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帖(立春大吉 建陽多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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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21 00:43에 작성됨.

최예근 - sping is not like a spring(춘래불사춘)


아이커뮤의 프로듀서님, 모두 안녕하신가요.

Weissmann입니다.


달력의 첫 페이지를 무심하게 뜯어내고 마주한 2월도

벌써 10퍼센트 남짓 완성되어 버렸군요,


안타깝게도 90퍼센트의 미완으로는

100퍼센트 안심하고 게으름을 피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도래하지 않는 상상 속의 현실들에 대해서만

진짜와도 같이 생생한 망상에 빠져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언제부터 2월의 한 귀퉁이가 상미기한이 지난걸까요,

비단 먹을 것 만이 아닌 모든 것들에 '시효'가 있다는 진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진부함을 가슴에 새기기보단

하루가 다르게 주름이 늘어가는 피부 위에 새기는 요즘 시대엔


'살기엔 너무 늙었고, 죽기에 너무 젊다(Too old to live, Too young to die)' 는

 말장난을 떠올려봅니다. 결국 모든 건 삶의 한 가운데에 있으니.


이러한 스쳐지나가는 나날들 속 인생의 무상함은

'수 천' 혹은 '수 백'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읊조리게되는 '코로나의 시대'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무척이나 슬픈 일입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쳐버리는 일상들처럼

떠나간 이들이 더 빠르게 잊혀지지는 않을까하고...


아무리봐도 시간은 인식보다 앞서가는 것(a priori/아프리오리) 같습니다.

마치 채 깨닫기도 전에 떠나가버리는 첫사랑처럼, 지나놓고 나서야 비로소 후회하곤하죠.


하지만 눈이 모두 녹아내린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지치지 않고

'눈 오리'를 찍어내고 있고, 점점 길어지는 낮의 길이를 체감하면서 줄 지어선,

 

눈 오리들은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부정당한 채

본래 되어야할 '물'이 되지 못하고 죄다 '봄'이 되어야 하는 부조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조리는 일본의 어느 만화가가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하는데,

잉글랜드의 어느 극작가는 '장미는 어떻게 불러도 장미'라고 했지만

Dihydrogen monoxide는 종종 때와 장소에 따라선

spring이 되어야만하는 슬픈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이 이로인해 밝혀졌습니다.


'녹은 얼음'을 '물'이라 부르지 못하고 '봄'이라 불러야하는,

이른바 호부호형(呼父呼兄)이 불가한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이기에   

우린 세상에 의해 종종 자신의 이름과 다르게 불리곤 하지요.

세상에, 그것이 자연의 섭리였군요.


그러고보면...

 매년 느끼지만, 2월은 28일 밖에 없는지라

1월보다 3일은 더 빠르게 떠나가버릴 것만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긴 하지만요.


어제였던 2월 2일은  '절분(節分)'으로 일본에서는 

'남남동(南南東)'이 길한 방향(恵方)이었답니다.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는 현해탄 건너에선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

문득 '남남동'쪽을 바라보면서 수제 혹은 기성품 '김말이'를 먹거나


 요즘 유행하는 '귀살대'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 고작 몇 줌의 콩만으로 

'오니'를 쫓아내고자 어설픈 퇴마의식을 행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왠지 모르게 예나지금이나 이상야릇한 인상이 가득한

'특정 방향 응시 김말이 섭취 의식'에 대한 진지한 감상을 해보거나


장난 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무심코 던진 콩알들에 맞아 죽어나간 '오니'들의 명복을 채 빌기도 전에  


오늘인  2월 3일은 '입춘(立春)'으로 아직까진 별다른 영압조차 느껴지지 않는

'봄'이 2021년의 무대에 '첫 데뷔'를 하는 날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뉴 제너레이션즈'의 첫 무대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듯이,

'봄'을 위한 공연은 리허설도 채 끝나지 않은듯 보입니다.


폭설과 혹한이 몇 차례나 오가고도 성에 차지 않아서

'입춘' 당일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눈과 얼음과 추위를 끼얹을 예정이라니,

전성기를 막 지난 겨울은 쉽사리 은퇴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네요. 


지금 당장은 살을 벨듯이 매서운 추위가 야속하기만 하지만,

사실 겨울도 한 때는 우리가 사랑하고 염원해 마지 않았던 '계절'이라는 것을...


그 언젠가 꽃들이 피어나고 봄기운이 완연하게 넘쳐나서

 조금은 과하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쬘 무렵에야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냉기를

간절히 그리워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익숙함과 마주하며 알게되겠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생이라지만

인생이 영원히 봄날이길 바란다면,


달리말하면 그건 영원한 여름과 영원한 가을

그리고 영원한 겨울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 되겠군요.


 봄이건만 아직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하며,

짧은 입춘첩에 덧붙여

장광설(長廣舌)을 적어보았습니다.


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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