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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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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9, 2017 17:47에 작성됨.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취했냐고? 응, 취했어. 너무 취했어. 엄청 취했어. 취하고 취하고 취하고 취해서 이런 고백같지도 않은 고백을 해버릴 정도로, 나는 취했어. 그렇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전부 술주정이란 뜻은 아냐. 진짜로, 진심으로 하는 말. 이해 못했다고? 괜찮아, 못했어도 괜찮아. 그럼 시작한다?

 

 프로듀서─ 왜 그러는 거야? 왜 자꾸 고민하는 거야? 일할 때도 놀러나갈 때도 게임할 때도 밥먹을 때도 왜 자꾸자꾸 고민만 하고 있는 거야? 보는 내가 답답해, 진짜로. 아니 어딘가의 고민 뱉어내는 기계도 아니고 똑같은 고민을 2년, 3년째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질 않는게 말이나 돼? 그 작은 머릿속에는 그정도로 여유공간이 있는 거야? 요즘 집적회로는 시대가 좋아져서 한번에 엄청난 양의 문서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프로듀서도 그런 종류인 걸까. 아니, 그게 아니라 아예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지 않는 건가? 1년 365일 내내 그 고민만 반복하면서?

 

 그래 그래 이해해. 복잡한 고민이지. 힘든 고민이지. 보통 인간들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심도 있고도 아름다운 고민이지. 뭐,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런 끔찍한 상상거리는 예시 속에서 집어치우자고. 어쨌든 중요한 건 그 고민이 특별하다는 거잖아? 알리기 싫고, 부끄럽고. 그러니까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아두고만 있는 거겠지. 말하지 않고, 티내지 않고. 이해하고 있어. 격렬하게 이해하고 있어. 나도 예전에 이상한 취미같은 걸 가졌을 때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알리지 않고 나 혼자만 가슴 썩힌 적이 있으니까. 다들 그런 거잖아? 초등학생 때 서먹서먹한 반 친구 자리에 다가가서 연필로 편지를 쓴다던가, 그런 취미는 다들 가져본 적 있잖아? ...아, 나만 그런 거야? 상관없어! 어차피 술김인데 다 풀어봐야지, 안 그래 프로듀서?

 

 연필로 편지를 쓰고, 물론 종이에, 의자에 남겨두고. 쫄래쫄래 내 자리로 돌아가서 그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탁, 하고 편지를 여는 순간 내 가슴은 쿵쾅쿵쾅. 들킬까, 안 들킬까? 나인 걸 알아챌까, 못 알아챌까? 계속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혼자만의 친구 놀이─인데, 이야, 지금 생각해도 아슬아슬하네? 아무도 눈치 못챘다고? 그게 나인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놀이를 하고, 무슨 고민을 하고, 무슨 좌절을 하는지─ 아무도 눈치 못챘다고? 진짜진짜 이상하지 않아? 헤헷, 알아줘서 고마워! 역시 프로듀서네! 참고로 애교는 지금 뿐이야!

 

 ...근데 중요한 건 말야, 난 그렇게 혼자 가슴 썩이고 있을 때 엄청 아팠다? 무지무지 아팠다? 고작해야 편지 하나 썼는데 뭘 그렇게 난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때 그게 잘못인 줄로만 알았어. 금지된 줄로만 알았어. 들키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어. 아니, 보통 그렇잖아? 그 때는 고독이란 걸 몰랐다고? 왠지 부끄럽고, 숨겨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계속해서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었어. 긴 시간 동안 숨겨두고만 있었어. 그렇게 숨기고, 숨기고, 숨기고숨기고숨기고숨기고숨기고숨기고숨기고숨기다가 엄청나게 가슴이 아파져서 결국엔 다 토해내버렸어. 어떻게 토해냈냐고? 묻지마, 지금도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응, 술김인데도 이야기하기 싫어. 만약 찾아냈다간 프로듀서의 목을 당장 졸라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이야기하기 싫은 일이야. 그러니까 그건 이제 넘어가자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프로듀서. 숨기는 건 아파. 무척 아파. 진짜진짜 아파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물론 알고 있겠지, 프로듀서는. 그러니까 이야기하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숨기고만 있는 거야? 알고 있잖아, 아프다는 걸. 1년 2년 3년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통받는 동안 아프다는 걸 알아왔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이야기를 안하는 거야? 알고 있어, 그 고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얼마나 꿈같은 일인지! 프로듀서가 망설일만해, 프로듀서가 고민할만해. 그렇지만 그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부끄러워서 아무도 못 받아줄 만한, 그정도까지의 고민은 아니라고!! 맘 놓고 터놓을 만한 친구들도 부모님도 가족도 은사도 있는 프로듀서가 도대체 왜 말을 안하는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할 수가 없어!!

 

 더이상 이상해지기 싫다고? 아아, 그랬지. 트라우마가 있었지. 알고 있어, 프로듀서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는 걸. 아니, 프로듀서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야 그래, 계속해서 높은 곳만 바라보다 결국 떨어져서, 떨어지고 떨어지다 겨우 한 줄기 빛만을 발견한 프로듀서에게는 자기 자신이 정말로 이상하게 느껴지겠지. 이해해, 이해할 수 있어. 나는 프로듀서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본 것은 아니지만, 가끔가다 알아챌 수 있는 프로듀서의 단편에선 그런 면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어. 정확히는 지금도 느끼고 있어, 지금도! 정말이야!!

