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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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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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에 추가 된 신캐들 7명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돌이 나왔어요!' 이상에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바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장치죠.
꼼수라면 꼼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류의 게임 속에서 시간이란 암묵적인 동의 아래
사실상 흐르지 않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우리는 이미 몇 번이나 애니버서리와 크리스마스, 새해를 보냈지만
아이돌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크게 변하지도 않아요.
물론 새로 유닛을 짰다거나 무슨 일을 했다거나
세세한 부분에서 바뀐 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사자에상 시공 속 정해진 운명대로 굴러가는 거죠.
이건 신데마스 만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오타쿠 컨텐츠들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입니다.
본가의 후배격인 밀리언 라이브가 있어도
이건 본가의 정식 후속작이 아니라 평행세계 취급이거든요.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해요.
주 소비층인 오타쿠들이 그 변화를 싫어하거든요.
나는 이 아이의 의존적인 모습이 좋아서 파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 아이가 나에게서 자립하려고 한다?
더 이상 내가 필요 없고, 나만 두고 가버린다?
사람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애정으로 굴러가는 가챠겜에서 이건 치명적인 문제 입니다.
영원히 다람쥐 챗바퀴 속에서 굴러가야 하는 이런 게임 안에서
성장과 변화는 캐릭터의 붕괴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심하면 컨텐츠의 종료죠.
이게 아닌 거 같아도 진짜 그래요.
단적으로 예시 들자면, 노노랑 쇼코가 그렇습니다.
외톨이버섯 이미지로 시작한 쇼코는 어느새
프로듀서들보다 친구도 많고 인디비, 142's, 언더 다 데스크 등
인기 유닛들을 섭렵한 인싸돌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더니 사실 쇼코가 책상 밑에 있었다!
이런 전개는 이제 쥬얼리즈 앨범 드라마에서나 나와요.
그리고 노노 역시
책상 밑에서 아이돌 안 한다고만 하는 캐릭터에선 좀 멀어졌죠.
그런데 이제 인디비랑 놀면서 야루쿠보도 되고 나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실제로 캐붕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성장과 변화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입니다.
제가 혼자 정의 내릴 건 아니죠.
하지만 확실히 언젠가부터 성장과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 확실합니다.
오타쿠 컨텐츠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사이다스러운 전개를 많이들 원하고 있어요.
쏟아져 나오는 애니들 안에선 점점 갈등과 서사가 사라지고
편안하게 캐릭터성만으로 배불리는 이야기들이 점령한지 오래 입니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이야기를 유지하려면 변화를 하되
정해진 선 안에서만 변화를 해야만 하죠.
그런데 신데마스에선
밀리마스 같은 후배격 시리즈를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200명 가까운 캐릭터가 있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스토리의 볼륨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그리고 밀리마스 팬덤에서도 본가와 밀리로 나뉘어 싸움나는 걸 보면
그게 꼭 옳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없고요.
그래서 운영진이 생각한 것은 새로운 캐릭터 입니다.
츠카사를 마지막으로 새 아이돌이 안 나온지 오래 됐고
애니메이션과 데레스테로 팬덤은 커질대로 커진 상황.
공간의 확장을 이뤘으니 남은 건 시간이죠.
이건 신캐들 캐릭터에도 담겨 있습니다.
모바로 데뷔한 아카리, 아키라, 리아무는 예전 정통파 히로인들 마냥
'노력해서 힘내자!' '될 때까지 시도하자!' 식의 말을 안 해요.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심하면 그냥 암 것도 안 하고 꿀빨고 싶다... 까지 있죠.
여기에 스트리밍이나 오타쿠 문화 등
인터넷 문화와 관련된 개성으로 요즘 느낌을 충실히 반영했어요.
데레스테로 데뷔한 네 명은 캐릭터 자체보다는 이벤트 커뮤를 통해서 보여줬어요.
벨벳로즈(치토세, 치요)는 안즈가 사수로 붙는다거나
프로듀서와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식으로
미로아르(나기, 하야테)는 잘 나가는 아이돌들 일 하는 모습 보면서
마치 후배가 선배 견학하는 것처럼.
