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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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4, 2019 00:44에 작성됨.

아킬레스건으로 유명한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와 함께 그리스 신화 대표 영웅 중 하나로

명문 영웅 학교 케이론 스쿨 졸업생, 어머니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인데

'테티스와 낳은 자식은 아버지보다 위대해질 것이다' 라는 예언으로 인해

나름 왕인 아버지 펠레우스보다 당연히 잘 되는 운명으로 정해졌으며

어머니 치맛바람에 스틱스강에 한 번 푹 담그고 전신 무적 버프까지 받았으나

대체 목욕을 어떻게 했는지 발뒤꿈치만 적시지 않아 그곳이 유일한 약점이 된 영웅입니다.


아킬레우스의 뒤꿈치가 물에 적셔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어린 자식이 물에 빠질까 걱정되어 자기가 발을 잡고 수영을 시킨 어머니 테티스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족욕 한 번만 해도 해결 될 문제를 여신씩이나 되면서 생각 못 했다구요?

머리는 담갔으면서? 발목 잡은 채로 머리는 어떻게 담갔죠? 사실 발 잡고 강바닥에 처박았던 게 아닐까요?


우리는 여기서 부모의 과보호가 자식을 망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애가 생기면 하루 한 번 족욕을 시킵시다. 건강에도 좋다캅니다.

내 발은 안 씻어서 짱구 아빠 마냥 냄새가 나도 우리 애는 씻겨야죠.


그리스 영웅들이 그렇듯 이 아킬레우스에게도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신들의 결혼식 축하 자리에 불리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

제정신이 박혔으면 결혼식에 에리스를 부를 리가 없지만 그걸 이해 못한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답게 신들에게 불화를 일으킬 계획을 짭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쓰인 황금 사과를 던져놓고 사라져 버렸죠.


불러도 불화, 안 불러도 불화. 대체 어쩌란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에리스는 요새 인터넷 찐따들과 비슷한 성격인가 봅니다.

가만 냅둬도 분탕이에요.


에리스가 쏘아올린 작은 사과는 올림포스에서도 한 가닥 하는 세 여신, 헤라와 아테나와 아프로디테가 발견합니다.

여신씩이나 되는 자들이 황금 사과 하나 가지겠다고 최고신 제우스를 닦달하고

제우스는 빤스런을 위해 제일 잘 생긴 인간 남자 파리스를 데려와 선택을 맡기죠.

그냥 여기서 제우스가 에덴 동산 부부 내쫓은 유일신 마냥 최고신의 위엄을 발휘해서

세 명 다 올림포스에서 추방했어야 하는데 이 놈은 아내 앞에선 쫄보라 그러지도 못 합니다.

그런 주제에 바람은 무지막지 하게 폈죠. 그리스에는 미투 운동이 필요해요.


근데 여신들은 서로 자기를 고르라면서 정정당당하게 뇌물을 찔러주는 군요. 이미 외모로 승부 볼 생각이 없어요.

여자의 외모를 감히 상품화 시키지 않기 위해 자본주의를 택한 여신들의 선견지명의 결과죠.


헤라는 커다란 왕국,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승리,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아내를 약속하는데......

근데 헤라는 결혼 선물로 황금 사과 나무를 받았으면서 굳이 저거 하나 욕심 낼 필요 있을까요?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 욕심에 눈이 멀어 불화의 여신의 꾀에 놀아나는 군요.

그래도 아프로디테가 설정상 외모 순위 1위에 이를 표현한 예술 작품들도 많은데

그냥 너 가져라 하고 줄 수는 없었는지 심히 의문입니다.


어쨌든 파리스는 옆구리가 시렸는지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바치고

가장 아름다운 인간 여자를 아내로 맞기로 약속 받습니다.

이후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눈이 맞게 됩니다.

이미 결혼해서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말이죠.


대체 아프로디테의 머리는 어떻게 된 걸까요.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유부남에게 유부녀를 줄 생각은 하지 않을 텐데.

헤라 제치고 사과 먹은 퍼포먼스로 두 가정의 평화를 박살내고 싶었던 걸까요?

평소에 제우스 믿고 뻗대던게 어지간히 꼬왔나 봅니다.

심지어 헬레네는 제우스의 딸이에요. 이 놈 대체 자식이 몇이야.


여기에 파리스가 사실 트로이의 왕자였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불륜 커플은 트로이로 떠납니다.