 

 하지만 아냐, 프로듀서.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프로듀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아니라고!! 프로듀서는 이상하지 않다고!! 프로듀서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그냥 그렇게, 그런 식으로 살아가면 그게 평범한 거야!! 그게 정상적인 거야!! 왜 그걸 몰라주는 거야!? 왜 거기서 눈돌리는 거야 도대체 왜!!? 아아, 프로듀서는 그런 거야? 계속해서 나만큼은 세상 속의 특별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뭐 그런 류의 특권 의식이 머리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틀렸어,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특별하지 않아. 프로듀서는 이상하지 않아!! 프로듀서는 이 전세계 60억 또는 5천만 인구 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소시민에 불과해!! 내가 보증할 수 있어!! 이 니노미야 아스카가 보증할 수 있어!!

 

 프로듀서,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이상하지 않아. 이상해지지도 않아. 고민 한번 말했다고 파탄나는 관계도 아니고, 지금까지 잘 만들어왔잖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면서도, 어쨌든 인생 사는 이야기 하나쯤은 언제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조금씩 조금씩 잘 만들어왔잖아? 그럼 써먹어!! 뭐하고 있어, 안 써먹고!! 친구는 그럴 때 있는 거야, 은사는 그럴 때 있는 거야! 부모는 그럴 때 있는 거야, 가족은 그럴 때 있는 거야! 다들 그렇게 살아!! 털어놓을 건 털어놓고 받아줄 건 받아주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프로듀서라고 불가능하겠어? 나는 가능해, 가능하다고 봐. 예전에도 잘했잖아! 아니, 지금도 잘하고 있어!! 노는 것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전부!! 그렇다면 이것도 가능해!! 이것도 가능하다고!!!

 

 어땠어, 프로듀서? 친구들이랑, 그 사람들이랑 같이 카페에 가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답답한 기분? 쓸쓸한 기분? 프로듀서가 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줄 때, 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해줄 때. 자기 혼자 털어놓지 못하고 자기 혼자 풀어놓지 못하고 자기 혼자 이야기하지 못할 때 프로듀서는 도대체 어떤 기분이 들었냐고!!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 어!!? ─아아, 프로듀서는 그런 거야?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고민을 풀어놓는 것, 그 자체가 폐가 된다는 뭐 그런 1급 공인배려사 자격증 소유자처럼 순수한 삶을 지속하고 싶은 거야?? 바보 아냐!? 그런 한심한 배려는 필요없어! 그 사람들 중 누구도 그런 관계는 원하지 않아!! 무거운 고민, 무거운 상담. 서로서로 털어놓고 하나둘씩 보듬어나가는게 인간관계라는 빌어먹을 시스템의 몇 안되는 좋은 점이라고!! 어딘가의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알고 보니 주종관계였다─ 같은 전개는 없으니까, 일단 한번 말해봐! 그럼 최소한 편해지기는 할 거 아냐!!

 

 ...알아, 알고 있어. 이렇게 말해도 마음 속 어느 한구석에선, 프로듀서가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어. 그래도, 그래도 어떡하란 말야! 보이는데!! 고민하는게, 아파하는게. 프로듀서가 그렇게나 고통스러워하고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내 눈앞에 훤히 보이고 있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그냥 가만히 있어? 아아, 언젠가 저 사람은 해결하겠지. 언젠가 저 사람은 고통 속에서 해방되어 저 먼 산골짜기를 향해 훨훨 날아가겠지-같은 느낌으로!? 말이 돼 그게!!? 3년째야 3년째!! 똑같은 고민을 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3년째 반복하고 있다고!! 그게 뭐야, 철학자? 몇십년 동안 한 주제만 파게?? 하, 언젠간 논문이라도 쓰겠네! 그동안 나는 병 걸려서 사망할 테고!!

 

 보는 나도 아파. 나도 아프다고,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아파하고 아파하고 아파할수록 지켜보고 있는 내 가슴은 찢어져 내릴 것만 같아. 아니, 이미 찢어져 내렸어! 이미 찢어져 내린 걸 간신히 붙잡고 있다고 프로듀서!! 조금 있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떨어져 내릴지도 몰라! 나한테도 이런 꼴을 당하게 할 셈이야? 나한테도 이런 불행을 당하게 할 셈이야? 계속해서 추락하고 떨어지고 무너지고 뭐 동반자살이라도 하게?? 난 싫어, 프로듀서! 나도 그렇지만 프로듀서가 죽는 건 그 무엇보다 싫다고!! 죽는 것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가 고통받는 그 모든게 싫어 나는!! 난 프로듀서가 불행하고 슬퍼하고 싫어하고 의기소침한 것보단 행복하고 기뻐하고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고 싶어, 그 언제나!!! ─이유!? 그런 건 한참 전에 말했잖아!!

 

 

 좋아한다고, 프로듀서!!!!!

 

 

 

 

 

 

 

 

 

 

 

 

 

 

 

 

 

 

 

 

 

 

 

 

 

 

 

 

 

 ...좋아해, 좋아한다고. 알아주겠어?

 

 고민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아. 고통받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질렸어, 그런 건. 지금까지의 3년이라면 충분해. 프로듀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괜찮아, 전부 괜찮아. 주변 환경도, 주변 관계도. 놀랍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거기까지 일테고, 대부분 받아들여줄 거야. 알고 있지? 다들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제발, 프로듀서. 이제 그만하자. 이제 그만 아파하자. 힘겨운 짐 같은 건 전부 내려놓고, 이제는 나아갈 길만 생각하자. 내가 나아갈 길을, 프로듀서가 나아갈 길을.

 

 

 

 

 ...이젠 털어놓자, 우리.

 

 

 

 

 

 

 

 

 

 

 

 

 

 

 

 

 

 「나는 니노미야 아스카를 사랑한다.」

 

 

 

 

 

 

 

 

 

 

 

 

 

 E.

 

 

 

 

 

 

 

 

 

 

 

 

 

 . . .

 

아마도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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