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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치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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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2, 2016 00:13에 작성됨.

 

4월 1일.

사소한 거짓말은 묵인되는 특별한 날.

그래서 나도 사소한 거짓말을 준비하기로 했다.

 

사무실 밖 복도에서.

“프로듀서.”

“어, 좋은 아침, 시부야.”

“나 할 말이 있는데.”

“스케줄? 아니면 고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뭔데?”

“나, 이제 다른 프로듀서로 바꿔주면 안 될까?”

“……내 프로듀스에 뭔가 불만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당신이 싫어서.”

대답에 앞서서 나는 과장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꺼풀을 살짝 떨어주는 것은 덤으로.

“그럼 다행이군. 안 그래도 그렇게 될 테니.”

“어?”

슬쩍,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둔 새하얀 봉투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슬쩍 꺼내도 잘 보이도록 봉투의 윗부분에 치우치게 사직서라는 글자를 적어둔 것으로, 물론 ‘사직’까지만 위쪽으로 치우치게 적어두었고, 다 꺼내면 ‘사직……그만둡니다’라는 글자가 노출되도록 되어 있었다.

“뭐, 이게 뭔지는 곧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다음에 또 인연이 닿기를.”

손을 흔들면서 그녀의 곁을 지나가려는 찰나, 미약하게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발걸음을 멈췄다.

“자, 잠깐만.”

“왜? 또 할 말 있어?”

“그, 그거, 거, 짓말……이지?”

“뭐? 이거?”

일부러 과장된 모습으로 가슴팍을 툭툭 친다. 고개를 든 린은 촉촉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짓말이다.”

“말도 안돼, 그럴 리……뭐?”

“거짓말이라고. 자, 봐.”

품 속에서 봉투를 완전히 꺼내어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고, 벙쪄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읏……!”

“만우절이잖냐.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생각……아얏!”

“이 바보! 몰라!!”

“야, 그렇다고 발을 밟아?”

“시끄러워, 멍청이! 쓰레기!! 길 가다가 넘어져라!!!”

“이거 참, 나도 사랑 받는구나. 아이고 발가락아…….”

 

 

린의 울먹거리는 얼굴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한동안 뇌리에 각인되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꽤나 감정을 실어 밟은 것인지, 욱신거리는 발가락을 문지르며 다음 대상을 물색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밝은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대충 머릿속으로 행동을 구상한 다음,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 또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인지 아는 체를 하자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P씨, 여기 있었구나! 어디 가는 길이야?”

“호조? 사장실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나 아이돌 그만둘래.”

“그건 혼다 네타인데.”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겠니?”

“그냥, 오프도 안 주고 일만 시키잖아. 힘들고 귀찮아서 더 못 해먹겠어. 프로듀서도 요새 좀 쌀쌀맞고.”

P씨에서 프로듀서로, 인가.

“흠, 그거 단순히 내가 싫어서 그런 거 아냐?”

“어? 어떻게 알았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랑 꽤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지.”

“헤에, 그럼 내가 원하는 것도 알아?”

“아니, 그건 모르겠는데.”

“양자택일이야. 내가 먼저 그만둘지, 프로듀서가 먼저 그만둘지.”

나는 고뇌하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며 신음을 흘렸다.

“음……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다.”

“오, 결정했어?”

팔짱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품속의 봉투를 살짝 보여주었다.

“내가 그만둘게. 어차피 사장님께 이것도 드려야 하고.”

“엣…….”

“볼일 끝났지? 그럼 나 먼저 간다. 안녕.”

“어……?”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그녀의 양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쳐주고, 눈두덩이를 문지르면서 코를 훌쩍였다. 약간 빠른 걸음걸이로 꺾인 복도를 지나간 뒤 복도의 모퉁이에 바짝 붙어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멍하게 있던 카렌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P씨를 따라가야……!”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녀가 모퉁이를 막 돌았을 때.

“야, 호조.”

“꺄아!@?!@#!”

“너무 놀란 거 아냐?”

“P, PPpP씨?!”

“그래 P씨다.”

“사장실 간 거……아니야?”

나는 어깨를 과장되게 움츠리며 턱짓으로 발을 가리켰다.

“응, 이제 가려고. 신발끈이 풀려서 말이야.”

“으, 응.”

눈물로 엉망이 된 그녀에게 재킷에서 손수건을 꺼내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 주었다.

“원하던 대로 됐는데 표정이 왜 그래. 웃어야지. 자 웃어요 우서. 코도 풀고. 그렇지.”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카렌은 손수건을 치우고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적 저기, P씨.”

”어 이제 좀 괜찮아졌어?”

“저기, 아까 그거 말인데.”

“뭐? 나 싫다고 한 거?”

“응, 그거, 거짓말이야. 오늘……”

“알아. 만우절이잖아.”

“응, 그러니까 그만두지 마. 난 P씨 없으면…….”

“그래, 만우절이잖아.”

“아냐, 이건 거짓말 아냐, 진짜야. 내 진심.”

“알아. 만우절이잖아.”

“아니, 그러니까 진짜로 알고서 하는……!”

고개를 든 카렌에게 잘 보이도록 나는 방글거리는 웃는 얼굴로 하얀 봉투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래, 만우절이잖……윽!”

“P씨 진짜 바보! 계단 올라가다 확 넘어져라! 우아아앙!!”

“야……! 그렇다고 명치에다 박치기를 하냐……우읍!”

  

이거 참, 나도 사랑 받는구나. 내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닌데 코 끝이 막 시큰거리네…….

실은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나오는 오늘 오프였고, 린과 카렌한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연장조 사람들과 치히로 씨한테 붙잡혀 한 시간동안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단단히 삐진 린과 카렌을 달래느라 고생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지들도 나 놀리려고 했으면서, 젠장.

 

 

 

아아, 29살짜리 어른이 인성이 이렇게 더럽습니다 여러분!

알바 교대하기로 한 애가 지각만 안했으면 자정 전에 올라왔는데...!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6-04-04 01:20:35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5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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