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후기(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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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0, 2023 18:39에 작성됨.

이 리뷰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실 생각이신 분들은 신속히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Q : 초반에 건물 위의 올라간 배를 본 내 심정을 서술하시오


감독님 이거 진짜로 다뤄도 괜찮아요? 이거 하나라도 잘못하면 감독님 명성이 사람 목숨만큼 덧없이 날아가는데? 스즈메는 몰라도 님 명성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재난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 이라지만 이거 선택해도 되나 싶었긴 합니다. 일단은 별 말 없이 잘 풀린 듯 하지만, 이거 나중에라도 공격받을 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좀 걱정입니다.


2011년 당시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TV로 그 현장을 지켜봤는데...... 진짜 '시커먼' 물이 집이고 도로고 차고 사람이고 다 휩쓸어버리는 장면을 보고 진짜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지냈지만 바닷물이 저렇게 시커멓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작중 배경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후입니다. 일본 개봉은 작년이었다지만 한국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12년이 지난 후입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암튼 각설하고

저는 대중성이나 힙스터성 같은 것을 구분하기엔 좀 견식이 부족한 사람이라 감독이 자기 색을 버리고 대중성을 취했다고 말하는 평론들에 대해선 조금 이해가 힘들긴 합니다. 진짜 자기 색 쓸거였으면 다들 초속5cm 당했겠지 싶다는 생각도 좀 있네요.

다만 신파 클리셰를 이용했다는 느낌은 상당히 강합니다. 오래 전에 죽은 어머니라던가, 어머니 대신 주인공을 오랬동안 길러준 사람과의 갈등이라던가, 미안함이라던가. 팔릴 만한 소재이긴 합니다. 재난 블록버스터와도 잘 어울리는 소재고요.


스토리 자체는 재난 블록버스터와 로드 무비를 적절히 섞어낸 작품입니다. 에히매도 가보고, 고베도 가보고요. 도쿄의 그 개같은 신주쿠역에서 헤메는 모습을 보며 좀 웃었습니다. 솔직히 좀 그립기도 했고요. 장르의 특성상 지루했던 부분이 없던 게 좋았습니다. 의자쿤이 보여주던 액션도 괜찮았어요.


명확한 단점을 꼽자면 연애감정에 대한 묘사입니다. 스즈메가 '나 소타 좋아함' 이라고 선언하는 게 좀 뜬금없이 다가오긴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너의 이름은 쪽이 연애감정을 더 잘 처리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주 개연성이 없진 않습니다. 보아하니 이거 이케멘 보고 첫눈에 반한거거든. 아마 감독도 다 만들고 나서 '어라 좀 뭔가 부족하네' 싶어서 초반에 이케멘한테 한눈에 반하는 장면 넣은걸겁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은 '설명 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석은 왜 고양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왜 스즈메에게 호감을 가지는가, 그런데 고양이는 왜 설명도 안하는가, 미미즈는 대체 무슨 배경을 가진 놈이길래 이 지랄인가, 남주와 남주의 집안은 어떤 경험을 거쳤길래 이 일을 대대로 하고 있는가, 주문 외울 때 신에게 바라는데 그 신은 누구인가, 정부 지원 같은 건 없는가 등등. 남주가 지진을 막으면서 이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일로 뭔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진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주의 캐릭터성은 좋았어요. 솔직히 소타 이새끼 스즈메한테 밟힐 때나 스즈메가 앉았을 때 마음속으로 발기했을거임 암튼그럼.

생각해보니 의자가 남주인공? 이거 맞음? ㅋㅋㅋ


아마 자세한 설정은 소설판 같은곳에서 풀겠죠 뭐 내가 이러는거 한두번 보는줄아나


영상미는 개쩝니다. 신카이 마코토잖아요? 믿고봄 ㅇㅇ

갠적으론 미미즈가 나올 때의 연출이 왠지 엘든 링에 나오는 엘데의 짐승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황금색으로 뭐 올라오는 거 보면 영향 받은 것 같아요. 음악도 좋고요. 요즘 대작들은 음악 좋은 걸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서 조금 의미가 퇴색되어 보일 수 있긴 합니다만 암튼 좋음.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살던 일상은 뭐 하나 삐끗하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1번의 대형 사고엔 몇백 번의 전조가 뒤따른다고 하지만, 이미 그 전조는 일상의 일부고, 민감하고 깐깐하다 자부하는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죠. 인류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다들 잊고 싶어하는 사실이라, 인간은 그런 걸 신경 안 쓰는 쪽으로 진화한 걸 지도 모릅니다. 일일이 신경쓰기엔 그런 요소들이 너무 많거든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3연작은, 그런 불편한 지점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덧없다는 건 알지만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라는 건 그런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연히 이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굳이 평점이 필요하다면, 4/5 정도로 하죠.

코로나 이후로 영화가 비싼 취미가 되긴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돈 값을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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