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솔직히 요즘 마블이 억까를 겪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부제: 2020년이 마블한테는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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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1, 2023 19:37에 작성됨.

확실히 마블이 페이즈 3 이후로 부진하는 게 보이긴 하지만, 몇몇 반응은 좀 심해 보여요. 어떤 경우는 무슨 마블이 고무닦이만 잔뜩 만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수준의 반응도 있었고요.

 

일단 전 모든 마블 영화를 다 봤지만 TV 시리즈는 둘밖에 안 봤기 때문에 영화 쪽으로만 얘기를 하고자 하는데... 확실히 [이터널스]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처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보이는 영화들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래도 평타는 쳤거든요. 심지어 저 둘도 무슨 못 봐줄 수준의 망작은 결코 아니었고요.

 

게다가 부진한 게 보이는 와중에도 몇몇 영화들은 평가가 상당히 높게 나오기도 했고요. 바로 다음과 같은 영화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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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북미 쪽에서는 평가가 상당히 좋았던 영화들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표기된 영화는 제가 나중에 따로 추가 언급을 할 텐데, 제작과정을 알고 보면 오히려 안 망한게 용할 수준이었어요.

 

사실 페이즈 3은 페이즈 4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피니티 사가]를 훌륭하게 마무리지었다는 평가는 물론, 세대교체도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반응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1년이 지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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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발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전세계 영화 제작 계획이 제대로 틀어졌고, 당연히 마블도 예외는 아니었죠. 몇몇 영화들과 TV 시리즈들은 순서가 뒤바뀌기도 했고, 몇몇은 스토리 구조가 변경되기까지 했으니까요. 게다가 그 해에는 성공적으로 보였던 세대교체가 아주 최악의 방식으로 틀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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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트찰라/블랙 팬서 역으로 배정되었던 채드윅 보즈먼이 대장암 악화로 갑자기 사망하게 된 겁니다.

 

블랙 팬서가 마블의 차세대 주역이 될 게 분명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마블 입장에선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악재였죠. 일단 정황상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었던 걸로 보이는 데다가 (사망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블랙 팬서] 속편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교체를 하기에는 과거 워 머신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다 보니 마블 측에서도 무리였을 거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블랙 팬서] 속편은 스토리가 엄청나게 바뀌어야 했고, 그 결과 분위기도 굉장히 진중해졌습니다. 심지어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드라마 영화에 가까워진 건 덤이고요. 솔직히 아이언하트가 추가된 것도 영화가 너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당장 해외 팬덤에서는 영화가 썩토가 되어도 놀라지 않을 영화 0순위 취급을 받는 분위기까지 있었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 저런 악재를 겪고도 나름 완성도가 준수한 영화를 만든 것만으로도 마블이 감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물론 슈리한테 미적 감각이 구리다는 설정을 추가한 사람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고요.

 

아마 마블 측에서는 피해자 비난으로 보여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 이 사태가 마블의 방향성을 망쳐놨다는 소리는 안 할 겁니다 (당장 본인마저도 계속 속편촬영을 준비하다가 사망한 마당에...). 다만 마블이 차세대 주역을 급하게 바꾼 게 아닌가 싶은 흔적으로 보이는 게 보이긴 합니다. 우선 이 장면을 봅시다: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엔딩 장면인데... 이것만 보면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락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 후 이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아무리 봐도 별일 없었던 것처럼 제 3의 눈을 사용하고 있지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마블 측에서 차세대 주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 장면을 추가한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근데 클레아 관련 CGI는 나름 괜찮게 만들어 놓고 왜 그리 안 어려워 보이는 제 3의 눈만 어색하게 만들어 놨는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마냥 비난만 하기엔 좀 그렇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도 그렇고, 예상치 못한 비극 때문에 방향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갔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본 반응들 중 다음과 같은 반응들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반응들입니다:

 

1. "마블이 PC 때문에 망하고 있다!"

 

이건 정말 볼때마다 혈압이 오르는 듯한 반응입니다. 우선 마블이 정치적 올바름 요소들을 추가한 건 의외로 페이즈 1부터였고 (헤임달 기억하시죠?), 적어도 영화 한정으로는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완성도가 망가진 사례라고 볼 만한 건 없었습니다. 심지어 [퀀텀매니아]는 정치척 올바름 요소가 가장 적은 영화들 중 하나였죠.

 

그리고 유튜브에서 저런 주장을 일삼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극우성향의 막말들로 악명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심한 경우는 아예 여성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는 모습만 보여도 "PC가 작품을 망쳤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케이트 비숍이 이런 주장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양 팬덤에서는 저런 사람들의 행패가 워낙 심하다보니 "그럼 근육질 백인 남캐가 주인공이어야 PC가 없는 올바른(?) 작품인 거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폭망 일보 직전이라는 주장을 주구창장 올리다가 영화가 성공하면서 제대로 망신당한 적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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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의 수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는 경우들 중 하나가 바로 [아바타: 물의 길] 당시 반응인데요, 전 예전에는 몰랐는데, 개봉 당시에는 이 영화가 "극좌파"나 좋아할 영화라는 주장을 이런 사람들이 퍼뜨리고 다녔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엄청나게 대박을 터뜨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PC 없는 영화라 성공하는 중이다! 마블, 보고있냐?!"라는 류의 주장을 펼치고 다니더라고요. 이 소식을 듣고는 저런 사람들이 얼마다 더 한심해 보였는지는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2. "일본 애니메이션은 (PC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마블보다 낫다!" (각주: 어떤 사람들은 PC 얘기를 꺼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안 꺼내기도 하더라고요.)

 

요즘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흥하다 보니까 저런 반응이 나올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다가 해외 웹사이트에서는 저런 유형까지는 아니라도 비슷한 반응이 꽤 보이곤 하는데... 솔직히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2022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몇몇 봤는데, 제가 본 것들 중 마블보다 낫다고 확신할 수 있는 영화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령 [용과 주근깨 공주]는 잘나가다가 막판에 스토리가 갑자기 붕 떠버렸고, [주술회전 0]은 중간에 뜬금없이 별로 재밌지도 않은 성적인 농담이 나오고, [원피스 필름: 레드]의 경우는 막판 액션장면이 너무 혼란스러웠거든요. 실제로도 보면서 가장 눈이 아팠던 영화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마블보다 무조건 낫다는 게 완벽한 헛소리인 건 다음과 같은 영화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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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고 나면 저런 소리를 할 생각이 싹 사라질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보다가 뇌세포가 다 죽는 줄 알았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마블이 예전에 비하면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도 평가가 높은 영화를 만드는 능력 자체는 남아 있고, 온갖 예상치 못한 악재를 겪은 걸 생각하면 마냥 비난만 하기도 좀 그러네요. 결정적으로 마블 측에서도 부진을 모르는 건 아니고요. 영화 개봉 시기를 연기해서라도 완성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니까요.

 

이상, 제 헛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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