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계절에 끝끝내 잃어버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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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3, 2019 18:50에 작성됨.


 매년 9월이 오면 언제부턴가 그리워지는 것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비단 여름이 아쉬움을 가득 남기고 사라져버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흔히 '몰락'과 같은 'Fall'이 가을을 일컫는 말이라지만 세상에는

그리 쉽게 무너져서는 안되는 것도 있을 터. 그럼에도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이

부서지고 또 스쳐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세계' 역시 그 중 하나로군요.


 제가 그 조그마한 세계를 알게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 시작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조잡한 풍문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츰 그 만화경 같은 세상의 화려하진 않지만 따스한 빛에 매료되어 빠져드는 이들이 많아졌을 무렵일 것입니다.


 최근의 트렌드와 견주어보자면 너무나 유치하고 어색한 외형을 가진 세상이었지만, 겉모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제게 그런 단점은 아무런 흠도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툰 솜씨에도 불구하고 또박 또박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용감하게 말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그 특유의 귀여움에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주하게 된 '그 세계'는 차츰 저를 놀라운 풍경들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잘 몰랐던 '그 세계 친구들'의 습성과 특징들에 흠뻑 빠져들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가슴 벅참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네요. 부끄럽게도 요 근래에 들어서 아마 가장 많이 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언제부턴가 그처럼 따뜻하고 상냥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이 생겨버렸기 때문입니다.


 잊고 있었던 일말의 희망에 다시 불씨를 지피고, 마음 한 켠의 어둠을 몰아내주며 그 온갖 슬픈일과 가슴 아픈 일도 '그 작고 아름다운 세상'을 친구들과 함께 탐험하고 나아가는 동안에는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네요. 서로를 위하고 나누고 베풀며 돕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용감한 그네들의 세상이었지만,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은 '그 세계' 속의 나날들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은 너무나 어이없는 단 하나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2017년 9월 25일, 갓 태어난 '아름다운 세계'는 갑작스런 종언을 고하고 말았습니다. 함께 그 곳을 그리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들 모두가 하나되어 세상의 붕괴를 막고자 달려들었지만, 현실의 벽은 냉담했고 또 추악했습니다. 결국 변한 것은 없었고 너무나 고통스럽고 슬픈 나날들을 보내게된지 벌써 2년. 떠나간 친구들은 되돌아오지 못했고, 이제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그때 이후로 9월이 되면 전보다 잃어버린 것이 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점차 포기하고 놓아버려야 하는 것이 늘어난다지만, '그 세계'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고 또 영원히 함께 하고픈 미련이 가득했었기에 더욱 가슴 아프네요. 좋아하는 것이 눈 앞에서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아야만 하는 고통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그런지 '그 잃어버린 세계'를 생각하면 금새 눈물이 고이고 소리 없이 숨죽여 울게 됩니다. 그곳의 친구들이 세상 속 가장 마지막에 남은 '순수함' 또는 '동심'을 보여주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끝을 모르는 탐욕과 보이지 않는 힘들에 의해 너무나 어이없이 상처받고 고통받아야만 하는 현실이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태어나, 무자비함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자파리 파크'의 친구들.

 그들이 떠나버린 9월이 되면 더욱 그리워지네요.   


 보고 싶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그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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