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보내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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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5, 2022 23:37에 작성됨.

2주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귀의 염증이 심해지면서 오른쪽 귀를 포함한 오른쪽 얼굴 자체가 부어올라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구멍을 하나 냈어요. 거기서 많은 양의 피와 고름이 쏟아져 나오고, 여기서부터 시작됐죠.


안 그래도 5월 즈음부터 케톤산증에 당뇨까지 와서 합병증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었는데 단기간에 지나친 체액 손실을 겪다보니 점점 상태가 안좋아지더군요.

혈액은 보충이 안돼서 입 안이나 발마디 마다 혈색이 사라지고 독한 항생제 때문인지 식욕을 잃어 밥도 못먹고 폐렴 증세에....


이번 추석 시작할 때부터는 정말 원래라면 죽을 일이었더군요.

혈당을 체크해보니 LOW가 나오고 핏기라곤 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실린더로 입에 강제로 쥬스를 먹여서 소생시켰는데 그 뒤로 죽을 먹이고 했는데도 어째 애가 걷지도 못하고 스스로 뭔가 먹지를 못하더군요. 대소변도 앉은채로 흘려서 목욕시키는게 일과가 되었고요.

간호사인 어머니가 가져온 항생제에 철분 보충제를 더해 주입을 해봐도 상태가 영 호전되지 않는게 이상하긴 했습니다. 혈관을 찔러도 피가 안나오고 엉뚱한 곳으로 샜는지 팔뚝이 철분 색이 되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회광반조였던거 같습니다. 원래라면 추석에 죽었어야 할 거 연휴가 끝나고 이틀은 더 살았네요. 아침에 비명을 듣고 나와보니 눈을 뜬 채로 괄약근이 열려 배설물을 흘린 채 심장이 멎어있더군요.

정말 소름돋았습니다, 저혈당일 적엔 축 늘어져서 핏기가 가셔있더라도 미약하게 심장이 뛰었는데 갈비뼈가 오르내리지도 않고 만져도 아무런 생체반응이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는 날들인지라 9시간 가량 시신은 수건을 덮은 채 방치되어있었는데 장례업체로 이동하기 위해 가방에 넣을려고 했는데.....참 이 충격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근육이 사후경직으로 굳어서 다리는 굽혀지지가 않고 얼굴도 바닥에 눌린 그대로 흉하게 되어있고 눈꺼풀조차 감겨줄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에는 담담한 거 같아서 스스로가 냉정하다고 자조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기억나지도 않는데다가 그 몰골을 보자니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더군요.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가방에서 풍겨오는 시체 냄새에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이제 내가 아는 루니는 이세상에 없구나,라는게 실감이 돼서요.


장례업체는 상당히 정중하고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다른 개와 같이 화장하고 무게별로 분배한다는 글에 걱정이 되었지만 이 부분에 지나칠 정도로 확신을 주더군요.

화장하기 직전 영안실에 시신을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서 이별의 말을 남기게 시간을 주었습니다. 흉하기 눌렸던 얼굴도 제대로 펴져있고 평온한 얼굴이라 마치 깨우면 금새라도 돌아볼 것만 같았습니다.

또 화장 이후 백골이 된 모습도 보여주는데....하필 생전 사진도 스크린에 떠있는 상태라 또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리고 지금 도자기에 담아 집에 가져왔습니다.


이게 최선이었던거 같아요.

요 나흘간 계속 거무죽죽한 검은 똥을 누던게 죽 밖에 안먹이고 철분이 배출되는거라 생각했는데 임종이 가까워져서 몸의 모든 구멍으로 내용물이 빠지던 과정 같아요.

좀 더 일찍 발견해서 헉헉거리고 죽는걸 목격했으면 분명 트라무라 되었을테고 저혈당을 대처해서 좀 더 억지로 연명시켰다 해도 고생만 시켰을 거 같거든요. 가망이 없었지만 며칠 더 살아준 거 같습니다.


만약 뱃속의 암으로 맨정신으로 고통받다가 죽거나 우리 손으로 살아있는 애를 안락사 시켰으면 평생 후회하면서 살았을거 같습니다. 견주로써 가족으로써 간병하고 할 수 있는 거 줄 수 있는 거 가능한만큼 해줄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 여러모로 빈자리가 느껴질 거 같아요.

심심하면 돌아보고, 걱정되면 살펴보고, 잘 때면 같이 자던 가족은 이제 없습니다.

마음은 텅 비었는데 그리움이 문득 찔러옵니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네요. 내면이 완전히 엉망이 된 거 같아요. 참담함과 허무함이 뒤섞인 이상한 기분입니다.

이 노래의 정서처럼 기쁜듯 슬프고 미칠듯이 불안정함이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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