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글을 쓰기에는 걸맞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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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3, 2014 19:38에 작성됨.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습니다만,

우선은 타인의 글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제 글에서만 드러나는 제 문체라는 게 없다고 해야 할까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표현기법, 본 적이 있는 단어, 본 적이 있는 서술 및 묘사. 이런 것들 뿐입니다. 이 부분은 그 책이랑 비슷하게 썼네. 이 부분은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는 그걸 바탕으로 쓴 것 같다. 이런 느낌을, 제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몇 번이고 받게 됩니다.
더군다나 평소에 읽던 글들이 대부분 일본 문학이었기 때문에, 한글과 썩 잘 어울리지 않는 일어 번역식 문체를 저도 모르게 구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지적도 곧잘 받는 편이구요. 스스로는 그런 부분도 신경써서 쓰고 있지만, 이미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너무 멀리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퍼즐 조각을 준비해 놓고 그럴듯해 보이도록 짜맞추는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지 않을까요.

또한 창작욕구가 오래 가질 못합니다.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니기도 하죠. 프롤로그, 1, 2화만 순간적인 충동으로 써놓고는 무책임하게 내팽개치는 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작태이기도 하니까요. 제 경우에는 그래도 연재는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짜내서라도 완결은 지어놓으려고 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겨우겨우 완결을 낸 SS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어거지로 써나가더라도 그 여파로 퀄리티가 하락하는 것인지 대부분 후반부엔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이렇게 될 거였으면 애초에 연재 시작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너무 안이했던 건 아니었을까. 내 역량은 글을 연재하기에는 부족한 것일까. 끊임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엔 참 추악하게도 종종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몇몇 회원분들을 보면서, 왜 난 이렇게밖에 쓸 수 없는 것인지, 어째서 저 정도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인지.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저 아이디라면 믿고 클릭할 수 있는, 즉 '검증된'유저가 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좋은 글을 쓰면 될까 하면서 조바심을 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되돌아보니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아닌 그 글로 얻을 수 있는 반응과 인기에 더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원했던 건 단순히 글을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정과 관심이었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에 가까운 무미건조한 창작과, 메마른 열정, 조바심과 초조함.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한심하게도 주절주절 꼴보기 싫은 본심을 늘어놓았습니다만, 지금까지 계속해서는 아니더라도 몇 번이고 느껴 왔던 점들입니다. 단순한 현자타임, 한때의 쓸데없는 기우로 치부해 버리기가 힘드네요.
정말로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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