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깃든 살생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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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6, 2022 15:34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여느 때보다 고요한 아이커뮤의 

3월 첫째 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어제는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 그러나

새봄의 새로움보다는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운 봄날입니다. 

 

연일 폭증되고 있는 COVID-19 확진자의 추이를 보면 

결국 '감염의 일상화'가 현실이 된 것이 무척 애석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쪼록 뭇 프로듀서님들께서 건강에 유의하시며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보니 새해 벽두부터 갑작스레 발발한 동구권의 전쟁으로

세계가 때아닌 '핵전쟁의 위기'라는 과거의 망령에 악몽을 꾸는 가운데


어제 일본에서는 '전설의 대요괴'가 봉인 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살생석(殺生石/생명을 죽이는 돌)'이 부서진 채 발견되어 소소하게 화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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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석은 일본 관동 지방의 도치기현(栃木県) 북동부 나스마치(那須町)에 있는

나스유모토 온천(那須湯本温泉)의 관광명소로, 전설에 따르면


이 돌은 본래 백면금모구미호(金毛九尾の狐/흰 얼굴의 금빛 털의 아홉꼬리 여우)의 일부로

고대 중국과 인도에 나타나 간악한 요술로 나라를 기울게하거나 멸망에 이르게 했으며

 

나라-헤이안 시대 무렵 일본에서도 환생하여 여러 간악한 짓을 하다 

유명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후손에 의해 정체가 탄로나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미호는 죽음 이후에도 '독기 서린 돌'로 변하여

접근하는 수 많은 동물과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를 보다못한 고승 겐노에 의해 본래의 살생석은 산산조각나

일본 각지로 흩어지며, 현재 도치기현 나라마치에 일부 조각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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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일본의 한 트위터에서 3월 5일,

살생석이 두동강이 나있는 모습이 공개되어


돌에 둘러져있던 시메나와(注連繩)나 고헤이(御幣) 역시

볼품없이 땅에 떨어져 '전설의 대요괴의 봉인이 풀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2월 중순 경에는 후지산 부근에서 

기묘한 형상의 풍경 사진이 촬영된 사실이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네요.

영락없는 세기말 구미호의 재림과 같은 모습을 보면 새삼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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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염병과 핵전쟁이 다가온 종말 재림의 징표일까요.


....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설마 그럴까 싶기도 한 것이

호사가들이 좋아할 이야깃거리는 분명하네요.


물론 이는 변상증(Pareidolia)의 일종으로, 화성의 시도니아 인면암 사례처럼

여러가지 사물 속에서 어떠한 의미나 익숙한 상징을 읽어내려는 심리 현상에 불과합니다.


지역 신문사에서도 해당 암석이 예전에부터 갈라질 징조가 있었다는 기사를 내며

봉인된 요괴의 짓이라기보다는 자연현상에 의한 암석의 풍화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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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테마 복장의 '괴이한 교토 소녀' / 시오미 슈코)


구미호의 봉인 혹은 실존 여부는 증명하기 어려우니 차치하더라도 

살생석에 얽힌 '생명을 앗아간다'는 일화 역시 주변 온천 화산 지대에서 나오는

유독한 유황 가스에 의한 중독사를 과거엔 그렇게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도치기현 나스마치 입장으로서는 지역 명소 하나가

'자연적으로 파괴'된 셈이니 꽤나 안타깝습니다.


한국에 대입하자면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어느날 갑자기 정말로 굴러떨어져버린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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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과 운세, 점술에 흥미 있는 아이돌 / 후지이 토모)


예로부터 괴력난신을 믿지 말라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전설, 신화, 미신이 주목받으며

불안한 사람들의 가슴을 솔깃하거나 소소하게 재미를 주네요.


그래도 하루 빨리 전염병도 전쟁도 멈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일 수록 진정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한낱 전설 속의 돌덩이가 아니라 그릇된 믿음과 현혹의 낭설들일테니까요.


아, 참고로 깨어진 돌조각들은 일본 환경성에서 관리하기에 

무단으로 기념품삼아 가져갈 수는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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