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토마토 수프

댓글: 2 / 조회: 55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6-15, 2021 01:01에 작성됨.

사실 그리 거창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지간에 맛있는 요리는 영혼을 위한 법입니다. 그 뭐냐 닭고기 수프처럼 말이에요.


사실 따끈한 국물요리는 다 영혼을 위한 거임.




집에 수육 끓이고 남은 육수가 생긴 관계로 그걸 처리하기 위해 만든 수프입니다. 마침 감자도 있고 토마토도 있어서 하나로마트에서 당근만 사다가 만듬.


그렇습니다 여러분 수육 끓이고 남은 물은 사실 스톡입니다. 그거 버리는 분들 가끔씩 계시던데 정말 아까운 짓 하는 겁니다. 죄악이에요 죄악. 아니 고기랑 향신료 넣고 끓인 육수라고요 그거. 맛이 없을 리가 없지. 그거 적당히 챙겨뒀다가 국 끓여먹거나 할 때 쓰면 좋다고요. 치킨스톡 그런 거 왜삼? 개쩌는 수육 육수가 있는데.




아무튼 야채를 육수 위에 둥둥 뜬 희여멀건한 지방으로 대충 볶아줍니다. 아 우선 다진마늘이랑 파 넣고 볶아주다가 그 다음에 당근이랑 감자.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양파. 여기서 간장이랑 굴소스로 불맛 좀 내주면 더 맛있음.


그러면 이제 토마토 투하해줍니다. 적당히 뭉게져서 질척해졌다 싶으면 거기에 개쩌는 육수 투하해서 중불에 뭉근히 끓이기. 중간중간 바닥 타지 말라고 뒤섞어주는 거 잊지 마시고, 때깔이 너무 갈색이라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토마토소스나 케찹 투하해주세요. 전 지난번에 라따뚜이 만들고 남은 토마토소스 있어서 다 부어버림. 그걸로 완성.




사실 격식을 차리자면 얼마든지 격식을 차릴 수 있습니다. 마늘이랑 파 볶아주기 전에, 우선 버터에다가 밀가루를 볶아 화이트 루를 만들어주고, 감자는 볶기 전에 찬물에 잠시 담가서 전분을 한 번 빼 주고, 할인할 때 한통 3800원인가에 사온 토마토 소스 대신 제대로 된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격식이, 이런 간편한 수프에 필요할까요.


수프는 마지막에 다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어야만 수프다! 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 건 압니다. 물론 전 그런 형식주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뜨끈한 국물 있고 맛있고 재미있으면 됐지 뭐. 어차피 남은 재료들 짬처리할 겸 만든 건데.




그러고보니 남는 재료들 대충 써서 만든다는 건, 사실 꽤 신비한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진짜로 남는 것만 가지고 만드는 경우는 얼마 없거든요. 뭔갈 만들자면 꼭 뭔가 부족해서 결국 장을 한 번 보고 오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랄까. 어쩌면 냉장고 파먹기라는 건 사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악질적인 프레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결국 당근 사오는 길에 바나나 같이 사와버렸고. 하지만 바나나 달달하니 맛있고. 오랬만에 쇠질했더니 몸에서 달달한 걸 요구하고. 그러고보니 바나나도 수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우유랑 같이 그냥 갈아서 먹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토마토는 여러 요리에 쓸 수 있지만 바나나는 그렇지 못하다고요.




시험 끝나니 요리할 기회가 많아서 좋네요. 라따뚜이도 하고 수육도 만들고 마파두부도 두반장 써서 볶아보고 대충 토마토 수프도 만들고 물김치 소면도 하나 말아보고.


역시 맛있는 걸 만들고 먹고 하면서 살아야 인생 아니겠습니까. 두서없는 소소한 망상들이 요즘 현실이 되고 있어서 참 즐겁습니다.




사진 안들어가면 올라가지는지 테스트.....

대체 내 어디가 올바르지 않다는 거냐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