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봤습니다. 그리고 대강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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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4 03:54에 작성됨.

어제 도착했어요!

우선 평부터 내리자면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여름 청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이었어요.

청춘 아이돌물로써는 개인적으로는 TVA보다 이쪽을 더 높게 치고 싶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근데 이 작품에 대한 악평도 이해가 됩니다.
개봉 당일부터 평이 호불호를 심하게 왔다 갔다 해서 대체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는데 보니까 알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시길.

 

이 이야기는 765 프로덕션 아이돌 아이들이 작중 목적이자 엔딩인 아레나 라이브까지 달려가는 이야기입니다. 최대 규모의 라이브를 눈앞에 둔 765 프로덕션 아이들 앞에 라이브를 도와줄 백댄서로 스쿨의 아이돌 아이들(밀리언 라이브의 등장인물들)이 나타나고, 그 아이들과 기존 765 프로덕션 아이들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765 프로덕션 구성 인물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과, 기존 TVA의 사건을 겪었던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성숙하게 성장한 모습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극장판에 밀리언 라이브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정보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팬들의 반응이 다소 격렬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극장판이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 타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등장하면 기존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 뻔하고 당시 아이마스 팬들에겐 세대교체 화제가 돌고 있었으므로 날이 선 반응이 많았습니다. 세대교체는 둘째 치고 비중에 관한 문제는 팬들의 우려대로 일어났습니다.

이건 밀리언 라이브 아이들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였죠. 저는 765 프로덕션에서 타카네와 히비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 극장판에서 이 둘의 비중은 적었죠. 하지만 딱히 불만스럽진 않았습니다.

기존 765 프로덕션 아이들과 밀리언 라이브 아이들의 역할을 구분짓자면 선배탐과 후배팀으로 구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이돌 아이들은 이 역할에 맞게 움직입니다. 후배팀은 선배팀과의 실력 차이와 체력 차이 때문에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합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보고 기운을 북돋아 주거나 충고를 해줍니다.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면 모두 개별적인 캐릭터로 움직인다기보단 이 틀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로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을 원했던 분이시라면 이 부분에서 실망하실 겁니다.

기본적인 갈등은 선후배 간의 실력차이에서 시작되어 자잘한 줄기로 뻗어 나갑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에 휘둘리며 고뇌하는 하루카가, 좌절하여 집에 틀어박힌 카나를 끌어오는 게 극장판의 중심 스토리죠.

하루카는 이번 작품에서 765 프로덕션의 리더 역할을 받았습니다. TVA에서는 리더가 없었지요. 하루카는 팀의 리더로서 고민하고 또 고뇌합니다.

여기서 이번 극장판의 단점이 등장합니다. 이건 이번 극장판만의 단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걸 단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안 계실 수도 있어요. 정확히는 저 개인이 TVA 때부터 아이돌 마스터 애니메이션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에 가깝습니다. 태생적으로 TVA의 연장선인 극장판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던 아이돌 마스터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하루카가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다는 겁니다.

이건 TVA 후반부의 하루카 에피소드에서도 느꼈던 건데, 이 아이는 아이돌이지 프로듀서가 아니에요. 프로듀서와 리츠코가 할 일까지 하루카가 짊어졌어요.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는데 저는 이 극장판의 장점 중 하나가 하루카의 고뇌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장점은 곧바로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카의 고뇌 원인이 어딘가 핀트가 안 맞기 때문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왜 얘가 이렇게까지 마음고생 하면서 고뇌하는 거지? 프로듀서랑 리츠코는 어쩌고?"

물론 후배를 이끌어주는 선배 구도는 좋고 그런 선배가 고뇌하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얘가 이렇게까지 고뇌할 필요가 없지요. 하루카가 고뇌하는 일이, 얘가 결정할 일이 아닌 걸로 보여서 아무래도 위화감이 느껴져요.

리츠코와 프로듀서는 작품 내에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만 이 일에 관해서는 하루카에게 조언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일에 관해서는 조언을 하지만요.

오히려 프로듀서는 라이브 후에 헐리우드로 연수를 간다고 밝혀 765프로 아이돌 아이들이 아레나 라이브를 꼭 성공하게 해야 하는 이유(헤어지기 전에 프로듀서와 마지막으로 함께 만드는 라이브니까)로 작용합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기가 고민하지 아이돌 아이들의 중점적인 갈등해결엔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의문점 때문에 하루카의 고뇌에는 기본적으로 위화감이 깔렸어요.

