생긴 물집이 찢어지고 굳은 살이 갈라져 차마 형언하기 어려운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을 자고 있으면서도 통증 때문인지 이따금씩 발끝이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안 되겠다, 못 보겠어.’

병원 생활이 길었던 덕분에 어지간한 상처에는 내성이 있던 카렌 또한 오래 보지 못하고 수건을 조용히 덮어 놓았다. 셋은 너나 할 것 없이 살금살금 수면실에서 빠져나왔다.

“하아, 카에데 씨가 들고 있던 소독약, 저기에 쓴 거였구나.”

“프로듀서, 설마 저 발로 여태껏 뛰어다닌 걸까?”

“으으, 저런 구두로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 나라도 저렇게 되겠다.”

“어제 괜한 소리를 했나, 좀 미안해지는걸…….”

 

한 시간쯤 지나서, 3명이 휴게실에 모여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수면실을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그들은 복도로 나가는 대신 문을 살짝 열고 그 틈새로 밖을 쳐다보았다.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고 있는 프로듀서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면서 평소와는 달리 구부정한 자세로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자신들이 기억하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봐 온 그는 언제나 곧은 자세로 당당하게 걸어 다니던 모습이었기에, 지금 프로듀서의 모습은 그들로써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휴게실의 문을 닫고, 셋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프로듀서, 작아 보였지.”

“짓눌려 있었다고 해야 하나.”

“훌쩍.”

“울지 마, 나오.”

“정말, 제일 언니면서 왜 이럴까.”

“시끄러워! 안 울었어!”

정적이 흘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건 말로 해야지만 풀릴 것 같아.”

“역시 린이야. 가차없지.”

“나, 나도!”

휴게실을 나선 셋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프로듀서의 책상으로 향하면서, 벽에 걸린 출퇴근표와 스케줄 보드를 바라보았다. 모든 직원 중 ‘퇴근’란이 하얗게 비어 있는 프로듀서의 출퇴근표, 언제나 빽빽하게 들어찬 스케줄 보드.

아직은 어린 마음이기에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가슴에 품고, 셋은 나란히 프로듀서의 옆에 섰다.

그새 복장을 정리한 것인지 꾀죄죄한 셔츠는 나름대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고, 반쯤 풀어놓은 넥타이도 단정하게 셔츠의 칼라를 조이고 있었다.

“어? 너희들 왜 벌써 와 있어? 일정은 4시부터인데? 점심은 먹었어?”

철야에 이어서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취침. 누가 보더라도 피로감이 덜 빠진 얼굴을 한 주제에, 마주하자마자 자신들부터 대뜸 걱정하는 그를 바라보며 셋은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저기, 프로듀서 씨.”

“””고맙습니다.”””

“……?”

“어머, 좋겠네요. 프로듀서 씨.”

 

 

 

<후일담>

 

 

“짜잔~ 시키냥 특제 아로마 오일, 프로듀서 에디션!”

“그건 또 뭐야? 디퓨저에 쓰는건가?”

“쯧, 쯧, 쯔. 설명은 끝까지 들어보시라! 잘 들어, 이걸 발바닥에 바르기만 하면!”

“하면?”

“놀랍게도 굳은살이 쓱싹! 새 살이 솔솔! 아기의 발처럼 보송보송!”

“호오, 좋은 물건이구나. 그래서.”

 

프로듀서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옮겨 시키를 바라보았다.

 

“레슨 무단 불참에 연락도 안 받은 변명은 그걸로 끝이야?”

“우히히♬”

“그럼 다음은 내가 뭘 할지 알지?”

“음, 시키냥 스마일♬”

“체인지.”

“너무행!”

벌컥.

“프로듀서 씨, 날 찾았다고 들었다만?”

“으겍.”

“아, 마스터 트레이너씨. 마침 딱 맞춰서 오셨네요.”

“호오, 이 녀석이 이번 물건인가. 괜찮군.”

“기왕이면 사람 구실 하게 부탁드립니다. 2달 뒤 데뷔인 친구거든요.”

“음, 맡겨만 줘.”

“시키냥 대 핀치! 누가 좀 구해줘요!”

“하하! 걱정마라! 내 트레이닝 코스는 베테랑 녀석의 3배 수준이니까!”

“그거 엄청 쎈 거 아니야?”

“응, 아니야.”

 

 

시키냥 말투 어려워용

내 머릿속의 시키냥은 후레짱이랑 반반 섞여있는거같은데

어디까지가 시키냥이고 어디까지가 후레짱인지 모르겠네요.

 

여담이지만, 저렇게 발바닥 물집이 터진 상황에서 2~3일이 지나면 진짜 썩은내가 납니다.

파리도 꼬여요.

[이 게시물은 0193님에 의해 2016-04-11 14:19:45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58192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