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떡하면 좋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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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7, 2022 00:01에 작성됨.

지지난주 목요일부터 집에서 기르는 개가 구토를 두번하고 상태가 이상해서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노화도 상당히 되었고 전날 먹인 구운김이 잘못되어서 소화불량이 난줄로만 알고 있었죠.

그래서 약을 2일치 받아와서 쌀죽을 끓여먹이고 딸기잼에 물과 약을 타서 억지로 먹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괜찮은줄로만 알았지요.

첫날에는 뭐 먹지도 못했지만 둘째날부턴 물을 먹기 시작했고 셋째날에는 죽을 잘 먹게 되었으니까

첫날 오한에 발발 떨고 전기장판에 헥헥댄건 노환+몸 상태가 안좋아 생리작용이 어지러워진 탓이고

토하고 기운 없는건 소화불량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상태가 호전된듯 보이자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매년 으레 그랬듯 케이크도 한조각 나눠먹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상태가 다시 악화되었고

저녁에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평소 그렇게 식탐이 강하던 녀석이 관심만 보일 뿐 먹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 주 주말에 난 못봤지만, 형은 이녀석이 물똥을 쌌다고 했습니다.


한동안 어머니가 병원에서 가져온 사람용 소염진통제를 반쯤 쪼개서 저번에 약먹였듯 주사기로 강제로 먹였습니다. 상태가 호전된 듯 보였죠.

한동안 죽만 먹여야겠다고 유당을 섭취해서 다 낫지도 않은 소화기가 뒤집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증상을 찾아보니 췌장염과 유사하다고 형이 말했습니다.

난 제발 단순소화 불량 혹은 장염이기를 바랐다. 남은 일평생토록 먹고싶은거 못먹고 조심하면서 살아야 할 우리집 개 "루니"가 불쌍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지켜보다 이번주 화요일 즈음 이녀석은 다시금 물똥을 쌌습니다.

거무죽죽하고 냄새나고 이번엔 피가 섞여 나왔습니다. 간호사인 어머니의 소견으론 담낭쪽에 문제가 생겨 지방변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선홍색 피가 섞여나온건 무리하다 항문이 찢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더는 미뤄둘 수가 없었죠.


어제 집근처가 아닌 24시 수술가능 동물병원에 찾아가봤습니다.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생동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췌장염은 아닌 것 같다고 일단 일주일치 약을 끊고 상태를 지켜본 후 호전이 없다면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잔혹하다 생각이 들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검사비용만 30만원 넘게 드니까 부담이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서,

루니의 상태가 이상했다. 어제 갔다온 후로 밥을 먹는듯하다가 안먹었고 새벽에도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며 소변도 제대로 누지않아서 밤잠을 설쳐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진하디 진한 소변을 소량 짜냈고 현관에 또다시 피는 안섞였지만 묽은 지방변을 보았고 방에 소화가 되지않은 사료를 토해내서 오늘 또다시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어저께 이혼한 아버지에게 소식을 전해서 30만원을 받았기에 이번에야말로 정밀검사를 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시간이 걸리기에 긍정적인 결과가 있길 바라며 가족 셋이서 저녁을 먹고왔습니다.


현실은 잔혹했죠.

루니에게 두가지 병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신장과 장 사이 직경 3cm×5cm의 종양이 있었고, 둘째로 방광에 결석에 가득차서 요로결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타 장기의 기능수치는 정상이고 종양이 양성이라면 1~2년가량 더 연명할 수 있을거라 말했습니다.


지금와서 경험자들과 가족과 대화를 해보고 이미 늦어버렸다고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우선 혈중염증 수치는 정상치를 아득히 넘어간 100 이상이었습니다, 어머니 말로는 다른 장기수치보다도 이 염증수치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밀검사 말고도 CT를 찍어 이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전이된 부위가 있는지, 어디서 시작된 종양인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죠.


하지만 이 병원에선 그걸 안하니 다른 병원에서 해가지고 오라 합니다. 비용은 약 40만원. 만약 양성이라서 절제를 위해 개복을 한다고 해도 20kg 넘는 중형견인 이상 마취 및 기타 비용을 제외한 수술비만 150~200만원이 넘어갈거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 수술 뒤에는 결석제거 수술도 해야한다고 했죠.


잔인한 사람들

이 사람들은 수익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매달리고 싶은 우리 심리를 이용하고자 합니다. 의료인인 어머니가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확실한 점, 염증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 잘쳐봐야 1~2년 연명하는 점을 들어 질문하자 당황하며 눈을 직시하지 못합니다. 허울뿐인 희망을, 좋게좋게만 흘러가는 전개만을 이야기하며 죽어가는 가족을 가진 우리의 마음을 가지고 논겁니다.


당장 루니의 연령은 올해로 15세입니다.

이미 수차례 병원신세를 졌었고, 데려오자마자 파보 바이러스에 전염질환에 피부병에, 내가 데려온 학우로 인해 물에 잠겨 질식사도 할뻔했고, 치약 뚜껑을 삼켜 장폐색이 와서 거금들여서 괴사한 장의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습니다.


