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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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Nils Frahm - Says (Ad astra OST)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최신 SF 영화, '애드 아스트라'를 보고 왔습니다.
이미 배경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기에
저는 무척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만
관객분들의 표정은 정말 복잡 미묘했었네요. (취향을 정말 많이 탄다는 뜻)
스포일러 없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본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통쾌한 활극보다는
우주를 여행하며 느끼는 심경의 변화와 시종일관
슬프고 음울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모노드라마(독백극)'에 가깝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주인공의 우주 여행에서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문제가 작중 핵심 요소이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그에겐 그보다 더 절박하고, 필사적인 이유가 있었지요.
아버지의 부재가 낳은 유년기의 단절과 상실과 슬픔.
실망스러운 현재의 지구에서의 삶과 무미건조한 일상.
같은 '인류 존망물'인 인터스텔라나, '우주 생존극'인 그래비티나 마션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교육용 우주 다큐멘터리도 이 영화보다는 더욱 박진감이 넘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대신 이 영화가
우주가 얼마나 깊고 심오한지,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또 그보다 얼마나 더
알 수 없고 어두운지 느끼게 해주는 점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주를 향한 도전인 '아폴로 계획' 속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라틴어 경구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넘어 별들을 향하여)'에서 따온 본 영화의 제목은
얼핏 듣기엔 단순히 이 영화를 '우주 여행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제목을 곱씹어 보면 결국 별을 향해가는 사람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작중에서 인간이 도달한 태양계의 가장 끝인 '해왕성'에서
듣게된 삶의 씁쓸한 진실 한 조각.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그보다 더 멀다는 것은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줍니다.
언젠가 근미래에 별과 별 사이를 건너고
차원과 차원 사이를 건너더라도
결국은 바로 곁의 사람에게선 여전히
낯섦을 느끼는 아이러니를 보이겠지요.
여럿이 모여있는 별들도
사실은 수십 수억 광년의 거리를 두고
고독 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으니까요.
이 깊고 어둡고, 추운 우주 속에서.
공허를 밝히며...
브래드 피트 주연의 '우주 심리극',
'애드 아스트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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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이 넓은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듯이
그 우주를 마음 안에 품고 있는 인간 또한
아직까지 이해 못 하고 있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주는 그 자체로 경이적이고 신비로와서 복잡하다는 인상인 반면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지어 버리고 함부로 대할지 모른다는 거죠.
정작 저 멀리 있는 별보다 중요한 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일 텐데.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있지만
그곳엔 아무도 것도 살지 않는
극한의 환경들 뿐.
생명체가 있는 곳은 우리가 아는 한, 단 한 곳이라는 점은창백한 푸른 점을 더욱 쓸쓸해 보이게 하네요.
우주 속에 홀로인 우리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서로가 멀게 느껴지는 일상들 속에서 살아가네요.
잊고 지내던 내 곁의 소우주에게
보다 상냥한 외계인이 되어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예술영화에 가까운 연출과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작중 사건들도 시종일관
죽음으로 도배된 음울한 일들 뿐이군요.
외기권에서 사고로 추락해서 죽고,
해적들과 전투 중 머리가 터져 죽고,
실험동물에게 얼굴과 손이 뜯어 먹혀 죽고,
우주선 벽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고,
선내 공기 오염으로 질식해 죽고,
그 숱한 죽음과 역경을 넘어 도달한 우주의 끝은 결코 상냥하지 않았군요.
분명 스크린에선 핵폭탄이 터지는데도
그걸 보는 기분은 오히려 차분하고 슬픈 느낌이 드는 이상한 영화.
어쩌면 그 독특함에 저는 더욱 재밌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