하지만 이런 위화감만 제쳐놓고, 이런 갈등 자체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청춘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위에 이미 언급했듯이 방황하는 후배를 이끌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 구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영화 초중반에 하루카는 카나를 통해 자기가 남이 동경할 만한 위치에 올라왔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이것부터가 가슴 벅찬 상황입니다. TVA 때부터 지켜보던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자랑스럽게 가슴을 쭉 펴게 될 겁니다. 저 같은 라이트 팬도 이럴 정도인데 원작 게임 때부터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오죽할까요?

특히 카나와 하루카의 전화씬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우분들의 열연도 열연이었거니와 동경하던 사람 앞에 다시 못 설 것 같아 주저하는 카나와 그런 카나에게 다시 용기를 불어넣으려는 하루카의 절실함이 정말 잘 느껴졌거든요.

하루카와 주로 충돌하던 후배팀의 시호도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새파란 후배가 업계 정상에 선 선배에게 틱틱거리는 게 우스워 보였지만, 스테이지의 아득한 거리와 사람들의 시선의 무게를 깨닫고, 그런 중압감을 견디면서도 카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하루카의 마음에 감화되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어요.

틱틱거리기만 하는 캐릭터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는 캐릭터는 좋아하거든요.

이 작품에서 하루카의 고뇌가 좋았던 점 중 하나가 하루카가 고뇌할 때 이오리, 치하야, 미키가 성숙한 태도로 하루카에게 충고와 조언을 건넨 점인데, 이전 TVA 때였으면 아마 좀 더 격렬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성장한 이후니 하루카에게 (전과 비교해서)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합니다. 좋은 이해자이자 동료로요.

덕분에 하루카는 길게 고뇌하되 이전처럼 좌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이미 TVA에서 겪었던 일들과 비슷한 상황이니 같은 결론을 다시 내는 건 어렵지 않았지요. 하루카가 이번에 한 고뇌는 결론의 탐색이라기보단 결론의 확정 과정이었죠 .

하루카는 자기가 찾은 해답으로 카나와 후배팀을 설득하여 갈등을 해소합니다.

여기까지가 극장판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저는 TVA 때부터 여기까지 달려온 765 프로덕션 아이들의 기특한 모습이 정말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 같다고 느꼈어요.

라이브를 준비하는 과정이 TVA보다 길어 보여서 그런지(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이라서 그런지?) TVA보단 극장판 쪽이 더 아이돌 애니메이션답다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아레나 라이브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괜찮았어요. 딱 하나만 빼고요. 갈등 해소의 결과를 상징하는 아레나 라이브에서 후배팀 아이들의 안무가...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 아이들이 백댄서인 건 알지만 좀 더 격렬하게 움직이게 만들 순 없었을까요? 765프로 아이들과 밀리언 라이브 아이들간에 갈등의 시초를 따져보면 하드한 안무 난이도 때문이었는데 마지막 라이브의 백댄서 안무를 보면 얘네들이 이것 때문에 그렇게 갈등했는지 실망할 지경이에요.

라이브의 카메라 워크는 좋았습니다. 765 프로덕션 애들이 노래하는 건 좋았어요. 하지만 밀리언 라이브 아이들의 안무가 너무 힘이 빠졌고 라이브 막판에 배경으로 밀려나 3D 렌더링 처리로 바뀌었을 땐 이질감까지 튀어 라이브의 감동을 깎아 먹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라이브는 싱숭생숭한 감상이 주로 들었습니다.

765 프로덕션 아이들 부분은 대체로 만족했습니다만 밀리언 라이브 애들 파트가 허무했어요.
제가 좋다는 표현을 안 쓰고 나쁘지 않다는 표현을 쓴 이유가 이겁니다.

아무튼 이 영화에 관한 단점을 뽑아보자면 이렇습니다.

1. 프로듀서랑 리츠코는 뭐하고 하루카가 고뇌하는 거지?
2. 아레나 라이브에서 밀리언 라이브 아이들의 안무가 너무 허무하다.

영화 자체의 분위기와 하루카의 고뇌(+카나와의 갈등 관계) 자체는 제 마음에 직격으로 관통했습니다만 이 두 가지 단점이 너무 확고하게 두드러져서 이 영화에 관한 악평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돌 아이들의 성숙한 내면을 보는 맛도 좋았고 캐릭터간의 관계도 좋았어요.

단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론 괜찮은 영화라고 평하고 싶네요. 아직 1회차만 감상했지만 몇 번이나 곱씹고 싶은 영화예요. 저는 TVA보다 극장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이렇게 느껴지네요.


삽입곡인 라무네색 청춘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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