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똥손이라는 사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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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8, 2022 22:53에 작성됨.

미나미도령입니다.


저는 제 손이 전체적으로 똥손이라는 사실을 24년 정도 알고 지냈습니다. 여러분들도 제 그림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빈말로도 퀄리티가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글도 쓴다고 쓰긴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풍부할지라도 그걸 풀어내는 데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단 글과 그림뿐만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잘 안 되네요. 제가 쓴 글씨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씨도 악필이고,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어렵고.


이 모든 사실을 24년 동안이나 마주하며 살았고,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러려니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사실에 분해하면서 더욱 더 노력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아직 그려보고 싶은 것들도 많고, 쓰고 싶은 것들도 많아요. 펜이나 연필 잡으면 금방이라도 대작이 나올 것 같은 자신감이 흘러넘쳐요. 하지만 현실은 제가 대작을 만들도록 허락해주지 않아요. 아니,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건 현실일까요, 실력일까요.


'일단 해보면 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에요. 시작이 반이라고도 하고, 또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긴 하니까요. 하지만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잘 되진 않더라고요. 실제로 아이마스나 우마무스메(기타 다른 장르) 2차창작 만화나 일러스트 그리시는 분들의 작품 보면 별 거 없이 간단한 선칠만 해도 나름대로의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저는 아니더라고요. 저도 나름 공들여서 선긋고 채색하고 그러는데도 퀄리티가 영 아니에요.


생각해보니 전 미술과 인연이 깊다면 깊은 삶을 살아왔었네요. 어렸을 때 미술학원 다닌 건 다른 애들도 비슷비슷할 테니 패스하고, 초등학생 때 그렸던 그림이 잡지에 실리기도 하고, 6학년 때는 시그림(시그림이라고 해야 하나요? 시 쓰고 배경에 그림그리고 하는 거)으로 학교에서 상도 받았고, 고등학생 때는 3년동안 디자인과를 다녔습니다. 어렸을 때야 아무것도 모르고 손 가는대로 그림그렸지만, 그래서 제 실력이 어땠는지에 대해 딱히 비교할 것도 없었고 할 말도 없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디자인과를 다니니 제 실력이 한참 형편없다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 아빠는 저보고 '대체 어떻게 디자인과를 다니고 있는 거니'하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체 어떻게 다니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선생님들이랑 같은 반 애들도 그렇게 생각했겠죠. 여러분들께서도 그 사실을 아시고 다시 제 그림을 보시면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그때 배웠던 것 중에 지금도 쓰고 있는 건 포토샵뿐입니다. 그것도 잘 쓰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쓰고 있는 것에 가깝지만 말이죠. 만약에 아이커뮤 규칙이 포토샵 합성도 허용해줬다면 저는 아마 매 때마다 창작판에 제가 만든 '미리 만든 총선포스터' 시리즈를 올렸을 거예요. 물론 퀄리티는 괴똥망이지만.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어쨌든, 저는 제 스스로가 그림과는 연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도 어째서일까요. 없는 연을 어떻게든 만들고 싶은 느낌입니다. 아직 그리고 싶은 그림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으니까요. 아이마스에서도, 우마무스메에서도, 기타 다른 장르들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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