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나온 한국영화 위기론 기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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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7, 2023 17:10에 작성됨.

아무리 봐도 정말 쓸데없는 짓 같지만... 워낙 얘깃거리가 된지라 고찰을 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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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애니 '카구야', 4월 6일 개봉...한국 영화 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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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더 퍼스트', '귀멸의 칼날'이 국내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새로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또다시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6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카구야' 시리즈의 첫 극장판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TVA 시리즈 3기 이후 새로운 내용을 담은 극장판 영화이다.

 

22일 영화 수입사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측은 스페셜 보도스틸을 전격 공개했다. 보도스틸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곧 개봉할 극장판 작품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카구야' 시리즈는 집안도 성품도 좋은 장래가 촉망되는 수재들이 모인 슈치인 학원에서 펼쳐지는 코믹 로맨스를 그린다. 학생회에서 만난 부회장 시노미야 카구야와 회장 시로가네 미유키는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연애는 먼저 고백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라는 신조를 들먹이며 서로 먼저 고백하게 만들려는 두뇌전을 펼친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카구야와 미유키가 낭만적인 두뇌 싸움 끝에 첫 키스를 하고 난 후, 애매모호한 관계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편, 천재들의 사랑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극장판 애니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오는 4월 6일 GGV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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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213/0001248860

 

바로 이런 내용의 기사인데... 솔직히 저렇게 우스꽝스러운 영화 관련 기사는 거의 처음 봅니다.

우선 도대체 왜 이 영화가 한국영화들을 위협하는 상대인 건지부터가 참 궁금합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아무래도 요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까 저런 기사를 쓴 것 같은데... 그야말로 웃음벨 수준이더군요. 왜냐고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지요.

 

1. 비교 대상들이 무척이나 부적절함

 

일단 [귀멸의 칼날]은 한국에서도 애초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어느 정도는 흥행이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 편은 진짜 영화는 아니라 큰 재미는 못봤지만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슬램덩크]의 추억보정이 영화의 인기에 한 몫 했었고, 평가 역시 좋았다는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죠. [스즈메의 문단속]요? 이건 아예 신카이 마토로라는 신세대 거장의 영화입니다. 당연히 흥행이 보장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이건 정말 아는 사람만 알 법한 시리즈의 영화입니다. 게다가 TV 시리즈랑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지라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더더욱 관심을 끄기 십상이죠. 솔직히 제목도 참 이상한 것 같고요.

 

2. 한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역대급 트롤링

 

설상가상으로 이 기사는 한국영화들을 상대로 엄청난 트롤링을 저지른 거나 다름없습니다. 왜냐고요? 이미  말씀드렸듯이 문제의 영화는 알 사람만 알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저 영화가 한국영화들을 위협하는 상대라는 건 사실상 한국영화들이 가망이 없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자폭 중의 자폭이죠.

 

일단 4월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 중 하나가 [드림]인데,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평가가 어떠냐에 따라 갈리겠지요. 다른 한국영화들은 뭐가 개봉하는지 몰라서 딱히 의견을 적지는 않겠습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이 영화가 한국영화계에 심각한 모욕감을 줄 만한 기사라는 건 바뀌지 않죠.

 

3. 진짜 위험대상들 무시

 

심지어 한국영화계를 위협하는 진짜 위험상대들은 저 영화가 아니라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 4월동안 이 영화들이 한국에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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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대감과 인지도를 가진 영화들입니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전작들이 워낙 망했던지라(...) 한동안 기대하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평가가 좋게 나옴에 따라 기대감도 처음에 비하면 꽤 올라간 상태입니다. [존 윅 4]는 그야말로 상당한 인기를 끌어오던 [존 윅] 시리즈의 4편인데다가 이번 편은 전편들보다도 평가가 좋아서 169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요? 이건 아예 닌텐도의 게임 원작 영화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이 영화들이야말로 한국영화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상대들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 놔두고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를 한국영화의 위험상대로 지목한다고요? 아무리 기레기가 많다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요.

