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에데 연성 난이도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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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5, 2020 01:53에 작성됨.

1. 들어가며

아스카에데 연성 이야기가 나온 김에 풀어보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스카에데는 의외로 창작에 난이도가 꽤 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단편 글 창작의 난이도가 그렇습니다.


사실 이 바닥에 안 그런 아이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앉아서 커피만 마셔도 그림이 되는 두 사람이어서 그림 창작이라면 창작자의 회화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아름다운 그림을 뽑아낼 수가 있고, 만화를 그려도 괜찮은 힐링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만, 단편 글 창작으로 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요.


2. 원인 진단
아스카에데 단편 글 창작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실 아스카에데 뿐만 아니라 적잖은 무난한 캐릭터 조합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일부러 캐릭터를 망가뜨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둘 다 성격이 너무 무난해요.


다른 말로 하자면, 사건을 만들어줄 트러블메이커, 혹은 앞장서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분위기메이커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힘들지 않은 창작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주인공이 두 사람인데 둘 다 무난한 성격이면 창작을 '재미있게'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배로 꽃피는 게 당연하기도 하고… 특히 여러 장을 이어가면서 개성을 추가로 만들어주고, 갈등관계를 만들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장편과 달리, 제한된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마쳐야만 하는 단편에서는 이게 더욱 치명적인 문제점이 됩니다. 일단 사건이 일어나려면 둘 사이에 갈등관계가 있든, 둘 중 한 명 이상이 트러블메이커 역할을 하든 해줘야 하는데, 아스카든 카에데 씨든 단편에서 더블 히로인으로 쓰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는 서로 영 애매한 관계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저 두 사람이 대체 어디가 무난한 성격이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두 사람 캐릭터상 아스카에데 둘만 떼어다가 앉혀놓으면 마땅히 트러블이 만들어질 거리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공식과 2차 창작을 불문하고 어른조 모아두면 트러블메이커로 대활약하시는 카에데 씨이지만, 문제는 저 트러블메이킹의 대부분을 술이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창작자가 쓰기 나름이겠습니다만, 다른 사전 정보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는 술 안 마신 카에데 씨는 입 다문 프레데리카, 장난 안 치는 아미마미, 틱틱대지 않는 마도카와도 같죠. 그리고 상대인 아스카는 술을 마실 수 없는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커다란 트러블메이킹 소재가 하나 날아가버립니다. 그렇다고 말장난을 하나의 독립된 갈등 소재로 쓰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도 하고요. Cool Jewelris 001 뒤풀이 커뮤에서는 본인 제외 전원이 미성년자였음에도 사고쳤던 거 같지만 일단 패스. 본인 주장으로는 "미나미 옆자리는 취했지만 술에는 안 취했다"라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아스카를 트러블메이커 역으로 써먹자니… 이것 또한 애매합니다. 아스카가 나이 상관 없이 반말로 들이받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그렇다고 얘가 눈치와 싹수를 밥 말아먹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또 아스카의 주요 트러블메이킹 소재라면 역시 중2병인데, 카에데 씨가 이걸 받아서 갈등으로 만들만한 캐릭터냐 하면 그 또한 아닙니다. 프로필상 14살과 25살로 최소 11살 차이, 아스카가 중2 인생의 대부분을 만 13세로 보내야 하는 빠른년생(2월 3일생)임을 감안하면 띠동갑까지 가능한 나이 차이인데다, 카에데 씨 성격까지 감안하면 아스카가 어떤 어설픈 중2병 철학을 내놓던 간에 카에데 씨는 후훗 하면서 끄덕끄덕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면 그냥 일상 힐링물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갈등 없는 일상물은 창작 난이도가 수직상승하죠. 만화 원작인데다 애니도 여러 번 나온 ARIA도 수면제 소리 듣는 마당인데


3. 해결 방안 연구

가끔 보이는 아스카에데 창작자, 나아가 마땅히 재미있는 소재거리가 없는 아이돌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창작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 제3의 캐릭터 투입

