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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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catherine warwick - pollyanna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날이 왔군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처럼
꺼져가던 게임 콘텐츠에서 훌륭한 애니메이션으로 극적으로 부활하며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굳이 과거형을 쓰는 까닭은 이제는 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폐허가 된 세계에서 기억을 잃고 깨어난 주인공이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생명들과 함께 부서진 세계의 각 지역을 여행하며
예측불허의 난관과 위협을 돌파하고 나아갈 길을 찾아 나서는 로드무비 애니메이션.
기본적인 스토리만 보자면 액션활극이나 소년만화 스타일의 열혈 작품이 연상되지만
이 작품의 주요 키워드는 '우정', '사랑', '순수', '동심', '배려' 등의
의외로 가장 단순하고도 소중한 것들이었네요.
https://twitter.com/corpsmanWelt/status/1308386770417975297
ウェルト(@cropsmanwelt)님의 '火星探検(화성탐험)'
제 기억상에서,
일본 SF 대회 제 49회 성운상 미디어부문 수상에 빛나는
명작 '케모노프렌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타츠키 감독의 케모노프렌즈'겠군요.
오늘은 9월 25일. '타츠키 감독의 케모노프렌즈'가 죽음을 맞이한 지
어느덧 3년이 되는 날.
2기가 제작이 결정된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타츠키 감독이 강판된 이후
팬덤과 공식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감독 복귀에 대해 여러 가능성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자신의 작품 후속작에서 쫓겨나버린 타츠키 감독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타츠키 감독을 내쫓은 *도*와측에서는 새로운 감독에 의한 케모노프렌즈 2기를,
저마다 준비 하면서 2018년의 나날들을 보냈군요.
그 후 약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상반기.
비슷한 시기에 그들의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쫓겨난자와 내쫓은 자 사이의 운명적인 대결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타츠키 감독의 신작인 '케무리쿠사'와 카*카*측의 '케모노프렌즈2'
희한하게도 두 작품 간의 기본적인 사항은 매우 유사했습니다.
폐허와 멸망해버린 세계를 기반으로 한 배경,
인간인듯 보이나 인간이 아닌 주인공 일행,
그들을 위협하는 적과 그것을 헤치며 나아가는 여정.
그러나 둘에 대한 대중의 평가와 작품성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타츠키 감독의 '케무리쿠사'는 등장인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차례로 죽어나가면서
전작의 '케모노프렌즈'에 비해 더욱 어둡고 암울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외롭고 슬픈 세상 속에서도 그들이 여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유대감', '사랑', '희망' 그리고 '소속감'이 도처에 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처음보는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세계관에
호감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간의 마음고생에 보상이라도 받은듯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얻었네요.
하지만 '케모노프렌즈2'는 이해할 수 없는 전개도 전개지만
전례없던 인물간 다툼, 폭력, 폭언이 수시로 등장하는 충격적인 모습과 더불어
동료를 사지로 내몰고 버리거나,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등
전작에서 가장 중요시하던 '우정'이나 '순수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후속작이라하기 민망한 수준의 최악의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이미 타츠키 감독 강판으로 인해 얼어붙은 팬덤의 반응을 차치하더라도
각본의 방향이나 캐릭터성이 전작과 전혀 일관성이 없었고
심지어는 전작을 스스로 파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기존의 팬이 아닌 새로운 관객도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두 작품 모두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루는 것은 같았지만
한때 모두의 낙원이었던 곳은 전례없는 지옥이 되어 돌아왔고
분명 지옥이라 불리던 곳은 마침내 되찾은 약속의 땅으로 변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가상 세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슬프고 지치고 힘들고 괴로운 건 현실만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잃어버린 자파리 파크는 이제 어디에도 없지만,
떠나온 고향을 한 가슴에 품고 타향살이하듯
심신을 의탁을 새로운 낙원을 찾아나선 이들의 안식처를 주신
타츠키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떠나버린 프렌즈들을 생각할때마다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뭉클해지며 흐르는 눈물이 언제쯤 마를까요.
비록 진정한 케모노프렌즈 작품은 오래전에 끝이 나버렸지만
모두가 바라고 염원하는 '자파리파크'는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맑은 영혼을 가진 가엾은 이들은 다시 만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는 한.
비록 다른 모습, 다른 형체로 다가오더라도 알 수 있을테니까요.
9월의 어느 맑은 날...보고싶은 친구들을 추억하며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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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이란 결국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답던 작은 세계가
한순간에 부서지고 망가질 수 있을까요.
'불타는 종이 비행기', '노타츠키, 노타노시'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츠키 감독님과 잃어버린 프렌즈들을 되찾기 위해
전 세계의 케모노프렌즈 팬덤이 하나가 되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이미 일어난 일을 고칠 수 도 없지만
팬들 중 그 누구도 원치 않았다는 사실도 변치 않겠지요.
유혈낭자하고 잔인한 폭력이 들어갔는가? : X
받아들여져선 안 될 위험한 사상을 내포했는가 : X
과도한 섹스 어필이 존재하는가 : X
순수한 악의로 만들어진 작품
무참히 짓밟고 깨부순 학살의 현장 위에서
피어난 이야기가 어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케모노프렌즈2가 방영되기 전 팬덤에선
내심 타츠키 감독이 없어도 케모노프렌즈의 영광이
혹시나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탐욕과 아집, 편견과 독단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결국 헤이세이 최악의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되게 되었습니다.
결코 태어나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단 말이겠군요.
어린왕자는 비록 자신의 별로 돌아갔지만, 분명 장미와 함께 잘 살고 있음을 우리가 기억해준다면, 어린왕자는 행복할 거에요.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어린왕자(1943) / 앙투안 생텍쥐페리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만난
수 많은 별들을 여행한 신비로운 소년과 그가 만난 수 많은 낯선 사람들과
소년이 아끼고 사랑한 장미와 소년의 친구인 사막여우와 뱀의 이야기.
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린왕자가 들려준 이야기처럼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이채롭고도 신기한 것들로만 가득하다고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건,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잠시나마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어릴적 읽은 어린 왕자가 그저 재미난 동화처럼 느껴졌다면,
제법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다시 본 소설은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 일종의 우화로 느껴지네요.
그런 점에서 케모노프렌즈 역시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소중한 가치들을 상냥하게 일깨워주는 명작이라 느껴집니다.
비행사의 곁을 떠나간 어린왕자처럼,
수 많은 프렌즈들도 결국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남아있는 자들이 기억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겠지요.
살아서는 영광, 죽어서는 불멸이 된 작품이 있다면
단연 케모노프렌즈 역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조잡하고 유치해보인다고 해서 우습게 볼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