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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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0, 2021 03:45에 작성됨.

Frenship - 1000 nights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해가 부쩍 짧아졌습니다만

소매는 점차 길어지네요.


지나간 여름은 전설로만 남았고

매미 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잦아든 요즘,

나무들도 가을을 타는 것일까요.


바람이 메말라갈 수록

모두가 '초록은 동색'의 같은 옷을 입을 적엔

미처 몰랐을 저마다의 앙상한 속살이

무참히 드러나고 마네요.


점점 더 긴 시간동안 홀로 밤을 지새는

그들의 나날이 자해한 상처가


울긋불긋한 피멍으로 물드는 것을

미처 살펴보기도 전에

어느 골짜기엔 벌써 첫 눈이 내리고


콘크리트의 도시엔 사람 냄새 대신

겨울 냄새가 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머잖아 폭설이 내리면

으슥한 골목 어딘가에 버려진 눈사람들은

한 줌의 햇볕으로 집단 자살을 하겠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죠.


단지 이 한 철이 영원하리라 믿으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또 눈사람을 만들테고

어른들 역시 사람을 만들려고 또 빈 방을 찾겠죠


뜬 눈으로 밤을 새면 다시

코 끝이 찡하게 시린 출근길.


생각해보면 이때만큼은 마스크가 고맙습니다.

금새 몰려오는 피로에 벌써부터

이불 속이 그리워지지만요.


퇴근 후 마시는 따뜻한 홍차가

비로소 제 맛을 내는 이 무렵엔


그 여름날 보았던 바다가

한층 고요하고 짙푸르게

숨을 쉰다는 걸 알지만


그 거대한 일렁임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늘 그랬었죠.


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난로의 붉은 열선을 보면


문득 파란색은 어째서

따뜻한 색이 될 수 없는 지

의아해지곤 합니다.


사시사철 파란색을 마주하는

서퍼들의 말처럼


겨울 바다는 물 속이 오히려

더 따뜻한 편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파도는 부서지듯

그정도로는 파란색에 대한

편견은 깨지지 않습니다.


결국 따뜻한 파란색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여름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 수록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라는 경구처럼

수은주는 점점 더 낮은 곳을 찾아 내려가겠군요.


올해는 겨울이 성급하네요,

전 아직 느긋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날이 꽤 춥습니다.


프로듀서님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 잔들 하셔요.


이미 가을이지만

곧 겨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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