 

4. 가장 위험상대로 지목할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도 아님

 

진짜입니다. 저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기준으로도 한국영화들을 위협할 상대로 지목할 만한 영화가 아니에요. 왜냐고요? 저 영화보다 더 위험상대가 될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 4월에 개봉하기 때문인데,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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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되겠습니다.

 

네,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신작 [거울 속 외딴 성]입니다. 이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온 감독으로 전에도 호평을 받은 영화들을 만들어 왔지요. 심지어 이번 영화는 보아하니 전작의 부진을 전부 씻어낸 영화라는 평가까지 존재하더군요. 이걸 제치고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가 한국영화들을 위협한다? 무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5. 8년 전으로부터 배운 게 하나도 없음

 

어쩌면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8년 전에도 비슷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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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팬 무시 말라!” 예매율 1위 ‘러브 라이브’ 이상기류

베테랑, 앤트맨 누른 쾌거… 아이돌 만화, 오덕후 힘입어 주류 문화 등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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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일 개봉 예정인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가 메가박스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9월 기대작들인 앤트맨이나 베테랑을 뛰어넘는 성적에 네티즌들이 놀라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9명의 소녀들이 만드는 청춘 학원 드라마물이라는 특수한 소재의 영화가 예매율 1위를 기록한 점은 이례적입니다.

9월 1일 오후 메가박스 사이트 예매율 현황에 따르면 러브 라이브가 앤트맨과 베테랑 등을 재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국내 액션물 베테랑을 뛰어넘는 성과인데요.

루리웹과 뽐부 등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러브 라이브가 해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덕후(오타쿠·무언가에 열정적인 팬들 혹은 매니아)들이 해냈다” “일본 박스오피스는 이미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라는 반응이 이어졌죠.

러브 라이브의 이 같은 흥행은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아이돌 마스터와 마법변신! 아이돌 프린세스 리틀프릿 등 다양한 아이돌 만화들이 최근 쏟아지고 있죠. 학원물이라는 기존의 소재에 음악과 춤으로 대중의 스타가 된다는 소녀들의 꿈을 만화에 잘 녹아냈다는 평입니다.

러브 라이브가 지닌 콘텐츠의 기획 역시 독특하죠. 이들의 팬은 러브 라이버라고 불리는 데요. 러브 라이브와 관련된 상품 등에 동봉되는 특별 포인트 카드를 모아 일정 포인트를 쌓으면 러브 라이브 부원증이나 복제 일러스트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합니다. 확실한 팬덤 관리를 하는 셈이지요.

국내에선 6월 29일 서울역 지하철역의 3번, 4번, 5번 출구쪽 통로에 야자와 니코의 생일 광고가 걸리기도 했습니다. 학여울역에도 5주년 기념 광고가 실리기도 했죠.

주류 문화로 인정받지 못했던 아이돌물이 러브 라이브 상영을 계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소녀팬 만큼이나 오빠팬의 저력이 두텁다는 걸 목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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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810436

 

네... 바로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가 [앤트맨]과 [베테랑]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조의 기사였습니다. 정황상 메가박스 1위를 근거로 해당 영화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요...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앤트맨]은 간단히 1위를 차지했고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는 고작 10위에 그쳤으니까요. 심지어 [베테랑]도 여전히 건재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는 [러브 라이브!]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나름 인지도가 있어서 저런 결과가 나왔던 거겠지만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한국에서도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시리즈인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극장판이라 예매율 1위를 달성하는 것도 벅차 보입니다.

 

이쯤 되면 뭐가 문제인지 아시겠지요? 이 기사는 셋이나 되는 걸출한 기대작들은 물론 진짜로 잠재성이 보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제쳐두고 정말 알 사람들만 알 법한 영화가 한국영화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 겁니다. 심지어 8년 전에도 비슷한 설레발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시작부터 설득력이 폭망한 해당 기사에 대한 제 반응은 이게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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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근데 요즘 일본 라이트노벨, 만화, 애니메이션들은 제목을 너무 못 짓더라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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