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았습니다. 깨달았다구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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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7, 2014 08:04에 작성됨.

나는 불행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니, 원래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불행한 일을 겼던 저인데 요즘은 매일 마다 겪네요. 하이고......

 오늘도 쿠마 군의 불행을 나눠봅시다.

 목요일에 9시 수업이 있는 관계로 11시에 잤는데 수요일 새벽 4시에 깨버리고 말았네요. 자려고 했지만 몸 특성상 잠이 안 왔습니다. 그래거 게임나 하자 하고 롤을 했지요.

 몇 판 하다가 시간을 보니 곧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랭크 한 판하고 가자 하며 랭크를 시작했죠. 운이 따르는지 게임에서 적을 엄청 몰아붙히고 있는데 갑자기 게임이 튕겼어요.

 몇 번 있는 일이라 재접속을 했죠. 그런데 접속하니 뜬 것은 게임창이 아니라 오류라는 창과 함께 결과창이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RIOT이 랭크 점검을 시작한 거더라고요. 그 게임 무효화 처리 됐습니다.

 비명을 질렀어요. 승급전이었는데!

 좌절감을 잊고 목욕하고 가방 챙기고 기숙사를 나왔습니다. 아침이라서 춥더라고요. 몸을 떨면서 지름길로 갔습니다.

 잔디가 얼마 깔리지 않은 언덕이라 어제 내린 비로 질척하겠지 했는데 추운 날씨에 진흙이 얼어붙었더라고요. 신발 안 버리겠구나 신이나서 언덕을 내려가는데 미끈 했습니다.

 얼어붙은 진흙이 얼음처럼 미끄럽다는 건 몰랐어요.

 철퍼덕하고 넘어지니 엉덩이 뼈와 척추가 비명을 지르더군요. 너무 아픈 나머지 저는 누운 채로 끄어어어어, 하고 작고 긴 신음을 내뱉었습니다.

 어떻게든 교실에 도착하니 교수님깨서 쪽지 시험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10문제이고 공부했으니 쉬웠습니다. 그런데 맞은 점수는 50점......

 어째서 하고 시험지를 받아서 보니 답을 밀려 썼네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좌절했습니다. 절대로 밀려 쓰지 않는 저로서는 어이가 없었죠. 심지어 확인도 했는데 왜 몰랐을까......

 다음 수업까지 4시간이 남아서 학교에서 - 길게 잡아 - 30분 떨어져 있는 Best Buy라는 전자제품 상점에 갔습니다. 75,000원 짜리 충전기를 며칠 전에 샀었는데 필요가 없어서 돈으로 돌려받을 생각니었거든요.

 힘들게 가서 바꾸고 싶다고 하니까 신원 증명서가 있냐고 묻네요. 운전면허나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저한테 그런 게 있겠습니까?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며 떳떳하게 살아가는 가난뱅이라 미국의 민증은 없고 차는 비싸서 안 샀으니 운전면허증도 없었죠. 하는 수 없이 1시간 20분을 소모해 기숙사에서 여권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이죠? 여권를 가지고 오니까 여권은 보지도 않고 돈을 그냥 주네요? 뭐죠, 이건? 보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지고 오라고 한 거죠?

 어이가 없어서 돈을 받은 채로 허망하게 웃었습니다.

 시간이 다 되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목이 말라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습니다. 뽑은 음료수를 가져가려고 손을 움직이는데 우연치 않게 만난 친구가 절 부르더군요.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 대학교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는 번호를 입력하면 기계가 그 번호애 있는 음료수를 꺼내 사출구에 넣고 사출구가 회전해 그걸 저한테 주는데 이게 음료수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10초 뒤면 사출구가 닫혀서 안 열려요.

 네, 여기까지 말하면 아시겠죠. 사출구가 음료수를 품은 채 닫혔습니다. 억지로 열려고 해도 안 열리더군요. 저한테 말을 건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억울해 했지만 돈 날린 전 더 억울했죠.

 수업에 늦었다는 걸 알고 음료수는 나중에 가져가기로 하고 강의실에 갔습니다. 1시간 15분 후, 사람을 불러오기 전에 음료수가 무사한지 확인해 봤는데......없내요, 음료수가.

 우울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데 다른 버스는 벌써 5대 가까이 왔다가 갔는데 유독 제 기숙사로 가는 치하야(72번) 버스가 안 오네요. 원래는 10분에 한 대 씩 오는 건데 40분 기다려서 겨우 탔습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오늘 있는 일에 한숨을 쉬면서 게임이나 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풀자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최대의 불행이 남아있더군요.

 제가 내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숙사로 가는 길 사리에 보면 차의 출입을 금하는 쇳기둥이 몇 개가 땅에 박혀있는데 이게 높히가 참 애매해요.

 저는 다리가 긴 편이라 그게 딱 허리 밑까지 오는 높이거든요? 원래는 피해가는데 오늘은 못 했습니다. 멍하니 걷다가 그걸 옆으로 피해 지나가야 되는네 그냥 앞으로 쭉 걸어갔어요.

 가랑이가 그 기둥에 스쳤습니다. 쌍방울이 정겹게 울리더군요.

 ......이런 젠장.



 오늘의 불행을 떠올리며 쓰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다음 주가 봄방학이라 좋아했는데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니 슬퍼요.

 위로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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