가장 무난하고 쉽게 시도되는 방식이자, 공식에서도 써먹은 방식입니다. 둘이서 트러블을 만들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트러블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발상입니다. 트러블 혹은 분위기메이커 역으로는 시키나 슈코 등 다른 활발한 성격의 아이돌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두 사람을 세트로 가지고 노는 제3자가 등장하는 것도 시도해볼만한 방법인데, 공식에서는 실제로 Max Beat 커뮤 2화에서 이 방법을 써먹었습니다. 폐교에 던져지는 아스카에데와, 이 둘을 가지고 노는 아키/료/카코의 조합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 튀어나온 것이, 무서워서 아스카 옷깃을 잡아당기며 딱 달라붙는 카에데 씨와, 애써 태연하다가 귀신 목소리에 까무러치는 아스카의 폐교 체험 조합. 역시 공식이 떠먹여주는 것만큼 달콤한 것도 없습니다.


나. 작정하고 캐릭터성 극대화해서 일상힐링물로 정면돌파

아무리 일상힐링물이 쓰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장에 나오기 마련이듯, 저는 이게 진짜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앞에서는 술과 중2병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했었는데, 이 경우는 아스카의 어설프지만 철학자 같고 진지한 면과, 카에데 씨의 소녀스러운 면을 극대화해서 작정하고 일상힐링물로 밀고 나가버리는 케이스입니다.



그러자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에데 씨가 눈을 반짝 빛냈다. 방금까지의 침울해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들뜬 눈동자를 움직이며 내 손끝에 있는 치즈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을까요? 후후, 아스카는 상냥하네요♪」

「뭐, 내 변덕이야. 그러면 포크를 하나 더 달라고 해야겠군.」

「아, 포크는 이거 하나만 있어도 괜찮아요.」

「응? 하지만 그러면 카에데 씨가 먹을 수 없잖아?」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카에데 씨는 얼굴을 내 쪽으로 내밀고는 눈을 감고서 입을 열었다. 이 자세는 설마…

「먹여주세요♪」

「역시, 그렇게 나온 건가……」

「자, 어서요. 저 기다리고 있다구요? 아~♪」

「하아… 정말이지 이래서야, 어느 쪽이 연상인지 알 수가 없네. ……훗. 자, 아-」

- 『오늘의 니노미야 양 #184 / 2019년 5월 24일의 니노미야 양』 중 발췌


카에데 씨는 머리에 이고 있던 비둘기 인형을 손에 들어 가슴에 안은 채, 나에게 다가왔다.

「그건…??」

내가 조금 당황하며 비둘기를 가리키자, 카에데 씨는 행복한 듯 그것을 끌어안은 채 웃었다. 그 표정은 어른 여성이라기보다 마치 무척 마음에 드는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와도 같은, 순수한 행복에 가득찬 미소였다.

「이거 말인가요? 저쪽 공원 코너에서 찾았어요! 귀엽죠?♪」

「그렇…네. 응. 꽤 사랑스러워.」

「후후훗♪」

내가 동의해준 것이 기뻤는지, 카에데 씨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능숙한 솜씨로 비둘기를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비둘기는, 카에데 씨의 심정을 나타내는 듯했다.

- 『오늘의 니노미야 양 #283 / 2019년 8월 30일의 니노미야 양』 中 발췌



…와, 이게 되네;;;


박장대소할 수 있는 강렬한 이야기도 좋지만, 입가에 미소가 먼지는 담백한 이야기도 좋은 법이니 창작자의 능력만 따라준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아스카에데만 등장하면 손이 굳어서 안 움직이던데 아스카에데 글을 시작하면 글이 한없이 길어진다는 작가님의 능력은 대체…


4. 마치며

사실 도입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런 창작 난이도 문제는 비단 아스카에데뿐만 아니라, 무난한 조합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이 겪고 계실 문제입니다. 다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연결고리 중에 가장 마이너한 게 이 둘이라서 아스치하는 애저녁에 포기했습니다 희망은 팝링크스뿐이야 아스카에데 연성에 목이 말라 트위터와 픽시브를 헤메기도 하고, 도저히 못 참겠을 때는 직접 우물을 파다가 실패하고는 하니 유독 아스카에데에서 와닿을 뿐이죠.


창작은 힘들지만, 그 결과를 내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때도 또 없는 법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창작을 하고 계실 아스카에데 창작자분들께서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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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2년째 프롤로그 + 구상 레벨에서 진도가 안 나가는데 표지만 받아놓은 제 아스카에데 글이 생각나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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