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침내 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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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20 23:26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당신의 프로듀서 더헤드랍니다.

한 달만에 오는 것 같은데 다들 그간 건강하셨나요?

저는 다른 부분은 나아지고 있었으나 여전하던 궁핍한 형편이 그 모든 상황을 죄다 끌어안고서 심해로 가라앉는 중이라 마냥 좋지 않은 상황이랍니다.

그래도 열심히 분발한 덕분일까요. 마침내 일단락 지은 일도 있네요.



제가 줄곧 써오던 장편 소설을 드디어 완결지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이걸 제대로 끝마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시기가 몇 번이나 있어서 그런지 목요일에 에필로그를 다 쓰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기분이 한껏 고양된 상태랍니다. 에필로그는 조금만 더 퇴고를 한 뒤에 올릴 셈인데 늦어도 화요일 저녁에는 올리려 합니다.


2년하고, 조금 걸렸네요. 

사실 저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구체적인 플롯을 다 정해두고 쓰기 시작한 거라서 길어도 1년 안에는 다 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이게... 여러 사정이 겹치고 가끔은 의욕이 떨어지기도 해서 정말 오래도 걸렸어요.

아직 올해가 되지 않았을 때 찾아와 적은 근황에 보면 1월 중순부터는 창댓을 쓰고 싶다고 말했었답니다. 네, 그때쯤이면 완결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벌써 2월 중순이 끝났고 머지 않아 3월이네요. 제 결의는 굼뜨고 시간은 재빠르니 여기선 시간 탓을 하겠습니다. 하루가 28시간 정도였으면 1월 중순에 끝냈을 거예요. 네, 그럴 리 없죠. 하루가 얼마나 되든 저는 지금쯤 마쳤겠죠. 



대략 2년 전, 제가 왠지 많이도 힘들어했답니다. 2017년에 뭔가 있었던 걸까요? 2017년에 기억나는 굵직한 일은 출판사 입사하고 퇴사, 공장 알바, 아쿠아 내한... 정말 이것뿐이네요. 그것 말고는 달리 기억나는 게 없어요.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렇게 기억이 애매하단 것도 참 신기한 일이죠. 여러분은 저 같은 기억력을 가지지 않도록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세요. 


다만 글을 쓰는 게 엄두가 안 나던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섭다,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과 친구와 이야기해보다 장편 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소설창작연구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게 있습니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장편 소설을 기획하고 끝마쳐봐야 한다더군요. 그때부터 사람이 달라진다고. 그때는 달라질 게 있나 싶었지만 지금은 무슨 소린지 알 것 같네요.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쓰는 거구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어떻게든 지금 느낌을 정리하면 이런 느낌이랍니다. 2년 동안 스스로 고생길로 뛰어들어 얻은 교훈치고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만족합니다. 좋네요. 정말 좋아요. 즐거워요. 꼭 끝내야 하나 싶어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마지막 파트를 엄청 세밀히 쓰며 시간을 끌 정도로 신나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자랑할 사람이 정말 없네요. 후기는 쓸 거지만, 이런 심정을 이야기할만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자랑글이라니. 언제나 그렇듯 저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네요.



아이커뮤에 처음 올린 글이 떠오르네요. 창댓이었어요. 가입 인사 같은 것도 안 했죠. 네, 저는 대략 5년 전에 창댓을 쓰고 싶어서 아이커뮤에 가입했답니다. 지금도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일단 조금 쉬고 싶고, 지금 쓰던 작품이 거의 끝나갈 때쯤부터 생각하던 작품이 하나 있어서 언제 쓸지 아직 고민하고 있지만 생각해둔 이야기는 전부 써보고 싶네요.

그러니 다음에는 처음 가입을 하고 글을 썼을 때처럼, 불쑥 창댓판 쪽에 나타나고 싶네요.



그럼 이만, 프로듀서 더헤드였답니다.

자랑? 푸념? 저도 확실하게 이거다 말할 수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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