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의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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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8, 2021 12:13에 작성됨.

The Night We met - Lord Huron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 오래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며

계절에 서서히 여름색이 물씬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바캉스의 시작이지만 4차 대유행의 초엽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7월. 프로듀서님들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어제는 양력 7월 7일로 일본에서는 다나바타(七夕)였군요.

세상 한 켠에서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쪽지들이 하늘에 닿을 때 즈음 


칠석우(七夕雨)라는 말처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렬한 빗줄기가

온 세상을 적시며 촉촉한 하루를 선사해주었습니다.


약 17광년의 시공간 뛰어넘어 만나

몸과 마음이 달아오른 한여름 밤의 연인 사이엔 말이 필요없겠지요. 


로데오로 다져진 근육질이 다부진 카우보이 겐규.

세련된 도회지 스타일의 부띠끄 테일러 오리히메.


세상이 홍수에 잠기든 말든, 

짙은 물안개로 여름밤을 수놓은 비와 구름의 마음을 확인하듯

서로를 마주보며 호텔 갤럭시-리버사이드로의 체크인.


사랑은 본래 이타적인 모습의 이기적인 것이기에

어느 쪽이든 모두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걸


신혼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앞뒤 생각 없이 생업을 전폐해버린

 두 사람의 성향에서도 잘 알 수 있죠.


하지만 안하무인에 방약무인이자 오만불손한

 그들에게 조차도 '이별'은 고통스럽습니다.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몸과 마음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경험을 통하여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불밖이 위험해진' 요즘 시대이기에

견우와 직녀의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두 인물 모두 신화적 존재들이기에

별과 별 사이를 두고도 서로를 잊지 않았겠지만 


만약 두 인간이 그렇게나 멀리 이별해야만 한다면

그 불멸의 마음은 강건하더라도

분명 유약한 육신의 기억은 시간에 지고 말았을겁니다.


우린 얼마나 강인하면서도

이토록 쉽게 부서지는 존재인가요.


서로에게 보다 가까워지기위해 멀어져야만 하는 역설은

아직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우린 이미 과거의 일상을 잊어가고 있군요. 생각보다 빠르게.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언제 어디서든 간섭없이 거리낌 없는 대화와 만남은

 랜선-여행과 화상 회의로


도톰하고 붉은 입술사이로 비치는 가지렇고 새하얀 치아.

매력적인 새빨간 혀 그리고 입가의 아름다운 미소는

티없이 새하얀 마스크로


견우-직녀가 신화의 힘을 빌려

새들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수놓은 오작교 혹은

별과 별 사이를 항해하는 배를 통해 만났다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술의 혜택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런 식으로 근미래를 보다 일찍 체험하게될 줄은 몰랐지만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어느 영국 배우의 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개 설화들은 어딘가 뒤틀려있고 또 슬프기 마련이기에

언젠가 이 비극적인 시대 역시 하나의 전설로 남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 신화로 전해지지 않을까요.


그 때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면서...

그런 시절도 있었다면서... 


해후(邂逅)...


매화비 내린 칠석의 다음날,

지금쯤 체크아웃 후 은하수 강변 위로 뜬

무지개를 바라보며


다시 찾아올 이별을 담담히 기다리며

최후의 티-타임을 가지고 있을 베가와 알타이르처럼

 우리의 일상도 그런 신화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겐규씨, 오리히메씨.

오작교 택시 도착했습니다.


살펴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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