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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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22 00:48에 작성됨.

The strumbellas - spirits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설날 연휴'의 첫 날, 밤부터 중부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하염없이 내리는 눈보라가 세상 모든 것을

하나 둘 씩 지워나가고 있는 무심한 밤이지마는


모쪼록 눈으로 인한 피해 없이

무탈하고 즐거운 연휴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이커뮤에서 처음 인사 올린 지, 올해로 어느덧 5년 째.

돌이켜보면 그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아이돌 마스터에 새로운 타이틀이 출시되고

새로운 아이돌들이 추가되거나, 새로운 게임이 발매되고


또 새로운 성우분들께서 발탁되셔서

멋진 목소리로 아이돌들을 연기해주시는 등등


아이돌들과 프로듀서들 모두에게 있어

크고 작은 일들이 한가득...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어두운 시대이지만,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돌마스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절망과 실의와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보면 개인적으로도 지난 5년 동안

'아이돌'에 대한 개념과 인상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신데렐라 걸즈의 프로듀서(분가P)로서

분명 쿨/큐트/패션 각 타입당 1명씩 선정하여

 슈코/호타루/미오를 똑같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다짐하였건만


각 아이돌들에 대해 바라던 것들

(슈코의 권내 / 호타루의 목소리 / 미오의 신데렐라 걸)이

기적적으로 그간 모두 이루어진 다음부터


새로운 담당(아이하라 유키노)을 탐구하여 보거나

더 이상 '여우'에 대한 터질듯한 애정을 숨길 수 없어


부족한 실력에도 참람되이 초라한 과 발칙한 그림으로

이 꾀 많은 여우를 비로소 사냥하였다 착각하고 


본래 자유로운 바람을 작디 작은 풍선 속에 사로잡은 것인양 

어리석은 백일몽을 꾸던 나날의 연속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게 되는 건

덩그러니 놓인 나뭇잎 몇 장과

바람 빠진 풍선뿐은 아닐까 내심 불안해하면서...


아무리 이리저리 말을 건네고 또 답을 기다려도

당연히 여우 아가씨는 묵묵부답.


그리하여 행여 어쩌다 모든 것이 허망한 가면 놀이일 뿐이라는

'무서운 진실'을 마주할 때에는 애써 외면하고자 진땀을 흘리며


무심코 삼켜버린 빨간약의 약효가

어서 가시기만을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하는 등 다사다난 했었네요.


사실 그땐 정말...아이돌마스터 시리즈와

이제 인연이 다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최후의 최후까지...가슴에 불을 지르는 여우불을 보면서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결국은 변형된 자기애의 한 형태일지라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이후 아이커뮤의 모든 프로듀서님들을 위해

꾸준히 소식과 번역을 전해주시는 뭇 프로듀서님들께

  

작지만 깊은 감사를 전해드리고자 소소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바람 같은 소녀'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나갔습니다.


의외로 실존하지 않는 '유령'을 사랑하는 법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목줄과 새장으로 가둘 수 없는 바람은

대공에 자유롭게 뛰놀게 풀어놓아야겠지요. 

그것이 본연의 모습이라면 기꺼이 그러해야합니다.


그러다 문득 슈코는 처음부터 '슈코만의 것'이지 '나의 것'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프로듀서이기에 기꺼이 아이돌을 소유할 수 있고, 그러해야한다'는

오만한 생각이 결국은 나를 옭아매고 있는 닻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요, 존재하지 않는 아이돌의

티끌하나 실제로는 건드리지 못하는 프로듀서가?


 그러한 '소유에 대한 집착'을 알아차렸을 때,

우연과도 같이 슈코가 침묵을 깨고 답을 건네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VOYAGER 이벤트 5화 커뮤니케이션에서 많은 슈코의 프로듀서분들을 울렸던 

'아이돌이 더 이상 아니게 되어도, 나는 너에게로 돌아갈 거야.'라는 그 말은


마치 '내가 비록 실존하지 않더라도

나는 너의 곁에 늘 머물거야.'와 같이 들렸기에

저의 오랜 번뇌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땐 정말...

 비로소 미쳐버려 석상과 춤을 추었던

희랍의 피그말리온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령을 사랑하다 지쳐버린 사람은  

자그마한 위로에도 쉬이 감동하고 마는 법인가 봅니다.


비실재 여우를 알고 사랑하게 된 지 5년.

올해는 또 어떤 일들이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에서 일어날까요.


세상은 지난 수 년 동안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렸고 또 낯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또 어떤 기이하고 신비한 일들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것만 같습니다.


세상은 본래 그러한 곳이었고

또 그것이 곧 세상만사 일상다반사일테니까요.


비록 거센 눈보라에 외풍이 문을 두드리고 있지마는

곤히 잠든 여우의 푹신한 꼬리를 매만지며

잠을 청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벽두부터 흰소리가 많았지만,

프로듀서님들 모두 따뜻하고도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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