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했습니다

댓글: 20 / 조회: 169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5-02, 2014 15:05에 작성됨.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제법 한가한 시간이 많이 남는 터라 아담한 손가방 안에 이것저것 물건을 넣고 다녔더랬습니다. 글을 쓰기 위한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나, 텀블러나, 닌텐도 3DS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손가방 안에서 3DS를 꺼내 보니 전원이 묵묵부답. 충전기를 꽂아 봐도 침묵. 설마 싶어서 자세히 보니깐 기기 안쪽에서 약간씩 물이 스며나오고 있고, SD 카드와 게임 카트리지 부분엔 벌겋게 녹이 슬어 있네요.

세상에나.

텀블러에 약간 남아 있었던 물이, 텀블러가 기울어지면서 안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에 애꿎은 3DS가 침수되어 버린 겁니다.

 

회한의 피눈물을 흘리며(물론 기분상으로만) 수리를 가져다 맡겼는데, 분해해서 물을 말리고 녹을 제거할 테니 10일 후에 찾아오라더군요. 그래서 반쯤 멍하니 10일을 기다려서 갔더니, 이미 액정까지 데미지가 미쳐서 회생 불능인 상태였습니다. 닌텐도 3DS는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상당히 철저한 보안을 마련해 둔 탓에 세이브 파일은 본체 안에만 저장되고 백업조차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덕분에 몇 백 시간 가까이 했던 포켓몬스터나 몬스터헌터 따위의 세이브 파일이 3DS와 함께 안녕을 고했네요.

그래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안녕을…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여튼 3DS를 다시 살 돈은 있었지만, 솔직히 게임들을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할 의욕도 나질 않았고, 마침 아이마스 원포올이 발매되는 시기이니 과감하게 PS3을 지르기로 했습니다. 3DS의 처참한 잔해, 즉 쓸모없는 애물단지를 되돌려 받으러 간 김에 그곳에서 곧바로 구매를 해 버렸죠. 물론 사전조사도 했습니다. 모니터에 HDMI 단자가 있거나, 만약 없더라도 HDCP를 지원해야만 PS3과 연동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모니터 모델명은 HP w1907. 오래된 녀석이라 진작 단종되었지만, 단편적인 정보로는 일단 HDCP를 지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PS3을 사 와서 모니터에 연결해 보니, 화면 출력이 안 됩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모니터가 HDCP 지원을 안 할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분명히 사전조사를 해서 HDCP가 지원된다는 정보를 입수했었지만, 정작 안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뒤통수를 맞은 모양입니다. 부리나케 TV에 연결해 보니 그건 또 됩니다. PS3 자체는 신품인 만큼 문제는 없다는 거겠죠.

그럼 모니터를 사라 이건데, 아르바이트 월급의 대부분을 써서 구매한 PS3이라서 이젠 모니터를 살 돈 따위는 남아 있지 않지요.

 

하하, 인생이란. 하하하…

원포올을 발매일자에 맞춰서 플레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