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는 꿈을 꾸어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꿈을 꾸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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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21 22:40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입니다


 봄의 한 철, 꽃들이 만발했던 순간들이 이미 지나간 지금은 무심히 내리는 꽃비 사이로 시나브로 여름이 다가오는 4월이네요COVID-19의 재확산 조짐이 다시 예고되는 가운데 프로듀서님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제목을 보고 짐작하신 프로듀서님도 계시겠지만, 정말 많은 생각이듭니다. 창작판에서 그 강렬한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지만 그럼에도 소용돌이 치는 격한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지지 않네요. 2015년부터 줄곧 '신데마스'의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올스타즈, 밀리마스 그리고 샤니마스와 같은 이웃 프로덕션은 알음알음 다소 겉핥기 식으로 알기만 했었는데, 이번 츠바사 프로덕션의 신규 캐릭터는 계속 눈에 밟히고 생각이 나는 정말 특이한 아이군요.

 

 무엇보다. 샤니마스의 커뮤에 대한 진심을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데레스테의 안전하고 안일한(...) 커뮤니케이션의 타성에 젖은 제게 이번 나나쿠사 니치카양의 커뮤는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게 정말 '아이돌 육성 게임' 혹은 '아이돌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다룰법한 이야기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보고도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잔인한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림에 담지 못한 많은 생각들을 토막글로 적어봅니다.

  

 비전도 철학도 재능마저 없지만 그저 열정과 꿈만 많은 치기어린 슬픈 소녀. 니치카양의 이야기는 '아이돌로서의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인간 니치카'의 정신적 성찰 이야기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여느 아이돌과 다른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많은 프로듀서님들께서 니치카양의 이야기를 보시고 '조커'를 떠올리셨습니다만, 저는 한편으로 어느 스페인 대문호의 명작, '돈 키호테'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물 지나간 구시대적인 '기사도'를 한껏 미화된 상상으로 간직한 채, 스스로를 '기사'로 여기며 방황하면서 몸과 정신이 부서지는 온갖 역경과 고통에 직면하는 볼품없는 늙은 영주 '알론소 키하노'의 이야기

 

 사람들은 '불가능한 꿈에 대한 도전하는 사람'의 예시로 돈 키호테를 언급하지만 'Quixotic(돈 키호테스러운)'의 의미가 '허무맹랑한', '공상적인', '비현실적인'이라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인 의미라고 보기만은 어렵군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유명한 대사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정말 이기적이고 철이 없는 사람이라 볼 수 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삶이란 결국 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래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 아니던가요.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어주고, 다른 사람의 행복만을 바라고 매번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의 기분에 맞추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다른 사람이 바라는 대로 사는 것. 그건 남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지, 나의 삶을 사는 게 아니니까요.

 

 특히나 니치카 같은 경우는 마냥 이기적이라 하기도 뭣한 것이 드높은 이상과 빛나는 롤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재능이 없는 어설픈 흉내나 낼 수밖에 없는 아이로 그려지고 있으니 그 절박함과 필사적임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꿈을 꾸어서도 안 되고 행복해질 수 도 없는 것일까.'

   

 니치카의 이야기가 제게 던진 여러 물음들 가운데 이 질문은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한다는 옛 말대로 사람은 본래 다 타고난 대로, 주어진 대로만 살아야한다는 '운명결정론'은 편리하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처럼 타고난 끼와 재능뿐 아니라 '태어난 배경'마저도 '실력'이 된다는 웃기지만 슬픈 세상에 마냥 낭만적인 '노력만능주의'도 철지난 농담 혹은 소위 '노오오오력'같은 조롱에 지나지 않을까 우려되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살기엔 자기 능력 밖의 일, 하지만 타고난 대로 살기엔 원치 않는 일. 삶이란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들 투성이네요.

 

 니치카는 이런 딜레마 속에서 그저 고민만 하는 '햄릿'이 되기보다는 무작정 돌진하고 부딪히며 마주하는 '돈 키호테'와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인생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마냥 생각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젊음이기에, 옳지 못한 방법인 줄을 알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나갈 때도 있고 나아가야할 길을 모르지만 일단 무작정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밀고 나가는 저돌적인 모습 비록 그 맹목적인 면모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자신을 한계로 내몰더라도 그녀는 '못 해 먹겠다.', '아이돌 그만두겠다'는 말을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이 정말...마지막이니까', '정말 하고 싶으니까'라는 말을 거듭합니다. 본래라면 이런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 느껴져야 정상입니다만 니치카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슬프고 아프게 느껴지는 건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토록 자기 자신을 불신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믿고 싶어하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녀의 그 '아무것도 없음'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제가 본 아이돌 가운데 '아무 재능도 없는 아이돌'은 없었습니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연출이나 프로필 하다못해 외모나 취미 등에선 두각을 나타내는 점이 꼭 하나씩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니치카양은 마치 의도된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아이돌'입니다. 화려한 언변이나 재치있는 입담,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몸매나 신체능력 그런 건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녀도 그걸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흔한 미소조차 억지로 만든 것이고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고 우러러보는 '과거의 우상'도 여러 입김과 강압에 의해 조작된 모습으로 만들어진 가면에 불과했죠. 그마저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고요.


 개인적으로 니치카양의 이야기는 '배드엔딩'이 진엔딩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 암울하게 느껴졌습니다. 꿈에 그리던 '아이돌' 데뷔를 성공하고도 그녀가 마주한 건 행복이나 기쁨보다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정신과 신체적 한계까지 짜내야 겨우 아이돌로서의 최소 요건을 갖출 정도로, 아직 모자란 점이 많음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녀의 언니 하즈키가 극구 말리고 걱정한 까닭도 아마 그 '재능없음'이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걸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이 모자라고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불가능한 꿈을 꾸는 건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 세상은 온갖 불가능한 것들을 꿈꾼 사람들로 가득차있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엔 고통이 바다처럼 넘실거립니다. 니치카가 이상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까닭도 그런 점이 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꿈에 지나지 않지만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되다는 어느 영국 음악가의 말을 생각해보자면,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주변의 도움과 사랑과 관심을 통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며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무언가를 이루고 나서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오만한 생각이 들때, 걸어온 길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수 많은 조력자들과 숨겨진 도움이 군데군데 있었음을 알고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니치카양은 잘못된 이상을 바로잡을 철학도 타고난 재능도 없지만 의지와 열정은 지나칠 정도로 많은 아이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가장 '프로듀스(조율)'가 필요한 아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프로듀서를 만난 것은 한 편으로 '운명'과 같지 않난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니치카양이...늘 꿈을 꾸지만 특별한 재능이 없고, 나아갈 길도 보이지 않는  니치카양과 같은 막막함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용기를 주는 멋진 아이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니치카양도 꼭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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