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미국에서 눈이 온다는 의미를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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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6, 2014 11:43에 작성됨.

제가 있는 버지니아 주는 한국보다 크지요. 그런 주 보다 살짝 크거나 작은 50개의 주가 모인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땅이 커서 모든 것이 멀리멀리 있는 미국은 차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곳이죠. 뉴욕 같은 유명 도시는 이동수단이 잘 되어 있으니 걱정은 하지 마세요. 뭐, 총소유는 자유로우니 밤길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제가 있는 곳은 린치버그라는 곳으로 시골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고 도시라고 하기엔 맞지 않은 그런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저는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폭설이 내리고 있는 바깥 풍경을 보게 되었지요. 미국에서 오래산 학생들은 눈을 보면 가장 떠오른 생각이 뭔지 아세요?

바로, 학교가 닫느냐 안 닫느냐 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어디로 가든 반드시 차량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도로 상태가 언제나 최상의 컨티션이여야 됩니다.

눈이 내리거나 얼음비가 오면 제설차(?)인가 뭔가가 도로의 눈를 치우고 정체 불명의 파란 물질을 뿌려 도로에 내린 눈이 얼어붙지 않게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제설파가 사방팔방늘 다녀도 한계라는 게 있죠.

그래서 도로를 이용하기 위험한 날에는 학교가 문을 닫습니다. 만약 그때가 금요일이나 월요일이면 짧은 방학을 얻는 듯한 기분이죠.

아무튼 오늘도 학교 닫겠지, 하며 좋아하는데 제 대학교는 당당히 학교에 오라고 메일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학교에 갔습니다. 거친 눈보라를 맞으면서 발목 위초 쌓인 눈을 헤치면서 말이죠.

그런데 12시가 다 됐는데도 이상하게 눈이 그칠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이거 돌아갈 때 문제겠네, 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습 메일이 날라왔습니다.

오후 클래스가 전부 캔슬이라고.

사방에서, 벽 넘어로, 천장에서, 바닥에서,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모두 즐거워했죠. 귀찮은 수업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혼자 울었습니다.

왜냐구요? 저는 오후 클래스가 없거든요. 방금 들어간 12시 클래스는 정말 짧은 거라 클래스의 축에도 안들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울고 주변사람들은 웃고...에라이, 죽어버리라지, 세상 따위.

PS: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날 차를 타고 미국 교회에 갔더니 목사님이 저희들을 보고 환영합니다, 용자들이여! 라고 말하네요.

PS: 폭설은 말입니다. 잠시 5분간 생각하기를 멈춘 저의 몸뚱이 반을 눈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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