불과 작년에는 발가락에 있던 육종이 점점 커지며 주먹만 해졌었고 비대해진 육종을 쥐젖 묶듯이 묵었다가 혈관이 터져서 그대로 하직할 뻔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종양이 몸 속에 퍼진게 지금의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부터 루니는 혼자서 침대 위로 못올라가거나 소파에서 뛰어내리길 꺼리거나 배변을 할 때마다 바로바로 일을 보지못하고 빙빙돌며 신음하게 되었죠. 며칠전부터는 이젠 소변도 제대로 누지 못하게 되었고.


그때의 육종이 일정크기가 유지되는 양성종양이 아닌 점점 비대해지며 살이 썩는 냄새가 나던 악성종양이었던걸 생각하면 안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혹여 뿌리가 남았을지 몰라 발가락을 단지해야 하고 정밀검사를 해보자는 말이 나왔었는데 발가락 뼈째 자르면 아플까해서 병원에 마저 가지않고 넘겨왔던 안이함의 댓가인 것 같습니다.


냄새가 심한 지방변도 어쩌면 혈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화기관 내에서 출혈이 있다면 거무죽죽하게 나온다고 들었었고, 그렇다면 더이상의 검사는 의미가 없어요. 장도 직장도 이미 몸 내부가 만신창이일테니까

이거 사람으로 치면 암 3기~말기+요로결석입니다.

사람도 저 둘 중에 하나만 오더라도 아파서 광란하는데 말 못하는 미물이 이 고통을 소리없이 참아왔던걸까...


우리와 같은 사례였던 아줌마는 개 2마리 모두 말년에 종양으로 수술했고 결국 수술 한 달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4,0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하지만 돈 이상으로 그분에게 사무친건 그 이후 매일 매시간 고통스러워하며 죽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보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의 마음만 생각해서 개의 고통을 더욱 길게 늘린건 아닐까


우리집의 루니도 그럽니다.

당장에 양성이고 그부분만 절제해낸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요로결석 수술이죠. 이미 15살의 고령에 개복수술에 요로결석 치료까지 하고 버틸만한 체력과 의지가 남아있을까요?

이미 구토와 설사(아마도 혈변), 결석의 고통으로 탈진해서 제 뒤에서 정신없이 자고있습니다. 깨어있을 때는 염증이 심해서인가 결석 때문인가 사시나무 떨듯이 너무도 떱니다.


더이상 가망이 없어서. 더 고통받기 전에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데

하지만....결단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어머니가 집에 오거나 나오면 인사하러 나와서 냄새를 맡고, 음식을 먹으면 킁킁대고,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잠을 자며 잠꼬대를 하며, 잠자리에 가까이 붙으면 이렇게나 따뜻하고 여전히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TV나 유튜브에서 많은 죽음을 접하고 안락사에 대한 사유와 필연성을 이해하고 그 외의 방법은 없다고 답은 나왔습니다.


하지만 내 24살 나이에 15년을 함께 해온 가족입니다.

재수를 하며 같이 집생활을 하기전까진 내 일상도 바빠서 그다지 신경써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살을 맞붙이고 물어서 아프게도 하고 귀찮게도 하고 대외관계에서 친구가 없어도 친구처럼 같이 살아왔습니다. 안될걸 알면서도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앞으로 살아갈 6~80년 가량의 수명을 반으로 뚝 떼어서 나눠주고 싶다고. 네가 죽는다면 그날까지만 살아도 좋다고, 학생 때부터 생각해온 가족입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마음을 다독여봐도 결심할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이후부터 내 감정을 꾹꾹 눌러담고 싫은 일을 넘겨버리면 된다고 될대로 되라며 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안됩니다. 슬픔을 덜어내고 눌러담아도 또 넘쳐버립니다. 머리가 아프고 눈꺼풀도 따가울정도로 문질러도 진정되질 않아요. 난...난 못정하겠습니다.


진정으로 죽음을 체감한다는게 이런건가 싶어요.

어릴적에 키웠던 토끼는 1년도 채 키워보기도 전에 죽었기에 죽더라도 그렇게 격정을 쏟지는 않았었는데, 15년지기 가족과의 이별은 아무리 다짐하고 독기를 품어봐도 안됩니다.

밥을 와작와작 씹어먹어준다. 물을 홀짝홀짝 마셔준다. 맞붙으면 따뜻해진다. 앵겨붙으면 친근하다. 아침이 되면 눈꺼풀을 뜬다. 만지면 움뜰꿈뜰 살아 움직인다. 쓰다듬으면 고롱고롱 콧소리를 낸다. 몸짓이나 어조로 어설프게나마 소통한다.

이런 당연한 것들을 못하게 된다는 것. 글로는 단순하지만 가까웠던 누군가가 그렇게 된다는게 너무 두렵고 슬픕니다. 그런 게 생명이 떠난다는거고 "죽는다"는건데도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됩니다.

약효가 돌면 저녀석은 다시 쫄쫄 돌아다니고 식탐을 보이고 물을 마시니까

사진을 봐도 건강하던 시절을 보면 3시간을 울어놓고도 목구멍에서 오열이 넘어옵니다.

집 안 곳곳이 이녀석의 족적으로 가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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