원래부터 있던 프로덕션에 신입들이 '합류'했음을 전제로 깔았죠.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기존 아이돌들은 자연스레 선배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선배가 되었지만 사실 작중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죠.
재밌는 건 시간의 흐름을 운영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팬덤에서는 이미 자연스레 2차 창작에 반영했다는 겁니다.
게임에선 시간이 정체됐어도
현실의 프로듀서들에겐 몇 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7명의 아이돌들을 당연하게도 신캐, 신입, 후배로 여기는 거죠.
꼼수라면 꼼수
장치라면 장치
캐릭터 7명 추가로 이걸 해냈으니
운영진이 효율적인 수단을 생각해낸 건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 속임수가 성공했느냐를 묻는다면......
제 생각엔 리아무 하나만으로 충분히 뽕을 뽑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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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칸코레의 오오이(안티도 덩달아 많지만)의 인기 라던가 보면…
카스미나 아케보노야 애 니까+이후 공식에서 꾸준히 조정&이미지업 라는 이유로 넘어가지만, 오오이는 결혼 전 까지는 진짜 중뇌장 순양함만 아니면 절대 쓰기 싫어질 정도로…
뭐, 아무튼 이쪽 업계에선 진짜 그런게 좀 있죠. 아예 시리즈 식으로 출품작 마다 시간의 흐름을 넣는 경우는 그나마 좀 덜해도 확실히 이런 성향은…
한 예로 페이트 엑스트라 세계관 에서 멜트릴리스는 작중 큰 정신적 성장을 경험하고 집착을 버리게 되었는대, 일부 팬덤에선 그걸 무시하고 이전 모습만 추구하거나
진짜 데레는 본가가 쓴 밀리 라는 방식을 못 쓰고, n년 후 라는 방식의 후속도 나이 분포 때문에라도 힘들고 여러모로 그러네요.
우리에겐 엔딩이 없죠.
우리에게 엔딩은 서비스 종료예요.
캐릭터를 인물이 아닌 속성 또는 일면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씬의 주류가 된 지 오래예요.
이미 나온 캐릭터들은 정해진 일면,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서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레애니는 한참 전에 끝났고, 스테도 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성장동력이 부족하니 땔감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게임 중에선 제일
뭔가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합니다.
최근엔 소녀전선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미카팀도 상당히 변칙적인 스텝을 밟고 있습니다.
우선 장르적 완결성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이야기적 완성도를 택한 것부터 놀라워요. 또 게임 시스템을 직접 깨뜨리고 파격적인 실험들(탄막. 리듬게임 구현)을 하는 것도 상당히 놀랍고요.
저도 그 외의 게임을 자세히 아는 바는 아닙니다만, 데레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아닌 듯해요... 뱅드림은 전체 타깃을 양분해서 커플링 위주의 동인 양식을 공식에서 제공하는 것하며, 벽람은 속성적 캐릭터의 제공으로 아예 서사를 중단하는 등 장르적 순수를 위한 시도는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답니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간에요.
밀리의 두 신캐나 샤니도 꽤 요즘 트렌드를 맞췄지만 샤니는 아예 새로운 시리즈고 밀리의 둘은 평행세계에서 처음부터 같이 가는 존재로 나와서 시간의 흐름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샤니는 시간의 흐름은 아니지만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는 거 같더군요.
다만 그 경우 최대한 기존 아이돌과의 상호작용을 빠르게 유도하고 싶을텐데 주종콤비는 왜 그랬지 하는 감상도(..)
아무튼간 화제성으로 보나 필요성으로 보나 나름 용단이었다고는 생각해요. 과정에 있어서 현재진행형으로 P들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선 운영에 불만이 있습니다만
잘 보면 얘네 서사 진하게 묻어나고 은근 재밌는 애들이라.
전달방식이 최악이었지만 말이죠.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매출 하락이 특정 IP가 아닌 모든 IP의 부진에 의해 터진 문제고, 최근 사이게의 행보가 사업을 문어발처럼 너무 벌리다가 회사 자체가 망하는 전형적인 테크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데레 IP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고, 신캐를 추가하는 건 아무리 잘 쳐줘야 생명유지 장치를 붙이는 정도에 불과하지, 그렇게까지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