집 나간 왕자가 남의 왕국 왕비를 NTR해서 돌아왔는데 좋다고 받아주는 트로이 사람들.

유일하게 공주 카산드라만이 헬레네를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아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거짓말쟁이였습니다.


빡침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 자기 형 아가멤논을 찾아가 그리스 전군을 이끌고 헬레네를 찾으로 갑니다.

메넬라오스야 지 아내 찾으로 간다치고, 남의 가정사에 왜 그리스 전체가 일어나느냐 하면

헬레네가 보통 이뻤던 게 아니었던지라 처녀 시절에 그리스 전역에서 구혼자가 몰려왔는데

이놈들이 앞뒤 생각 안 하고 누가 결혼하든 간에 나중에 헬레네에게 뭔일 생기면

여기 있는 구혼자들 전부 파티 결성해서 일 터뜨린 놈 조지러 가자고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죠.


이 인간들 중엔 현재 시점에선 결혼한 인간들도 많았을 텐데

집에 가서 캐리어에 갑옷 챙기면서 "어디 또 출장 가?" 하는 아내에게

"내 첫사랑이 어디 왕자놈이랑 바람이 나서 되찾아 가려고" 라고 말했을 걸 생각하니

젊은 날의 치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껴지네요.

정말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한편 나라가 디비집니다.


우리 우정 영원히 영원히 정신으로 뭉친 그리스의 대군, 그러나 꾀돌이 장군 오디세우스가 빠졌네요.

심지어 이 놈은 헬레네 구혼자 파티 결성하자고 제안한 주모자 놈 입니다.

지금 지 때문에 수많은 가정의 가장들이 마누라 등쌀을 피해 모였는데

자기도 새 가정 꾸렸다고 정신 나간 척 행세를 하며 안 온다는 겁니다.


이놈은 그 벌로 전쟁 끝나고 남들 다 집 돌아갈 때도 혼자만 오지게 바다를 떠돌아 다닙니다.

위대한 항로에 들어갔으면 해적왕이 됐을 거예요. 근데 그 모험기가 요새 원피스보나 재밌다 보니

집 돌아가면서 읽을 거리가 필요한 그리스 군은 애를 인질로 삼아

집 나간 정신을 가을 전어 냄새 맡은 며느리 마냥 돌아오게 합니다.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져도 아버지 눈을 못 띄었는데 아직 갓난 아기 텔레마코스가 이 어려운 걸 해냈어요.

오디세우스는 이 아기가 다 커서 장성한 뒤에야 다시 만납니다. 노름판 나간 아버지도 얘보단 자주 만날 거예요.


그렇게 목줄 끌려와 그리스군에 합류한 오디세우스. 그리스군은 병역기피자를 그냥 냅두지 않아요.

그리고 이것이 아킬레우스의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헬레네의 구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얘는 아직 얼라예요.

헬레네 처녀였을 적엔 더 어렸겠죠. 안 태어났거나 태어났어도 갓난쟁이거나.

구혼자 무리에서 응애응애 거리는 얘를 헬레네가 남편감으로 골랐다?

테티스에게 싸대기 맞고 360도 돌면서 그대로 아청법 걸려 감옥 안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리고 전승이 퍼지고 퍼져 현대에는 극한의 가능충, 쇼타콘, 키잡 매니아라는 별명이 붙었겠죠.

차라리 바람난 유부녀가 되는 게 훨씬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이라는 이유로 아킬레우스는 알지도 못 하는 여자 구하기 부대 소집 영장을 받고 맙니다.

아버지보다 위대해진다는 예언 때문에 이미 한가닥 날렸던지라 전쟁 나면 원픽 대상.

기피 사유를 만들려고 해도 온 몸이 무적이라 누구처럼 생니를 뽑을 수도 없고, 스스로 발목 끊긴 싫고

여호와의 증인에 들어가기엔 아직 기독교는커녕 예수가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저기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이중국적을 얻고 그리스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신대륙을 발견해야 할 콜럼버스 또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미 전쟁터를 누비고 다닌 놈이 이제와서 전쟁이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도 아들을 살리고 싶던 테티스는 이제라도 스틱스강에 발목을 담그게 하는 대신

아들을 잠수 타게 만드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게 어디냐고요?

리오메데스 왕의 딸들 사이 입니다. 어떻게요? 여장을 시켜서.


이 무슨 라노벨에나 나올 설정 입니까.

[그리스군 징집을 피해 도망친 내가 여장을 하고 공주들 사이에 숨어지낸다고!?]

