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하가 고귀하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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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2, 2020 03:48에 작성됨.

백합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그쪽부분만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그냥 별 생각 없는 분들도 있죠. 전 세번째 쪽입니다. 그냥 둘 간의 유대가 좋아요.


근본 커플링이니까요. 물론 제일 근본이 되는 커플링은 프로듀서와의 커플링이겠지만요.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프로듀싱하고 서로 성장한단게 아이마스라는 게임의 골자니까요. 위에서 말한 견해의 차이가 여기서 비롯되는 걸테고요.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백합이란 개념을 떠나서. 둘의 관계가 사랑이니 우정이니를 떠나서 둘 간의 유대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외향적인 누군가가 내향적인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처음엔 배척받다가 마음을 열고 나중엔 오히려 내향적인 쪽에서 힘을 보태주는 전개. 참 마음에 드는 클리셰에요.


어째서 하루카가 치하야에게 다가갔을까요. 큰 이유는 없을지도 몰라요. 하루카는 상냥하고 외향적이니까. 일상적으로 그랬듯이 다른 모두에게 그렇게 대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볕이 안 들던 치하야에게 있어선 그게 참 오랜만에 쬔 볕일 수도 있었겠죠. 태양은 자기에게서 빛이 나오니까 그 빛에 큰 자각이 없었을지 몰라도 달은 빛을 내지 못하니 빛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 겁니다.


첫만남부터가 굉장하지 않나요.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의 비일상이 된다는 갭. 그 갭부터 모든게 시작되는 거에요. 그 후 치하야는 빛이 익숙하지 않기에 두려워하고 경계하다가 나중엔 그 따뜻함을 깨닫고 갈구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관계. 역으로 하루카는 처음 느껴보는 시원함과 차가움에. 늘상 빛에 휩싸여만 살다가. 난 빛을 내는게 당연하다고 여기다가 처음 달에 가려져서 빛이 막히다 보니. 그 비일상에 끌리는 거에요.


태양은 스스로를 불태워서 빛을 내지만 그걸 스스로는 모르는 거에요. 그렇게 스스로를 불태우며 빛을 내고 너무나도 뜨겁고 눈부시게 살다가 달을 처음 만나고 몸과 눈을 쉴 수 있게 되는 안식에. 나는 빛을 내는 것이 당연하단 생각도 스스로 반문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일식이 일어나는 거에요. 몇십년에 한번 오는 기적과도 같은 만남. 일상과 일상이 부딪히고 비일상이 된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 달은 빛나는 태양에게서 온기를 느끼고. 태양은 차가운 달의 곁에서 몸을 식히고 안식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서로 뗄 수가 없는 관계가 되고. 그걸 서로 인지하게 되는 거에요.


그걸 서로가 인지한 순간. 둘이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이 생겨서. 하루카는 내 온기가 치하야에게 활력을 준단 사실에. 치하야는 내 냉기가 하루카의 뜨거움을 달래줄 수 있단 사실에.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까지 아끼게 되는 거에요.


그리고 그런 사실까지 서로가 깨달아버린다면. 남은건 행복뿐이죠. 말 그대로. 난 네가 좋다. 너도 날 좋아한다. 그걸로 끝. 더이상은 사족일 뿐. 이 모든게 다 고귀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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