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빙에 대해 미묘한 평가가 주류라서 조금 아쉽습니다.

댓글: 8 / 조회: 4925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8-29, 2014 01:30에 작성됨.

어느 때보다도 짜임새 있는 구성의 가사와 곡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키사라기 치하야를 사랑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세빙에 대한 미묘한 평가가 어쩔 수 없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 아쉬움을 참지 못하여 제 개인적인 해석, 그리고 가장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해석을 다소 주제 넘은 일인 줄은 알면서도 게시물로 올려 봅니다. 해석을 공유하는 것에 선호가 없으신 분은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아래의 내용을 읽는 것을 피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글자 색을 흰색으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세빙(細氷)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여 작은 얼음 조각이 되어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화자 (바다)는 그 마음의 밑바닥에 괴로운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억들을 떨쳐낼 의지를 가진 시적 자아의 나머지 한 부분인 화자 (바람)은, 화자 (바다)를 조용히 내려다봅니다. 화자 (바다)는 화자 (바람)의 부름에 응해 밑바닥에서 과거의 아픔을 하나하나 퍼올려내 작별을 고합니다. 잠들어 있었던 기억들이 살아나 화자를 괴롭힙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타버려도', 화자 (바다)는 멈추지 않습니다.

화자 (바다)의 수면을 떠난 '한숨'인 기억은 이별의 차가움에 얼어붙습니다. 빙정으로 화한 기억은 화자 (바람)의 의지에 의해 하늘을 수놓으며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흩뿌립니다. 이제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난 화자 (바다)가 올려다보는 빛은 '슬픔도 괴로움도 없는 빛'입니다. 가사에서 화자의 아픈 기억은 '흑백의 거리, 사람, 꿈'이라고 묘사되는데, 치하야의 남동생이 이른 죽음을 맞은 거리, 치하야의 남동생, 그리고 그가 치하야에게 남기고 떠난 꿈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치하야의 아픔을 어느 때보다도 직접적으로 풀어낸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자 (바다)는 화자 (바람)에게, 세빙을 붙들어 매어 달라고 청합니다. 여기서 '빛'에 대한 시어로 러시아어 свет가 사용됩니다. 하필 러시아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설명은 역시 свет가 동음이의어로 '세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화자가 떠나보낸 기억들이 여태까지의 화자에게는 전부였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이 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아쉬움은, 치하야의 이야기의 끝이 다가온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