내용을 그대로 썼더니 제목이 됐어요! 그리스 놈들은 전부 극한의 가능충 입니까?


어쩐지 NTR이 밥 먹듯이 일어나더라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장 미소년이 또 맛집으로 유명하죠.

공식 설정도 아닌 쇼타콘 키잡러 헬레네 따위는 비빌 수도 없겠어요.

그러고 보니 헬레네는 어릴 적에 테세우스에게 납치당해 자기가 키잡당할 뻔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 너무 무서워라.


아십니까? 그 옛날 그리스에선 철학자들이 "남자들간의 사랑이야 말로 가장 순수하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씹덕 놈들 같으니. 백합을 배척하고 BL을 팠어요. 미식가들이군요.


심지어 아킬레우스의 여장은 그게 또 잘 어울렸는지 아무에게도 안 들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아킬레우스는 당시 그리스 최고 영웅입니다. 전신 무적 버프를 받았어요.

가만히 맞아줘도 딜이 안 박히는데 올림포스 최고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방패까지 들었습니다.

스펙도 템도 최강이라 익혀야 할 건 원샷 원킬로 망나니 마냥 적들 목을 뎅겅 할 칼질과

유일한 약점 뒤꿈치를 보호할 탭댄스 스텝 뿐인데 얘가 누구 제자 입니까? 켄타우로스 케이론을 스승으로 뒀어요.

미터기 마냥 다그닥 다그달 달리는 그 발놀림을 배웠을 텐데 누가 감히 얘를 잡습니까.

이 정도 무적 치트는 있어야 라노벨 주인공을 하죠.


온 몸이 근육 덩어리일 거예요. 특히 하체가 튼실할 겁니다. 남자는 역시 하체.

근데 그 몸으로 여장을 했는데 누구에게도 안 들킨다고? 얼마나 미소년인 거죠?

스틱스강물이 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 뽀얀 피부도 지켜줬나 봅니다. 알비노였을지도 몰라요.


공주들 사이에서 지보다 한참 어린 라노벨 주인공을 찾아 동반입대를 해야만 하는 오디세우스.

비록 자식 앞에서 미친 놈 연기가 무너졌지만 그는 그리스 최고의 꾀돌이.

전쟁을 일찍 끝낼 방법과 집에 돌아가는 항해도 빼고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보따리 장수로 변장해 성으로 잠입, 공주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곳에서 보석과 장신구 등 여자들이 좋아할 물건을 늘어놓고 입을 터는 척

유일하게 남자가 관심 가질 멋들어진 칼 한 자루를 숨겨둡니다.


한창 전쟁터에서 뛰어놀 나이에 하렘물이나 찍자니 답답했던 아킬레우스.

그는 결국 본능을 참지 못 하고 칼을 잡아버렸고 쫘악 뽑는 순간, 잡았다 요놈.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공주가 몇 명인지 가족관계 증명서도 못 떼는 시절,

칼싸움 한 번 하고픈 욕망을 못 참다니. 아마 풍선칼 만들어줬어도 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동반입대를 하게 된 아킬레우스. 그는 이후 그리스군 선봉으로 무용을 펼쳤는데요.

가끔 노예 배분 제대로 안 해주니까 삐져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기도 하고,

고집부리다가 자기 대신 나간 친구 놈이 죽자 죽인 놈 끝까지 쫓아가 죽인 뒤 시체능욕을 하고,

원랜 잡혀가는 건에 미성년자라 훈방조치 된 뒤 철 없던 지난 시절을 반성해 시체를 돌려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적국의 공주와 눈 맞더니 같이 지낸 공주들은 홀랑 잊고 진히로인 취하려는 순간

파리스의 함정에 빠져 그 유명한 아킬레스건에 독화살을 맞아 죽고 맙니다.


사실 트로이 전쟁의 계기가 된 황금 사과 사건이 일어난 결혼식장은 바로

아킬레우스의 부모님 필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장이었습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이 결정된다니. 그것도 신들의 농간, 질투, 욕심으로 인해.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 봐쳐 자연 그 자체인 신들과

정해진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그리스 신화의 교훈에 들어맞는 군요.


무적 버프도 소용 없습니다. 이래서 템빨은 안 돼요.

테티스가 꾸준히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쿼트, 런닝을 시켰더라면

3년 만에 신들보다 강해져서 어떤 적이든 한 방에 이겼을 텐데.

머리털이야 빠졌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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